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61
제161화
파앙!
내 몸이 허공을 날았다.
직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눈앞이 깜깜하게 흐려졌다가, 어둠이 걷히면서 신성 훈련장의 천장이 드러났다.
공격을 하려다가 문요셉에게 팔을 잡혀 땅바닥에 메다꽂힌 것이었다. 그러기를 벌써 몇 번째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한 10번 정도는 족히 반복한 것 같다.
“이쯤 하지. 잡고 일어나게.”
쓰러진 내게 문요셉이 손을 건넸다. 나는 잡고 일어났다.
“간만에 정말 즐거웠어. 거의 막상막하였군.”
“저는…… 아니, 저도 즐거웠습니다.”
나는 좌절을 삼키며 가까스로 대답했다.
문요셉은 막상막하였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문요셉은 대련을 하는 내내 나를 노골적으로 봐주었다.
단 한 번도 진심을 다하지 않고, 그저 내가 공격을 해오면 피하거나 막으며 응수만 했다.
그가 진심을 다했더라면 나는 1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참패했을 것이다.
[보수는 억울하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구나. 저자가 쓰는 무술은…….] [분명 이길 수 있었다! 저자의 움직임에도 분명 허점이……!]보수와 렉바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 대답할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무시했다.
진심으로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격차가 날 줄은 몰랐다.
보수의 권능조차 무색할 만큼, 문요셉의 움직임은 기이했다. 필시 규칙이 있으나, 규칙과 체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서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무술인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쓰시는 무술이─”
“잠깐, 혹시 저기 서 있는 두 사람과 아는 사이인가?”
문요셉은 질문을 하려던 내 말을 끊더니, 훈련장 정문 방향에 선 두 사람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김진서와 소도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압니다.”
“둘 다?”
“네.”
“그거 다행이군. 괜한 오해를 살 일은 없겠어.”
문요셉은 그렇게 말하고 대련장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나는 뒤늦게 문요셉을 뒤따라갔다.
소도진은 환상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한참을 멍하니 우리를 쳐다보다, 곧 경계하듯 뒷걸음을 치며 가늘게 뜬 눈으로 문요셉을 쳐다보았다.
“……누구십니까?”
문요셉은 기다렸다는 듯 악수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
“중앙성기사단 소속 이단 심문관 문요셉일세. 자네는, 그래, 트리니타스 성전사단에서 본 것 같군. 이름이…….”
“소도진입니다. 기억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소도진은 문요셉의 소속을 듣고 난 뒤에야 경계를 풀고, 깍듯이 인사하며 그의 악수를 받았다.
악수를 마친 두 사람의 손등에는 새빨간 자국이 손 모양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요셉은 나와 김진서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소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 흡연자인가? 담배 냄새가 나는데.”
“아……. 예, 피웁니다.”
소도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김진서를 흘깃 쳐다보았다. 문요셉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두 학생이 우리 때문에 불편한 것 같으니 잠깐 자리를 비켜주자고. 그 김에 한 대 태우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둘은 그렇게 나갔다. 김진서와 둘이 남게 되었을 때, 나는 품에서 선교 여행 동의서를 꺼냈다.
문요셉과 계획에 없던 대련을 하느라 조금 구겨지긴 했지만…… 별수 없다.
적당히 손으로 펴서 김진서에게 건네주었다.
“……뭐야?”
그녀가 얼떨떨하다는 듯 물었다.
“선교 여행 추가 동의서. 써서 내일까지 예진 쌤한테 제출해.”
“선교 여행…….”
“어디 있었어? 교실에 없던데.”
나는 훈련장 구석에 놓인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물었다. 그리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
대련 중에는 느껴지지 않았던 피로감이 뒤늦게 몰려오는 중이었다. 촉각이 희미하면 이런 게 안 좋았다. 내 몸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무심코 무리를 해버리는 것이다.
김진서는 동의서를 눈으로 훑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운동.”
“학교를 나오고 싶을 때만 나오시네.”
“실기 준비한 거야.”
김진서가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대꾸했다. 그녀는 동의서를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없으면 전화를 하든가. 그럼 갔을 거 아니야.”
“했어. 네가 안 받았고.”
“……그래?”
그녀는 당황한 듯 내 눈을 피하다가, 문득 장난기가 도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다렸어?”
“뭘 기다려?”
“나.”
“뭐라고 대답해줄까?”
내가 장난스레 묻자,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네 맘이지.”
“원하는 답이 있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웃으며 대답을 미루자, 그녀는 슬슬 짜증이 난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놀리지 말고 대답이나 해.”
“기다렸어. 그래서 전화도 했잖아.”
“……말은 잘하네.”
“도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거야?”
비아냥대는 그녀의 대답에,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토하며 말했다. 그리고 잠깐 침묵이 흘렀다.
김진서는 내 눈을 보았다가, 눈이 마주치면 피하고, 그러다 내가 다른 곳을 보기 시작하면 다시 내 눈을 보았다.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말 꺼내기를 어려워하는 기색이었다.
“할 말 있어?”
“……응.”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련이나 할까 해서. 실기 준비도 할 겸.”
“나랑?”
“응.”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어…… 싫은데?”
* * *
“받게.”
문요셉이 소도진에게 담배를 권했다. 소도진은 공손히 그것을 받아 들었으나, 차마 입에는 물지 못했다. 끊은 지 몇 년이나 된 담배를 다시 피우려니 마음이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이다.
문요셉은 담뱃불을 댕기며 입을 열었다.
“억지로 피울 필요는 없네. 끊은 지 몇 년 됐나?”
“……어떻게 아십니까?”
소도진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문요셉이 껄껄 웃으며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아예 비흡연자라면 담배를 쥐는 것부터 서툴지. 반면 끊었던 사람은 쥐는 것만은 능숙한데, 입에 대는 것을 꺼리거든.”
“…….”
소도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문요셉을 쳐다보았다. 문요셉은 연기를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같이 온 여학생이 김창원 선생 따님 되시는 분 맞나?”
“아, 예…… 맞습니다. 그건 어떻게…….”
“담배 냄새가 그 아이에게서 났거든. 김창원 선생이 피우던 것과 꼭 같은 냄새가 나더군. 자식은 부모를 따르는 법이지.”
“……관찰력이 아주 좋으십니다.”
“관찰력이라도 좋아야지. 그걸로 해먹는 직업인데.”
문요셉은 담배를 반쯤 태웠을 때 다시 입을 열었다.
“피렌체는 아직도 연애가 금지인가?”
“교칙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거의 지켜지지 않고는 있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이군. 아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셈인가? 인간은 금기를 범할 때 스릴과 쾌락을 느끼는 법이니.”
이것이 성직자의 입에서 나와도 될 말인가? 소도진은 의문을 느꼈다.
그가 생각하기에 문요셉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으나, 결코 좋은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았다.
문요셉은 담배 한 대를 다 태우고는, 하나를 더 꺼내 입에 물었다.
잠깐 정적이 감돌았다.
소도진은 침묵을 기회로 삼아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이단 심문관님께서는 독특한 무술을 쓰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이름이…….”
“나실이지. 빙빙 돌려 말할 필요 없네.”
문요셉은 소도진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말했다. 소도진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그가 말을 이었다.
“궁금할 법도 하지. 현재로서는 배울 방법이 없는 무술이니까. 자네도 배우고 싶은 모양인데…….”
“자격이 된다면…… 예, 그렇습니다.”
‘나실’은 역사상 가장 폭력적이고 잔인하나, 그만큼 위력이 강한 무술로 평가된다.
하나 최후 계승자가 잠적을 해버리는 바람에 더는 배울 방법이 없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무술이기도 했다.
소도진은 그것을 배우기 위해 관련된 토막글이나 문헌을 뒤졌지만, ‘나실’의 특징적인 부분만 간신히 파악했을 뿐 그것을 배우거나 익힐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실’은 소도진에게 꿈만 같은 무술이었다. 이 자리에서 배울 수만 있다면 배우고 싶었다.
하나 문요셉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내게는 가르칠 능력이 없네. 자네가 아니라 내가 자격이 안 돼. 미안하군.”
“아, 아닙니다. 그럼…….”
그럼 도대체 그 무술을 어디서, 누구에게 배웠느냐. 소도진은 그것을 묻고 싶었으나,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나실’에 대해 묻는 순간 문요셉의 표정이 무섭도록 굳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 이상 묻는 것은 결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요셉은 담배 두 대를 순식간에 피우고,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는 뒤꿈치로 밟아 불씨를 껐다.
그는 몸에 밴 냄새를 빼려는 듯 옷을 가볍게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도선우 학생은 김창원 선생 따님과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는지 묻고 싶군.”
“…….”
소도진은 고민하듯 고개를 기울였다. 평소에 관심이 없던 문제라 소견을 밝히기 어려웠다.
생각해보면 김진서가 말 붙이는 남자애가 도선우밖에 없는 것 같긴 하다. 도선우는 두루두루 친한 편이지만, 유독 김진서와 만나는 빈도가 잦은 것 같고.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소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문요셉이 미소 지었다.
“그거 다행이군. 김창원 선생 따님의 연락처를 알고 싶은데, 알려줄 수 있나?”
“……예?”
소도진은 당황하여 되물었다. 갑작스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요청이었다.
이단 심문관이나 되는 인간이 피렌체 여학생의 연락처를 얻어서 도대체 뭘 하려고?
설마하니 사적인 일로 연락을 하려는 것은 아닐 테지만, 상대가 문요셉이라는 것이 변수였다.
그런 소도진의 시선에 불쾌감을 느낀 듯, 문요셉이 표정을 험악하게 구겼다.
“묻지 않길래 굳이 말하진 않았네만, 표정을 보아하니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 나는 도선우를 감시하러 왔네.”
“…….”
“교황청령에 의한 합법적이고 공식적인 감시야. 그리고 그 감시를 위해 저 아이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네.”
문요셉은 뒷짐을 진 채 상체를 숙이고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소도진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쯤 말했으면, 대충 알아듣게. 나는 두 번 말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