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30
제330화
“아니, 부단장님. 대련을 하시려는 겁니까? 이렇게 갑자기요?”
윤시몬이 화들짝 놀라서 케이지 위로 올라왔다. 인사나 하라고 견습 성전사들을 데려왔더니, 다짜고짜 대련을 하려고 하다니.
윤시몬은 도저히 김진서의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김진서의 눈동자는 올곧았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있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실력 확인 겸.”
“아니, 실력 확인을……. 그런 거면 차라리 제가 상대인 게 낫지 않습니까? 부단장님은 솔직히, 뭐라고 할까…….”
윤시몬은 케이지 아래에 있는 두 견습 성전사의 눈치를 흘긋 보면서 말을 이었다.
“견습 성전사들이랑 대련하기에는 실력 차이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부단장님이 적당히 봐주면서 하실 성격도 아니고요.”
“적당히 봐주면서 할 건데?”
“뭐, 그러시다면……. 근데, 대련을 하시려는 이유가 뭡니까?”
“필요하니까.”
김진서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번 임무에 나가려면 필요해.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임무에서 뺄 거고.”
그녀는 이번 임무에서 전투가 일어날 것을 상정하고 있었다.
도선우가 이번 행사를 기회 삼아 전투를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렇게 일어난 전투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칠 것이며, 어쩌면 누군가는 죽을지도 모른다.
민간인은 오히려 안전하다. 그들은 행사 경호 인력으로 배치된 성기사, 성전사의 안내를 따라 대피하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어쭙잖은 실력을 가진 성전사, 이를테면 지금 김진서의 앞에 있는 두 견습 성기사 같은 경우, 괜히 도선우와 싸움을 해보겠다고 설치다가 죽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므로 김진서는 두 견습 성전사의 실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설치다가 허무하게 개죽음을 당할 실력이라면, 그녀는 애초에 두 견습 성전사를 임무에 데려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제 내려가. 견습 성기사 둘, 너네는 올라오고.”
김진서가 말했다.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 있던 두 견습 성전사가 케이지 위로 성큼성큼 올라왔다.
윤시몬은 여전히 김진서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 아니. 이 대련이 이번 임무랑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이해가 안 되면, 뭐?”
김진서는 케이지에서 내려가지 않고 버티는 윤시몬을 섬뜩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내가 필요하다는데, 왜 말대꾸를 하는 거지?”
“…….”
강압적인 김진서의 태도에 윤시몬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윤시몬은 결코 물러나지 않고, 당돌하게 김진서를 마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싸우겠습니다. 저도 이번 임무에 나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저도 대련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든가.”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검을 쥐었다.
“……3:1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부단장님도 이건 조금 힘드실 것 같은데.”
윤시몬이 검을 쥐면서 말했다. 김진서를 도발하려는 듯한 말투였다. 김진서는 이번 대련에서 견습 성전사 두 명과 윤시몬, 총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좁은 케이지에서 벌이는 대련이었기 때문에, 지형적으로나 수적으로나 김진서가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그러나 김진서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괜찮아.”
그녀는 검을 고쳐 쥐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부두교의 교주라고 생각하고 공격해 봐, 다들.”
* * *
“……망할.”
윤시몬은 김진서에게 얻어맞은 머리통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윤시몬과 견습 성기사 두 명이 편을 먹고 야심차게 벌였던 대련은, 길게 이어지지도 않고 김진서의 승리로 끝났다.
김진서는 가장 먼저 윤시몬의 뒤통수를 검등으로 쳤다.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윤시몬에게 저항할 틈은 없었고,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정확히는,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더 이상 전투를 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되었다.
두 견습 성전사는 김진서에게 맹렬하게 저항했다. 남자 쪽은 열심히 검을 휘둘렀지만, 김진서는 그것을 전부 피해버렸다.
사실 굳이 피할 것도 없었다. 윤시몬이 불시에 정신을 잃어버리자, 남자 견습 성전사는 패닉 상태에 빠져서 아무렇게나 검을 휘둘렀다. 김진서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남자 견습 성전사를 제압할 수 있었다.
의외로 김진서가 고전한 상대는 여자 견습 성전사였다.
그녀는 영리하게도 김진서에게 거리를 주지 않았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나오는 날렵한 움직임을 활용하여, 착실히 거리를 벌리며 대련용 활로 김진서를 공격했다.
물론, 그녀가 쏘아낸 화살은 김진서의 몸에 닿지 않았다. 김진서는 검으로 화살을 베는 기예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였다.
화살을 활에 끼우는 그 짧은 찰나에 김진서는 거리를 좁혔고, 여자 견습 성전사도 그렇게 제압되었다.
“고생했어.”
김진서는 일찌감치 제압을 당한 윤시몬과 남자 견습 성전사를 지나쳤다. 그리고 유일하게 그녀에게 나름대로 저항했던 여자 견습 성전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나, 얼떨떨한 표정으로 김진서를 쳐다보았다.
“이름이?”
김진서가 물었다.
“한솔입니다!”
한솔이라는 이름의 견습 성전사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외자?”
“네, 그렇습니다!”
“한솔.”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름을 되풀이했다. 한솔. 얘는 괜찮다. 임무에 데려가도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남자 견습 성전사는, 김진서가 생각하기에 조금 부족했다. 김진서는 쓰러진 남자 견습 성전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윤시몬. 쟤는 이번 임무 참여 명단에서 빼.”
“……부단장님, 그건…….”
“하라면 해.”
김진서가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윤시몬은 마음이 안 좋았다. 남자 견습 성전사는 김진서를 보고 북부성전사단에 지원한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김진서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무 명단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너무 잔혹한 일이었다.
윤시몬이 생각한 대로, 남자 견습 성전사의 표정은 굳고 있었다.
“임무에서는 잘할 자신 있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고작 대련에서 이러는데 실전에서 뭘 어떻게 잘할 건데?”
하지만 김진서는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차갑고 냉혹한 김진서의 말에, 남자 성전사는 할 말이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윤시몬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정신을 잃어버린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 * *
남자 견습 성전사는 김진서의 명령에 따라 임무 명단에서 배제되었다.
결국 이번 임무에 투입될 인원은 김진서, 윤시몬, 그리고 견습 성기사 한솔. 이렇게 셋이었다.
빛의 축제가 있기 전날, 세 사람은 단장실에 불려갔다.
“다들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빛의 축제는 오는 주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내일이죠? 다만 우리는 오늘 미리 행사 지역에 가서, 혹시라도 위험 요소가 없는지 점검해야 해요.”
“위험 요소라고 하심은?”
“폭발물 같은 것. 혹은 그 외에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수상한 물건이나 시설. 그런 것들을 찾아내면 됩니다. 사실 아주 열심히 할 필요는 없어요.”
단장이 말했다.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사실 북부성전사단에서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단장이 말한 위험 요소를 ‘찾는 척’만 적당히 해내면 됐다.
행사의 사전 점검은 원래 동부성기사단의 일이었고, 북부성전사단은 그것을 거들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귀찮은 일은 동부성전사단이 알아서 열심히 해줄 것이었다.
단장은 행사의 사전 점검을 할 때, 유의해야 할 몇 가지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장치나 시설 같은 것을 발견하면, 혼자서 처리하지 말고 먼저 동부성기사단의 단장에게 보고할 것. 그리고 동부성기사단의 단원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지 말 것. 그런 뻔한 이야기였다.
단장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세 사람은 빛의 축제가 열릴 장소로 갔다. 운전은 북부성전사단 소속의 운전기사가 도맡아서 해주었다.
“…….”
차 안에서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수석에 앉은 윤시몬은 뭔가를 읽느라 여념이 없었고, 김진서는 차창 밖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한솔은 양손을 무릎 위에 두고 불편한 듯이 계속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 죄송한데 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그때, 한솔이 말했다. 김진서가 고개를 돌려서 한솔을 보았다.
“어떤 거?”
“왜 저만……. 이번 임무를 할 수 있게 된 겁니까? 그러니까, 저랑 같이 온 애는 왜 명단에서 배제가 된 것인지…….”
한솔이 물었다. 타당한 의문이었다. 김진서는 대답하지 않고 잠깐 침묵했다.
한솔은 그녀의 침묵이 무서웠다.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한솔은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김진서는 한솔을 보고 있던 시선을 다시 차창 밖으로 옮기며 입을 열었다.
“만약 행사 도중에 부두교나, 사탄교……. 뭐든. 갑자기 ‘적’이 눈앞에 나타나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아……. 일단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고……. 적과 싸워야 합니다.”
“솔직하게.”
김진서가 말했다. 한솔은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도망칠 거지?”
“…….”
한솔은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김진서는 한솔과 대련을 했고, 거기서 한솔의 묘한 습관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에만 공격을 했다.
즉 김진서가 달려들 때에는 먼저 그녀의 공격을 피하고, 거리를 벌린 뒤에야 공격을 시도했다. 김진서의 공격에 맞서 반격을 노리는 기개나 대범함 같은 것이 한솔에게는 없었다.
“그런 면이 마음에 들었어.”
김진서는 그것 때문에 한솔을 선택했다. 정확히는, 한솔의 그런 면이 김진서에게는 필요했다.
* * *
행사 장소에 도착한 세 사람은 동부성기사단장 한대호를 만나 가볍게 인사하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험 요소’라는 것을 찾아다녔다.
단장이 말한 것처럼 그들이 할 일은 많지 않았는데, 어지간한 일은 동부성기사단이 알아서 도맡아 해준 덕분이었다.
“김진서!”
그때, 어디선가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쩌렁쩌렁 메아리가 칠 정도로 큰 목소리.
김진서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볼 것도 없이 강대만이었다. 그는 그 거대한 몸을 이끌어 김진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 반갑군. 옆은 북부성전사단의 동료들인가?”
강대만은 그렇게 말하며 윤시몬과 한솔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김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일 행사 경호할 때도 얘네랑 같이 다닐 거야.”
“그렇군! 나는 동부성기사단의 강대만이다.”
강대만은 윤시몬과 한솔, 두 사람에게 악수를 건넸다.
“북부성전사단 윤시몬입니다.”
윤시몬은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여유롭게 악수를 받았다.
“북부성전사단의 하, 한솔입니다!”
한솔은 어색하게 악수를 받았다. 강대만은 두 사람과 악수를 나눈 뒤, 김진서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윤시몬은 떠나는 강대만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는 마치 동경하는 듯한 시선으로 강대만을 보다가,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즈음에 입을 열었다.
“어마어마하게 크네요……. 소문은 들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덩치만 커.”
김진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 사람은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미사가 있을 예정인 성당에도 들어가 보았고, 본격적인 행사가 있을 광장, 그리고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의 내부까지 꼼꼼히 살폈다.
“아무것도 없네요.”
그러나 윤시몬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즉 행사 장소에 ‘위험 요소’가 없다는 뜻이었으므로, 따지고 보면 다행인 일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몇 시간 동안 헛수고를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윤시몬은 허무감을 느꼈다. 한솔도 계속 걸어 다닌 탓에 피곤했는지 눈이 흐리멍덩하게 풀려 있었다.
“……저게 혹시 사람입니까?”
그때,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던 한솔이 말했다.
김진서와 윤시몬이 한솔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법한 좁은 골목의 구석, 어떤 남자가 허름한 담요를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아무래도 노숙자인 것 같았다. 윤시몬은 주저하지 않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윤시몬, 잠깐……!”
김진서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를 말리려고 들었다. 하지만 윤시몬은 그 말을 듣지 못하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윤시몬은 자고 있던 남자를 흔들어서 깨운 뒤, 북부성전사단 마크가 달린 신분증을 내밀면서 입을 열었다.
“북부성전사단입니다. 빛의 제전 행사 때문에 그러는데, 혹시 신분증 있으십니까?”
윤시몬이 말했다. 사실 빛의 축제 행사를 위해 사전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고 해도, 길거리에 있는 사람을 대뜸 내쫓을 권리는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누가 봐도 노숙자였다. 당연히 신분증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다.
남자가 만약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윤시몬은 그를 ‘위험인일 가능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쫓아낼 생각이었다. 혹은 동부성기사단에 인계하여,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려고 했다.
“북부성전사단.”
남자가 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윤시몬은 그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일단 키가 컸다. 게다가 옷 너머로도 근육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무래도 그냥 평범한 노숙자는 아닌 것 같았다.
머리카락이 무척 길고 수염이 덥수룩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윤시몬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몹시 적대적이었다.
“…….”
‘위험 요소’다.
윤시몬은 남자의 눈빛을 보자마자 그렇게 판단했다.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에 손을 얹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