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49
제249화
육은형이 단원들을 모아서 회의를 열었다. 성전사단과의 전투로 단원 여럿을 잃었고, 일부 시설은 아예 사용하지도 못할 만큼 파손되었다. 회의는 그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었다.
“이번 전투에서의 피해 복구에 대해. 더 나아가서는, 거점을 옮기는 것에 대해 논의하겠다.”
육은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모여 앉은 단원들을 둘러보았다. 전투 이전보다 확실히 수가 줄어 있었다.
새삼스럽게 씁쓸하고 슬펐지만 육은형은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한가로이 슬픔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단장으로서 용병단을 재건하는 데에 집중할 때였다.
“의견이 있으면 자유롭게 말하도록 해. 피해 복구에 대한 것이라면 뭐든.”
“인원 보충에 대해, 의견 있습니다.”
육은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단원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육은형이 계속 말하라는 의미로 고갯짓을 했다.
“인근 주민들 중, 희망자를 모아서─”
“안 돼.”
육은형은 단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 단원은 당황해서 잠깐 말을 잃고 육은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육은형은 무표정한 얼굴로 먼 산을 보고 있었다. 단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인근 주민들 중에는 우리 용병단에 호의적인 사람도 많습니다. 그중 몇 명만 데려와도…….”
“이번에 성전사단이 우리를 공격하러 온 이유를 잊었나?”
“…….”
단원이 육은형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육은형은 용병단을 확장하기 위해 일찍이 주민들을 용병단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교황청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불법 포교’라는 적당한 명분을 들어 성전사단을 소집했다. 다시 주민을 포섭하려고 시도했다가 성전사단이 또 쳐들어올지도 몰랐다.
“그리고, 주민들이 용병단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을 거다. 우리가 성전사단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을 주민들도 봤으니까.”
“…….”
“이전까지는 우리 용병단이 주민들을 지키는 자경단 역할을 했지. 그러나 이제는 주민들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어. 상황이 달라.”
육은형이 말했다. 단원들이 입을 다물었다. 전부 맞는 말이었다.
이전까지 육은형의 용병단이 인근 주민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던 것은, 그들이 주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도맡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교황청령에 따라 육은형의 용병단은 테러 집단과 맞먹는 범죄 조직이 되고 말았다. 주민을 포섭하는 방법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이대로 그냥 소수 정예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때, 단원 하나가 말했다. 육은형이 고개를 저었다.
“정예도 아니야. 우리는 그냥 소수다.”
“……그럼 훈련을 통해 정예로 만드는 게…….”
“훈련을 통해……. 그래, 훈련이라…….”
육은형이 중얼거리며 머리를 싸맸다.
훈련을 통해 기존 인원을 정예로 만든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으로 인원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안 됐다.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열악한 훈련은, 훈련이 아니라 노동에 불과했다.
훈련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도 문제였으며, 그 이전에 단원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였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교주님께 말씀드리면 장소를 마련해 주시지 않을까요? 머물 장소나, 훈련할 장소, 뭐든.”
“도움을 받을 염치가 없다. 명분도 없고.”
육은형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저번에 성전사단의 공격을 받았을 때, 교주는 나서서 그들을 퇴치해 주었다. 그리고 부상 입은 단원들을 치료해 주었다.
그것으로 이미 교주에게 큰 신세를 졌는데, 또 뭔가를 부탁할 수는 없었다. 염치 이전에 도움을 받을 명분이 없었다.
“……교주님은 저번에 우리 인사도 받지 않고 먼저 가셨어. 내가 교주님께 신임을 잃었다는 뜻이겠지.”
게다가 육은형은 용병단이 습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주에게 알리지 않았다가, 교주를 실망시킨 바 있다.
교주가 밤에 말없이 용병단을 떠난 것도 그와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었다. 신임을 잃은 상태에서 부탁을 해봐야 돌아오는 건 싸늘한 거절일 게 분명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육은형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육은형이 휴대폰을 꺼냈다.
분명 전파가 터질 리 없는 지역인데도 멀쩡하게 전화가 오고 있었다. 서울교단, 본부의 간부인 이진성에게 받은 휴대폰이기 때문이었다.
육은형은 발신자를 확인하고 눈을 질끈 감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교주님.”
그 말을 듣고 모든 단원들이 긴장했다. 교주에게서 어떤 일로 전화가 왔는지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육은형은 침을 꿀꺽 삼키며 교주의 대답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랜 침묵 끝에 전화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육은형 간부. 시간이 없어서 짧게 말하겠습니다.
“…….”
– 거점에 대한 것이나, 피해 복구에 대해 고민이 많겠지요. 그 부분을 제가 전부 해결해드릴 수 있습니다.
교주는 마치 육은형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다. 육은형은 괜히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주변에 교주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그러나 어디에도 교주는 없었다. 교주는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발이 빠른 단원 하나를 이쪽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이유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뚝.
육은형이 대답을 하기가 무섭게 전화가 끊겼다. 단원들은 상황을 몰라 멀뚱히 육은형을 쳐다보았다.
육은형은 아직도 얼떨떨한지, 전화가 끊기고도 한참이나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단원 하나가 용기 있게 나서서 입을 열었다.
“교주님께서 뭐라고 말씀을……?”
“어……. 그러니까.”
육은형은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여기서 가장 달리기가 빠른 사람이 누구지?”
* * *
“반가워. 실습 기간 동안 네 사수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오희진.”
“네, 도선우입니다.”
오희진이 악수를 건네며 인사했다. 도선우가 악수를 받았다. 체구는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는데, 맞잡은 손에서 한대호 단장 못지않은 힘이 느껴졌다.
인사를 건네는 태도는 여유롭지만 그렇다고 오만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첫눈에 보기에도 호감이 가는 태도와 인상이었다.
두 사람은 경기 북부 지역으로 장기 실종자 수색을 하러 가기 위해 차에 탔다. 운전은 오희진이 했다. 조수석에 앉은 도선우가 입을 열었다.
“근데 왜 사수 비슷한 역할입니까? 사수가 아니고.”
“파견 실습 기간에는 아직 사수, 부사수 개념이 없거든. 정식 성기사가 된 건 아니니까.”
오희진이 답했다. 그는 말없이 운전을 하다가, 경기 북부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올랐을 때 입을 열었다.
“아까 말 안 했는데, 북부성기사단이랑은 엮이지 마라. 성질 더러운 놈들이야. 우리 동부성기사단이랑 사이가 많이 안 좋기도 하고.”
“아하……. 조심하겠습니다. 근데…….”
도선우는 조수석 쪽 차 문 서랍에 꽂혀 있던 노트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종교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로마니카교 외에도.”
“응? 그걸 어떻게 알고……. 아, 거기 있는 노트 봤구나.”
오희진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취미로 연구하는 편이지. 적에 대해서 알게 되면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고. 너도 관심 있어?”
“……부두교에는 관심이 조금 있어서, 혼자 공부한 적도 있습니다.”
“부두교는 요즘 들어서 확 떴지. 그, 용병단 진압하다가 일어난 일 때문에. 그때 무슨 일 났는지는 알지?”
“예, 교주가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화려하게 나타났지. 뱀이며, 식물이며, 불……. 이런저런 권능을 다 썼더라고. 듣기로는 보수의 권능도 쓴 것 같던데.”
“보수……. 그건 로아의 이름인가요?”
“아……. 맞아. 이건 비밀인데, 내가 금서를 몇 개 몰래 갖고 있어서……. 하하. 남들은 모르는 걸 좀 알고 있어.”
오희진은 자랑하듯 말하고 나서, 뒤늦게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다고 후회했다. 그는 말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나중에는 그런……. 로아의 권능까지 받아칠 수 있는 장비를 만들고 싶어. 그 왜, 성유다 전 추기경님이 만든 주술 방독면 같은 거 있잖아?”
“…….”
도선우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오희진은 뒤늦게 자신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묻지도 않은 걸 말하면 꼰대라고 하던데……. 그런 고민을 하며 오희진은 입을 다물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다행히 어색한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때마침 네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안내한 덕분이었다.
두 사람 다 차에서 내렸다. 한낮이었지만 구름이 많이 끼어서 살짝 어두웠다. 바람이 쌀쌀했다. 오희진은 차 뒷좌석에서 무전기 두 개를 꺼내어 하나는 자신의 허리에 차고, 하나는 도선우에게 건넸다.
“여기, 무전. 무슨 일 있으면 이걸로 연락하면 돼.”
“알겠습니다.”
“정말 만약에 뭐……. 실종자를 찾으면 보고 전에 실종자 확보 먼저 하고, 그다음에 보고하도록 하고.”
도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기를 받았다. 그리고 각자 수색을 하러 떠났다.
오희진은 멀어지는 도선우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는 것보다 덜 말한다.’ 그것이 오희진이 가지고 있던 나름의 철칙이었는데,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왠지 모르게 도선우 앞에서는 말을 많이 하게 됐다.
“왜 좋아하시는지 알겠네.”
한대호가 왜 그토록 도선우를 편애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색에 나섰다.
* * *
오희진과 헤어진 뒤, 나는 미리 조사해둔 인적 없는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굳이 열심히 수색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미 정윤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육은형의 용병단원 하나와 함께, 삼촌이 투기 목적으로 사둔 폐건물에 있다. 건물은 ‘이성진’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사둔 것이라, 혹시라도 추적을 당할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오희진과 헤어지자마자 바로 실종자를 찾아버리면 괜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 자연스럽지도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저녁 무렵에 그녀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나는 시간을 때울 요량으로 책을 꺼내 들었다. 그때 렉바가 입을 열었다.
[꽤 많은 걸 알고 있더구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렉바는 오희진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는 아는 것이 많았다. 부두교에 대해서도 제법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았다.
훗날 로아의 권능에 대적할 장비를 만들고 싶다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위험한 사람이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거슬리는 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팔랑.
일단은 주시하기로 하고, 책장을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었다. 책을 덮었다. 이것으로 남는 시간에 읽은 책만 20권째였다.
밖을 보니 어느덧 저녁이었다. 카페를 나왔다. 그리고 정윤아와 육은형의 단원이 있을 폐건물로 갔다.
폐건물 부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깨진 가로등과 공사를 하다 말아서 골조만 남은 건물이 즐비해 있었다. CCTV조차 없었다.
나에게는 오히려 좋았다. 시간을 확인했다. 정윤아가 완전히 의식을 되찾기까지, 대략 2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넉넉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였다.
까악─! 까악─! 까악─!
푸드득, 푸드드득…….
까아악─! 까악─!
수십 마리의 까마귀 떼가, 내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까마귀들은 깨진 가로등과 건물의 골조 위에 앉아서, 미친 듯이 울었다. 우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모든 까마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모든 까마귀의 눈동자가, 무서울 만큼 새하얬다.
“……구준혁.”
푸드득!
내가 중얼거리자, 까마귀 무리 중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놈 하나가 내 앞에 착륙했다. 놈의 새하얀 눈동자가 나를 기분 나쁘게 응시했다.
그 눈동자 너머에 구준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까마귀가 부리로 날개를 정리하고는, 내 쪽을 보았다.
“반갑다! 너무나 오랜만인데.
“……말을 꽤 똑바로 하네. 힘을 좀 되찾았나?”
“그런 셈이지. 아직 너한테 비빌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비빌 수 있을 것처럼 말하네. 너는 평생 나한테 안 돼.”
“그건 나중이 되면 알 수 있겠지! 낄낄!”
까마귀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웃음소리는 들리는데, 까마귀는 전혀 웃고 있지 않아서 조금 소름 끼쳤다.
까마귀는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희멀건 눈으로 나를 응시하기만 했다.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대며 부리를 열었다.
“오랜 친구와의 인사치고는 너무 적적한데. 반기는 티라도 내주면 안 되나?”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네. 우리가 서로 반길 사이인가?”
“하긴, 그것도 그래. 그럼, 분위기도 풀 겸 재회 기념 선물을 주도록 할까!”
까마귀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까마귀가 고개를 돌려서, 내가 들어가려고 했던 폐건물 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날개로 폐건물을 가리켰다.
깨진 가로등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반응할 틈조차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 마라.”
나는 구준혁이 뭘 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아서, 다급하게 말했다. 까마귀가 나를 비웃듯 부리를 살짝 벌렸다.
“거절은 거절!”
“하지 말라고, 이 개새끼가─!”
퍼엉─!
정윤아가 있을 폐건물이 폭발했다.
“예술적인 선물이다! 낄낄!”
까마귀가 나를 비웃으며 날갯짓했다. 동시에 다른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이 하늘로 도약했다.
소보의 권능으로 번개를 부르면 저것들을 전부 태워서 없애 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건물이 폭발의 여파로 불타고 있었기 때문에.
“보수!”
나는 보수의 권능을 썼다. 그리고 불이 붙은 폐건물로 달려 들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