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292
제292화
삐이이이익─!
완전히 제압당한 김진서의 충격 감지 장치에서는 곧 굉음이 울려 퍼졌고, 그렇게 시험은 끝이 났다.
이어서 교사들의 인솔을 따라 도선우와 김진서는 아이덴 동산을 나왔고, 각자의 순위표가 배부되었다.
김진서는 2위, 그리고 도선우가 1위였다.
김진서는 순위표에 적혀 있는 ‘2위’라는 글자를 한참이고 쳐다보았다. 순위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시험 성적 따위는 아무려면 어떠냐는 생각이었다.
도선우를 이기지 못한 것도 괜찮았다. 어디까지나 예상했던 바였기 때문에, 아쉽거나 분하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선우에게 제압당한 그 순간. 김진서를 노려보던 도선우의 눈동자에 깃든 그 묘한 감정 때문이었다.
가학성인지 폭력성인지 모를, 위험하고 날카로운 감정.
“재밌었어.”
시험이 끝나고, 김진서와 함께 아이덴 동산을 나온 도선우가 말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빛은 선했다. 아까 보여주었던 그 위험한 눈빛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평소와 같은 도선우의 모습이었다.
분명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도선우의 모습인데…….
이상하게, 그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얼핏 보면 선하기 그지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그 얼굴이, 도선우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귀가하도록 되어 있어서, 두 사람은 그 길로 헤어졌다. 김진서는 아무도 없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선우를 떠올렸다.
그가 본심을 드러내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마주한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그토록 공격적이고 위험한 눈빛을 드러내는 모습을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네가 알고 보니 엄청 무서운 사람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거나, 설령 사교도여도, 나는…….’
‘상관없어. 그래도 좋아.’
김진서는 언젠가 도선우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네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리 위험한 사람이더라도 좋아할 자신이 있다고.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김진서는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그가 정말로 사탄교라면, 부두교라면, 아니면 그보다 더 위험하고 악랄한 무엇이라면?
오늘 보여준 그 무섭고 위험한 얼굴이 도선우의 진짜 모습이고, 평소 착하고 순진한 듯한 모습은 가면에 불과하다면?
그럼에도 그를 향한 마음이 변치 않을 수 있을까?
“…….”
확신할 수 없었다. 확신할 수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 두려웠다. 김진서는 고개를 저어서 잡념을 털어냈다.
* * *
실기 시험도 끝나고, 종합 성적이 발표되었다.
필기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에 불과했지만, 실기에서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인지 종합 성적은 5위였다. 노력에 비하면 과분한 석차였다.
내 위로는 김진서, 여민서, 마유현, 정인아가 있었다. 그중 정인아가 1위였다.
그녀는 이번 필기시험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1위를 가져갔다. 그 덕분에 실기에서 그리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는데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축하해.”
시험이 끝난 뒤에는 겨울방학식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정인아를 만나서 축하의 말을 건넸다.
“갑자기 뭐를?”
“1등 한 거. 예전부터 하고 싶어 했잖아.”
내가 말하자 정인아는 환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눈을 가늘게 좁히고는, 나를 장난스럽게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너한테 그 말 들으니까 기분이 이상한데……. 기만하는 거지?”
그녀는 방학식이 치러지는 강당의 초입에 걸린 현수막을 보며 말했다.
거기에는 이번 입단 시험에서 합격한 사람들의 명단과 그 수가 적혀 있었다. 북부사제단 입단이 확정된 사람이 몇 명, 동부성기사단 입단이 확정된 사람이 몇 명…… 이런 식이었다.
그곳에는 김진서와 성하연, 한수련의 이름도 있었다. 김진서는 북부성전사단, 한수련은 서부성전사단에 입단이 확정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성하연의 이름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더 큰 글씨로 쓰여 있었는데, 그녀가 입단한 곳이 다름 아닌 중앙사제단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하연의 옆에는 나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자선반 도선우, 중앙성기사단 입단 확정.
성유다의 도움을 받아 치른 중앙성기사단 입단 시험에서, 나는 비로소 합격이라는 성과를 거머쥐게 된 것이었다.
“야, 기만이라니. 진짜 축하하는 거야.”
“오~ 그래? 그럼 고마워. 중앙성기사단 소속 성기사님한테 축하를 다 받아보네.”
정인아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웃음이 만연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진짜 잘됐다. 설마 붙을 줄은 몰랐는데.”
“설마라니. 그럼 떨어질 줄 알았냐?”
“아니~ 그게 아니라. 혹시나 했던 거지. 이번 중앙성기사단 입단 시험은 경쟁률도 엄청 셌으니까…….”
정인아의 말대로, 이번 중앙성기사단 입단 시험은 경쟁률이 엄청나게 셌다.
다른 성기사단은 일반적으로 10:1, 아무리 세도 20: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기 마련인데, 중앙성기사단은 거의 200:1에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피렌체 재학생이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하는 것은 거의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재학 중에 중앙성기사단 입단에 성공한 사람은 성유다, 문요셉, 그 정도가 전부였다고 한다.
성유다와 문요셉조차 1학년이 아니라 2, 3학년 무렵에 입단에 성공한 것이었으니, 1학년인 내가 중앙성기사단 입단에 성공하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성유다의 도움을 받은 덕분이 크기는 하지만, 뭐. 어쨌거나 잘된 일이었다.
“좀 잘나간다고 나 무시하고 그러면 안 된다, 진짜!”
“안 그래.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
나는 정인아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했다고 해서, 정인아를 비롯한 피렌체의 인연들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다.
나는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중앙성기사단에 입단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서는 피렌체의 인연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됐다.
곧 방학식이 시작되었다. 식전에 미사와 성가를 부르는 차례가 있었고, 이후 본격적인 방학식이 시작되었다. 달리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저 평범한 방학식이었다.
방학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하교했다. 나는 정인아를 비롯한 몇몇 아는 얼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곧장 예배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성유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유다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예, 접니다. 그저께 입단이 확정됐습니다. 조만간 그리로 가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남기고, 성유다의 대답조차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는, 오직 통보를 위해 건 전화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예배당으로 돌아가면서, 이후의 계획을 다시금 떠올렸다. 입단이 확정된 것은 그저께지만, 입단식을 치르고 공식적인 중앙성기사단의 일원이 되는 것은 내년 2월 무렵.
그때부터 본격적인 계획은 시작될 것이었다. 지하 감옥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계획.
* * *
겨울방학 기간 동안, 나는 예배당에 틀어박혀 있었다. 연구할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미완의 연구기록을 성유다로부터 전해 받았다.
아버지는 타인의 감정과 의지, 통틀어 말하자면 정신을 지배하는 주술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어쩌면 주술로 타인의 기억에 간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
그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노아의 방주였다. 노아의 방주는 누군가의 기억을 저장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했고, 나는 그곳에서 아버지의 기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원하던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방적인 기억의 전달이 아닌, 상호간의 기억을 교환하는 것. 말하자면, 완벽한 기억의 공유.
그것이 아버지가 주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인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주술을 완성하기 위해 예배당에 틀어박혀 연구를 계속했다.
이론적인 부분은 얼추 알 것 같았다. 나는 포토미탕, 역행의 지팡이를 통해 역주술을 다룰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만들어낸 주술인 ‘기억 주입’을 역주술로 바꾸면 타인의 기억을 읽어내는 것은 물론, 완벽한 기억의 공유 또한 가능할 것 같았다.
“쉽지 않네…….”
문제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나는 역주술은 물론, 아버지가 만들어낸 주술인 ‘기억 주입’조차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그러니 기억 주입의 역주술을 구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명준이 일생을 바치고도 완성하지 못한 주술이다. 쉽게 완성될 리가 없지.]“그렇겠죠.”
나는 렉바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재였던 아버지조차 완성하지 못한 주술이다. 그런 것을 내가 고작 몇 주 만에 완성할 수는 없었다.
그토록 어려운 일인 만큼, 나는 더욱 포기하지 않고 주술을 연구하는 데에 전념했다.
그렇다고 내가 아버지의 주술을 완성하는 데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었다.
당장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주술, 이를테면 ‘혼절’, ‘기억 분쇄’ 등의 주술을 연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로아의 권능을 연습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독서도 꾸준히 했는데, 주로 주술에 대한 문헌을 읽었고, 남는 시간에는 주술과 관련이 없는 책도 읽었다.
주로 로마니카교와 중앙성기사단의 역사에 관한 책이었고, 일반 역사나 철학 등의 교양을 다루는 책도 읽었다.
“교주님.”
강지아가 나를 찾아온 것도 내가 독서를 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녀는 양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내게 꾸벅 인사를 하면서 다가왔다.
그러고는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때 나는 군주로서 통치하는 법이 저술되어 있는 금서를 읽고 있었다.
“좋은 책을 읽고 계시네요. 재미는 있으신가요?”
“재미로 읽는 건 아닌데, 그럭저럭 재밌네요. 누나도 이거 읽었어요?”
“네, 한 번 읽었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건 그렇고, 아까까지 주술을 연구하고 계시지 않았나요?”
“네. 끝내고 읽고 있었어요.”
“쉬지는 않으십니까?”
강지아가 물었다. 나는 강지아를 향해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쉬면 마음이 불편해서요.”
휴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일의 능률을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 불안을 느꼈다. 멍하니 쉴 시간에 뭐라도 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주술 연구를 하거나, 로아의 권능을 연습하면 몸이 상할 게 분명했다.
그리하여, 휴식의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독서였다. 독서를 하면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동시에, 주술 연구로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어요?”
나는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물었다.
“경상교단의 육은형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교주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듯합니다.”
“육은형이……. 정확히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강지아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용병단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어떤 용병단이요?”
“……잘은 모르겠지만, ‘까마귀’인 듯합니다.”
‘까마귀’. 까마귀 용병단. 일전에 구준혁이 피렌체를 공격했을 때, 구준혁을 도와 교문을 점거했던 그 용병단이었다.
용병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자자한 용병단이라고, 저번에 육은형에게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얼른 휴대폰을 들어 육은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그는 바로 받았다.
─네, 교주님. 육은형입니다.
“까마귀 용병단과 갈등이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안부 인사나 서론은 걷어내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화 너머로 잠깐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헛기침 소리와 함께 육은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접 만나 뵌 다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 본부 예배당이십니까?
“네. 언제쯤 만나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그럼…….
뚝.
육은형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어지간히 급한 일인 모양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