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부상자들은 육은형과 그를 치료하던 단원의 인도를 따라, 천막 앞으로 모였다.
나는 부상을 입은 단원들의 상태를 둘러보았다. 부상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몇 명은 상급 복원 주술을 사용해야 할 정도의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나는 그 수를 눈으로 헤아렸다.
모두를 치료하기에는 부두 마력이 조금 모자랄 것 같았다. 나는 한계까지 부두 마력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주술을 많이 사용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주님, 경미한 부상을 입은 자는 치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용병들은 어차피 부상에 익숙하니…….”
“괜찮아요. 이 정도면 충분히 하고도 남습니다. 복원 주술은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이 많은 인원을 전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은 없었다. 단원을 치료하느라 부두 마력을 전부 소진해 버리면, 나중에 로마니카교 성직자들의 공격을 방어해 내기도 힘들어질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자신이 있는 양 허세를 부렸다. 그래야만 했기 때문이다.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고 들 때가 아니었다.
“부상이 상대적으로 경미하신 분들은, 조금 나중에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상이 심한 분들 먼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나는 부두 마력을 사출하고, 복원 주술진을 그리며 말했다. 혼자서 거동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다른 단원의 부축을 받아 내 앞에 섰다.
나는 그들의 상태를 쭉 훑어보았다. 차마 누가 더 심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의 부상이 심각했다.
중상을 입은 환자들을 모아 놓자 소란스러웠다. 환자들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 때문이었다.
그들은 부축을 받아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벅찬 듯, 식은땀을 흘리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심지어는 눈동자를 까뒤집기까지 하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냥 눕혀요.”
그 모습이 보기가 힘들어서, 환자들을 눕히라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앞으로 나오라고 할 게 아니라, 내가 부상자들이 있는 쪽으로 갈 걸 그랬다.
실수였다. 너무 내 편의만 생각했다. 저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부상자들의 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단원들이 환자들을 그 자리에 눕힌 자리에 주술진을 그렸다.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 안개가 그들의 상처를 향해 꾸물꾸물 나아가다가, 이내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그들의 몸에 나 있던 끔찍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오오……!”
“기적이다, 역시……!”
경미한 부상을 입었거나, 혹은 부상을 입지 않아서 말할 여력이 남은 자들이 감탄을 토했다.
그러나 아직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는 멎지 않았다. 복원 주술은 상처를 치료해도 통증까지 경감하지는 못했다. 그들의 목에서 흐르는 신음과 비명이 귀에 거슬렸다.
“진통제 있습니까?”
“아니요, 어제 전투에서 전부…….”
육은형은 내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촤륵!
나는 추가로 부두 마력을 사출하고, 주술진을 그렸다. 복원 주술진이 아닌 환혹, 도취 주술진이었다.
강도를 낮춘 도취 주술로 저들의 고통을 잠깐이나마 줄여줄 생각이었다. 지켜보고 있던 육은형이 의아하다는 듯 다가왔다.
“교주님, 그건……. 도취 주술입니까?”
“진통제 대신입니다. 강도는 적당히 조절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하,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육은형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 역시 간부였다. 주술진만 봐도 그게 무슨 주술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도취 주술진에서 흘러나온 안개가 고통으로 한껏 찡그려진 환자들의 얼굴을 휘감았다. 환자들의 얼굴에 편안함이 감돌았고, 비명도 잦아들었다.
그러나 흐르는 신음과 비명을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강도를 낮춘 만큼 진통 효과도 낮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들이 도취 주술에 중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치료받은 환자들은 충분히 쉬게 두세요. 자, 다음.”
나는 치료를 이어갔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도취 주술을 같이 사용해 주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복원 주술만 써서 상처만 치료했다. 치료를 마친 환자들에게는 식량을 주고, 쉬게 했다.
뒤로 갈수록 환자들의 상태는 나아져서, 나중에는 하급 복원 주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끝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내 치료를 거부하는 단원들까지 나타났다.
“그래도 치료는 받는 편이 나아요. 언제 다시 또 전투를 하게 될지 모를 일이고…….”
“이 정도는 치료하지 않아도 알아서 낫습니다.”
“흉터가 남을 겁니다. 곪을 수도 있고.”
“약간의 흉터는 용병에게 훈장입니다.”
단원이 고개를 깍듯하게 숙이며 말을 이었다.
“저 말고 더 크게 다친 사람을 위해 써주십시오, 교주님.”
“……알겠습니다.”
그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데 굳이 치료를 해줄 이유는 없었다. 치료를 거부한 몇 명의 단원들 덕분에, 치료는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부족할 줄 알았던 부두 마력도 아직 여유가 있었다. 나는 단원을 챙기는 육은형과, 서로를 챙기는 단원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도 쉽게 웃음을 잃지 않았다. 단원들도, 육은형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했고, 식량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마치 가족처럼 보였다.
피가 이어져 있지 않음에도 가족처럼 지낼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가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나는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저들을 보니 내 생각이 틀렸던 것 같다.
“교주님─!!”
그때,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부근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목소리가 컸다. 말투는 다급했다. 나는 얼른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소리가 들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피부가 새하얀 여자가 누운 채 가는 숨을 토하고 있었고, 그 옆에 무릎을 꿇은 남자가 눈물을 쏟으며 오열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아, 교, 교주님! 이, 이 친구가 다쳤는데. 다친 줄 모르고 있다가, 천막에 와서……. 그게, 치, 치료가 필요합니다. 죄송합니다. 부탁합니다, 교주님…….”
“…….”
나는 누워 있던 여자를 보았다. 상태가 안 좋았다. 단순히 부상의 정도가 심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상급 복원 주술을 쓰면 아무리 심각한 부상도 치료할 수 있었다.
문제는 치료를 한다고 해서 살아날 것 같지가 않았다는 것.
이유는 두 개였다. 하나는 부상을 입은 지 오래돼서, 흘린 피가 너무 많다는 것. 복원 주술을 사용해도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될 가능성이 컸다. 다른 하나는…….
[10분.]그곳에 바론 삼디가 있었다는 것. 그는 시가를 태우며 죽어가는 여자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희미하게 일렁이는 바론 삼디의 붉은 안광을 보았다. 그리고 천막 안에 퍼지는 지독한 시가 냄새를 맡았다.
[10분 뒤에, 이 여자는 죽는다.]“교주님, 뭐 하는 겁니까! 빨리 치료를……!”
“…….”
바론 삼디가, 10분 뒤에 이 여자는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건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죽음이었다. 내가 복원 주술을 아무리 써도, 이 여자의 죽음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부두 마력을 사출했다. 누워 있던 여자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주술진을 그렸다. 주술의 안개가 여자의 상처를 감쌌다. 상처는 치료되었다.
그러나 창백하게 질린 여자의 피부에 혈색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내쉬는 숨은 차츰 가늘어지고 있었다.
“…….”
오열하며 내게 치료를 해달라고 애원하던 단원이 여자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상처가 치료되는 것을 보고 잠깐 웃음을 지었던 단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미, 살릴 수 없는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하며 부두 마력을 사출했다. 복원 주술진을 그렸다. 상급이니 중급이니, 그런 것을 가리지 않았다. 그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복원 주술을 사용했다. 그렇게 하면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야.]바론 삼디의 예언은 몇 번 틀린 적이 있다. 나는 주술진을 더 그렸다.
[나는 죽음에 대해서는 틀린 적이 없지.]주술진을 더 그렸다. 그러나 여자의 혈색은 돌아오지 않았다. 숨은 여전히 가늘었고,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가늘어지다가 결국 끊어졌다.
눈은 감겨 있었고 굳게 다문 입은 자그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죽음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고요했다.
복원 주술을 아무리 써도 여자를 살릴 수는 없었다.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마음먹은 그 순간에, 나는 이미 운명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나는 이미 죽어버린 여자의 시신에 복원 주술을 사용했다.
“……그만하셔도, 됩니다.”
지켜보고 있던 단원이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뚝, 뚝.
피눈물이 흘렀다. 눈에서 흘러나온 피가 여자의 시신 위에 떨어졌다. 새하얀 여자의 피부에 붉은 점이 새겨졌다. 부두 마력을 전부 소진한 것에 대한 부작용이었다.
나는 여자의 시신을 안고 천막 밖으로 나왔다. 멀리서 육은형이 달려왔다. 그는 매우 놀라고 또 슬픈 얼굴로, 내 품에 있던 여자의 시신을 받아 안았다.
“……죽었군요.”
“근처에 매장할 곳이 있나요?”
“시체는 보통 매장하지 않고 태웁니다.”
“그렇군요.”
나도, 육은형도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단원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동료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눈에 맺혀 있던 피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옷깃으로 그것을 닦아냈다.
가면을 쓰고, 판초를 입었다. 지팡이를 들었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 * *
쿵─!
소도진은 다가오는 교주의 모습을 보았다. 교주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가볍게 한 번 찍자, 굉음과 함께 땅이 울렸다. 온 지면이 진동했다. 진동은 성전사들이 쉬고 있던 막사 텐트를 뒤흔들 만큼 강했다.
쿠구구구구…….
“악, 이게 뭔……!”
땅이 흔들리면서 하예진이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졌다. 텐트 안에 있던 성전사들이 서둘러 나왔다. 그들은 손에 각자의 무기를 들고 있었다.
소도진은 허리춤에 채워져 있던 검집에서 검을 꺼내 쥐었다. 그러고는 넘어진 하예진을 일으켜주며 입을 열었다.
“교주다. 주술 방독면 가져와.”
“……교주.”
하예진은 소도진의 말을 되풀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술 방독면이란 일부 주술에 대해 면역을 갖도록 하는 방독면이었다. 그것을 차고 있으면 적어도 주술에 당해서 허무하게 의식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하예진이 방독면을 가지러 간 동안, 소도진은 여전히 멀리서 다가오는 교주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는 오지 않고, 천둥과 번개도 치지 않는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있으며, 물이나 불을 다루는 듯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용병단 막사에서 나온 것은 교주 혼자였다. 다른 용병단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의아했다. 교주는 날씨를 다룬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비나 바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하여 소음을 일으키고, 배후에서 몰래 기습을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교주는 너무나 정직하게 걸어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항복을 하려는 건가? 아니면 지금은 날씨를 다루는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인 건가? 아니면 단순 방심?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이었다.
교주는 지금 무방비 상태다. 축복의 힘으로 단숨에 교주의 앞까지 가서, 단칼에 교주의 목을 베면 된다.
“가져왔어요!”
그때, 하예진이 주술 방독면을 가져왔다. 소도진은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것을 얼굴에 장착했다. 그리고 축복의 빛을 자신의 다리에 둘렀다.
그는 양손으로 검을 쥔 채, 멀찍이 다가오는 교주의 모습을 숨죽여 응시했다. 하예진은 그런 소도진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잠깐, 뭐 하려는 건지 말은 좀 하고……!”
꽈앙!
그 순간, 소도진의 모습이 하예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도진이 서 있었던 땅이 움푹 파였다. 소도진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교주가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교주는 그때까지도 무방비였다. 주술의 안개는커녕 주술진을 그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까득.
소도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교주의 목을 노려 검을 휘둘렀다. 검이 교주의 목에 닿았다.
그때, 소도진의 시야가 검게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시야가 차츰 밝아졌다. 소도진이 정신을 차렸다.
방금까지만 해도 코앞에 있던 교주가 저 멀리에 있었다. 소도진은 검에 몸을 지탱하며 일어났다.
“욱…….”
그러자 구역감이 몰려왔다. 머리에 종소리 같은 것이 울렸고, 시야가 하얗게 밝아졌다가 까맣게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며 흔들렸다.
“우웨엑……!”
철퍽.
소도진은 고개를 숙인 채 구토했다. 검붉은 덩어리가 바닥에 쏟아졌다. 내장이 다 터져버린 것만 같은 뜨거운 통증이 뱃속에서 끓었다. 소도진은 그제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주술에 당한 것도, 벼락에 맞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교주에게 복부를 강하게 맞았을 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