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16
제316화
“……교주님?”
강지아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누워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도선우는 힘없는 걸음으로 강지아를 향해 절뚝절뚝 걸어왔다.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좀비 같았다. 무서웠다.
강지아는 한 번도 도선우를 진심으로 무섭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가끔 도선우는 섬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로아의 권능 같은 것을 쓸 때면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강지아는 결국 도선우를 향해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진심으로 도선우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도선우가 무슨 행동을 할지, 어느 정도 예측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도선우는 무슨 짓을 할지 예측이 안 됐다.
지금 그는 어떤 짓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
그러나 도선우를 향한 강지아의 두려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도선우의 걸음이 멈췄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더니, 나중에는 몸 전체를 바닥에 붙이듯이 엎어졌다. 몸을 웅크린 채로 도선우는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교주님.”
강지아는 도선우에게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그가 내뱉는 숨소리,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뚜렷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무슨 말을 중얼거리는 건지는 들리지 않았다.
강지아가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도선우는 고개를 벌떡 들었다. 그러고는 퀭한 눈으로 강지아를 한참 쳐다보았다.
“누나.”
그렇게 말하는 도선우의 눈동자에는 너무나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고, 또 슬퍼하고 있었다.
“네, 저 여기 있습니다.”
“……누가 자꾸 내 방에 와요. 누나는 아니었겠죠.”
“…….”
강지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예배당에는 강지아와 도선우밖에 없었다. 하수영과 하수현은 충청교단 예배당으로 돌아갔고, 이진성과 안나도 일이 있어서 나갔다.
강지아는 오늘 밤 도선우의 방에 드나든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도선우의 방에 찾아간 것은 누구일까.
강지아는 알 수 없었고, 아마 도선우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강지아가 자고 있던 창고에 문득 찾아온 것이리라.
도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는 강지아를 보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체념한 듯한 웃음이었다.
“죽은 사람들이 와요.”
“…….”
강지아는 잠자코 도선우의 말을 들었다.
“죽은 사람들이 와서 뭐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무시하면,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데, 그게 너무 무서워서…….”
도선우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강지아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어떤 말을 해줘야,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하지만 어떤 말을 해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지아는 속이 쓰렸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들었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
“……전부 패 죽였어요. 그럼 소리가 잠깐 안 들리니까. 나는 이게 악몽인 줄 알았는데.”
“…….”
“악몽인 줄 알았는데, 이게……. 깨기를 기다리다 보면 아침이 오고, 그럼 나는 그냥 그대로, 학교에 가고, 출근을 하고, 그렇게…….”
도선우는 두서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어느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강지아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사실 농담이에요. 그런 건 없어요.”
“그런가요.”
“네.”
“그럼 다행입니다.”
“다행이죠.”
도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나왔다. 흘러나오는 눈물은 조금씩 많아지더니, 이내 쏟아졌다.
도선우는 그 자리에 엎어져서 울었다. 너무나 서글프고, 불쾌하고, 그리고 추하게 울었다. 강지아는 그런 도선우를 안아주었다.
바들바들 떨면서 눈물을 쏟는 그의 몸은 어린아이처럼 작았다. 작은 것처럼 느껴졌다.
강지아는 도선우가 비로소 슬퍼할 수 있음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나마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 * *
기말 실기고사가 끝났다. 이번 실기고사 역시, 사탄교의 습격 등을 고려하여 간소하게 치러졌다.
정인아는 실기고사에서 적당한 성적을 받게 되었으나, 필기고사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아낸 덕분에 종합 성적은 1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식이 있었다.
“방학이라고 너무 신나지 말고. 이미 입단한 애들은 알아서 잘하겠지만, 아직 입단 못 한 애들은 방학에도 꾸준히 노력해야 돼. 그래야 어디 지방성직자단에라도 들어가지. 또, 위험하니까 어디 멀리 가서 놀지 말고…….”
담임의 잔소리는 방학식 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그걸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근 몇 달 동안, 사탄교와 마수, 악마종은 일절 출현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그럼에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 것이라며 낙관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학생들에게는 그 경고가 와닿지 않았다. 그들은 방학이 되어서 놀 생각에 이미 들뜨고 설레 있었다.
“……이상, 귀가해라. 어디 싸돌아다니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
담임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학식은 끝났다. 그리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여름 방학에 바다로 여행을 가기로 한 멤버들이었다.
정인아, 강대만과 한수련, 여민서, 그리고 김진서. 도선우는 없었는데, 그는 방학식 날에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여행 계획은 그 무렵에 어느 정도 다 짜여 있었다. 며칠에 갈 건지, 뭘 타고 갈 건지, 가서 어디를 갈 거고, 또 뭘 먹을 건지.
사소한 부분을 제외한 큼직큼직한 계획은 전부 짜여 있었으므로, 이제 남은 건 여행을 가는 일뿐이었다.
“돈이 얼마나 나오려나. 인당 10만 원은 넘겠지?”
여민서는 그 와중에도 돈을 걱정하고 있었다.
“너무 설렌다! 근데 대만아, 너 수영할 줄 알아?”
“당연하다. 심지어 잠수도 할 줄 알지.”
“나는 수영 못 하는데……. 빠지면 네가 구해줘, 알겠지?”
“알겠다.”
강대만과 한수련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정인아는 마지막까지 계획을 점검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찾으려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던 김진서가 정인아에게 다가갔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김진서는 막상 정인아 앞에 서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달싹거리기만 했다.
“왜? 물어볼 거 있어?”
보다 못한 정인아가 먼저 물었다. 김진서는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도선우는 온대?”
김진서는 사실 정인아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가 싫었다. 정인아를 통해 도선우의 참석 여부를 알게 된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정인아는 김진서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보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도선우가 보낸 짤막한 문자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갈게.
“응, 온다는 것 같은데?”
정인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 *
중앙성기사단장은 다시 지하 감옥에 들렀다. 어딘가 불길하고 찝찝한 기운이 가시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불길함에는 달리 근거가 없었다. 단장은 그저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직감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가 별다른 능력 없이도 중앙성기사단장이라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던 건, 전부 자신의 직감을 믿은 덕분이었으니까.
“이상 없어?”
단장은 지하 감옥을 관리하고 있는 성직자에게 가서 물었다. 성직자는 긴장해서 빳빳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옙, 이상 없습니다.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딱히 용무는 없고……. 관리 좀 하러. 지금 지하 감옥에 들어가 볼 수 있을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단장이 말했다. 성직자는 가능하다고 하며, 단장을 지하 감옥으로 데려가 주었다.
지하 감옥은 여느 때처럼 더웠고, 끔찍한 악취가 났다. 듣기로는 지하 감옥에 수감된 몇 명이 죽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시체는 수습하지 않았다고.
그래서인지 지하 감옥의 악취가 평소보다 더욱 독한 것 같았다.
“고마워! 또 보자!”
그때, 단장의 귀에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작고 희미했지만, 아주 불쾌한 울림을 갖고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저 소리만 하던데, 아직도 저러고 있나?”
단장이 성직자에게 물었다.
“……네. 한 며칠째 계속 저러고 있습니다. 고문 때문에 미쳐버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저 새끼가 더 미칠 구석이 남아 있을 것 같아? 확인은 해봤어?”
지하 감옥에 수감된 자들은 전부 엄청나게 위험한 죄인들이었다. 지상에 수감했다가는 탈옥을 하거나, 수감자들끼리 모여서 반란을 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하에 수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위험한 수감자들 중에서, 구준혁은 특히나 위험한 놈이었다.
구준혁은 고문을 위해 수용실에서 고문실로 옮기는 그 찰나를 노려 탈옥을 시도한 적도 있고, 지하 감옥에 수감된 수감자들과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소통하며 반란을 모의한 적도 있었다.
구준혁 때문에 지하 감옥이 무너질 뻔한 게 벌써 몇 번째였다.
“확인하려고 지원을 불렀는데, 답신이 없습니다. 콘클라베랑 시위 때문인지 인력이 없다고…….”
그 탓에 구준혁을 고문하거나, 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원을 요청해야 했다. 다수의 성직자들이 지하 감옥을 지키고 있을 때는 구준혁이 탈옥이나 반란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콘클라베, 시위 등의 이유로 다른 성직자단에서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었다.
“…….”
성직자의 말을 들은 단장이 이를 악물었다. 불길했다. 너무 불길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단장은 구준혁의 수용실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단장은 고문실에 있는 나이프를 가져갔다. 주로 죄인의 피부를 깎아내는 고문을 할 때 사용하는 나이프였다.
구준혁의 수용실에 도착한 단장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수용실 문을 열었다. 뒤따라오던 성직자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단장님, 안 됩니다! 그놈은……!”
“닥쳐!”
단장은 성직자의 입을 다물게 하고는, 나이프를 들고 구준혁에게 다가갔다.
“고마워! 또 보자!”
구준혁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눈빛은 얼어붙은 것처럼 공허했다. 단장은 칼을 들었다.
“고마워! 또 보―!”
촤아악!
단장이 구준혁의 머리, 정확히는 정수리 부분을 칼로 찔렀다. 그리고 그대로 구준혁의 머리통을 찢어버렸다.
퍼엉!
그러자, 구준혁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톱밥과 솜이 하늘로 솟구치더니, 눈송이처럼 펑펑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단장은 그 광경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고마워, 또 보자, 그 따위 말을 반복하던 구준혁의 머리통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준혁의 박제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서프라이, 즈…….”
박제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흐물흐물 녹아서 사라졌다. 톱밥과 솜이 수용실 바닥에 두텁게 쌓이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