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87
제287화
입단 시험이 있기 전, 성유다에게 한 번 더 자문을 구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성하연을 되도록이면 만나지 않으려고, 성유다의 집이 아니라 바깥에서 만났다.
그때 성유다는 내게 지난 몇 년간의 중앙성기사단 입단 시험 내용과, 합격자 목록, 그리고 올해 면접관과 시험관의 성향 등을 전부 분석해서 건네주었다.
“중앙성기사단 시험 내용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랐습니다.”
건네받은 종이 뭉치에 어지럽게 적힌 활자들을 읽는 동안, 성유다가 말했다. 나는 여전히 자료를 읽으면서 그의 말을 들었다.
“예를 들어, 제가 시험을 칠 당시에는 사탄교 간부 ‘탐욕’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물질적 욕망보다 신념이나 소신을 중요시하는 사람을 뽑았죠.”
“아하, 그럼 이번에는…….”
“요즘에는 사교의 첩자가 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사교의 첩자를 골라낼 수 있는 예리한 안목을 가진 사람……. 말하자면 이단 심문관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뽑을 겁니다.”
성유다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교의 첩자가 들었다는 소문은 나를 두고 불거진 소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마치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말하는 그의 태도가 어색했다.
나는 계속 자료를 읽었다. 그러다가 14년 전에 치러진 중앙성기사단 입단 시험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시험도 치릅니까?”
나는 읽고 있던 자료의 어느 부분을 가리켜 성유다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14년 전, 사탄교 간부 ‘탐욕’이 한창 성당이나 피렌체를 기습하던 때. 중앙성기사단은 임기응변에 능한 자를 뽑겠다는 명목으로 가짜 사탄교 간부와의 모의 전투를 시험 과목으로 택했다는 내용이었다.
응시생들은 당연히 상대가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고, 진짜 사탄교 간부 ‘탐욕’이 시험장을 급습한 줄로 알고 전투에 임했다고 한다.
지레 겁에 질려 도망치거나, 전투를 포기한 자들은 당연히 불합격. 용기 있게 전투에 참여하거나, 사탄교 간부로 둔갑한 시험관에게 유효한 피해를 입힌 자들은 합격했다고 한다.
“사탄교나 부두교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언제나 임기응변에 능한 자를 뽑았습니다. 사교의 습격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14년 전 치러진 시험은 그런 자들을 뽑기 위한 시험이었습니다.”
“시험 내용이 상당히 폭력적인데요.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트라우마가 생기는 응시생도 있었을 것 같은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앙성기사단은 그런 걸 개의치 않아요.”
성유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고작 모의 전투로 부상이나 트라우마를 얻게 될 정도라면, 애초에 중앙성기사단에 들어온 인재가 아니라는……. 그런 마인드죠. 불합격자가 부상을 입든, 트라우마를 입든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싸이코패스 집단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유일하게 지하 감옥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성기사단이기도 하니, 감정적인 부분에 결함이 있는 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생각해보면 내가 본 중앙성기사단 출신들은 어딘가 조금씩 이상했다. 문요셉도 그렇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성유다도 중앙성기사단 출신이다.
“이번에도 14년 전처럼, 사탄교 간부와의 모의 전투를 시험 과목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사탄교의 급습이 많았기 때문인가요?”
“그것도 그렇고, 이번에는 진짜 사탄교와 가짜 사탄교를 구분하는 능력까지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사교의 첩자가 숨어들었다는 소문을 의식하고 말이죠.”
성유다는 뭔가 생각하는 듯 책상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다가 말을 이었다.
“임기응변과 예리한 안목, 두 가지를 평가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시험 과목이 없습니다.”
“하긴.”
임기응변과 예리한 안목. 그와 더불어 사탄교와 마주하고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침착함. 감정적 결여.
그 모든 부분을 평가하기에 이만한 과목이 없기는 하다. 나는 14년 전 치러졌다던 시험의 내용과 양상을 주의 깊게 읽어 내려갔다.
“아, 그리고 면접관 몇 명을 매수했습니다. 정화의 일족과 커넥션이 있는 사람들을 몇 명.”
나는 자료를 계속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유다가 말을 이었다.
“때문에 면접까지만 간다면, 거의 합격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문제는 매수하지 않은 면접관인데…….”
“그 부분은 괜찮을 겁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성유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면접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질문이라고 해봐야 뻔하디뻔한 사상검증 따위가 전부일 테니까.
나는 지난 몇 년을 로마니카교도이자 성실한 피렌체 학생으로 살아왔다. 면접관들이 형식적으로 건네는 사상검증 따위는 문제없이 넘길 수 있었다.
“……우, 우아아아악─!!”
그리하여, 나는 사탄교 간부가 급습한 시험장에서도 홀로 침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른 응시생들은 시험장을 급습한 사탄교 간부, 달리 말해 시험관을 보고 멍하니 정신을 잃거나,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몇몇 유난히 침착한 응시생만이 다가오는 사탄교 간부를 살의 어린 눈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러는 동안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먼저 살폈다. 응시생들을 인솔하던 시험관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그 자리에는 언제 두고 갔는지 모를 조잡한 대련용 무기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날이 무딘 창이나 칼, 그리고 철퇴 따위였다.
나는 창을 집어 들고, 다가오는 악마종과 마수, 그리고 사탄교 간부로 둔갑한 시험관을 노려보았다.
악마종과 마수들은 응시생들의 사정을 봐주는 듯 매우 느렸고, 무엇보다 엄청나게 허약해 보였다. 아마 전투 중 생포해서 훈련용으로 쓰는 것들이리라.
어쨌거나 구준혁이나 ‘색욕’처럼 진짜 사탄교 간부가 쓰는 악마종이나 마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
“보수.”
나는 보수의 권능을 사용하고, 창을 굳게 쥐었다. 그리고 가장 선두에 있던 악마종의 심장을 향해 던졌다.
푹!
창은 보기 좋게 악마종의 심장을 꿰뚫었다. 악마종이 검은 피를 토하며 힘없이 쓰러졌다. 나는 악마종의 심장에서 창을 뽑아 다시 들었다.
응시생들을 향해 다가오던 악마종과 마수는 내 공격에 당황했는지, 아니면 겁에 질렸는지 더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고개를 들어 시험관을 보았다. 사탄교 간부를 연기하고 있는 시험관의 얼굴에도 당황이 떠올라 있었다.
나는 가만히 벌벌 떨고 있는 악마종과 마수를 제치고 걸었다.
척.
시험관 앞에 서서, 그의 목에 창을 겨누었다.
날이 무뎌서 막대기나 다름없는 창이었지만, 그럼에도 시험관의 입장에서는 위협적일 것이었다. 나는 이 막대기로 악마종의 심장을 꿰뚫어 죽여 버렸으니까.
“시험관 맞으십니까?”
나는 내 앞에 있는 자가 시험관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한 번 더 물어보았다. 그래야 내가 진짜 사탄교와 가짜 사탄교를 구분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험관은 자신의 목에 겨눠진 창을 의식한 듯,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입단 시험을 치른 직후에는 곧바로 면접이 있었다.
사탄교 간부로 둔갑한 시험관이 연무장을 급습할 당시 겁에 질려 도망친 응시생들을 제외하고, 무기를 집어 들고 전투를 시도했거나 혹은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다른 사람들의 대피를 도왔던 자들에 한해 면접 기회가 주어졌다.
기다리는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피렌체 선배라는 자도 있었고,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하기 위해 몇 년간 계속 시험에 응시했다는 자도 있었다.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어떤 사람은 내게 면접 예상 질문지를 비롯한 여러 정보를 줄 테니, 내게도 정보를 달라고 청했다.
나는 당연히 거절했다. 같은 응시생에게 받는 정보보다, 이미 중앙성기사단에 몸을 담아본 경험이 있는 성유다의 정보가 훨씬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거절하자 상대는 언짢다는 듯 혀를 한 번 차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 교환을 요청하러 갔다.
곧 면접 차례가 되어,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았는데, 면접관들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딘지 공허한 눈으로 나를 몇 초간 쳐다보던 그들은 내 인적사항이 적혀 있을 서류를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
정적이 길게 흐르는 동안, 나는 면접관들의 얼굴을 살폈다. 면접관은 총 5명이었는데, 그중 2명이 성유다가 매수한 자였다. 일전에 사진으로 얼굴을 확인해 뒀던 덕분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입단 시험 당시, 무척 침착한 태도를 보였군요. 진짜 사탄교가 아니라 시험관이라는 것도 바로 알아채시고.”
그때 면접관의 물음이 정적을 깼다. 성유다가 매수하지 않은 쪽의 면접관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침착한 태도는 그렇다고 치고, 사탄교가 아니라 시험관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아챘습니까? 악마종과 마수까지 나타나서, 구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면접관이 물었다. 나는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어디까지나 예상하고 있던 질문이었으나, 조금은 고민하는 것이 면접관의 입장에서 신중해 보일 것 같았다.
“……악마종과 마수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상태가? 무슨 뜻이죠?”
“시험이 치러진 장소인 연무장은 중앙성기사단과 중앙성전사단의 본진입니다. 그런 곳을 급습하는데, 정작 대동한 졸개들은 약해빠진 하위종이나 어딘가 문제가 있는 결함품들뿐이었죠. 진짜 사탄교였다면 습격에 보다 공을 들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마수와 악마종의 상태만으로 구분했다는 말인가요?”
“시험장에 나타난 사탄교…… 즉, 시험관님의 분위기가 진짜 사탄교와는 달랐습니다.”
내가 대답하자, 성유다가 매수한 면접관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매수하지 않은 면접관 셋은 다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대거나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진짜 사탄교라……. 그걸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그때, 성유다가 매수한 쪽의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나는 그 면접관의 눈을 보았다. 내게 분명히 원하는 대답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가 내게 원하는 대답을 알고 있었다.
“직접 만나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 정도.”
“두 번? 언제 말입니까?”
내 대답에 매수하지 않은 쪽의 면접관들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피렌체에서 사탄교 간부 ‘시기’와 전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중앙사제단 부속 성당에서 ‘색욕’과 전투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
“기억나는군요. 최근 ‘색욕’과 마주했을 때는 악마종 처치에 기여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수된 면접관 쪽에서 바람을 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라고 답했다.
매수되지 않은 면접관들이 내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꼼꼼히 살피다가, 이내 해당 항목을 발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던 면접관들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 그들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으며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사탄교와의 전투에는 도가 텄겠습니다. 흑마법에 대해서도 좀 알고 있습니까?”
“네. 관련하여 문요셉 이단 심문관님에게 도움을 드린 적도 있습니다.”
“아, 문요셉 이단 심문관이라면…….”
면접관 중 하나가 문요셉을 알고 있는지 반색을 표했다.
문요셉은 원래 나를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내게 붙은 것이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나에게 사탄교와 흑마법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기재되어 예전에 문요셉이 내게 주었던 추천서가 이를 보증했다.
면접관들은 내게 갑자기 궁금한 게 많아졌는지, 여러 질문을 던졌다.
추천서를 적어준 한대호 단장과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동부성기사단에서 파견 실습을 할 때 어떤 실적을 쌓았는지. 입단하게 되면 다른 중앙성기사단원에 비해 턱없이 나이가 어린데, 적응을 잘할 수 있는지 따위의 질문이었다.
전부 적당히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고, 적당히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질문드립니다.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하려는, 자신만의 신념이나 어떤 목표 같은 것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할 만한 질문은 전부 다 동이 나고, 슬슬 면접이 막바지에 달했을 무렵 면접관 하나가 물었다.
“저는…….”
나는 잠시 고민했다.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하려는 나만의 신념. 목표. 명확했다.
지하 감옥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성기사단은 중앙성기사단이 유일하기 때문에. 어머니를 만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이제 나의 목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사교에서 비롯된 갈등과 전투로, 더 이상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말이 마냥 거짓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면접은 끝이 났다. 면접관들은 전부 흡족한 얼굴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