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김창원은 며칠간 사경을 헤맸다.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기침을 하느라 숨을 못 쉬어서 그대로 졸도해버린 적도 있었고, 눈앞이 까맣게 흐려졌다가 하얗게 밝아졌다가 하며 천국과 지옥을 오간 적도 있었다.
이러다 얼마 안 가 죽겠구나, 싶었을 때 김창원의 몸은 낫기 시작했다. 꾸준히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며 재활과 회복에 전념했다. 그럼에도 기침은 멎지 않았지만, 병원 근처를 홀로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김창원은 산책을 구실로 병원을 나와, 간호사와 의사들의 눈을 피해 몰래 담배를 빼 물었다.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깊게 빨아 마셨다. 연기가 거칠게 목구멍을 훑고 들어가며, 아찔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몇 개월간 강제로 금연을 해야 했던 지난날의 고통이 고작 이 한 모금에 전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그 첫 모금의 여운을 제대로 만끽하기도 전, 불청객이 찾아왔다.
“이사장님?”
불현듯 들려온 목소리에 김창원은 황급히 담배를 숨겼다. 그러나 직후,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김창원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지었다.
“소도진 선생이었군. 의사인 줄 알고 식겁했잖나.”
“……그렇게까지 피우셔야 합니까?”
“딱 이거 하나만 피우고 금연할 생각이야.”
“그 말씀만 지금까지 다섯 번 들었습니다.”
“흡연자들이 다 그렇지, 뭐.”
김창원은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그렇게 말하며, 꿋꿋이 담배를 피웠다. 소도진은 목발 걸음으로 절뚝절뚝 김창원에게 다가갔다.
“몸은 다 나았나?”
“앞으로 몇 달은 목발 짚고 다녀야 한답니다. 그 외에는 다 나았습니다.”
“다행이군. 부상이 커서 많이 걱정했는데. 하나 피우겠나?”
김창원이 소도진에게 담배 하나를 건넸다. 소도진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소도진 선생도 원래 흡연자 아니었나? 내 앞이라고 눈치 볼 것 없네.”
“끊은 지 좀 됐습니다.”
“자네도 어지간히 독종이군.”
김창원은 그렇게 말하며 담배를 하나 더 꺼내 입에 물었다. 소도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은 하나만 피우시죠. 그러다 진짜 폐병 납니다.”
“지난 몇 달간 못 피운 게 한이 맺혀서 어쩔 수 없어.”
“허…….”
소도진이 어이가 없다는 듯 김창원을 쳐다보며 침음을 흘렸다. 소도진이 말을 이었다.
“이참에 끊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시도는 몇 번 해봤지. 전부 실패했지만. 금연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군…….”
“주변에서 도와주면 그래도 할 만합니다. 저도 그렇게 끊었습니다.”
소도진이 먼 옛날을 회상하듯 먼 산을 바라보았다. 김창원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래? 누구에게 도움을 받았나?”
탁!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하예진이 김창원의 입에 물려 있던 담배를 쑥 뽑아 바닥에 버렸다.
김창원은 꺼진 담배에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잔연기를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예진이 천진난만한 미소를 입에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제가 도와줬죠. 이사장님도 좀 도와드릴까요?”
“방법이 조금 거친데…….”
“이렇게 안 하면 끊을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다들.”
싱긋싱긋 웃는 하예진을 보며 김창원은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옆에 있던 소도진이 빙긋 웃었다.
“많이 나아진 겁니다. 제가 한창 피울 때는 소화기를 들고 왔거든요.”
“소화액이 담배보다 몸에 안 좋지 않나?”
“아, 소화기를 뿌리는 게 아니라 소화기로 제 머리를 때렸습니다.”
“…….”
김창원이 흘깃 하예진을 보았다. 그녀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소도진이 그런 하예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근데 너는 왜 왔냐?”
“왜 왔냐니? 내가 오는 게 싫어요?”
“그 말이 아니라…… 김복동은 어디 가고 혼자 왔냐는 거지.”
“김복동은 운동하러 갔어요. 폐관 수련으로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데, 뭔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폐관 수련? 미친놈인가……. 아니, 김복동이니까 그럴 만도 하긴 한데…….”
소도진은 문득 사건 당시 죽였던 김복동 박제가 떠올라,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셨다.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충격적인 기억은 아니었지만, 굳이 떠올릴 필요는 없는 기억이었다.
심호흡을 몇 번 하면서 가까스로 그때의 기억을 지웠다.
“……그래서, 하예진 너는 왜 온 거야?”
“곧 퇴원한다면서요? 안부나 물으러 왔죠. 이사장님께 드릴 말씀도 있고.”
하예진의 말을 들은 김창원이 의문을 표했다.
“나한테? 할 말이 있으면 지금 하게.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라서.”
“네, 그러겠습니다. 잠깐, 잠시만요…….”
하예진이 주머니를 뒤지며 뭔가를 찾았다. 그녀가 안주머니에서 꺼내 든 것은 웬 서류 봉투였다.
김창원은 얼결에 그것을 받아 들었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김창원이 봉투에 든 종이를 꺼내 펼쳤다. 사직서였다. 하예진이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은 채 입을 열었다.
“저는 이만 교직에서 물러날 생각입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미소가 없었다.
* * *
시험까지 2주.
지난 며칠 동안은 아무 일도 없었다. 나쁘게 말하면 지루했고, 좋게 말하면 평화로운 나날이었다. 늘 그렇듯 일과 중엔 자습을 하고, 방과 후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실기고사 일정은 필기고사 끝나고 일주일 뒤가 될 것 같네요. 준비 열심히들 하고, 그래도 건강 상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고. 다들 수고~”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조회는 시작됐다. 하예진은 시험 일정을 공지한 뒤, 짧은 격려의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갔다.
어쩐지 날이 갈수록 하예진의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내 눈에는 그 변화가 너무도 뚜렷하게 보였으나, 다른 아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퇴직하려고 하나?”
정인아에게 넌지시 말해 보았으나, 그녀 역시 하예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웬 퇴직?”
“표정이 어둡잖아. 말투도 좀 이상하고.”
하예진의 말투에는 묘한 체념이 깃들어 있었고, 그녀의 눈은 공허하게 비어 있었다. 퇴직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특유의 흐릿하고 멍한 눈이었다. 무엇보다 하예진은 퇴직할 이유가 충분했다.
학기 초에 배성현이 물의를 일으켜 퇴학을 당했고, 그 여파로 오병민도 자퇴했다. 성적만 치면 제법 우등생 반열에 들었던 구준혁은 사탄교도였다.
이 세 명이 전부 자선반이었으니, 자선반 담임인 하예진이 회의를 느낄 만도 했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퇴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예진 쌤이 좋은데.”
“나도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인아의 말에 동의했다.
피렌체 교사 중에서는 그나마 하예진이 제일 나은 편이었다. 되도록이면 이대로 담임이 바뀌지 않는 게 내게도 좋았다.
정인아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한참 동안 책을 보다가, 집중이 잘 안 되는 모양인지 신경질적으로 책을 덮으며 나를 보았다.
“뭘 그렇게 봐. 집중 안 되게.”
그녀가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집중이 안 되던 게 내 탓이었던 모양이다. 어지간하면 그냥 가겠는데, 막상 가라고 하니 가기가 싫었다.
“좀 보면 안 돼?”
“뭐 볼 게 있다고 봐. 공부하는 거 보는 게 뭐가 재밌다고.”
“얼마나 열심히 하나 보려고.”
“……보든가 말든가. 알아서 해.”
정인아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다시 책을 펼쳤다.
책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헤져 있었고, 페이지 구석구석이 필기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본문을 정리한 내용뿐만 아니라, 본문을 읽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내용과 관련하여 떠오른 의문까지도 책에 적어두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책을 덮더니,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뭔가를 마구 쓰기 시작했다.
백지 공부법인지 뭔지, 아무튼 그거인 것 같다. 잘은 모른다. 나는 저런 식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 시험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일단 눈에 담았다. 그러던 도중, 정인아가 종이에 ‘멍청이’라고 적었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도 나를 보고 있었다.
“……나한테 하는 말이야?”
“응. 너 말고 누가 있어.”
정인아가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그때 자습 감독 교사가 와서 그만 좀 떠들라고 주의를 줬다. 나는 그제야 자리로 돌아가 내 공부를 시작했다.
한번 정인아의 방식대로 공부를 해보았지만, 백지는 채워지지 못하고 백지 상태 그대로 남았다.
생각보다 어렵네…….
애초에 나는 개념을 익히지도 못한 상태였고, 정인아는 개념을 모두 익힌 뒤 그것을 응용하는 과정에 있었다. 잘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괜한 짓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한창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렉바가 혀를 찼다.
[2주 남았는데 아직도 기본만 다지고 있구나.]“…….”
[이번 시험은 포기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는 건 어떠냐. 아니면 실기고사에 올인하든지.]피렌체는 필기 비중이 제법 높다. 실기고사에 올인하는 건 너무 위험한 도박이었다.
나는 렉바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공부에 집중했다.
[위험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네가 저번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렉바가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말투에 비아냥대는 기색이 선명했다. 문요셉과 전화를 했을 때 자기 말을 듣지 않은 걸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속 좁은 노인네 같으니.
* * *
시험 일주일 전.
늘 하던 주술 연습과 실험도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만하기로 했다. 주술 연습과 시험공부를 같이 하기에는 체력도, 시간도 모자랐다.
주술 연습은 시험이 끝난 뒤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당장은 시험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 한 주간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했던 것 같고, 공부가 잘된다 싶은 날에는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성하연을 이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이뤄낸 쾌거였다. 정확히는 이기고 싶은 게 아니라 이겨야만 했다. 내기가 걸려 있었으니까.
그렇게, 오늘도 열심히 공부를 하던 와중이었다.
“……뭐야?”
공부를 하다가 책상에 엎드려 잠깐 눈을 붙였다 뗐더니 아침이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왔고,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맑았다. 창문을 타고 넘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며, 몸도 가볍다.
문득 솟구친 불길한 예감에 시계를 보니 무려 11시였다.
[저런…… 큰일 났군.]“왜, 왜 안 깨웠어요?”
[안 깨운 게 아니라 깨웠는데 네가 안 일어난 거다. 이래서 내가 밤새우지 말라고 한 거다, 어리석은 놈.]렉바의 말에 살짝 마음이 상했지만, 지금은 그와 언쟁을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대충 씻고 얼른 나와서 옷을 갈아입은 뒤,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무서울 정도로 많이 찍혀 있었다. 하예진에게 8개, 정인아에게 3개, 모르는 번호로 1개. 도합 12개였다.
하필이면 C동 기숙사 방송 시스템이 고장 나서 기상 방송도 나오지 않는 참이라, 거하게 지각을 해버렸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무실로 갔다.
“이쯤 되면 막 나가는 거죠?”
하예진이 굳은 얼굴로 나를 반겼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예진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본인 벌점 몇 개인지 알아요?”
“1점? 아, 이제 2점이구나. 네.”
“웃으면서 넘어갈 일이 아닌 건 알죠? 규정상 10점 쌓이면 퇴학이에요.”
“퇴학당하기 전에 보통 봉사 활동 같은 걸로 벌점 빼주지 않나요?”
“……아무튼, 다음부터는 늦지 말아요. 오늘 지각한 건 벌점 부과 없이 넘어가 줄 테니까.”
“네? 그래도 되는 건가요?”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하예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늦잠 잔 것도 밤늦게 공부하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렇기는 한데…… 네, 그렇죠.”
“이 시기에 다들 공부하고, 밤새우고 그러다 많이 늦어요. 그리고…….”
하예진은 그쯤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양옆으로 당기듯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번에 많이 다쳐서 체력도 많이 떨어졌을 거 아니에요? 시험공부도 좋지만 몸 생각해서 좀 쉬엄쉬엄해요.”
“아하…… 네.”
“앞으로 늦지 말라는 의미에서 봐주는 거예요. 알겠어요? 또 늦으면 그때는 안 봐줘.”
“네.”
“대답만 잘하지 말고. 얼른 올라가서 공부나 해요.”
나는 하예진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교실로 올라가려 했다. 그때 하예진이 나를 불러 세웠다.
대뜸 앉으라고 하기에, 일단 시키는 대로 하예진 앞에 앉았다. 그녀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무 힘들거나, 막 죽고 싶거나, 그러지는 않죠?”
“갑자기요?”
“갑자기가 아니라……. 아니면 됐어요. 그래도 혹시 너무 힘들거나 하면 말해요. 도와줄 방법이 있으니까.”
하예진은 그렇게 말하며 내 눈을 또렷이 응시했다. 내 기분이나 감정을 살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마 내가 구준혁과 친했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이리라. 구준혁은 저번 사건으로 실종, 아니, 죽었으니까.
나는 잠시 대답을 아끼며, 하예진의 표정을 살폈다. 며칠 전에 느꼈던 것처럼, 그녀의 눈빛에는 체념이 깃들어 있었다. 표정에서 묘하게 우울한 기색도 느껴졌다.
“저보다는 선생님이 힘들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말하자, 하예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기색이 눈동자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녀도 표정으로 감정을 유추하기 쉬운 타입이었다.
놀란 얼굴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하예진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힘들기는 누가. 뭘 보고 그런 말을 해요? 얼른 가서 공부나 해요.”
“요즘 표정이 많이 안 좋으셔서 한번 물어봤습니다.”
“다른 사람 표정 분석할 시간에 오답 노트 분석부터 해요. 공부는 안 하고 이상한 거나 하고 있어.”
“공부도 하는데요?”
“또, 또 말대답. 자꾸 이러면 벌점을 주는 수가 있어.”
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덩달아 웃으며, 꾸벅 목례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말투나 표정으로 보았을 때, 하예진은 학교를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갈 수도 있고, 아예 교직 생활을 포기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녀가 퇴직을 하든 말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서운하거나 안타깝다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내게 피렌체는 고위 성직자가 되기 위한 관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렉바가 말했던 것처럼, 이곳의 어느 누구도 나의 진정한 친구는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섭섭한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이런저런 일로 머리가 복잡했을 때, 하예진은 내게 상담을 권유하며 나를 돕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자취방이 불에 타 없어졌을 때는 기숙사와 장학금과 같은 교내 복지 제도를 소개해 주기도 했고.
종교를 떼어놓고 보면 그녀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지만, 나는 종교를 별개로 볼 수 있을 만큼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럴 처지도 아니었고.
머리가 복잡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