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10
제310화
단장은 잠에서 깨어났다.
“…….”
정신이 들자마자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지하 감옥에는 시계가 없었기 때문에, 이 안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머리가 아팠고, 의식을 잃기 전의 기억도 분명하지 않았다. 단장은 그저 깜깜한 암흑 속에서 하염없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그는 도선우를 찾고 있었다.
단장은 도선우를 걱정하는 한편 의심했다.
자신이 의식을 잃었으니, 도선우도 당연히 의식을 잃었을 것이며, 그러므로 얼른 도선우를 찾지 않으면 그의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는 걱정.
그러나 만일 의식을 잃은 것이 자기 혼자라면, 범인은 도선우일 것이라는 의심.
한참 눈동자를 굴리던 단장은 마침내 도선우를 찾아냈다. 그는 단장과 마찬가지로, 의식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도선우는 멀리 있지도 않았다. 단장의 바로 옆에 있었다. 그가 착용하고 있던 주술 방독면은 부서져 있었다.
“도선우 성기사! 도선우!”
단장은 도선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깨웠다.
지하 감옥에서는 가끔 이런 일이 있었다. 지하 감옥은 말 그대로 지하 깊숙한 곳에 박혀 있는 감옥이었다.
수감자들의 탈옥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은 매해 강화하면서도 간수들을 위한 환경은 아무것도 구축해놓지 않았다.
때문에 그곳에서 간수들은 뼈까지 녹아버릴 듯 높은 온도와 희박한 산소를 견디며 수감자들을 관리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못 버티고 의식을 잃어버리는 간수들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하 감옥에 익숙하지 않은 초짜들의 이야기였다. 도선우라면 몰라도 단장까지 의식을 잃는 것은 이상했다.
단장은 의식을 잃은 도선우를 잠시 두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기묘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 또 보자!”
단장은 그 희미한 목소리의 근원을 따라갔다. 누구인지는 알 만했다.
지하 감옥에 수감된 자들은 모진 고문을 견뎌내야만 했다. 고문을 당하고 난 뒤, 보통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미쳐버린다.
그러나 아무리 모진 고문을 당해도 태연하게 입을 여는 미친놈이, 이 지하 감옥에는 있다.
지하 감옥에 수감된 자들 중에, 가장 흉악한 범죄자. 사교와 내통한 혐의도, 내란을 모의한 혐의도 아니다. 그는 그냥 사교(邪敎) 그 자체였다.
또한 내란을 모의한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내란을 일으켜서 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마워! 또 보자! 고마워! 또 보자!”
“…….”
구준혁.
사탄교 ‘시기’, ‘오만’의 간부. 그는 몸이 없었고 오직 머리만 남아 있었는데, 그럼에도 살아 있었다.
살아 있는 것으로 모자라, 태연하게 간수들에게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이따금 흑마법을 써서 간수들을 재우고 탈옥을 시도하기도 했다.
“고마워! 또 보자!”
“……제발 그 입을 좀 다물었으면 좋겠는데.”
“고마워!”
간수와 이단 심문관, 그리고 고문 기술자들은 그의 눈알을 뽑기도 하고, 혀를 잘라냈다. 뇌를 건드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구준혁의 몸은 기괴하게 생긴 촉수와 함께 다시 자라났다. 불, 전기, 성수, 은탄.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고문 수단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구준혁의 입을 다물게 하는 데에는 끝내 실패했다.
“…….”
단장은 자신과 도선우가 의식을 잃은 것이, 구준혁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장은 도선우와 구준혁이 피렌체에 있을 적에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도선우는 구준혁이 단지 사건에 의해 실종되었다고 알고 있으며, 테러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즉, 구준혁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친구인 도선우에게 알리고 싶어서 흑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단장님?”
그때, 그의 뒤로 목소리가 들렸다. 단장은 고개를 돌렸다. 의식을 잃었던 도선우가 어느새 깨어나 있었다.
그는 아직 정신을 다 차리지 못한 건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아니, 그냥 눈이 부은 건가? 어쨌든 도선우는 의식이 명확한 것 같지 않았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구준혁이 살아 있고, 또 그는 사실 사탄교도였으며, 그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도선우가 알아서 좋을 게 없었으므로.
단장은 도선우의 정신이 아직 멀쩡하지 않은 틈을 타서, 그를 얼른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정신을 잃었나?”
단장은 아무렇지 않은 척 도선우에게 물었다. 도선우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니야, 지하 감옥에서 정신을 잃는 간수들은 많아. 원체 덥기도 하고, 가끔 수감자들이 주술이나 흑마법 같은 걸 부릴 때도 있거든. 아무래도 사교와 관련된 자들이 수감되는 곳이니까.”
“아…….”
도선우는 어렴풋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던 길이나 마저 가자. 여기 오래 있다가는 또 쓰러질지도 모르니까.”
단장은 그렇게 말하며 도선우를 북부성전사단장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정확히는 전(前) 북부성전사단장이었다.
지하 감옥에 갇힌 그의 몰골은 참혹했다. 얼굴은 퉁퉁 부어서 이목구비를 분간하기가 어려웠고, 손톱도 전부 뽑혀 있었다.
헐벗은 몸에는 피 칠갑이 되어 있었으며, 내뱉은 숨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처럼 가늘었다.
단장은 북부성전사단장이 아닌, 도선우의 반응을 살폈다. 북부성전사단장을 보던 도선우가 얼굴을 찡그렸다. 북부성전서단장의 참혹한 몰골을 보고 비위가 상한 것 같았다.
단장이 웃으며 도선우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지하 감옥은 필요에 따라 수감자를 고문한다. 물론 외부에는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되는 극비 사항이지.”
“…….”
“이 놈은 여기 있는 수감자 중에서는 가장 상태가 나은 편이야. 아무래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단장이 말했다. 도선우는 북부성전사단장의 모습을 계속 쳐다보았다. 북부성전사단장은 오랜 고문으로 정신과 신체 모두 쇠약해져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침을 뚝뚝 흘리며, 몸을 바들바들 떠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대충 그러한 말을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하염없이 중얼거리고만 있었다.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나?”
단장이 물었다. 도선우는 북부성전사단장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이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괜찮은 생각이야. 근데 그럼 아까는 왜 놀란 거야?”
단장이 물었다. 도선우는 북부성전사단장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분명히 놀랐다. 인간이 아닌 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는 인간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도선우는 단장의 물음을 듣고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를 악물었다. 턱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나 움찔거렸다.
도선우는 실핏줄이 도드라진 눈으로 북부성전사단장을 죽일 듯이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상태가 너무 멀쩡했기 때문입니다.”
“…….”
“이런 놈들은 차라리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죽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도선우의 눈동자는 분노에 차 있었다. 그곳에는 어떤 자비나 공포, 죄책감 같은 것이 없었다. 단장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지하 감옥에 있는 북부성전사단장과 접견하는 일은 끝났다. 둘은 지하 감옥을 나왔다.
“고마워! 또 보자! 고마워! 또 보자!”
구준혁의 목소리가 지하 감옥에 어렴풋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 *
단장은 도선우가 간 뒤, 지하 감옥에 다시 찾아왔다. 자신과 도선우가 의식을 잃었을 때, 혹시라도 탈옥한 수감자가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단장은 지하 감옥에 있는 성직자 한 명과 함께 지하 감옥을 돌아다녔다. 지하 감옥에서는 여전히 악취가 났고, 수감자들의 힘없는 신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고마워! 또 보자!”
그리고 구준혁의 목소리는 그때까지도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단장은 지하 감옥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탈옥한 수감자는 없었다. 모두들 그 자리에 있었다.
몇몇 수감자는 고문과 열악한 지하 감옥의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죽어버린 것 같았지만, 그건 단장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단장은 지하 감옥을 나왔다. 그리고 동행한 성직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접견은 어땠습니까? 나이가 어린 친구라, 충격을 꽤 받았을 것 같은데요.”
성직자가 단장에게 물었다. 그가 말한 ‘나이가 어린 친구’는 물론 도선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단장은 고개를 저었다.
“충격은 무슨. 아무렇지도 않던데? 게다가 교육이 아주 잘되어 있었어. 요즘 애들은 다 이런가?”
“그 친구가 조금 특이한 것 아닙니까? 제가 그 나이 때는 악마종은커녕 벌레도 못 잡았습니다.”
“그래? 하긴, 조금 특이하기는 하지.”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 *
이진성과 강지아, 안나는 예배당에서 자고 있을 하수영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장을 보기 위함이었다.
도선우가 예배당으로 돌아왔을 때를 대비해서 많은 걸 샀다. 음식을 할 재료를 사고, 필요한 몇 가지 생필품을 사고, 케이크도 샀다.
세 사람이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예배당으로 돌아왔을 때, 도선우는 이미 와 있었다. 하수영도 깨어 있었다.
예배당 바닥에는 덩치가 큰 남자가 누워 있었는데, 하수영은 그 남자를 끌어안고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금방 깨어날 거야.”
도선우는 턱짓으로 바닥에 누워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고, 하수영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성과 강지아, 안나가 도선우에게 다가갔다. 도선우는 그들 세 사람의 얼굴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
이진성은 도선우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도선우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너희 엄마는?”
이진성이 물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될 질문이었다. 이진성은 도선우의 표정을 보고,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물었다. 그럼에도 물어봐야만 했다.
“죽었어.”
도선우는 담담하게 말했고 그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죽어 있었어.”
도선우는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
안나는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떨어뜨리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강지아는 도선우를 무표정하게 쳐다보다가, 조용히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진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동자에 실핏줄이 도드라졌다. 목에 핏대가 섰다.
“쉴게.”
도선우는 그렇게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예배당은 안나와 하수영의 울음소리와, 그리고 이진성이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했다.
강지아는 슬픔에 이성을 잃은 이진성을 보았다. 그는 그렇게라도 울분을 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저런 식으로라도 난동을 부리며 울분을 해소하는 것밖에 없었다. 강지아는 그리고 안나와 하수영을 보았다.
두 사람은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다만 소리를 죽이고 울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지아는 굳게 닫힌 도선우의 방문을 보았다. 그곳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