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
제3화
근육은 일찍이 한계에 달했다. 무릎 관절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숨은 턱 끝까지 찼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 상황. 그러나, 그 상황에서도 나는 달리고 있었다.
관절이 모조리 박살이 나더라도, 근육이 찢어지고 끝내 파열하더라도. 나는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내 시선은 오직 하나만을 쫓고 있었다.
내가 던진 추.
한창 포물선을 그리며 날던 추는, 이윽고 급격한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나는 추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잡을 수 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이는 추측을 넘어선 확신이었다.
파악─!
그리고, 추를 잡았다.
정확히는 잡았다가 놓쳤다. 추를 잡은 순간 힘이 턱 풀려버렸다.
이유는 단순했다. 보수의 권능, 괴력이 효력을 다한 것이다.
“……아.”
[미안하다. 반년간 제물을 먹은 적이 없어서 그런가, 힘이 달린다.]풀이 죽은 보수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윙윙 울렸다. 그 목소리는 점차 멀어졌다. 보수의 권능인 괴력도 차츰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잊었던 고통이 뒤늦게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다리는 움직일 수조차 없이 아프며, 관절은 당장이라도 부러질 듯이 시큰하다.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진다.
[제단이 없으니 부작용도 심하구나. 저런, 딱하기도 하지. 꼬우면 얼른 제단을 찾도록 해라.]렉바가 놀리듯 말했다. 나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망할. 제단은 왜 잃어버려가지고. 하필이면 훔쳐도 제단을 훔치냐. 도대체 어떤 새끼가 훔쳐간 거야. 잡히면 죽인다, 진짜.
실없는 후회와 원망. 그것으로 의식은 끊겼다.
* * *
사람은 저마다 갈망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으며, 권력일 수도 있다.
그러한 갈망은 모두 하나의 감정에서 비롯된다.
우월감.
배성현의 인생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 이보다 정확한 단어는 없었다.
승리하고, 쟁취하며, 자신보다 못한 이들을 짓밟고 경멸하며 나아가는 삶. 그는 언제나 우월감을 원동력으로 살아왔으며, 또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축복의 활용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회복력 강화의 축복으로…….”
추를 던지고 자리로 돌아왔을 때, 김복동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배성현을 칭찬했다.
배성현은 김복동의 말을 거의 듣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우러러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더, 나를 칭찬해라. 더, 나를 우러러보아라. 더, 더!
차오르는 미소를 숨기며, 배성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는 볼 것도 없었다. 자신의 압도적인 기록을 깰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대개는 50m조차 넘기지 못했으며, 비교적 잘하는 아이들조차 200m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누구 하나, 배성현을 위협할 만한 인물은 없었다.
단 한 명을 빼고.
“제가 사용할 줄 아는 축복이 이거 말고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머저리인 줄 알았다. 자격도 없이, 그저 운으로 피렌체에 합격한 멍청이들.
다른 놈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아니, 오히려 다른 놈들보다 더 열등하고 멍청한 종자.
그저 그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추를 잡으러 달려 나갔을 때. 배성현의 생각은 바뀌었다.
그가 달리는 모습은 흡사 황소였다. 목표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하는 황소. 아니, 속도로 보자면 치타라는 표현이 맞을까.
도선우는 실제로 추를 잡아, ‘특수 조건’을 만족하여 만점을 받을 뻔했다. 실수를 하여 결국에는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지만.
‘아니, 아쉽게가 아니지.’
배성현의 입장에서는 ‘다행히’였다.
“저런. 기절했나.”
김복동이 운동장 바닥에 엎어진 도선우를 향해 달려 나갔다. 다른 아이들은 김복동이 없는 틈을 타 키득키득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쟤는 왜 되도 않는 짓을 하냐.”
“그니까. 그냥 던졌으면 5등은 했겠다.”
“멍청한 거지, 뭐. 자만했거나.”
그런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배성현은 부아가 치밀었다. 도선우는 추를 잡을 뻔했다. 결과적으로 잡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실수만 아니었더라면 넉넉히 추를 잡아냈을 것이다. 배성현의 순위는 2위로 밀려났을 것이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다음에는 질 수도 있어.’
이번에는 운 좋게 도선우가 실수를 범해주었다. 그러나 다음에도 실수를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음 체력 시험에서는 질 수도 있다.
아니, 반드시 진다.
도선우의 힘은 객관적으로 보아 자신보다 위였다.
그리 생각하자, 배성현의 머릿속에 한동안 잊었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열등감.
우월감의 이면에 그림자처럼 드리워, 남몰래 문득 고개를 내미는 감정. 배성현이 제일 싫어하는 감정이자, 다시는 느낄 일이 없으리라 자부했던 감정이었다.
* * *
도선우는 운동장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었다. 김복동은 그런 그에게 다가갔다.
도선우는 누운 채로 끙끙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기절을 한 것 같지는 않았다.
“괜찮나?”
“아, 윽……. 예, 괜찮습니다.”
도선우는 후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섰다. 척 보니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근육 일부는 파열되어 멍이 들기 시작했으며, 무릎 관절도 조금 뒤틀린 것 같았다. 웬만한 사람은 일어날 수조차 없는 부상이었다.
김복동은 허공에 축복진을 그려 도선우에게 사용했다.
“중급 치유의 진이다. 완치는 안 되겠지만, 통증 완화는 될 거야.”
“감사합니다.”
“기록은 83m, 전체 1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그래, 그럼 보건실부터 가라.”
도선우는 터덜터덜 보건실로 걸음을 옮겼다.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김복동은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런 부상을 입고 끝끝내 몸을 일으킨 것도 놀라웠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거의 성공할 뻔했단 말이지.’
피렌체의 역사를 통틀어, 체력 시험의 ‘특수 조건’을 만족하고 만점을 받아낸 학생은 둘.
하나는 교황의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김복동 본인이었다.
김복동이 피렌체 학생일 시절, 그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축복을 사용하여 겨우겨우 ‘특수 조건’을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
헌데, 도선우는 하급 근력 강화의 축복만을 가지고 그것을 성공할 뻔했다.
축복에는 재능이 없을지 모르겠으나, 신체 능력만은 타고났다는 뜻이었다.
아니, 타고났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하여도 모자람이 없었다.
“이것으로 체력 시험을 마친다. 1위 배성현, 2위 구준혁, 3위 정인아. 그 이하는 각자 확인하도록 해라. 성적은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이상, 교실로 돌아가.”
김복동은 학생들을 교실로 돌려보냈다.
모래 먼지가 자욱한 운동장의 한가운데에서, 자선반 학생들을 떠올렸다.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인 배성현. 안정적으로 2등을 거머쥔 구준혁. 신체 능력은 약하지만, 축복 활용 능력을 타고난 정인아.
다들 저마다의 재능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었으나…….
역시, 김복동의 뇌리에 제일 또렷이 각인된 것은 도선우였다.
* * *
“계단에서 굴렀니? 아니면 뭐, 옥상에서 뛰어내렸어?”
“아뇨, 체력 시험 보다가.”
“체력 시험? 으이구, 거짓말을 할 거면 좀 그럴듯하게 하지.”
“진짠데요.”
“그래그래, 알겠어. 일단 당장 부상은 치료했고, 한동안 격한 운동은 하지 마. 알겠지?”
보건 교사는 체력 시험을 보다 이렇게 됐다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마지못해 믿어 주겠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래도 치료는 확실하게 해줘서 불만은 없었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 내내 조용하던 렉바가 입을 열었다.
[권능을 사용할 때는 몸을 생각하고 써라. 제단이 없는 지금은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해.]퉁명스러운 말투였다. 렉바 나름대로 나를 걱정하고 하는 말이었다.
“다음부터 안 그러면 되죠.”
[다음에 또 그러면 정말 몸이 망가질 거야. 스물이 되기도 전에 죽을 생각이냐.]“에이, 이 정도는 괜찮아요.”
로아의 권능은 그 압도적인 효능만큼 부작용도 강하다. 보수의 권능은 그나마 부작용이 약한 편에 속했다.
다른 로아의 권능은 보다 강하고, 광범위하며, 동시에 부작용도 심하다.
제단을 통해 제물을 바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그 위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제단을 도난당한 지금으로서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이윽고 교실 앞에 다다랐다. 종례가 한창이었다.
“아, 왔네요. 반장은 도선우 학생한테 내 말 전달해주고. 요즘 근처에서 납치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해요. 다들 조심히 들어가고, 밤늦게 놀지 말고. 알겠죠?”
담임 교사 하예진은 그렇게 말하고 교실을 나갔다. 다들 가방을 메고 우르르 하교했다.
배성현은 가정 통신문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알아서 읽어.”
그는 내 책상에 가정 통신문을 대충 던져 놓고는 그대로 하교했다.
입가에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위선적이었고, 말투는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적개심이 서려 있었다.
[쟤는 또 왜 저러냐?]“…….”
나도 잘 모르겠다.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조금은 으스스하고 스산한 골목.
조금 걷다 보니 언제나처럼 앉은뱅이 노인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지갑을 꺼내 만 원 지폐를 깡통에 넣어주었다.
[아주 돈이 남아돌지?]“이 정도는 괜찮잖아요.”
[팔자도 좋다.]렉바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는 대답 없이 그냥 웃었다.
나는 결코 돈이 많지 않다. 그러나 겨우 이 정도 적선을 아깝게 생각할 만큼 궁핍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른 분들은 별일 없어요?”
[참, 그러고 보니 바론 삼디 그놈이…… 아, 이런.]그렇게 한창 렉바와 대화를 하며 걷던 도중, 렉바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이는 둘 중 하나였다.
첫째, 렉바가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거나.
둘째, 주위에 사람이 있거나.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웬 여학생이 반대편에서 나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다.
곱슬기가 있는 갈색 머리칼이 햇빛에 닿아 빛났다. 피렌체 교복. 가슴팍에 ‘정인아’라고 적힌 이름표가 달려 있다.
정인아.
같은 반이자, 오늘 체력 시험에서 3등을 차지했던 그 학생이다.
“누구랑 얘기하고 있던 거야?”
정인아가 맑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모골이 송연해졌다.
내가 렉바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대개 나를 미친놈이라 생각한다.
생각만 하면 다행이다. ‘도선우가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라’ 하는 소문을 내기도 한다. 그럼 학교생활 바로 망하는 거다.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말을 잘해야 한다.
“그, 기도를 좀.”
“아……! 혹시 방해했어, 내가?”
정인아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로마니카교가 국교로 제정된 대한민국에선, ‘기도’나 ‘성서’ 등을 들먹이면 상황을 적당히 잘 무마할 수 있었다.
다년간 거짓말과 변명으로 위기를 넘기며 쌓은 지혜이자 꼼수였다.
“아니야, 괜찮아.”
“진짜 미안……. 기도하고 있는 줄 몰랐어. 걸으면서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인아가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풀썩 떨궜다. 다행히 내 말을 믿어주는 듯했다.
단순한 추측일 뿐이지만, 무척 순진한 성격 같았다. 이런 단순하고 조잡한 거짓말에도 잘 속아 넘어가는 것을 보니.
“집이 이쪽이야?”
잠깐 풀이 죽었던 정인아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 내게 질문했다.
“응.”
“그래? 나랑 같네. 같이 가자.”
그러고는 자연스레 내 곁에 따라붙었다. 나도 모르는 새, 정인아와 내가 나란히 걷는 모양새가 되었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같은 반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초면이었으니 당연했다.
“근데, 아까 그 사람한테 돈은 왜 준 거야?”
침묵을 깬 것은 정인아였다.
“그 사람? ……아, 그 노인분?”
“응.”
나는 잠깐 고민했다.
“불쌍한 것도 있고, 만 원 정도는 드려도 문제없을 것 같아서.”
“저 사람 장애인 아닌데. 수금 끝나면 바로 일어나더라. 저번에 뛰어서 버스 잡는 것도 봤어.”
“그래?”
나는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래도 불쌍해?”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
저 사람이 정말 장애인이든, 아니면 장애인인 척하며 구걸을 하는 사람이든 내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돈이 궁하면 저렇게까지 할까, 그런 생각만 들 뿐이었다.
정인아는 그런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바라보았다.
“너 혹시 호구…… 아니, 착하다는 소리 많이 듣겠다.”
“호구?”
“아니, 말이 잘못, 아무튼.”
정인아는 허둥대며 말을 주워 담았다.
“그, 체력 시험! 되게 인상 깊더라.”
그러고는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
“그래?”
“응. 설마 그걸 도전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거든. 솔직히, 자기가 던진 추를 자기가 받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상식적으로.”
“그렇긴 하지. 나도 결국은 실패했고.”
나는 맞장구만 쳐주었다.
“성공할 뻔하긴 했잖아. 나는 시도도 못 하겠던데. 내가 운동을 잘 못하거든.”
“그래도 3등이면 엄청 잘했네.”
적당히 칭찬하자, 정인아는 머쓱하면서도 내심 기쁜 듯 수줍게 웃었다.
“……고마워!”
정인아가 어색하게 감사를 표했다. 칭찬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녀는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타입이어서, 흘깃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짐작이 됐다.
그 뒤로 잠깐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것은 역시나 정인아였다. 그녀는 어색한 분위기를 한시도 견디지 못하는 듯했다.
“그은데, 너는 왜 피렌체 온 거야? 용병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힘이 세서.”
“나?”
용병.
악마종을 처치한다는 점에선 성직자와 같으나, 급여를 받는 방식에서 궤를 달리한다.
성직자는 교황청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반면, 용병은 의뢰자로부터 건당 보수를 받는다.
신성력에 재능이 없으나 신체 능력이 탁월한 경우, 대개 용병 아카데미를 선택한다.
그러나 내 목적은 고위 성직자가 되어 어머니와 만나는 것. 그것을 위해선 용병이 아니라 성직자가 되어야 한다.
물론 사실대로 말할 생각은 없다.
“부모님 영향을 조금 받았지.”
“아, 부모님도 성직자셔? 두 분 다?”
“한 분은 순교하셨어. 성전 때.”
따지고 보면 거짓말은 하나도 없는 이야기다.
내가 갑작스레 가정사를 불어댄 탓에, 정인아는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 그런 얘기 나한테 해도 돼?”
“부끄러운 일도 아니니까.”
“응, 그렇지. 그렇기는 한데…….”
부모님이 성직자로서 순교하였다는 건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일이다.
입학시험 성적이 저조했던 내가 피렌체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이것 덕분이다. 순교 성직자 자녀 특혜라나.
애초에 진짜 가정사도 아니고, 위장 신분으로 만들어진 가짜 가정사다. 이진성 삼촌이 불철주야 고생하며 만들어준 위장 신분.
어쨌거나, 누구에게 말해도 별문제가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너는 왜 피렌체 입학했는데?”
나는 예의상 되물었다.
정인아는 우물쭈물하며 입을 뻐끔거리다, 이내 결심했다는 듯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 나는……. 동생이 사이비 교단에 납치돼서 아직도 실종 상태야. 성직자가 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인아가 슬픈 얼굴로 대답했다. 생각보다 사연이 깊었다.
괜히 마음도 찔렸다. 부두교 역시 사이비라면 사이비였으니까. 납치 같은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지만.
“사이비? 어떤 종굔데? 사이비도 종류가 많잖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물어봤다.
“응, 그중에서 가장 악질적이고, 잔인하고…… 그런 곳이야. 유명해.”
정인아는 그렇게 말하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목에는 가느다란 핏줄이 서 있었다.
동생을 납치한 사이비 교단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이윽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 웃음이 도리어 정인아의 분노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부두교라고…… 알지?”
정인아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