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20
제320화
―해수욕장에서 원인 불명의 현상이 일어나……
―인근 지역에 있는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피해 규모를 파악 중에 있습……
이진성은 TV와 휴대폰을 번갈아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유례없는 재앙’, ‘성전의 전조’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어떤 언론사는 드론을 띄워서 현장 상황을 생중계하기도 하였다.
쩌엉―!
하지만 생중계는 길지 않았다. 내리친 낙뢰로, 언론사의 드론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었다.
그 짧은 생중계 화면 너머로 이진성은 보았다. 한 남자와 대치하고 있는 도선우의 모습을.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이진성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지아야.”
이진성이 강지아를 불렀다. 마찬가지로, 뉴스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강지아가 재빨리 이진성 곁으로 왔다. 이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나갈 채비를 하려는 듯 옷을 챙겨 입었다.
“나가자. 여기는 버려야 돼.”
“…….”
“무슨 말인지 알지? 저번에 선우가 말했던 거, 그게 오늘인가 보다. 그러니까, 이제, 다…….”
이진성이 말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TV와 휴대폰 화면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몹시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다, 끝났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예배당에 머물고 있던 경기교단 간부 안나와 강지아, 그리고 이진성은 급하게 짐을 챙겼다.
* * *
“레비아탄.”
구준혁은 그렇게 말했다. 그의 손을 따라 검붉은 원이 그려졌다. 거대한 흑마법진이었다.
그곳에서 기괴한 생명체가 튀어나왔다. 악마종도, 마수도, 박제도 아닌, 정말로 처음 보는 생명체였다. 굳이 설명하자면, 비늘에 덮인 거대한 뱀과 같은 모양새였다.
라 시렌과 레비아탄은 싸웠다. 수면 위로 몸을 반쯤 드러낸 채, 거대한 이빨로 서로를 물고, 발톱으로 서로의 가죽을 뜯으며.
레비아탄은 이따금 아가리를 벌려 거대한 불꽃을 내뿜었고, 라 시렌은 파도를 일으켜서 그 불꽃을 막아냈다.
끼에에에엑―!
카악, 카아아악―!
두 괴물이 내지르는 괴성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다. 두 괴물의 상처에서 흐른 피가 바다를 붉게 적셨다. 파도가 높게 일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들어, 지면을 내리찍었다. 그리고 왼손으로는 부두 마력을 사출했다.
“바데.”
그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바람이 불었다.
왼손을 움직이자 수십 개의 주술진이 내 등 뒤에 만들어졌다. 재현 주술, 참수검이었다. 수십 개의 참수검이 괴기한 비명을 내지르며 튀어나왔다.
나는 그중에 하나를 쥐고, 바데의 바람에 몸을 맡겼다. 바람을 타고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 힘을 그대로 팔에 실어, 참수검을 휘둘렀다.
서걱!
구준혁의 몸이 반토막 났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구준혁은 고작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구준혁은 잘린 상체가 지면에 떨어지기도 전, 나를 향해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 거대하고 검은 손가락이 나타나, 나를 겨누었다.
끼이익!
소음과 함께, 검은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검은 선이 그어졌다. 참수검을 들고 있던 팔이 잘렸다.
나는 아직 멀쩡한 왼쪽 팔을 들어 주술진을 그려 최상급 복원 주술을 사용했다. 연기가 절단면을 휘감았다. 잘린 팔이 다시 붙었다.
쿠구구구구구…….
그때, 해일이 밀려왔다. 라 시렌과 레비아탄의 전투가 낳은 거대한 해일이었다. 나는 바데의 바람으로 내 몸을 띄워, 해일을 피했다.
하늘을 날면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구준혁도 공중에 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의 등 뒤에 날개가 달려 있었다. 사람의 뼈와 가죽으로 만들어낸 듯한, 기괴한 모습의 날개.
나는 등 뒤에 있던 주술진에서 참수검을 하나 더 뽑았다. 그리고 구준혁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때 구준혁이 손을 들었다.
“잠깐! 대화를 하자. 다짜고짜 왜 싸움부터 거는 거야? 우리는 따지고 보면 동료잖아.”
“…….”
나는 그를 공격하던 것을 멈추었다. 멈추고 싶어서 멈춘 게 아니었다.
구준혁이 손을 들자, 검고 거대한 손이 나타나 내 몸을 틀어쥔 것이었다.
나는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리 쉽게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사실 어떻게든 빠져나올 방법은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까지 안간힘을 쓰지는 않았다. 구준혁이 뭐라고 말할지 궁금했기 때문이었을까.
“……말해.”
“아까 힘을 합쳐서 세계 정복을 하자고 했지.”
구준혁은 그렇게 말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의 등 뒤에서 펄럭대는 날개에서는 살점과 피가 뚝뚝 떨어져 나왔고, 바다에서는 여전히 라 시렌과 레비아탄이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사방이 굉음과 비명으로 가득했다.
“그냥 한 말이 아니야. 우리는 공생할 수 있다니까?”
“…….”
“로마니카교만 없으면, 말이야. 적의 적은 동료, 뭐 그런 거지. 뭔 말인지 알겠어?”
“그래서 지금, 협력을 하자는 건가?”
내가 물었다. 그때 구준혁은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이며, 기괴하게 웃어 보였다.
“아니? 사실 그냥 한 말이야. 빵!”
콰직!
구준혁이 손가락을 들었다. 검은 불꽃이 내 복부를 향해 총알처럼 쇄도했다.
참수검을 들어서 가까스로 막았지만, 충격을 다 막지는 못했는지 입에서 피 구토가 나왔다.
구준혁의 공격에 맞은 충격으로 하마터면 바다에 그대로 빠져버릴 뻔했다. 나는 바데의 바람을 이용해 가까스로 바다 위에 섰다.
“이런 시발, 이건 예측 못 했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게 내 매력이지.”
구준혁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지팡이를 들었다.
“오군. 전부 꽂아.”
푹, 푹, 푹, 푹.
공중에 떠 있던 새빨갛게 달궈진 쇠붙이들이 구준혁을 향해 쇄도했다. 달려들던 구준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수십 개의 쇠붙이가 몸에 박혀 마치 고슴도치처럼 되어버린 그가 입에서 검은 피를 내뿜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지팡이로 그를 겨누었다.
“소보. 제일 독한 걸로.”
[제일 독한 걸로! 주문 접수!]쿠릉, 쿠르릉…….
소보의 목소리와 함께, 먹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서 섬광이 일었다. 천둥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하늘에서 수십 가닥의 번개가 떨어졌다. 그 번개들은 구준혁의 머리 위에서 하나로 뭉쳤다.
쩌어엉―!!
고막이 터져버릴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섬광이 일었다. 섬광은 하늘과 바다를 일순간 전부 하얗게 칠했다. 섬광이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구준혁은 소보의 번개에 맞아 온몸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의 몸에 박혀 있던 쇠붙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구준혁이 저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촤르르륵!
그의 눈동자에서 촉수가 나왔다. 촉수가 구준혁의 몸을 쓰다듬었다. 촉수가 지나가자, 구준혁의 몸은 순식간에 나았다.
“짜릿하네!”
구준혁이 웃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다. 나는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마리네트, 보수.”
화륵!
마리네트의 불꽃이 타올랐다. 나는 그것을 지팡이 끝에 붙였다. 바데의 바람을 딛고 자세를 잡았다. 구준혁을 향해, 마리네트의 불꽃이 달린 지팡이를 던졌다.
푸욱!
“욱……!”
지팡이는 구준혁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다. 구준혁이 신음을 내며 뒤로 물러났다. 구준혁은 배에 박힌 지팡이를 뽑으려고 했다.
이때 틈을 주어서는 안 됐다. 나는 구준혁의 복부에 박힌 지팡이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담 발라.”
꾸드드드득―!
구준혁의 배에 박힌 지팡이가 부풀었다. 그것은 단숨에 거대한 뱀의 형태로 변했다. 담 발라의 본모습이었다.
구준혁의 몸뚱이가 터졌다. 피와 살점과, 내장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사방에 튀었다. 몸뚱이를 잃어버린 구준혁의 머리가 바다에 빠졌다.
나는 바데의 바람으로 추진력을 얻어, 그 머리를 쫓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촤르륵, 촤륵…….
바닷속에서, 구준혁의 눈동자로부터 나온 촉수가 그의 몸을 수복했다.
터져서 산산조각 났던 구준혁의 몸이 순식간에 다시 자라났다. 등에 있던 날개도 다시 돋았다. 그는 날개로 헤엄을 쳤다. 빨랐다.
나는 담 발라를 불러, 그녀의 등에 올라탔다. 참수검을 뽑아 들고, 도망치는 구준혁을 쫓아갔다.
“…….”
그 순간, 도망치던 구준혁의 날개가 멈추었다. 어느덧 우리는 바다의 바닥, 해저에 와 있었다. 해저면에서 부글부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게 계속 등만 보여주던 구준혁이 고개를 돌리고 나를 봤다. 그는 지금 웃고 있었다.
촤아악!
해저면의 모래에 몸을 숨기고 있던 수십 구의 박제가 일어났다. 그들 박제는 모두 기괴한 모습이었다. 이미 인간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괴물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몸뚱이에는 팔과 다리가 수십 개씩 달려 있었는데, 그것을 지느러미처럼 움직여서 내게 헤엄쳐 왔다. 수십 구의 거대 박제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참수검을 들었다. 그리고 박제들을 벴다. 물속이라서 그런지 팔이 내 마음처럼 빠르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참수검의 칼날에 닿는 것만으로 박제들은 석둑석둑 잘려나갔다. 박제의 몸에서 흘러나온 톱밥과 솜이 떠올랐다.
“라 시렌.”
나는 바닷속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끼에에에엑―!
끼에엑, 끼에엑―!
기괴한 비명소리 같은 것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바다 위에서 레비아탄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라 시렌의 본체, 그리고 곳곳에 살던 거대한 고래와 상어, 그 밖에 모든 심해 생물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것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는, 나를 공격하던 박제들의 몸뚱이를 물어뜯었다.
박제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남은 것은 구준혁 하나뿐이었다.
구준혁을 중심으로 바다 생물들이 모였다. 곧 바다 생물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체가 만들어졌다.
떼거지로 모인 바다 생물들이 저마다의 무기로 구준혁의 살점을 물어뜯고, 잡아 찢었다.
퍼어엉―!
그때였다. 폭발음과 함께, 구준혁을 둘러싸고 있던 바다 생물들의 몸에 검은 불이 붙었다.
검은 불꽃은 바닷속에서도 건재하게 타올랐다. 수백의 바다 생물들이 불꽃에 타서 새까맣게 썩어 들어갔다.
구준혁은 날개로 헤엄을 쳐서 해수면 위로 올라갔다. 나는 담 발라의 등에 타서 그를 쫓아갔다.
“푸하!”
마침내 해수면 위로 올라왔다. 우리는 어느덧, 사방 어디에서도 육지가 보이지 않는 바다 한복판에 있었다.
바다 위에는 라 시렌과 레비아탄의 것으로 보이는 피와 살점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살점 중 하나를 딛고 선 구준혁이, 나를 보고 빙긋 웃었다.
“다 했냐?”
그는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바다 생물들에게 물어뜯긴 피부, 그중 일부는 아직 회복하지 못한 채였다. 아무리 구준혁이라고 해도, 모든 공격을 받아낼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에 로아의 권능을 너무 많이 사용해 버린 탓인지, 입에서 피 구토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바데.”
나는 바데의 바람을 불러서, 내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구준혁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담 발라.”
뱀의 형태였던 담 발라가 지팡이의 형태로 되돌아갔다. 나는 그 지팡이를 들었다. 그리고 지팡이에 부두 마력을 담았다.
지팡이 끝에 보랏빛 구체가 맺혔다. 구체는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왼손가락을 들어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턱에 힘을 주었다.
우득!
손가락 3개가 부러졌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부러진 손가락에서 흐른 피를 지팡이 끝에 맺힌 보랏빛 구체에 흘려 넣었다.
“렉바, 칼푸.”
그러고 나서, 말을 이었다.
“교차로의 문을 열어주시길 원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