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14
제214화
한대호가 착지하고, 그의 외침이 건물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렸을 때. 일순간 그의 몸을 휘감고 있던 빛이 커지고 강해지더니, 마침내 1층 전역을 뒤덮었다.
마치 한대호가 거대한 빛의 파도를 일으킨 것처럼 보였다.
떨어진 한대호를 향해 단검을 겨눈 채 주춤주춤 다가오던 검은 장정들도, 그 빛의 파도를 보고 지레 겁먹고 뒷걸음쳤다.
한대호의 모습은 마치 빛을 타고 강림한 천사 같았다. 거대한 덩치와 우렁찬 목청 탓에 그의 모습은 더욱 신성하게 보였다.
“잘했다, 마유현!”
한대호는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마유현에게 말하고 있었다. 한대호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빛의 파도는 마유현의 작품이었다.
마유현은 융합 축복진에서 흘러나온 축복의 빛을 움직여 전부 한대호 쪽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 빛은 적들이 한대호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고, 더불어 어둠을 밝혀 적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마유현은 숙달된 지휘자처럼 손을 휘저어가며 빛을 조종했다.
그러한 빛 속에서 드러난 적들의 모습을, 김진서는 몸을 낮춘 채 노려보았다.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녀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빛에 의지하여 적들의 위치를 분주히 눈에 담았다. 바쁘게 움직이던 그녀의 눈이 한곳에 멈췄다.
“아니, 저건 왜 또…….”
김진서가 중얼거리며 쥐고 있던 휴대용 창을 꽉 쥐었다. 신성력을 사출하여 불어넣자, 그것은 순식간에 길쭉한 창의 형태가 되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창을 쥐었고, 왼손으로는 축복진을 그렸다. 흘러나온 빛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타앙─!
흡사 총성과도 같은 소리였다. 김진서는 축복을 응축한 힘으로 땅을 박차고 나아갔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생각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도선우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적진의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혼자 나서고,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들었다. 그러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그를 걱정할 처지도 아니었다. 도선우라면 알아서 잘 살아남을 것이고, 어쩌면 한대호와 함께 검은 장정들을 모두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걱정해야 할 것은 그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일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김진서는 도선우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걱정이나 동정 같은 뻔한 감정이 아니었다. 분노와 엇비슷한 강렬한 감정이 속에서 끓고 있었다.
“Takb─!”
푹!
김진서는 호흡을 정리하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검은 장정에게 창을 꽂았다. 장정의 입에서 터져 나오던 구호가 비명으로 바뀌었다.
창끝이 살을 꿰뚫는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창에 찔린 장정은 눈을 까뒤집고 기절했을 뿐, 죽지 않았다. 피도 흐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것이 진짜 창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창에 찔린 적이 죽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쓰러진 적을 짓밟은 채, 도선우를 보고 입을 열었다.
“야.”
도선우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무엇을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쪽을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를 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그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추종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같이 좀 가.”
그저, 그와 대등한 사람이고 싶었다. 같이 있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야 그가 이쪽을 봐줄 것 같았다.
검은 장정들은 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대호가 자세를 낮추고 전투를 준비했다. 김진서는 창을 더 굳세게 쥐었다.
* * *
“와, 씨. 하……. 아, 진짜 미친 새끼들. 피렌체는 미친 새끼들밖에 없나…….”
여민서는 뛰쳐나간 김진서를 보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사실 기회를 봐서 혼자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대호와 도선우, 김진서가 검은 장정들과 전면전을 벌여버린 탓에 도망칠 수도 없게 됐다.
섣불리 도망을 쳤다가 적에게 잡혀 인질이 될 수도 있었고, 운이 나쁘면 전투에 휘말려 다치게 될 수도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을 뚫고 지나가서 도망치는 방법도 있었지만, 도저히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 전투는 치열했다.
꾸드드득─!
한대호가 적들이 휘두른 단검을 맨손으로 잡아 구부러뜨렸다. 그러고는 빛나는 주먹으로 적의 명치를 강타했다.
주먹에 맞은 적은 꺽꺽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다가 이내 쓰러졌다. 그의 동료들이 그것을 보며 물러났다.
푹!
김진서는 창으로 적들을 찔렀다. 창에 찔린 적들은 눈을 까뒤집으며 의식을 잃었다. 그녀는 이따금 창을 휘둘러 적의 머리를 내리치기도 했다. 김진서는 마치 날 때부터 창을 들고 태어난 사람처럼 능숙하게 창을 다뤘다.
콰직!
도선우는 적의 뒤통수를 잡아서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럴 때마다 바닥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어마어마한 괴력이었다. 역시 괴력의 축복은 달랐다.
근데 아무리 괴력의 축복이라고 해도 힘이 저 정도로 센 게 말이 되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들 무시무시하다.
“……후.”
여민서는 숨을 가다듬으며 고민했다. 솔직히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다. 하나는 여기서 강대만과 함께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버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들 사이에 껴서 같이 싸우는 것이었다.
여기 숨어 있는 게 가장 안전하기는 하겠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저들 사이에 껴서 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용감한 뭐, 피렌체의 자랑스러운 학생, 성직자. 그런 명분으로 표창장을 받을 수도 있었고.
안 그래도 여민서는 시험을 망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표창장이나 추천서 하나가 급했다.
“와, 나도 이제 미쳤네.”
여민서는 이런 와중에도 돈과 이익을 계산하는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계산적인 성격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에는 좋다고 생각했다.
“씨발, 모르겠다.”
그녀가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신성력을 사출했다. 그러고는 한대호와 김진서, 도선우, 그리고 검은 장정들이 뒤섞여 있는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
그럼에도 강대만은 여전히 몸을 웅크리고 있다.
강대만이 부실 공사로 무너진 건물에 갇혔을 때였다. 그는 어렸고, 작았다. 홀로 건물을 빠져나올 힘이 없었다. 가족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대만은 천천히 무너져가는 건물에 깔리지 않으려,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았다.
‘새가 그물 치는 자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이, 스스로 구원하라.’
그때 강대만을 구하러 온 것이 한대호였다.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강대만을 무너진 건물에서 구출해 냈다.
건물 잔해를 가볍게 치워 길을 내고,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사람들을 구하는 한대호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이었다.
그가 중얼거리던 것이 잠언의 한 구절이라는 것을, 강대만은 커가면서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그는 기억력이 안 좋았지만 그 구절만은 외우고 다녔다. 운동도 시작했다. 한대호처럼 큰사람이 되고 싶었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자, 그는 정말로 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디 가서 약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아…….”
강대만은 눈을 감은 채 탄식을 흘렸다. 뛰쳐나간 한대호와 김진서, 도선우, 여민서가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소란스러웠다. 반면 이곳은 너무나 고요했다. 저들 사이에 낄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고 초라했다.
실습이나 실기고사에서는 용감한 척을 할 수 있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전사처럼 굴 수 있었다. 거기서는 무슨 짓을 해도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목숨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강대만은 죽음이 두려워서 몸을 웅크리고 숨었다. 몸은 커졌지만 그는 여전히 약했다. 겉보기에는 단단했지만 속은 여전히 물렁했다.
부실 공사 건물. 강대만은 스스로를 딱 그 정도의 인간으로 평가했다.
“강대만.’
그때, 누군가 강대만을 불렀다. 강대만은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한수련이 손을 무릎에 얹은 자세로 강대만을 지그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수련, 네가 왜 여기 있지?”
“응? 그냥 내려왔는데?”
한수련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계단에는 적들이 깔려 있었을 텐데.”
“아니, 여기에서 저기로 이렇게, 뛰어가지고. 그다음에 저기서 여기로 쭉 내려오면 돼.”
한수련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2층 난간에서 기둥으로, 기둥에서 다른 기둥을 타고 내려와 여기까지 온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은 따라할 수 없는 한수련만의 동선이었다. 한수련은 강대만 옆에 나란히 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턱을 괴었다. 그리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강대만을 쳐다보았다.
“다들 싸우네. 나는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겠던데.”
“나도 그렇다.”
강대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수련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한심하게 보이겠군.”
그가 마른세수를 하며 말했다. 한수련이 고개를 갸웃댔다.
“아니? 이게 정상이지.”
“…….”
“도선우 같은 애들이 좀 특별한 거 아닌가?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한수련이 말했다. 특별하다, 그 말이 강대만의 마음에 깊게 남았다.
“……그렇지.”
강대만은 평범했다. 늘 특별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입장이었다. 그는 특별하고 싶어서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그리고 비로소 그는 노력이라는 이름의 특별함을 갖추게 되었다.
“저들은 특별하다.”
강대만은 도선우의 용기가 부러웠다.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이겨내는, 무엇보다 강하고 특별한 용기.
평범한 그가 특별한 소양을 갖추려면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 남들보다 훨씬 굳은 의지를 가져야 했다. 이렇게 웅크린 채로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었다.
“나는 사실, 도선우를 부러워하고 있었군.”
강대만은 웅크렸던 몸을 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열등감에 그치겠지.”
그가 신성력을 사출했다. 그가 그린 축복진은 조악했고, 빛도 희미했다. 그러나 축복의 빛은 강대만의 몸을 휘감으며 차츰 진해졌다.
강대만은 축복을 잘 다루지 못했지만, 축복의 효율을 최대로 높일 수 있는 강한 육체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움직이면 향상심이 된다.”
그는 축복을 온몸에 담으며 걸었다. 걸음이 빨라졌다. 강대만은 전장을 향해 몸을 던져 돌진하고 있었다.
“스스로 구원하라아아─!”
퍼억!
그 거대한 몸이 검은 장정 하나의 몸을 쳤다. 장정이 벽까지 날아갔다. 강대만의 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했고, 그 가슴은 넓고 굳건하게 펴져 있었다.
* * *
콰직.
나는 다가오는 검은 장정들의 머리를 붙잡아 바닥에 내리꽂았다. 섬뜩한 소리가 났다.
보수의 권능을 쓴 탓에 몸에 힘이 넘치고 있었다. 나름 힘을 조절하고 있는데도 검은 장정들은 맥없이 바닥에 축 늘어졌다.
“허.”
문제는 아무리 검은 장정들을 제압하고 쓰러뜨려도, 그 수가 줄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 해치웠나, 싶으면 검은 장정들은 또 나타나서 단검을 들고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나는 숨을 골랐다. 아무리 보수의 권능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힘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힘들기보다 지루할 지경이었다.
“Takbīr!”
그때, 어디선가 고함이 들렸다.
쐐애액!
동시에 검은 장정 하나가 던진 단검이 내게 쇄도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바데의 권능을 썼다.
부웅─!
내게 날아오던 단검은 바람에 맞아 힘을 잃고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나는 바데의 바람으로 내게 단검을 던진 적의 위치를 찾았다. 그러나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푹.
“비겁하네.”
김진서가 나보다 먼저 나서서 제압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적들을 가볍게 제압해 내고 있었다.
“싸우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다!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후퇴해라!”
한대호가 외쳤다. 그는 단검을 맨손으로 비틀어 부수고, 주먹으로 적의 명치를 가격했다. 그는 적이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렸다.
“가라, 강대만!”
“우워어어어─!”
“그래, 네가 날뛰어야 내가 쉬지!”
뒤늦게 합류한 여민서와 강대만도 제법 잘 싸우고 있었다. 여민서는 얼핏 보면 하는 게 없어 보였지만, 강대만이나 한대호가 미처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한 적을 확실하게 재우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싸우는 것은 고작 다섯이었고, 적은 무수히 많았다. 그럼에도 질 것 같진 않았다. 한대호와 김진서의 존재가 컸다. 적들도 슬슬 겁을 먹고 다가오기를 주저하며 주춤주춤 뒷걸음을 쳤다.
“너무 나서지 마라! 다쳐도 내가 다치는 게─!”
한대호가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의 눈동자가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어둠 속에서 뭔가 작게 빛났다. 빛이 음산하고 불길했다.
염소 문양이었다. 남자의 목에 있던 염소 문양이 빛을 토하고 있었다. 붉고 스산한 빛은 원형으로 둥글게 흩어졌다.
이윽고 흑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남자가 직접 흑마법을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흑마법을 발동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사아아아…….
흑마법진에서 마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어쩐지 마기의 농도가 짙지 않았다. 구준혁과 싸울 때 보았던 것보다는 훨씬 가늘고 희미했다.
“마기다! 전부 입을 막아!”
한대호가 외쳤다. 그러나 마기라는 것은 입을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미 발동된 흑마법은 정화의 축복이 아니라면 막을 수 없었다.
정화의 축복이 필요한 때가 지금이었다. 나는 떨기나무조각을 들었다.
“성하연, 지금!”
곧바로 성하연에게 신호를 줬다.
촤아아악─!
그 순간, 박물관의 구석에서부터 흘러나온 찬란한 빛이 어둠을 가르고 몰아냈다. 평범한 축복진보다 훨씬 희고, 순수한 빛. 정화의 축복이었다.
우리를 향해 불길하게 다가오던 마기는 축복의 빛에 내쫓겨 흐물흐물 구석으로 몰려나다가, 이내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
검은 장정들을 지휘하던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총기는 오군의 권능으로 망가져서 쓸 수 없다. 전면전은 승산이 없다. 최후의 보루였던 흑마법조차 성하연이 쓴 정화의 축복으로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저들에게는 더 이상 승산이 없었다. 호기롭게 달려들던 검은 장정들도 전의를 상실했다.
그들은 단검을 든 채 우리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 결코 먼저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정적이 흘렀다.
“ʾXXXXhu ʾakbar─!”
그때, 선두에서 검은 장정들을 지휘하던 남자가 정적을 깼다. 목소리가 박물관을 쩌렁쩌렁 울렸다.
“ʾXXXXhu ʾakbar─!”
“ʾXXXXhu ʾakbar─!”
“ʾXXXXhu ʾakbar─!”
남자의 구호를 시작으로, 다른 모든 적들이 하나같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마치 의식을 치르는 원시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들고 있던 단검을 내려놓고, 품에 넣어두었던 총기를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펄럭.
그들이 옷을 벗었다. 몸에는 뭔가가 둘둘 둘러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은 얼핏 붕대 같기도 했고, 방탄조끼 같기도 했다.
나는 그들이 몸에 착용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건 폭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