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171
제171화
김진서는 문요셉에게 받았던 토큰 3개를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처음으로 습득한 것이기도 했지만, 어쩐지 거저 받은 느낌이 드는 토큰이라 자꾸만 만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문요셉이 했던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칭찬도 뭣도 아닌 애매한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괜찮아?”
그녀가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어? 음…… 응!”
아이는 어째서인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까처럼 숨을 헐떡이지는 않았지만, 파리하게 질린 입술은 아직 혈색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김진서는 굳이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이 됐든 안 됐든 자신에게 짐만 되지 않으면 상관없었고,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는 것도 민폐일 것이었다. 아이는 가끔 걸음을 비틀대면서도 묵묵히 그녀를 따랐다.
이후 토큰을 얻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문요셉의 과제에 비하면 다른 성직자들이 내주는 과제는 너무나 쉬웠다.
모조 악마종을 몇 마리 처치하라, 축복진을 해체 분석하고 문제를 맞혀라……. 그런 시시한 과제들이 전부였다.
아이는 김진서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서, 토큰을 보관하는 일은 본인이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토큰이 10개를 넘어서자 양 주머니와 양손을 동원하여 들고도 가지고 다니기가 벅찼다. 그러던 와중에 김진서는 토큰을 2개 더 따냈다.
“어…… 나, 나 손이 없어.”
당혹스런 얼굴의 아이가 토큰으로 가득한 양손을 보여주며 말했다. 김진서는 토큰 2개를 들고 고민하다가, 대뜸 아이의 얼굴에 그것을 내밀었다.
“그럼 입에 물어.”
“어?”
“‘아’, 해. 빨리.”
아이는 얼떨결에 입을 벌렸다. 김진서가 아이의 입에 토큰을 물렸다. 그러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좋네.”
“으아?”
“푸흐…… 그러고 있으니까 귀엽네.”
김진서가 자그맣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얼빠진 표정으로 김진서를 응시하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양 뺨을 붉게 물들였다.
나름 노려본다고 눈을 가늘게 좁힌 것 같기는 했는데, 그 마저도 김진서의 눈에는 귀엽게 보였다.
그녀는 아이의 입에 물린 토큰을 빼서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파하, 뭐 하는 거야!”
아이가 참았던 숨을 터트리며 역정을 냈다. 김진서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장난. 너 반응이 되게 재밌네.”
“안 재밌어.”
“나는 재밌는데?”
김진서가 가늘게 뜬 눈으로 아이를 내려다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아이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벅찼다. 외면해야만 하는 감정이 자꾸만 일렁이고 있었다.
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어느덧 날씨는 갰으나 걸어갈수록 길이 험준해지고 공기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여기 어디야?”
“어디든 고사장 안이겠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묻는 아이의 말에 김진서가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고사장 밖으로 나가면 전자시계를 통해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나가지 못하게 경계를 서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디든 고사장 안이라는 건 비꼬는 게 아니라 사실이었다.
“좀 추, 추운 것 같기도 하고.”
“비 맞아서 그래.”
“아닌데…….”
아이는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기이하게 생긴 잡초가 사람 키만 한 높이로 자라 있었다. 움푹 파인 곳도 있고 흙더미가 높이 쌓여 있는 곳도 있었다. 누군가 구덩이를 판 흔적 같았다. 구덩이와 흙더미 탓에 마치 무덤 같은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났다.
‘분노’와의 전투가 있기 전, 사람이 살 때에는 논이나 밭으로 쓰였던 땅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척박한 땅이었다. 토양은 얼핏 보기에도 썩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도 잡초는 산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쿠구구구…….
사각, 사각, 사각.
이따금 땅 아래가 진동하면서 기괴한 소리가 났다. 벌레가 시체를 갉아먹는 듯한 소리였다. 아이는 그럴 때마다 무서워서 몸을 떨었다. 달리 근거나 원인이 있는 게 아닌, 본능적인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김진서가 걸음을 우뚝 멈추고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왜?”
“…….”
“뭐, 뭐야.”
아이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 김진서의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공포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넋을 잃은 것 같기도 했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김진서까지 이상 행동을 하니 더 무서웠다.
그럼에도 김진서는 미동도 않고 한 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흙더미 중 가장 큰 하나를 보고 있었다.
파삭.
그녀가 보고 있던 흙더미에서 태동이 일었다. 흙먼지가 튀면서 길쭉한 팔이 지면 위로 솟았다. 이윽고 하나의 팔이 더 솟았다. 두 개의 팔이 세상 위로 나온 다음부터는 순식간이었다.
머리가 솟고, 그다음 몸이 솟고, 마침내 다리까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고사장에는 아직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땅속에 머무는 동안 묻은 흙을 닦아내려는 것처럼, 고개를 하늘로 젖히고 비를 맞았다.
“저게 뭐…… 꺄악!”
아이의 말이 끊겼다. 김진서가 아이의 옷 덜미를 잡아 끌어당긴 탓이었다.
그녀는 그대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는 키와 체구가 작아서 몹시 가벼웠다. 축복진을 그렸다. 축복의 빛이 다리를 휘감았다.
김진서는 소도진에게 배웠던 것을 다시 떠올렸다.
축복의 지속 시간을 줄이는 대신 일시적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촤악!
그녀가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질척한 흙과 빗물이 튀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떨어지지 않으려 김진서의 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데리고 근처에 있던 아무 구덩이에나 가서 몸을 숨겼다. 아이를 끌어안은 채 몸을 웅크린 뒤, 오른손으로 아이의 입을 막았다.
“조용, 조용히 해…….”
김진서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의 입을 막은 오른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이는 숨을 죽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김진서가 공포에 질려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김진서는 숨을 골랐다. 그러나 도저히 숨이 골라지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숨을 들이마셨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몸은 의지와 상관없이 떨렸다.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데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입 안에서 피 냄새가 났다.
찰박, 찰박.
악마종의 질척한 걸음 소리가 났다. 소리는 가까워질 때도 있었고 멀어질 때도 있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그때의 끔찍했던 참상이 김진서의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김진서는 저 악마종을 알고 있었다. 12년 전, 그녀의 양어머니는 저것과 똑같이 생긴 악마종에게 살해당했다. 온몸이 수백 조각으로 찢어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한 몰골로 죽었다.
저건 지금껏 숱하게 처치해왔던 훈련용 모조 악마종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었다.
“하아, 하아……!”
숨이 거칠어졌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요동쳤다. 뒤편에서는 여전히 악마종의 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나마 비가 오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악마종은 눈이 어둡고 귀와 코가 밝다. 빗소리와 비 냄새가 악마종의 귀와 코를 막아주었고, 덕분에 아직 악마종은 그들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이 도망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구덩이에서 구덩이로, 살금살금 자리를 옮겨 가면서 천천히 악마종으로부터 멀어진다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따돌리고 난 다음에는 교사와 성직자들을 부르면 된다. 전자시계를 통하면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그들을 불러낼 수 있다.
철퍽.
그러나 생각이 너무 길었다.
질퍽하고, 불길하고, 무겁고 서늘한 걸음 소리가 이미 김진서의 뒤통수까지 다가와 있었다.
차츰 가늘어지던 비는 어느덧 완전히 내리지 않게 되었다.
먹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아이와 김진서, 그리고 악마종을 비추었다. 비에 젖은 악마종의 견고하고 단단한 갑피가 햇빛에 반짝였다.
“오랜만……이야…….”
악마종은 마치 사람인 것처럼 인사를 건넸다. 쉬고 갈라진 목소리는 사람이 아닌 괴물의 것이었다. 목소리에 비해 말투는 섬뜩할 만큼 다정했다.
김진서는 아이를 안은 채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다리가 납덩이를 매단 것처럼 무거웠다.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너는…… 지, 진서…….”
악마종이 고개를 숙인 채, 김진서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악마종의 서늘한 입김이 그녀의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 * *
한수련과 여민서는 갑작스러운 도선우의 등장에 당황했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성기사과 진영에 접근하기 전부터 그들은 도선우를 상대할 계획을 세웠었다.
신성 섬광탄으로 시야를 빼앗고, 곧바로 여민서가 축복진을 충돌시켜 폭발을 일으키고, 그 틈을 타 채찍으로 목을 휘어 감고…….
누구나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는 것이다.
한수련이 실수로 신성 섬광탄이 아닌 연막탄을 쏜 순간부터 이미 도선우를 제압하려는 계획은 실패한 셈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도망을 치는 수밖에 없었다.
“못 나가게 해─!”
그러나 강대만은 그들을 도망가게 두지 않았다.
강대만의 고함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원들이 여민서와 한수련을 추격하거나, 성당 정문을 닫아 저들의 도주를 저지하려 들었다.
보급된 유탄 발사기를 들고 달리던 한수련이 여민서 쪽을 흘깃 쳐다보았다.
“어, 어떡하지?”
“몰라, 일단 뛰어!”
여민서는 손사래를 치며 일단 달렸다. 등 뒤로 강대만의 조원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아무리 중하위권이라 해도 성기사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인 만큼 달리기는 무척 빨랐다.
더구나 한수련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있었고, 여민서는 발목을 다쳐 걸음을 저는 상태였다.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이거는 무조건 잡히겠는데…….”
여민서가 말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발목에 시큰한 통증이 일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한수련만 겨우겨우 도주에 성공하거나, 혹은 둘 다 잡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여민서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상황을 파악하더니, 결의에 찬 얼굴로 신성력을 사출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끝이 화려하게 움직이며 축복진이 두 개 그려졌다.
그것을 본 한수련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야,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살 사람은 살아야지!”
이윽고 완성된 축복진이 충돌하며 엉키기 시작했다. 폭발의 전조였다.
한수련을 향해 여민서가 씩 웃었다.
“기억할게!”
“야, 야 이 미친─!”
퍼엉─!
축복진이 폭발했다.
두 사람을 추격하던 강대만의 조원들이 충격파에 나가떨어지거나,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 폭발에 휘말려 나동그라진 것은 한수련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여민서는 오히려 폭발로 추진력을 얻어, 마치 날아가듯 성당 밖으로 나왔다.
쿵.
그리고 성당의 문이 닫혔다. 한수련을 두고 먼저 나간 여민서가 닫아버린 것이었다. 그 순간부터 이미 한수련은 도주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 이…… 이 또라이……!”
기가 차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민서에게 실망한 것은 아니었다.
한수련은 애초에 여민서에게 실망할 만큼의 기대를 걸지 않았다. 지금은 배신의 아픔에 속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한수련은 눈동자를 굴렸다. 낡아서 균열이 생긴 기둥. 폭발의 여파로 흔들리는 샹들리에. 아까 강대만이 벽을 뚫다가 깨진 창문이 차례로 보였다.
창문은 높이 있어서 곧바로 뛰어 넘어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기둥에서 샹들리에로, 그리고 거기서 창문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텁.
그때, 누군가 한수련의 손목을 잡았다. 강대만의 조원이 수갑을 들고 한수련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려 하고 있었다.
“잡았─!”
“이얍!”
퍽!
한수련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들고 있던 유탄 발사기를 냅다 휘둘렀다. 단순히 위협용으로 휘두른 것이었으나, 놀랍게도 유탄 발사기는 조원의 턱에 정확히 꽂혔다.
조원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쓰러졌다. 한수련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쓰러진 조원을 내려다보았다.
“미, 미안! 미안해, 진짜로!”
그녀는 쓰러진 조원을 향해 사과하며 재빨리 성호를 그었다. 직후 축복진을 그렸다. 축복의 빛이 그녀의 다리를 휘감았다.
폴짝!
한수련이 기둥의 균열을 향해 뛰었다. 발끝을 균열에 끼워 넣어 간신히 기둥에 매달렸다. 그다음 균열에 끼워 넣었던 발끝을 살포시 빼고는, 곧바로 샹들리에를 향해 폴짝 뛰었다. 여민서가 자아낸 폭발의 여파로 샹들리에는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우와악!”
샹들리에 위로 멋들어지게 착지하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샹들리에를 잡기는 했다.
한수련은 샹들리에를 잡고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아래를 보았다. 강대만과 그의 조원들이 닭 쫓던 개처럼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수련이 반동을 이용하여 곡예하듯 몸을 샹들리에 위로 올렸다. 그리고 적당한 곳에 발을 딛고 서서 중심을 잡았다. 샹들리에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중심을 잡기가 편했다.
뭔가를 타고 오르거나, 흔들리는 곳 위에서 중심을 잡는 것은 한수련에게 너무나 익숙한 일이었다.
“후하.”
한수련이 숨을 가다듬었다. 샹들리에의 흔들림을 다시 이용하여, 깨진 창문 쪽으로 뛸 생각이었다.
나름대로 도움닫기를 하며 뛸 준비를 하던 한수련이 흘깃 밑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강대만과 그의 조원들이 자신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도선우가 보였다.
“…….”
강대만은 몸이 무겁고 둔해서 기둥을 타고 오를 능력이 없다. 그의 조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도선우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자신을 따라잡아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선우는 굳이 자신을 추격하지 않았다. 연막탄을 든 채, 그저 기이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수련은 그 기이한 눈빛이 익숙했다. 저것은 사냥감을 포착한 사냥꾼의 눈이었다.
한수련에게 사냥과 궁술을 알려준 스승이자, 그녀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남자도 사냥을 할 때마다 저런 눈으로 사냥감을 바라보곤 했다.
“그냥 보내주면 안 돼?”
한수련이 도선우를 향해 말했다. 여민서에게 전해 듣기로, 그는 주먹만 한 돌을 던져 하늘 높이 나는 새 마수를 요격한 적도 있다고 한다.
창문을 향해 뛰는 순간 도선우는 들고 있던 연막탄을 던져 자신을 맞힐 것이다. 한수련의 머리에 떠오른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었다.
“되겠냐?”
도선우가 한수련의 말에 날카롭게 대답했다. 한수련이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한 번만 봐줘.”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뛰어. 맞히게.”
도선우가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일찍이 연막탄을 던지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한수련이 한숨을 푹 쉬었다.
“아이 씨…… 몰라! 여기서 평생 살아. 시험 끝날 때까지 안 내려가.”
“그래?”
한수련이 떼를 쓰자, 도선우는 그조차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선우는 자세를 고쳐 잡을 것도 없이 그대로 연막탄을 던졌다.
그의 손을 벗어난 연막탄이 한수련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치더니, 샹들리에와 천장을 연결하는 체인을 끊었다.
“어, 야아아─!”
쿠웅—!
한수련이 비명을 질렀다. 샹들리에가 굉음을 내며 성당 중앙에 떨어졌다. 먼지가 사람 키만큼 너울너울 피어올랐다.
강대만을 비롯한 조원들은 먼지가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 팔로 얼굴을 가리느라 여념이 없었으나, 도선우는 아랑곳 않고 성큼성큼 한수련에게 다가갔다.
한수련은 낙하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착지를 잘한 건지 따로 부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뛰라니까.”
철컥.
도선우가 수갑을 꺼내 한수련의 양 손목에 채우며 말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