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31
제131화
“악, 아아악! 놔! 이 개새끼야!”
“너는 아까 하나 주웠잖아! 나는 하나도 못 주웠어!”
“못 주운 건 네 잘못이잖아, 병신아!”
금을 줍지 못한 자들이 금을 주운 자들을 때렸다. 금을 주운 자들은 도망치거나 금을 숨겼다. 흙탕물이 고인 운동장에서 그들은 뒤엉켜 싸웠다. 검은 눈물이 운동장을 타고 번졌다.
챙겨 온 방마 마스크를 쓴 덕에 김진서는 마기를 마시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마기에 취해 있었다.
아이들은 손톱을 세워 서로의 피부를 긁었고 이빨로 서로의 목을 물었다. 금 앞에서 그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싸웠다. 광기의 연회 속에서 그녀의 정신은 차츰 닳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뒤늦게 정신을 차린 김진서가 그들을 말렸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힘으로 뜯어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마기를 들이마신 아이들은 정말 짐승이라도 되어버린 것처럼 움직임이 거칠었고 힘이 셌다.
그렇다고 검을 들 수는 없었다. 저들은 마수도, 악마종도, 박제도 아니었다.
“얘들아, 제발, 좀……!”
툭.
그녀가 뜯어말리던 한 여자아이의 품에서 금붙이가 떨어졌다. 흙탕물을 뒤집어쓴 아이들이 싸움을 멈추고 금붙이가 떨어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그들은 김진서를 보았다. 그중에는 아는 얼굴도 있었고 모르는 얼굴도 있었으나, 그들 모두가 그녀를 향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녀다…….”
그중 한 아이가 김진서의 손에 들린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이는 비가 오는 하늘을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더니,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마녀다! 마녀가 왔다!”
“마녀가 우리를 죽이러 왔다!”
“여기 마녀가 있다!”
“마아녀어어어!!”
두려움에 찬 얼굴로 비명과 함께 소리를 내지르던 아이를 시작으로, 동조하듯 다른 아이들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를 할퀴었던 손으로 김진서를 삿대질하며 공포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그들은 더 이상 금을 쫓지 않았고 대신 김진서를 쫓았다.
“마녀는 무슨……!”
흑마법에 취해 있는 놈들이 마녀를 들먹이는 꼴이 어이가 없었다. 김진서는 뒷걸음을 치며 자신을 쫓는 아이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위협을 위해 휘두른 것이었고, 검은 아이들에게 닿지도 않았다.
철퍽!
그런데 선두에 있던 아이 하나가 진짜로 검에 베이기라도 한 것처럼 풀썩 쓰러졌다.
실수로 베었다면 검을 쥔 손에 느낌이 왔을 것이다. 그러나 김진서의 손에서는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아, 아아아……!”
“마녀가, 사람을…… 죽였다!”
“아도나이시여……!”
아이는 베이지도 않았는데 베인 척 그 자리에 쓰러졌다. 김진서의 눈에는 뻔히 보이는 연기였으나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뒷걸음을 쳤다. 쓰러진 아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는 좌우로 요동치고 있었다.
“먼저…… 먼저, 우리가 죽기 전에 먼저 죽여야 돼…….”
그중 한 아이가 검을 들어 김진서를 겨누었다. 그가 중얼거리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을 때, 다른 아이들도 하나씩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웠다. 그건 대련용 검이었다. 신성 훈련장에 있던 게 왜 여기에?
카앙!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검은 김진서를 향해 날아들었다. 검술 수업을 듣지 않는 아이의 검은 느리고 뭉툭했다. 덕분에 막아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대신 검을 쥔 손이 찌릿찌릿 저렸다. 대련용 검은 무딘 만큼 무거웠다.
“마녀가 당황했다!”
뒤늦게 검을 집어 든 한 아이가 외쳤다. 반은 사실이었다. 광기에 취해 자신을 마녀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리고 그 아이들이 휘두른 검이 생각보다 묵직함에 김진서는 놀랐다.
“…….”
그녀는 검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을 몰아내며 생각했다.
아이들을 검으로 베어 제압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악마종이나 박제를 베는 것이 아니다. 진짜 사람을 베는 것이고, 진짜 선혈이 낭자할 것이다. 그러한 상상이 김진서의 움직임을 둔하게 했다.
타캉!
이어서 검은 날아들었다. 말 그대로, 휘두른 것이 아니라 날아든 검이었다. 김진서의 자세에 빈틈이 보이지 않자 아이들은 검을 창처럼 들어 던지기 시작했다.
“죽어라! 죽어!”
“마녀가 사술을 부린다……!”
“…….”
타캉, 탕, 타앙…….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김진서는 가볍게 막아냈다. 체중을 싣지 않고 되는 대로 던진 검을 막아내는 것은 그녀에게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닳고 헤지는 중이었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 사람을 어떤 방법으로 미치게 만드는가. 김진서는 당해본 입장으로서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적당히 좀……!”
무기력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그 감정에 휘말리듯 김진서는 검을 들었다. 이성적 판단을 배제하고 든 검의 날은 비를 맞으며 섬뜩하게 빛났다.
서걱!
“……어?”
검은 휘둘러졌다. 칼날이 마기에 취한 아이들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김진서의 의지로 휘둘러진 검이 아니었다.
검이 그녀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휘둘러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검의 옆면에 뒷목을 얻어맞고는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검은 마기에 취한 아이들의 뒷목을 한 대 한 대 공들여 후린 뒤, 하늘로 솟구쳤다.
김진서의 손을 벗어난 검은 빠르고 날랬으며, 뜨거워 보였다. 붉게 물든 검신은 닿는 모든 빗줄기를 끓여 증발시키고 있었다. 검신에서 흘러나온 희뿌연 김이 아이들의 눈물에서 흐른 검은 연기와 뒤엉켜 섞이고 있었다.
쿠르릉─!
천둥이 치고, 아이덴 동산 쪽에 낙뢰가 떨어졌다. 하늘을 정처 없이 부유하던 검들은 낙뢰를 쫓듯 섬광을 향해 나아갔다. 아이들이 기절하고 검이 도망치며 운동장은 정적에 찼다. 비 내리는 소리가 그 정적을 메웠다. 정적의 중심에 김진서가 홀로 서 있었다.
“뭐야……?”
* * *
한편, 한대호와 오희진, 그리고 돌격조는 구조대의 지원 요청을 듣고 피렌체에 부속 설립된 병원으로 왔다. 구조대원들과 두 명의 학생들이 환자들을 업어 교문으로 나르고 있었다. 한대호는 홀로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의 대피를 안내하고 있던 구조대원에게 다가갔다.
“무슨, 무슨 일이야!”
“사탄교도가 병원을 폭파시키겠다고 했답니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환자들은 대피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구조대원이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환자들은 대피시켜야 했다. 실제로 병원이 폭파할 위험이 있고, 설령 폭파하지 않더라도 환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불거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대호는 돌격조의 발 빠른 일부 부하들에게 구조대의 대피를 도울 것을 명했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환자들의 대피를 돕던 두 학생을 보았다.
“저 학생들은 이름이 뭐지?”
“불러도 대답을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의 얼굴은 평범하고 특징이 없었다. 남자아이는 덩치가 무척 컸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한대호는 돌격조 일부에게 구조 임무를 할양한 뒤, 병원을 나서려고 했다.
그 순간, 운동장 중앙으로부터 수십 개의 검이 일제히 하늘로 솟구쳤다.
그저 솟구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붉게 달궈진 검들은 허공을 헤매듯 빙글빙글 돌다가, 낙뢰가 몰아치자 아이덴 동산으로 일제히 날아갔다. 닿는 모든 빗줄기가 검의 열기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검 끝은 아이덴 동산을 겨누듯 향하고 있었다.
검은 포물선을 그리며 동산의 동편으로 날아갔다. 하늘을 날던 검들은 불시에 지면으로 추락했다. 그 속도가 빗줄기에 비견해도 뒤처지지 않았으니, 천벌로서 검의 비가 동산에 내리고 있다고 하여도 모자람이 없었다.
기적, 그 광경을 본 성기사들은 전부 그것을 기적이라 생각했다. 재현에 의한 반쪽짜리 기적이 아닌, 아도나이의 온전한 기적이 이 땅에 강림한 것이라 여겼다.
오희진이 게슴츠레 뜬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화염검이다…….”
쿠구구구구…….
동산이 울었다. 산울림이 메아리치며 퍼졌다.
* * *
[선지자여, 비로소 정직을 고했으니 나, 철의 로아 오군은 기꺼이 선지자에게 권능을 빌려주겠다.]“…….”
[모든 쇠붙이가 네 손아귀에 있다. 쇠붙이의 열기는 내가 아닌 네가 가진 분노의 열기다.]오군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떨리고 있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구준혁을 향해 나아갔다. 철퍽, 철퍽. 박제가 질척한 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다. 저들의 손끝이 내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싸워라! 저들의 시체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라!]“소보.”
쿠르릉─!
오군의 말을 무시하고 낙뢰를 불렀다. 가느다란 섬광이 하늘을 반으로 갈랐다. 낙뢰는 다가오는 박제들의 몸뚱이를 태우고 부쉈다. 박제는 재가 되어 바스러졌다.
그러나 번개를 맞고도 움직이는 박제도 더러 있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하늘에 떠 있던 검이 회전하며 지면을 향했다.
카가가가가각─!
검의 비가 내렸다. 검들은 정(釘)이 되어 박제의 대가리를 지면에 처박았다.
검에 머리를 꿰뚫린 박제들이 미처 내게 닿지 못한 손과 발을 허공에 휘저었다. 배를 까뒤집고 사지를 흔드는 모습이 벌레와 같았다. 검의 열기가 그들의 몸 가득한 톱밥과 솜을 태우고 녹이자, 박제들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비가 오고 박제들은 녹았다. 꽃향기가 만연하던 아이덴 동산이 박제의 사체로 젖었고, 공기는 마기가 스며들어 탁했다. 박제의 머리에 꽂혔던 검이 하늘로 치솟았고, 다시 지면을 향해 쇄도했다.
다시금 내리는 검의 비는 구준혁을 향했다.
카가가가가각─!
양 손목을 관통한 검이 구준혁의 양팔을 나무에 박았다. 빗발치는 검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수 개의 검이 그대로 지면에 꽂혔고 수십 개의 검이 구준혁의 몸을 관통했다.
허공에서 튕기듯 궤도를 바꾼 검 두 자루가 그의 발목을 잘랐다. 종아리와 허벅다리, 팔뚝과 어깨에 차례로 검이 꽂혔다.
푹.
마지막 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붉게 물든 검이 그의 피와 살을 녹였다. 푹, 푹, 푹. 마지막 검은 뽑혔다가 다시 구준혁의 심장을 찔렀다.
검은 얼핏 홀로 날뛰는 것처럼 보였다. 뚫린 가슴에서 피가 흘렀다. 피는 나와 같이 붉었다. 비에 씻겨 내려간 피가 토양을 적셨다.
철퍽.
습기를 머금고 짓무른 진흙을 밟으며 그에게 나아갔다. 걸음에서는 질척한 소리가 났다. 피투성이가 된 구준혁을 보았다. 심장은 고요하고 균일하게 뛰고 있었다. 구준혁이 가느다란 숨을 내쉬며 나를 보았다.
“너였구나…… 커흑, 교주…….”
웃으며 말하는 구준혁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렀다. 틀림없는 진짜 피였다. 쏟아진 검의 비로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구준혁은 박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지금껏 쫓던 서로의 진실을 비로소 마주했으나, 그 재회는 썼다.
“내가, 교황청에 말하면…… 어쩌려고, 정체를…… 밝히지?”
“…….”
재현, 참수검.
까득, 까드드득!
그려진 주술진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검은 비명을 지르고 울음을 토하고 있었다. 검에 죽어 나간 수많은 죄인들의 울부짖음이다. 나는 검을 들고, 날로 구준혁의 목을 겨누었다. 검은 가벼웠다.
“괜찮아. 어차피 죽일 거니까.”
아아, 아아아. 아아아…….
검의 구슬픈 곡소리가 빗소리와 뒤엉켜 흘렀다. 참수검이 내지르는 수많은 죄인들의 비명에는 곧 구준혁의 목소리가 포함될 것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죽을 것이기에, 내가 부두교의 교주라는 사실을 알아도 상관이 없었다.
“하, 하……. 야 이, 시X아…… 대화를, 좀…… 하자…….”
구준혁이 웃었다. 참수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토록 허무하게 구준혁의 목은 잘렸다. 손바닥에서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 크지만 가벼웠고 구준혁의 머리는 작지만 무거웠다. 반쯤 벌어진 구준혁의 입은 아이덴 동산의 짓무른 토양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잘린 단면에서 검고 길쭉한 촉수가 쏟아져 나왔다. 촉수가 몸과 머리를 이었다.
다시 참수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두통이 일었다. 구준혁의 입에서 사람 아닌 것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AUM SHRIM MAHA LAKSHMIYEI SWAHA AH-UU-MM──”
쿵, 쿵, 쿵, 쿵, 쿵.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근육이 경련하며 떨렸다. 입에서 피 구토가 나왔다.
“──SH-REE-M MAH-HAH LAHK-SHMEE-YAY-EE SVAH-AH.”
쩌엉─!
폭발이 일었다. 폭발은 내 몸 안에서부터 일어났다. 애써 다가간 걸음이 멀어졌다. 구준혁의 잘린 손목과 머리가 촉수로 인해 몸에 달라붙었다. 시꺼먼 마기가 거대한 손이 되어 구준혁의 몸을 감쌌다. 그의 몸에 박혀 있던 검이 마기에 부식되고 녹았다.
“커어억……!”
피 구토는 끊이지 않고 흘렀다. 귀에서 이명이 번졌다. 눈앞이 멍했다. 멀찍이 구준혁이 검을 들었다. 그는 새빨갛게 달궈진 검 중 하나를 들어 자신의 손목을 잘랐다. 철퍽, 철퍽. 걸쭉한 피가 덩어리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אני מבקש את עזרתכם בהחזרת הקללות הללו, מועצם לשולחים שתקפו אותנו על שעשינו את עבודתכם!”
구준혁이 하늘을 보며 외쳤다. 마기가 형태를 갖추었다. 거대한 손이었다. 손가락 끝마다 달린 손톱이 길고 날카로웠고, 손톱 중앙에는 눈이 달려 있었다. 손가락은 여섯 개였고 손톱과 눈도 여섯 개였다.
나는 그 손을 두 눈으로 마주하려 했다.
“아, 극……!”
그러나 눈동자가 자꾸만 옆으로 돌아갔다. 고개를 돌리면 눈동자가 돌아갔고 눈동자를 돌리면 고개가 돌아갔다. 둘 다 돌리면 몸이 돌아갔다. 본능이 저 손을 육안으로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서걱.
손이 움직였다. 검고 긴 파장이 스치듯 내 옆을 지나갔다. 피 구토가 멎었고, 손이 사라졌다. 사라진 손은 두 개였다. 마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과, 그리고 나의 손이었다. 손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도 참수검을 꼭 쥐고 있었다.
“아……!”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뒤늦은 고통이 몸을 적셨다. 단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는 잘린 손목을 들고 부두 마력을 사출했다. 손은 불길에 타오르고 있었다. 뜨거웠다. 불길에 닿은 손바닥이 검게 타올랐다.
“하, 하아, 하아악……!”
비명과 함께 숨을 고르며 주술진을 그렸다. 최상급 복원. 나조차 5번 이상은 사용하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최상급이 아니면 손에 붙은 불씨를 꺼트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은 악마의 불꽃이었기에 비에 맞아도 꺼지지 않았다.
사아아아…….
주술진에서 안개가 흘렀다. 뿜어 나온 안개가 손목을 붙였다. 그럼에도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었다. 숨통을 조이듯 불씨는 내 오른팔을 타고 어깻죽지에 다다랐다. 나는 불타는 팔로 참수검을 쥐었다.
까득.
작열하는 고통 속에서 걸음을 앞으로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짓씹고, 혀를 깨물었다. 입에서 흘러나온 피가 비에 씻겨 땅으로 흘렀다.
다가가는 걸음이 무거웠다. 구준혁은 자신의 잘린 손목에 불을 질러 지혈을 하고는, 남은 손으로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아…….”
무심코 탄식이 흘렀다. 그의 뒷목에는 염소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구준혁이 무안하면 뒷목을 긁는 버릇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무안할 때 뒷목을 긁는 게 아니었다. 흑마법을 사용할 때, 그는 뒷목을 만졌다.
끼긱, 끼기긱, 끼기기긱, 끼긱…….
뒷목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그의 등 뒤에서 흑마법진이 되었다. 흑마법진은 고장 난 톱니바퀴처럼 삐걱대며 돌았다. 흑마법진에서는 박제가 꾸물꾸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니, 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거대한 고깃덩이였다.
“개새끼가…… 대화……하고 싶다고 그러지 않았냐…….”
“구라지.”
구준혁이 손짓했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으아악, 가아아아악─!
고깃덩이가 비명을 내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이 거대한 뱀과 같았다. 꾸물거리는 육신에 달린 수십 수백 개의 입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것은 지옥의 비명이었다. 고깃덩이에는 지옥의 망령들이 깃들어 있었다. 고깃덩이에 달린 수천 개의 팔이 내 몸을 잡아 지옥으로 이끌기 위해 손을 뻗었다.
“보수, 당신의 권능이, 필요합니다. 그란, 브와. 광야에서 당신을, 부릅니다.”
목소리가 고통으로 드문드문 끊겼다. 나는 반쯤 잘린 혀로 중얼거리며 참수검을 들었다.
오늘 배운 찌르기, 그것으로 저 고깃덩이를 벨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잠깐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자세를 잡았다. 다가오는 고깃덩이를 참수검으로 찔렀다.
아아아악! 아악! 꺄아아아아아아!
아아아, 아아, 아아아!
비명과 비명이 뒤엉킨다.
카앙!
보수의 괴력으로 실어낸 찌르기의 힘은 강했다. 지옥의 망령을 담은 고깃덩이를 잘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다.
“Se pou forè a sou bò pa m, nan non Bondye.”
숲이여, 나의 편이 되어 주십시오. 봉디예의 이름으로.
덕분에, 기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
아이덴 동산은 사방이 나무였고 풀이었고 꽃이었다. 그 모든 식물들이 태동했다. 산이 울었다. 천둥이 쳤다. 지천이 로아들의 울음으로 가득 찼다. 지면을 뚫고 나온 나무뿌리와 꽃과 잎사귀가 비를 맞았다. 그들은 흔들리며 커졌고, 커지면서 뭉쳤다.
산을 뚫고 나온 식물들이 하나의 거대한 산줄기가 되었다. 산줄기는 파도치며 거대한 고깃덩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고깃덩이의 육신에 달린 수천의 팔이 흔들리듯 산줄기에 달린 수천의 꽃과 풀이 흔들렸다.
쩌어엉─!!
생명과 죽음이 맞부딪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