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2
제22화
김진서는 내게 집으로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고준민과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을 내가 아니다. 나는 인근 공원에 숨어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고준민이 자백 비스무리한 말을 하는 것까지 들었을 무렵.
[도선우! 근처에 있어. 사탄교, 그놈이다!]렉바가 다급하게 말했다. 말투에 여유가 없었다.
그놈.
피렌체 자선반에 숨어든 사탄교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구석! 꺼진 가로등 옆 벤치!]렉바의 인도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
구석, 꺼진 가로등 옆 벤치.
그곳에는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체구는 그리 크지 않았고,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앞에 검은 물질로 그려진 마법진이 있었다. 흑마법진이었다.
[쫓아. 도망간다!]사탄교도 쪽에서 나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냅다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달리기가 엄청나게 빨랐다.
육상 선수인가?
실없는 의문을 뒤로하고, 나는 사탄교도를 뒤쫓아 달렸다.
“보수!”
[부름에 응한 보수. 피곤한. 제물!]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 일었다. 끓어오르는 신체의 고양감이 느껴졌지만 이전만 못했다. 보수가 피곤한 상태여서 그런 것 같았다.
망할, 제단만 있었어도!
의미 없는 후회였다. 나는 풀숲을 헤치고 울타리를 넘으며 사탄교도를 추적했다.
사탄교도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잘도 도망을 다녔다.
“후. 후. 후. 후.”
파삭, 파사삭—!
거친 숨소리. 바닥에 널브러진 나뭇가지와 마른 잎사귀가 밟혀 부스러지는 소리.
오직 그것만이 가득했으며, 그 외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벌이길 몇 분. 공원 중앙에 있는 가로수 길에 접어들었다. 나무가 많고 가로등이 적어, 다른 곳보다 훨씬 어두운 곳이다.
파앙!
그때 총성과도 같은 소리가 울렸다. 사탄교도가 도약하는 소리였다.
놈은 도약하여 나무를 올랐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며 도주했다. 속도가 무척 빨랐다. 이대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한다고, 내가 딱 닭 쫓던 개 꼴이었다.
나는 보수를 불러 얻은 괴력을 이용하기로 했다.
뿌득.
이를 악물고, 몸을 될 수 있는 데까지 수축시켰다. 허벅지와 배에 차례로 힘을 주고, 몸의 탄성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
제자리멀리뛰기를 할 때의 그 자세였다.
투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빠르게 시야를 옮겨, 검은 옷을 입은 그놈을 찾아냈다.
나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 그놈이 있는 방향으로 낙하지점을 수정했다. 보수의 권능으로 향상된 운동 신경 덕분인지, 몸이 뜻대로 잘 움직였다.
이윽고 사탄교도와 차츰 거리가 가까워졌다.
5m, 3m, 1m.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
잡을 수 있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다.
“어?”
그러나, 손이 안 뻗어졌다.
파사삭—!
풀잎이 부서지고 나뭇가지가 부러졌다. 뻗은 손은 사탄교도를 잡지 못하고, 애꿎은 나뭇가지만 쥐고 있었다.
떨어진 충격으로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나는, 나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사탄교도를 보았다.
“풉.”
놈은 나를 비웃으며 도주를 재개했다.
비웃어?
당장이라도 저놈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착지 도중 발목을 접질린 탓에, 더 이상 놈을 추격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우지끈!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손에 쥔 나뭇가지를 반으로 부러뜨려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조잡하기는 해도 얼핏 보면 창이나 다름없었다.
참고로 보수는 생전에 투창병이었다고 한다. 창을 기가 막히게 잘 던진다는 뜻이다.
나는 보수의 권능을 활용하여 창을 던졌다.
파악!
창은 놈에게 맞았다. 아니, 스쳤다고 해야 맞을까.
머리를 스친 창이 놈의 후드를 찢었고, 그의 뒷모습이 드러났다. 머리는 길지 않았으며, 뒷목에 문신이 있었다. 염소 문신이었다.
아쉽게도 사탄교도는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사탄교도의 뒷목에는 염소 문신이 있다는 것.
그나마 이거라도 알아내서 다행이었다.
[더 쫓지 않는 건가!]보수가 안타깝다는 듯 외쳤다.
그러나 사탄교도는 이미 멀리 도망가고 사라진 뒤였다. 뒤쫓아 봐야 미련한 짓이었다.
나는 곧바로 김진서와 고준민이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헌데 분위기가 영 이상했다.
내가 엿듣고 있을 때만 해도 김진서가 고준민을 추궁하는 듯한 모양새였는데, 지금은 처지가 뒤바뀌어 있었다. 오히려 김진서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나설 이유는 없었다. 나는 수풀 뒤에 은신한 채로 사태를 관망했다.
헌데 갑자기 고준민의 신체에서 우득, 우득 하는 기괴한 소리가 났다. 신체는 곧 부서지고 수복하길 반복하며 괴물의 형상을 갖췄다.
[악마종! 사탄교가 흑마법을 걸었다!]이를 보고 있던 보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악마종.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 흑마법을 걸면, 그 인간은 초월적인 힘과 함께 자제력을 잃고 욕망대로 행동하는 괴물이 된다.
사람들은 그 괴물을 악마종이라 불렀다. 문제는, 악마종이 마수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고 강한 족속이라는 것이었다.
“아, 으그윽……!”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나는 곧장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덩이 몇 개를 집었다.
아직 보수의 권능이 남아 있었다. 나는 김진서의 목을 들어 쥔 고준민의, 아니 악마종의 팔에 돌을 던졌다.
퍼엉.
돌덩이는 그대로 날아가 악마종의 팔을 잘라냈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김진서가 콜록콜록 마른기침을 토했다.
고준민이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윽.”
가까이서 보니까 생각보다 더 징그럽게 생겼다. 원래는 육탄전을 벌이려고 그랬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멀리서 돌이나 던지면서 안전하게 전투를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당장 붙어! 저놈은 내가 찢어 죽이겠다!]“아, 제발. 저거랑 닿기 싫은데.”
보수는 자신이 가장 아끼던 전사 하나를 악마종에 의해 잃었다.
그 탓에 그는 악마종을 보면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악마종 비슷한 것만 봐도 찢어 죽이겠다며 날뛰는 것이 보수였다.
나는 가장 먼저 고준민의 외형을 살폈다.
온몸이 검고 기괴한 무언가로 덮여 있었다. 성병에 걸린 듯 오돌토돌한 돌기들이 군데군데 나 있다. 의도를 짐작하기 어려운 촉수 같은 것도 있고.
여러모로 다가서기 힘든 외형이었다.
“켁, 커흑! 흐, 윽…!”
직후 김진서에게 다가갔다. 마른기침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에게, 나는 주술을 사용했다.
중급 환혹, 혼절의 주술.
상대를 4분 정도 기절하게 만드는 주술이다. 주술이 발동되자, 김진서는 고통을 잊고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이것으로 목격자는 없앴다.
“이, 이, 쓰레기 같은 연놈들. 나를, 능멸, 감히!”
고준민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다가왔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철퍽, 철퍽 하는 끈적한 소리가 울렸다.
저런 것과 육탄전을 벌여야 한다니, 끔찍하다.
이윽고 코앞에 다가온 고준민이 내게 주먹을 날렸다. 한쪽 팔이 날아간 까닭일까. 무게 중심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주먹은 너무 느려서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콰득.
나는 고준민의 느릿느릿한 주먹질을 가볍게 피하고 왼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손끝에 끈적끈적 불쾌한 감촉이 느껴졌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나는 그 상태로 주술진을 그렸다.
카각, 카가각—!
주술진에서 크고 거대한 보랏빛의 무엇인가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보기에 따라 검일 수도 있었고, 또는 도끼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검도 도끼도 아니었다. 차라리 몽둥이라 부르는 편이 나을 정도로 투박하고 거대한 날붙이였다.
주술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상대의 정신에 간섭하는 환혹 주술. 상처를 치유하는 복원 주술.
그리고 고대 부두교에서 사용했던 도구를 부두 마력의 형태로 재현하는, 재현 주술.
내가 사용한 주술 또한, 재현 주술이다.
최상급 재현 주술, 참수검.
카가각. 카가각.
주술진을 통해 나온 참수검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섬뜩하게 일렁였다.
참수검의 날은 결코 날카롭지 않았으며, 따지고 보면 무뎠다. 참수는커녕 돼지고기를 써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서걱!
그러나, 단지 휘두른 것만으로 고준민의 팔이 잘렸다.
얼핏 무뎌 보이지만, 이것은 주술진을 통해 재현해 낸 참수검이다.
수천, 수만 명의 사형수들이 이 참수검에 목이 베여 죽었다. 그들의 죽음이 참수검을 벼렸고, 그 결과 참수검은 그 무엇보다도 날카롭고 예리한 검이 되었다.
고준민은 자신의 팔이 잘렸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듯, 내게 주먹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주먹은 날아들지 않았다. 양팔이 모두 절단된 상태로 주먹을 날릴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으, 으그아악! 크르, 크르르으으!!”
뒤늦게 양팔의 부재를 깨달은 고준민이 외쳤다. 사람의 것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기괴한 목소리였다. 외침이 공원을 가득 울렸다.
“아, 크르아아아!! 크으으─”
서걱.
그러나, 그 외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고준민의 목을 베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