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24
제224화
“꺼져.”
“아, 왜! 나도 좀 나가자!”
“그럼 나가. 그리고 돌아오지 마라.”
“아니, 그 뜻이 아니잖아. 바깥 공기 좀 맡고 싶다는 거지!”
단호하게 말하면 갈 줄 알았지만, 하수영은 생각보다 집요했다.
그녀는 예배당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바깥에 나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유는 강지아 때문인데, 그녀가 하수영에게 절대로 혼자서 예배당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나가고 싶으면 먼저 나의 허락을 받으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누나가 옳은 소리했네. 나가지 말고 그냥 여기 있어.”
“며칠째 지하에만 있어서 답답해 죽겠는데.”
“그럼 애초에 집을 나오지 말든가. 아무튼 안 돼.”
“왜?”
“위험하니까.”
하수영이 달라붙어서 징징거렸지만 결코 허락은 해주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성기사단에 그녀를 데려갈 수는 없었다.
성기사단 주위에는 성직자들이 많을 것이고, 무엇보다 동부성기사단의 부름을 받은 것이 나뿐만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갔다가 마유현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일단 마유현이 하수영의 얼굴을 보게 된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하수영이 마유현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였다.
하수영에게 마유현은 어머니와 친오빠의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녀가 마유현을 보았다가 홧김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위험하긴 뭐가? 내가 길을 잃을 것도 아닌데.”
“아, 그냥 곱게 말하면 좀……!”
[꼬마야.]욱해서 화를 낼 뻔했다가, 갑자기 담 발라의 목소리가 들려 입을 다물었다. 담 발라는 어느새 신발장 위로 올라가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녀가 혀를 날름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냥 데려가는 건 어떠니?]“……안 돼요.”
[눈이 좋은 꼬마가 걱정되는 모양이구나.]눈이 좋은 꼬마. 그것이 마유현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유현은 신성력으로 눈가에 원을 그리는 독특한 축복을 구사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담 발라가 내 팔을 타고 오르며 말을 이었다.
[그거라면 걱정하지 말렴. 내가 경고를 해 두었으니까.]“…….”
[나를 믿으렴.]마유현에게 경고를 해 두었다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담 발라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뭔가 조치를 취해두기는 한 모양이었다.
담 발라의 말대로 마유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하수영을 성기사단에 데려가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라도 하수영을 소개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는 동생이나 사촌 동생 정도로 적당히 설명해 주면 의심도 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잠시 고민하며 하수영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는 처량하다고 느껴질 만큼 간절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이번만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수영이 방긋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신었다.
“지금 나갈 거지? 어차피 허락해 줄 거면서 왜 질질 끌어, 시간 아깝게.”
“너,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해.”
나는 신나서 주절거리는 하수영의 앞에 부두 마력을 사출하여 보여주었다.
“널 강제로 집에 보낼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짜증 나게 하지 마.”
“……오, 오해하지 마. 나가게 해줘서 고맙다, 뭐 그런 뜻이니까…….”
“그래.”
기어코 하수영을 데리고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하수영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감격에 찬 눈으로 하늘을 보았다.
사실 예배당은 지하인 데다가 창문도 없어서, 며칠 동안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게 느껴질 만도 했다.
마지못해 데리고 나온 것이기는 했지만, 막상 데리고 나와서 기분이 좋아진 하수영을 보니 데리고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여전히 하수영이 집을 나와서 예배당에 머무는 것은 못마땅하기는 하다.
하지만 렉바와 담 발라가 말한 것처럼, 이왕 이렇게 된 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나는 나와서 기지개를 켜던 하수영을 보았다. 하수영은 하늘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다가 힐끗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봐?”
“……아무래도 너는 안 되겠다.”
“어, 어어? 아니, 장난이었어!”
부두 마력을 다시 사출하자, 하수영이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며 말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 출발도 하기 전인데 이러고 있으니, 성기사단에 가서는 또 뭔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
담 발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근데 성기사단은 왜 가? 범죄라도 저질렀어?”
“범죄가 아니라……. 아니다, 그냥 조용히 해. 가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나는 하수영을 데리고 성기사단에 갔다. 성기사단에 같이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하수영에게는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서 시간을 때우라고 했다.
성기사단에 가서 문자와 학생증을 보여주자, 데스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벌떡 일어나서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시면 됩니다. 혹시 뭐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나를 대기실로 안내한 직원이 물었다. 나는 녹차를 달라고 했다. 녹차는 향이 좋아서, 미각을 바론 삼디에게 대가로 바친 이후로도 종종 마셨다. 나는 직원이 내온 녹차를 받아 들고, 대기실에 앉았다.
“…….”
동부성기사단이 갑자기 출석 요청을 한 이유는 짐작이 된다. 선교여행 당시 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물으려는 것이리라.
그러면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도 출석을 요청했을 것인데, 이상하게도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진서, 성하연, 강대만, 한수련……. 심지어는 한대호마저 없었다.
아직 오지 않은 건가? 아니면, 일부러 접촉할 수 없게끔 손을 써 둔 건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만일 일부러 접촉하지 못하게끔 손을 써 둔 것이라면, 단순히 그때 당시의 상황을 묻기 위해서 나를 부른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중 부두교나 사탄교의 첩자, 혹은 조력자를 찾아내기 위해 출석을 요청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추측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대기실에서 사무실로 이동했을 때, 확신으로 굳어졌다.
“반갑네, 도선우.”
그곳에는 문요셉이 있었다. 문요셉만 있는 건 아니었다. 덩치가 큰 성기사 한 명, 그리고 펜과 노트를 들고 있는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서기인 것 같았다. 그러나 문요셉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내 눈에는 거의 문요셉만 보였다.
내가 자리에 앉자, 문요셉이 책상 위로 깍지를 낀 손을 올렸다.
“짐작은 했겠지만, 선교여행 당시. 그러니까…… 현지 시각으로 18시경, 박물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묻고자 불렀네.”
“아하, 네.”
“나는 사실 앉아만 있을 거고, 질문은 옆에 있는 이 친구가 다 할 거야. 그러니 긴장할 것 없네.”
“긴장해야 하는 질문이 있나요?”
문요셉에게 물었다. 긴장할 것 없다는 말이, 내가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로 들렸다. 문요셉은 그 말로 하여금 나를 떠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보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냥 형식상 하는 말이지.”
나는 문요셉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요셉의 옆에 앉아 있던 성기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서류를 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질문지인 것 같았다. 성기사는 목을 가다듬으며 질문을 시작했다.
“박물관에 괴한이 난입했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되도록 자세하면 좋습니다.”
“괴한이 하늘에 대고 총을 쐈고, 전등이나 창문이 몇 개 부숴졌습니다. 그러다 천둥소리가 들리고, 불이 다 꺼졌습니다.”
“불이 꺼졌을 때 뭘 하고 있었나요?”
“전시되어 있던 유물 뒤에 몸을 웅크리고 숨었습니다. 유물 이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때, 나는 도취 주술을 사용할지 말지 고민하다가, 사용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오군의 권능으로 검은 장정들이 들고 있던 총을 무력화했다.
“그렇군요. 한대호 단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계속 거기에 있었나요?”
“아니요, 사태 파악을 마친 후에는 돌아다니며 다른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그때 누구를 만났습니까?”
“성하연을 만났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당시 현장에, 로마니카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아닌 다른 사교도가 있는 것을 알았습니까? 가령, 사탄교나.”
“몰랐…….”
나는 몰랐다고 말하려 했다. 알고 있는 게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뱉고 보니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성기사의 마지막 질문에는, 내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의도가 교묘하게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이따위 질문으로 내가 부두교의 교주라는 사실이 들통날 염려는 없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의 진술과 나의 진술에 어긋나는 부분이 생긴다면, 괜한 의심을 사게 될 가능성은 있었다.
지금 나는 사소한 의심조차 받으면 안 되는 입장이었다.
“……몰랐지만,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대처를 해 놓았습니다.”
“어떤 대처였나요?”
“성하연에게 정화의 축복을 준비하라고 지시해 두었습니다.”
“도선우 학생이 ‘사탄교도가 있다’라고 단언했다고, 성하연 학생은 진술하던데.”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아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아하……. 그렇군요.”
방금의 대화로, 성하연이 나보다 먼저 성기사단에 와서 진술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단 성하연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나보다 먼저 성기사단에 왔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성기사단 측에서 우리가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손을 써 둔 것은 확실하다. 결국 이들의 목적은, 우리 중 부두교나 사탄교의 조력자가 있는지 검토하려는 것이다.
정확한 목적을 알아냈다면, 질문에 적당히 대답하는 것쯤은 이제 일도 아니다.
“한대호 단장님과 같이 전투를 했다고 알고 있는데, 대단히 용감하네요. 어떻게 같이 싸울 생각을 했나요?”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성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질문지를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몸을 앞으로 내밀며 내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을 마주 응시했다.
“검은 장정들이 박물관을 나가기 직전, 보았던 풍경을 설명해 줄 수 있나요?”
“이상한 공간에 지팡이를 든 노인이 있었습니다.”
나는 로마니카교도가 교차로를 묘사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상상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거기에 부두교도가 있었던 건가요?”
“…….”
내가 역으로 질문하자, 성기사는 당황한 듯 눈을 깜빡였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옆에 있던 문요셉의 눈치를 살폈다. 솔직하게 대답을 해도 되는지 묻는 눈빛이었다.
문요셉이 눈을 질끈 감았다 뜨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부두교도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네. 어디서 그걸 들었나?”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하연이, 교차로라면 부두교일 거라고 해서.”
“정확하게 짚었군.”
톡, 톡.
문요셉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정적 속에서 건조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는 고민하는 듯 시선을 내리깐 채 입을 다물고 있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곤 다시 내뱉으며 나를 보았다. 눈동자에 빛이 없었다.
그는 무섭도록 공허한 눈으로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박물관에 있었던 로마니카교도 중에 부두교나 사탄교의 조력자가 있지 않을까 의심하는 중이라네. 아니, 부두교의 조력자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지.”
“…….”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누구일 것 같나?”
그렇게 묻는 문요셉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 * *
하수영은 카페에 앉아서, 달달한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때웠다. 핸드폰으로 아무 영상이나 틀어서 보거나, 의미 없는 웹 서핑을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 이제는 질려서, 창밖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을 지켜보며 시간을 때웠다.
금방 온다던 도선우는 벌써 1시간째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도선우를 버리고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집으로 강제 송환을 당할 것 같았다.
도선우가 무서웠던 건 아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무서웠던 게 맞기는 한데…….
딸랑─!
그때, 카페에 사람이 들어왔다. 도선우인 줄 알고 하수영은 고개를 돌렸다. 도선우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는 얼굴이기는 했다.
“아메리카노 하나랑, 그리고…….”
성하연.
성전의 주범 중 하나, 성유다. 그의 외동딸인 성하연이었다. 하수영도 성하연 정도는 알았다.
그녀는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성전이나 로마니카교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고, 도선우가 피렌체에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에는 피렌체에 다니는 유명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었다.
성하연은 음료와 케이크를 주문한 뒤,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었다. 제목이 영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책인지는 모르겠다. 음료와 케이크가 나오자, 성하연은 책을 덮고 대신 노트북을 펼쳤다. 그러고는 자판을 분주하게 두드리며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러나 각도 탓에 노트북 화면이 보이지 않았다. 하수영은 괜히 화장실에 가는 척하면서, 성하연의 노트북 화면을 보려고 했다.
“…….”
그때, 성하연과 눈이 마주쳤다. 하수영은 황급히 눈을 피하며 얼른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수영은 화장실에서 몇 분 정도를 가만히 있다가, 괜히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왔다. 눈을 마주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자리로 돌아가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왁! 뭐, 뭐야!”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하수영은 기겁하며 뒷걸음을 쳤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안 그래도 빠르게 뛰던 심장이 이제는 터질 지경으로 격하게 뛰고 있었다. 화장실 앞에서 성하연이 눈썹을 찌푸린 채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죠?”
성하연이 팔짱을 낀 채 하수영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