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35
제335화
한창 성전과 부두교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심화되었을 때, 로마니카교 성직자단은 부두교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전략을 세웠다.
다른 것보다도, 그들이 가장 경계한 것은 부두교의 주술과 로아의 권능이었다.
주술은 주술 방독면을 통해 어느 정도 저항이 가능했다. 정화의 일족의 힘을 빌리는 것도 방법이었다. 또한, 아직 검증된 바는 없지만 정신력으로 주술을 이겨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문제는 로아의 권능이었다.
교차로에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갑자기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 거대한 불꽃, 살아 움직이는 식물들, 살을 에는 돌풍.
어딘가 막연하게 느껴지는 주술과 달리, 그것들은 눈으로 보이는 힘이자 위협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것은, 단연 번개.
번개는 한 번만 맞아도 빈사 상태가 될 수 있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교주는 그 번개를 손짓 한 번으로 불러냈다. 무엇보다 번개와 함께 동반되는 천둥과 섬광은, 로마니카교도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은 교주가 불러낸 번개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번개는 교주가 지정한 좌표에 떨어질 뿐이며, 목표물을 추격하지는 않으리라는 가설이었다.
가설에 따르면, 교주가 불러낸 번개를 피할 방법은 있었다.
쩌엉―!
교주가 지정했을 좌표를 예측하여 피하는 것.
윤시몬의 머리 위로 번개가 떨어졌다. 하지만 윤시몬은 그보다 더 빨리 움직였다.
그는 교주의 눈과 손짓에 집중했다. 교주의 시선과 손짓이 한 점에서 만나 교차하는 그 순간, 윤시몬은 몸을 굴렸다.
“…….”
가까스로 번개는 피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교주의 손가락이 움직여서, 다시 윤시몬을 향했다.
쩌엉―!!
다시금 내리친 번개는 처음보다 더 강했다. 뒤따른 천둥에 귀가 먹먹했고, 몰아치는 섬광에 눈앞이 일순 새까맣게 변했다.
윤시몬은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가까스로 번개를 피했다. 그러나 교주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인다.
교주의 번개는 끊이지 않았다.
주술 방독면을 쓰고 있어서, 호흡이 자유롭지 않다. 비에 젖어서 몸이 무겁다. 번개를 한 번만 맞아도 빈사 상태가 될 것이라는 공포 탓에, 심리적인 피로감이 크다.
그 모든 악재가 겹치면서 윤시몬은 지쳐가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번개를 피하느라 교주에게 다가가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어느 순간, 그는 의문이 들었다.
이게 지금 다 뭐 하는 짓인가?
윤시몬은 교주를 죽이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번개를 피하는 데에 열중하게 되고, 나중에는 번개를 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들고 있던 검은 한 번도 휘두르지 못했다.
“…….”
번개를 피하기 위해 교주의 눈동자를 쳐다보던 윤시몬은, 문득 그의 얼굴 표정을 보았다.
교주는 웃고 있었다. 명백하게 비웃는 얼굴로 윤시몬을 보고 있었다. 그때 윤시몬은 깨달았다. 교주는 지금, 이 전투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지 않았다.
그는 그냥 윤시몬을 상대로 놀고 있는 것이었다.
부우웅!
번개가 멈췄다. 대신 바람이 불었다. 윤시몬의 몸이 공중에 떴다. 발을 디딜 땅이 멀어졌으므로, 윤시몬은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수영을 못하는 어린아이가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 빠진 격이었다.
“익, 이익……!”
윤시몬은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바람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전부 무의미한 발버둥에 불과했다. 교주가 윤시몬에게 다가왔다.
“한솔!”
윤시몬이 고개를 들고 외쳤다. 윤시몬은 한솔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까운 건물의 옥상에서, 교주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윤시몬이 열심히 번개를 피하는 동안, 한솔은 도망쳤다. 그리고 가까운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윤시몬이 시간을 끄는 동안, 그녀는 교주가 방심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그녀는 방아쇠를 당겼다. 교주의 머리에 총구를 정확히 겨눈 채로.
타앙―!
하늘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오군.”
그러나 탄환은 교주에게 닿지도 못했다. 교주를 향해 나아가던 탄환은 도중에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윤시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의 몸은 여전히, 교주가 불러일으킨 바람에 의해 공중에 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한솔도 마찬가지였다. 교주는 김진서의 몸을 안아 들었다.
부우웅!
바람과 함께, 교주의 몸이 떠올랐다. 그리고 윤시몬의 몸은 바닥에 추락했다. 교주는 김진서를 들고 하늘을 날아서 떠나갔다. 윤시몬은 그를 추격할 힘이 없었다.
교주에게 총은 무력했다. 날카롭게 벼린 검은 교주의 몸에 닿지도 못했다. 윤시몬이 그토록 존경했던 김진서조차, 교주를 상대로 패배했다.
윤시몬은 주저앉은 채 무력감에 울부짖었다. 잠깐이지만, 교주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겁에 질렸던 자신이 미치도록 혐오스러웠다.
* * *
하수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고 있었다.
문요셉과 한대호의 무식한 난투. 그리고 자신의 주술에 쓰러져 가는 로마니카교 성기사들을.
하수영은 사람을 상대로 주술을 쓴 것이, 거의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주술을 썼던 것은, 도선우에게 주술을 배울 때, 또는 홀로 주술을 훈련할 때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훈련의 성과가 그녀의 눈앞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주술의 안개에 저항하지 못하고 맥없이 쓰러졌다. 서 있는 것은 오직 문요셉과 한대호, 두 사람뿐이었다.
둘은 눈동자가 뒤집히고,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와중에도, 서로에게 주먹을 뻗어대고 있었다.
“…….”
하수영은 저들이 무엇을 위해 저토록 치열하게 싸우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하수영은 자신이 싸우는 이유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벌컥!
그때, 굳게 닫혀 있던 성당의 문이 열렸다.
“중앙사제단 전원, 축복진을 준비하세요!”
문 너머로 나타난 것은 성하연, 그리고 수많은 중앙사제단의 사제들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신성력을 사출했고, 축복진과 치유진을 그렸다.
몇 초 만에 엄청나게 거대한 축복진이 완성되었다. 그 중앙에서, 성하연은 단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을 그었다.
촤악!
축복진 위로 피가 흩뿌려졌다. 성하연은 정화의 축복을 썼다. 유난히 희고 맑은 빛이 성당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주술로 의식을 잃었던 성기사들이 눈을 떴다. 처음에는 멍하던 성기사들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하수영은 섬뜩했다.
이 모든 것이 도선우의 예측 안에 있었기 때문에.
타앙!
하수영은 하늘에 대고 총을 쐈다. 총성을 일으키기 위해, 공포탄이 장전된 총을 발포한 것이었다.
소리와 동시에, 성기사들을 깨우던 축복진이 일그러졌다. 축복진을 만들어낸 사제들의 신변에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꺄아아악!”
“부, 부두교다! 부두교가 아직도 있어!”
사제들이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도망쳤다. 성하연과 함께 등장한 중앙사제단 무리를 습격한 것은, 다름아닌 하수현과 육은형의 용병단이었다. 그들은 성하연과 중앙사제단 무리를 포위했다.
그들은 주술을 사용했다. 주술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 자들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주술 방독면을 착용한 덕분에 의식을 잃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하수현과 육은형은 힘으로 그들을 포획했다. 케이블 타이나 노끈 등으로 손과 발이 묶인 성하연과 사제들은, 하수현과 육은형 용병단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끌려갔다.
“…….”
하수영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창문을 통해 성당을 빠져 나왔다. 밖에서는 도선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바람을 타고 날고 있었으며, 품에는 여자가 안겨 있었다. 전투가 있기 전에 말했던 그 여자인 듯했다. 도선우가 하수영을 향해 손짓했다.
부우웅!
바람과 함께 하수영의 몸이 공중에 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성당에서, 정확히는 빛의 제전이 있었던 장소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중앙사제단의 사제들과 성하연을 납치한 하수현과 육은형의 용병단도 재빨리 성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도선우는 바람을 타고, 성당 근처의 아무 높은 건물로 갔다. 그리고 옥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안고 있던 여자, 김진서를 바닥에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팡이를 들었다.
“소보.”
도선우가 성당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그는 손가락이 아닌, 지팡이로 성당을 가리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요란하던 천둥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새까만 먹구름 사이사이로 섬광이 터졌다. 곳곳에서 터지던 섬광은 이내 한 점에 뭉쳤다. 섬광은 뭉치면서 차츰 거대해졌다.
꽈아아앙―!
그 거대한 섬광은, 이윽고 하나의 줄기가 되어 성당 위로 떨어졌다.
천벌이라는 단어가 감히 어울릴 만한 번개가 성당을 강타했다. 인근 건물의 모든 전기가 나갔다.
쿠구구구…….
그리고 성당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수영은 도선우를 보았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무표정했다.
* * *
강대만이 눈을 떴다. 그의 기억은 어느 시점부터 끊겨 있었다. 그는 문요셉과 싸우던 한대호를 돕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문요셉의 보이지도 않는 재빠른 일격에 주술 방독면이 부서졌다.
주술의 안개가 퍼졌고, 강대만은 그 안개를 들이마셨다. 그 이후로 기억이 없었다. 아마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강대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성당은 무너져 있었다. 천장이 통째로 내려앉은 듯했다.
동부성기사단의 성기사들, 달리 말해 강대만의 동료들은 무너진 자재에 깔려 있었다.
몇몇은 이미 죽었고, 몇몇은 아직 죽지 못하고 신음하고 있었다.
옛 기억이 떠올랐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돌아다니며 한대호를 찾았다. 한대호만큼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대만은 굳게 믿었다.
“…….”
강대만은 금방 한대호를 찾아냈다.
“한대호 단장님.”
강대만은 한대호를 불렀다. 하지만 한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대호의 거대한 몸은, 그보다 더 거대한 기둥에 깔려 있었다.
강대만은 이제 약하지 않았다. 무너진 건물에 갇혀, 무력하게 울고만 있던 어린 시절의 강대만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무너진 건물과 자재를 들어낼 힘이 있었다.
무너진 건물에 갇힌 동료와, 아이들을 구할 힘이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사람들을 구할 힘을 가지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운동하고 몸을 단련했던 것이다.
강대만은 축복을 썼다. 한대호를 누르고 있던 기둥을 들어냈다.
“한대호 단장님.”
강대만이 말했다. 한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기둥 아래에 깔려 있던 그의 몸은 납작했다. 기세 좋게 부릅뜬 눈에는 이제 초점이 없었다.
강대만은 떠올렸다. 무너진 건물에 갇혀 있던 자신을 구해주었던, 용맹하고 강인한 한대호의 모습을.
강대만은 그런 한대호의 모습을 보고 성기사가 되었다.
강대만은 한대호처럼 강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한대호처럼, 사람들을 많이 구하고 싶었다. 단순하지만 확고한 신념이었다.
“저 강대만입니다, 한대호 단장님. 일어나 보십시오. 한대호 단장님…….”
한대호는 대답하지 않는다. 죽었기 때문이다. 강대만은 무너진 건물과, 무너진 자신의 스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