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29
제329화
단장이 김진서를 불러냈다. 이상한 일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니었다. 북부성전사단장이 김진서를 많이 어려워했기 때문이었다.
북부성전사단은 이런저런 안 좋은 일이 많이 있었고, 그 탓에 단장이 많이 바뀌었다.
과거 중앙사제단 부속 성당에서 발생한 사탄교 ‘색욕’과의 전투에서 단장이 죽어서 바뀌었고, 직후 부임한 단장은 사교와의 내통 혐의로 수감되어서 또 한 번 바뀌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김진서는 북부성전사단의 단원으로서 지켜보았다.
때문에 지금 북부성전사단장은, 북부성전사단에서 근무했던 시간이 김진서보다 짧았다.
더구나 북부성전사단이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김진서의 공이 컸다.
사실상 그녀가 실세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단원들 사이에서 오갈 정도였으니, 단장은 그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처음 부임할 적에는 그래도 나름 김진서를 견제해 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견제를 할수록 오히려 단장의 입지는 좁아졌다. 그만큼 북부성전사단 내에서 김진서의 위치는 견고했던 것이다.
“……김진서 부단장. 와줘서 고마워요.”
단장이 말했다. 김진서는 서서 뒷짐을 지고 있었고 단장은 분명 앉아 있었지만, 오히려 불편해 보이는 것은 단장이었다.
김진서는 그런 단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단장이 자신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것쯤은 김진서도 알고 있었다. 그 탓에 김진서도 단장이 불편했다.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는 상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김진서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단장이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 몸은 괜찮아요? 목에 파스까지 붙이고.”
“괜찮습니다. 파스는 그냥, 목에 담이 걸려서.”
“불편하겠어요. 목에 담 걸리면 엄청 불편하던데, 나도 저번에 그랬거든요.”
단장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마음에 아무 소리나 늘어놓았다. 김진서는 딱히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몰랐다.
단장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는 차라리 빨리 본론을 말하고, 이 어색한 대면을 끝내버리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진서 부단장을 여기로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행사한다는 건 알고 있죠? 교황청에서.”
“알고 있습니다.”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성전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와중에도, 교황청에서는 행사를 열었다.
교황청에서 ‘빛의 제전’라고 명명한 이번 행사에서는, 부두교와의 성전이 있기 전 로마니카교의 승리를 기도하는 기도회, 그리고 이단 심문관 임명식이 동시에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행사 특성상 고위 성직자들이 많이 참가할 수밖에 없는 행사였다. 그래서 더더욱 교황청은 이번 행사를 취소할 수가 없었다.
지금 같은 때에 이런 중요한 행사를 취소한다는 건, 로마니카교가 부두교를 명백히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였으며, 나아가서는 로마니카교가 부두교에게 겁을 먹었다는 식의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까지 있었던 것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경호에 많은 인력을 투입할 모양인 것 같아요. 부두교가 이번 행사를 노리고 공격을 해올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 쪽에서도 몇 명을 골라서 행사 경호에 보낼 생각인데…….”
거기까지 말하고 단장은 김진서의 눈치를 슬쩍 봤다. 김진서는 평소처럼 무표정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자세도 아까처럼 그냥 뒷짐을 지고 있었다.
“……그래서, 김진서 부단장 생각은 어떤가 하고. 물어보려고 불렀어요.”
“행사 경호 참여 여부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그게 사실, 꼭 김진서 부단장이 가야 하는 건 아니에요. 근데 김진서 부단장이 아무래도 유명하고 그러니까, 그쪽에서도 이왕이면 김진서 부단장이 와주었으면 하는……. 네, 그런 뉘앙스를 조금 풍기더라는 거죠.”
단장이 주절주절 말했다.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김진서가 북부성전사단 내에서 유능하고, 심지어는 현역 성전사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으니, 교황청 측에서도 그녀가 행사 경호에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
김진서는 고민에 잠겼다. 그녀는 도선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곧 전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전의 시작을 알리는 전투. 김진서는 그 전투가 이번 행사, 즉 ‘빛의 제전’ 도중에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빛의 제전에는 고위 성직자들이 많이 올 것이고, 꼭 고위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유능한 전투원들이 경호 인력으로 많이 투입될 것이었다. 부두교에게 이런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다.
부두교가 만일 로마니카교를 공격할 생각이라면, 빛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을 때를 노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김진서는 단장의 제안을 거절해야 했다. 도선우는 김진서에게, 곧 있을 전투에는 오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단장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김진서는 필연적으로 전투에 휘말리게 될 것이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혹시 북부성전사단에서는 저 말고 또 누가 갑니까?”
김진서가 말했다. 단장은 조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북부성전사단에서는, 이번에 파견 실습 온 견습 성전사 둘이랑……. 아, 윤시몬 성전사도 가겠네요. 윤시몬 성전사는 김진서 부단장이랑 아는 사이죠?”
“알기는 합니다.”
“네, 어쨌거나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아직 전부에게 물어본 건 아니라서, 더 물어봐야 알 것 같네요. 하여튼, 긍정적으로 검토해 봐요.”
단장이 말했다. 김진서는 단장을 향해 묵례했다. 그렇게 조용히 단장실에서 나오려던 그녀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김진서 부단장? 왜 그래요?”
“…….”
단장이 물었으나 김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도선우에 대해서 말해야 할까?
그는 곧 전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서가 생각하기에, 그 전투는 빛의 제전에서 일어날 것이었다.
그 사실을 북부성전사단장에게 말한다면, 전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 정확히는, 로마니카교 측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말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 도선우가 집에 찾아와서 말해 주었다고 한다면, 단장은 과연 믿을까?
도선우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김진서는 징계를 받거나, 심하면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도선우가 말한 ‘곧 있을 전투’가 빛의 제전 도중에 발생하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건 순전히 김진서의 생각이었다.
만약 단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는데, 이번 행사에서 전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면 여러모로 김진서의 처지가 곤란해지고, 일도 복잡해질 것이었다.
“……아닙니다, 나가 보겠습니다.”
“어, 어어. 그래요.”
김진서는 그냥 말하지 않기로 했다. 도선우가 왜 ‘곧 있을 전투’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말했는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된다.
김진서가 다른 사람에게 해당 사실을 보고하지 못하도록, 도선우가 나름의 장치를 걸어둔 것이었다.
으득.
도선우가 그 와중에도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이나 화를 삭이던 김진서가, 단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분노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단장님, 그냥 임무 참여하겠습니다.”
김진서가 살벌한 얼굴로 말했다. 김진서의 결단은 갑작스러웠다. 단장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 그……. 행사 경호 임무에 참여한다는 말이죠?”
“예.”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하게 굳어 있던 단장의 얼굴에 비로소 웃음꽃이 폈다.
“그, 네! 알겠어요. 명단에 적어 두겠습니다. 세부 일정은 추후에 공지하는 것으로 하고……. 아무튼 고마워요, 김진서 부단장.”
“네, 진짜 나가 보겠습니다.”
김진서는 그렇게 말하고 단장실을 나왔다.
“단장님이 뭐라고 하십니까?”
단장실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윤시몬이 그를 반겼다. 그러나 김진서는 그가 별로 반갑지 않았다.
“이번 행사 경호 임무에 대해서.”
“아, 저한테도 그거 물어보셨는데. 부단장님은 가십니까?”
“그래.”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시몬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이번에 파견 실습 온 견습 성전사 둘도 임무에 참여한다고 그러던데, 한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굳이?”
김진서가 매몰차게 말했다.
이번에 북부성전사단에 파견 실습을 온 견습 성전사들은 피렌체에서 무척 우수한 학생들이라고 한다.
때문에 북부성전사단의 성전사들은 이번에 온 견습 성전사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김진서는 예외였다.
김진서가 다녔던 피렌체와 지금의 피렌체는 조금 달랐다. 김진서가 피렌체에 다닐 때에는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다. 몇몇 학생들은 사건사고에 휘말려 죽기까지 했다.
그런 만큼 자퇴생도 많았고, 또 그렇기에 인재도 많이 배출한 세대였다.
하지만 지금의 피렌체는, 김진서가 생각하기에 너무 수준이 낮아졌다.
악마종과 마수의 출몰 빈도가 눈에 띄게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강한 성직자를 예전만큼 바라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성직자들도 굳이 강해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 탓인지 지금 피렌체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은, 김진서가 보기에 너무 약하고 안일했다. 그래서 그녀는 견습 성전사들에게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에이, 그래도 나중에 임무를 같이 하게 될 사이인데. 얼굴은 한 번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본다고 해서…….”
바뀌는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말하려던 김진서는 뒷말을 삼켰다. 임무를 같이 하게 될 사이,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번 임무에는 김진서와 윤시몬, 그리고 견습 성전사 둘이 참여한다. 도선우는 전투를 예고했고, 그 전투는 어쩌면 이번 임무 도중에 발생할지도 몰랐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견습 성전사 둘까지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 얼굴은 보는 게 낫겠어.”
그렇다면 아무래도 얼굴은 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네, 지금 여기로 데려오겠습니다. 둘 중 하나는 김진서 부단장님 팬이라서 여기 지원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아니, 여기 말고……. 연무장으로 데려와. 그게 낫겠어.”
“아, 네. 알겠습니다.”
윤시몬은 그렇게 말하고 견습 성전사 둘을 데리러 갔다. 김진서는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연무장에서, 김진서는 두 견습 성전사를 만날 수 있었다. 한 쌍의 남녀였다.
남자 쪽은 키가 꽤 컸다.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덩치도 상당했다. 강대만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가 본다면 무척 좋아할 듯한 몸이었다. 주력 무기는 검. 김진서의 팬이라서 북부성전사단에 지원했다는 게 이쪽이었다.
여자 쪽은 키가 작았고, 체구도 왜소했다. 근접 무기가 아니라 주로 원거리 무기, 이를테면 총이나 활 같은 것을 다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눈빛이 살아 있었다.
“…….”
김진서는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는데, 표정이나 자세에서 군기가 바짝 들어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김진서도, 두 견습 성전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서 연무장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아, 소개를 먼저 했어야 했는데. 저, 이쪽은―”
“됐어.”
김진서는 두 사람을 소개하려던 윤시몬의 말을 끊어냈다. 그녀는 검을 쥐고 연무장의 대련용 케이지 위에 올라섰다.
두 견습 성전사는 영문도 모른 채 케이지에 올라간 김진서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윤시몬은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올라와, 둘 다.”
김진서가 두 견습 성전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윤시몬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