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옷 봐라. 좋은 거 입네.”
짭두교 교주를 보며 삼촌이 감탄을 흘렸다. 말투에서 약간의 시기와 질투가 묻어 나왔다.
교주는 단상 위에서 예배당 가득한 신도들을 훑어보았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기도를 멈추고 교주를 보고 있었으나,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기도에 열중하는 신도들도 있었다.
교주는 마이크를 입에 댄 채 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뚜르보작!”
그러곤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기괴한 인사말을 내뱉었다. 교주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예배당을 가득 울렸다. 한창 기도를 하고 있던 신도들이 벌떡 고개를 들었다.
“뚜르보작! 뚜르보작! 뚜르보작!”
“우워어어어─!! 뚜르보자아아악─!!”
신도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교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개중에는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었고, 소리를 지르다 못해 피를 토하는 자도 있었다. 그야말로 혼돈과 광기의 도가니였다.
[저건 도대체 어느 나라 인사법이지? 어이가 없군.]렉바가 말했다. 나 역시 어이가 없었지만, 그 이전에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짭두교 예배당에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쾌하고 끈적한 무엇인가가 안개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그만.”
교주가 말했다. 예배당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미친 듯이 괴성을 내지르던 신도들은 자리에 앉아 조용히 교주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신도들은 교주가 소리를 지르라 하면 질렀고, 멈추라고 하면 멈췄다. 만약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할 기세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미련을 태우는 속죄의 의식으로 예배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자, 다들 준비되셨나요?”
“네에에엑!!”
신도들이 함성을 질렀다.
“정말로 준비되셨습니까? 신의 은총에 몸을 맡길 준비가 되셨습니까? 정말로?”
“느에에에엑!!”
그것은 함성이 아니라 오열에 가까웠다.
“그럼, 뚜르보작!”
피잉─!
교주의 말과 함께, 청량한 소리가 예배당 가득 울렸다. 그리고 정적이 일었다.
신도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그 자리에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또는 침을 질질 흘리며 실성한 듯 웃었다.
이윽고 예배당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신나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신도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듯, 더 격하게 몸을 떨었다.
“아, 오. 온다. 그분이, 그분이 온다. 보여, 보인다……!”
“교주님이 나, 날 보셨어. 보셨어? 보셨어! 흐, 흐흣. 핫. 키힉!”
“아니야! 네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보신 거야! 목걸이가 예쁘다! 예쁜 선과 점, 전율!”
모두가 미쳐 있었다. 그들은 울거나 웃거나 화내거나 기뻐하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하염없이 지껄였다.
“이게 뭔 일이래, 어후.”
“…….”
삼촌은 그 기괴한 광경을 바라보며 탄식을 했고, 강지아는 말없이 그저 떨었다. 가면을 쓴 탓에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짭두교 신도들이 갑자기 저렇게 미쳐 날뛰는 이유는, 말하기도 새삼스럽지만 주술 때문이었다.
중급 환혹, 도취(陶醉).
대상을 쾌락에 취하게 만드는 주술. 고대에는 제사의 흥을 돋우기 위해 종종 사용되었다고 하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금기’가 되었다.
이유는 특유의 중독성과 의존성 때문. 도취 주술에 한번 맛을 들인 자는 평생토록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야말로 도취 주술의 노예가 되어버린다.
삼촌과 강지아, 그리고 나는 다행히 주술에 걸리지 않았다. 내가 흘러 들어오는 주술의 ‘맥’을 끊은 덕이었다. 내가 동행하지 않았더라면 삼촌과 강지아도 꼼짝없이 도취 주술에 빠져 영원히 중독의 굴레를 헤맸을 것이다.
“여러분, 즐거우십니까? 행복하십니까? 이 모든 쾌락은 속죄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속죄를 통해, 신의 은총을 받아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에에엑! 아아아아악!”
“느, 느느느, 느아. 넥.”
교주의 힘찬 연설. 신도들은 대답다운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쾌락에 몸을 떨었다. 그야말로 좀비나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도, 삼촌도, 강지아도. 어느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자아, 속죄합시다! 돈을 버리십시오! 미련을 태웁시다! 속세의 미련을 버리고 태워서, 낙원을 향해 도약합시다!”
혼란 틈으로 교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외설적인 복장에 가면을 쓴 여럿의 여자들이 척척 예배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상자가 들려 있었다. 헌금함이었다.
여자들은 헌금함을 들고 좌석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신도들이 헌금함에 돈을 쏟아 넣었다.
쾌락에 빠져 이성을 잃은 그들은, 수십, 수백만 원을 헌금함에 집어넣고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몇몇 신도들이 취한 얼굴로 여자들의 몸을 더듬거렸으나, 여자들은 아랑곳 않고 수금을 이어갔다. 욕망과 욕망이 섞여 옳고 그름의 경계가 뒤엉키고 꼬였다. 모든 것이 희미했고 오직 욕망만이 뚜렷했다.
이윽고 여자들이 다가와 우리에게 헌금함을 들이밀었다. 삼촌이 두툼한 돈 봉투를 주저 없이 헌금함에 집어넣었다. 의아한 마음에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뭐야?”
“걱정하지 마. 안에 종이밖에 안 들었어.”
삼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역시 삼촌이었다.
수금이 끝나고, 수십 개의 헌금함이 단상 위에 탑처럼 쌓였다. 교주는 그것을 바라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러분. 다들 정숙하고 반성합시다. 여기에 쌓인 속세의 미련들이 보이십니까?”
정적이 일었다. 분위기가 숙연했다. 목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던 광신도들마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묵념하고 있었다.
“방금 여러분은 돈을 버린 게 아닙니다. 미련을 버리고 낙원을 향해 나아간 것입니다. 절대로 아까워해선 안 됩니다. 수중에 든 모든 돈을, 이 ‘낙원함’에 넣으셔야 합니다.”
낙원함이라.
여기서는 헌금함을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었다. 너무 대충 지은 듯한 이름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주가 연설을 이었다.
“이것들, 낙원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지니지 않는, 고작 천 쪼가리, 종이 쪼가리들이! 여러분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낙원으로 걸음을 내딛는 여러분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자, 태웁시다. 모두 태워, 하늘로 보냅시다.”
교주가 눈을 감고 허공에 헛손질을 하거나, 발을 동동 구르거나 했다.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무언극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저 동작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 장사 잘하네. 돈이랑 내세를 저렇게 엮어? 생각보다 배울 게 많은데?”
삼촌은 교주의 우스꽝스러운 몸놀림을 보며, 짭두교의 예배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었다. 철저히 자본주의적인 관점으로.
[저 단상 위에 있는 놈이나, 네 옆에 있는 놈이나. 거기서 거기다. 당최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고. 허, 참.]렉바가 한탄했다. 돈을 밝히는 걸로 뭐라 하고 싶지는 않은데, 삼촌은 그게 좀 과했다.
한참 단상 위에서 너풀너풀 춤을 추던 교주가 우뚝 몸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단상 위에 쌓인 헌금함을 노려보았다.
교주의 이마에서 흐른 땀이 턱 끝에 맺혀 뚝뚝 떨어졌다. 머리칼이 땀에 흠뻑 젖어 이마에 찰싹 달라붙었다.
“자아, 속죄합시다! 태웁시다! 버립시다!”
교주가 쩌렁쩌렁 외치며 헌금함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화르륵!
그러자, 하늘에서 용이 떨어졌다. 불로 된 거대한 용이었다.
용은 이윽고 헌금함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돈다발 가득 든 헌금함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새까만 재로 변해갔다.
나는 그 광경을 한참이나 말없이 바라보다, 식은땀이 맺히고 숨이 가빠올 무렵 질끈 눈을 감았다.
작은 불은 괜찮았지만, 큰불은 아직 마주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전처럼 기절하거나 환각을 보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리네트의 권능이군. 도망치고 어디로 숨었나 했더니, 다른 놈에게 빌붙어 살고 있었나.]렉바의 낮고 음험한 목소리가 어둠 너머로 들려왔다.
마리네트.
불의 로아. 그의 권능을 사용하면 불의 크기와 형태를 자유자재로 빚어낼 수 있으며, 심지어는 온도까지 조율할 수 있다.
[헌금함만 태우고 안에 든 돈은 태우지 않았을 거다. 마리네트의 권능이라면 가능하지.]렉바가 말했다.
아무렴, 이유도 없이 저 많은 돈을 태워버릴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하면 교주를 향한 신도들의 경외감을 높일 수 있는 한편, 돈은 돈대로 챙길 수 있었다. 사이비치고 전략이 꽤 괜찮았다.
“어라? 태워? 아니. 뭐 하냐? 미쳤냐? 어어?”
곁에선 이진성 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심으로 화가 난 말투였다. 흰자에 핏발을 세워가며 절규를 하고 있을 삼촌의 얼굴이 눈앞에 선연했다.
마리네트의 권능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는 삼촌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만도 했다.
헌금함이 타는 동안 교주는 계속해서 뭐라 뭐라 떠들었다. 신도들은 그 말에 호응하듯 함성을 내질렀다.
수많은 소리가 섞이고 엉켜 이윽고 기괴한 소음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소음이 귓가에 웅성거렸다.
“자아, 여러분의 미련이 전부 다 탔습니다. 이것으로 속죄의 의식을 마치며, 이어서 축도로 본 예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뒤, 의식이 끝났다는 말에 비로소 눈을 떴다. 거대한 불의 용은 어느덧 사라졌고, 남은 것은 새까맣게 타 재가 되어버린 헌금함뿐이었다.
삼촌은 망연자실한 눈으로 헌금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온통 분노와 황당으로 가득했다.
“하늘에 계신 ‘봉디예’시여. 당신은 우리에게 낙원으로 가는 문을 여시었고.”
교주가 축도를 시작했다. ‘봉디예’는 부두교에서 믿는 유일신의 명칭이었다. 비록 사이비긴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부두교의 형식을 따르는 듯했다.
삼촌은 시선을 헌금함에 고정한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욕심과 욕망과 타락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시었으며.”
“돈을 태운다고 해방이 되나.”
삼촌은 교주가 하는 말에 사사건건 중얼거리며 말대꾸를 했다. 말투에서 명확한 분노가 묻어 나왔다.
“당신의 뜻을 담은 경전으로 우매한 우리를 계몽해 주시었고.”
“우매하긴 하지. 기껏 받은 돈을 다 태워 버렸으니.”
가면 너머, 교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기에 삼촌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옆에 있던 강지아는 어렴풋하나마 낌새를 눈치챈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스승님. 들립니다.”
중얼거리던 이진성 삼촌을 강지아가 말렸다. 언제나 미동 하나 없이 무표정하던 얼굴에 자그마한 당황이 떠올라 있었다.
그러나 삼촌은 강지아의 만류에도 중얼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괜찮아. 들으라고 하는 소리니까.”
오히려, 자신에 찬 듯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뭔가 계획이 있는 듯했다. 무슨 계획인지는 나도, 강지아도 알 수 없었다.
교주는 단상 위에서 계속 축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봉디예 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며─!”
“사이비들은 어째 멘트가 다 비슷비슷하냐.”
이진성 삼촌이 중얼거리자, 교주가 우뚝 축도를 멈췄다. 그의 싸늘한 눈빛이 정확히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가면 너머 눈동자에 핏발이 성성했다.
예배당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수많은 신도들이 모두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섬뜩했다.
정적 속에서 교주가 마이크를 잡고 다시금 목을 가다듬었다. 큼, 하는 소리와 함께 교주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예배당에 모인 자매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축도로 시작을 알리고, 봉디예 님의 말씀을 전해드릴 예정이었으나.”
교주가 손을 들어 우리를 가리켰다. 그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턱 근육이 간헐적으로 움찔거렸고, 부득부득 이를 가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흘렀다.
“차례를 바꾸어, 새 형제자매분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먼저 갖도록 하죠. 거기 계신 세 분,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시겠습니까?”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 주위에 있던 신도들이 앞장서 우리를 단상 위로 끌고 갔다. 해일에 휩쓸리듯 우리는 그렇게 단상 위에 올랐다.
환한 조명이 우리를 정통으로 비췄다. 눈이 부시다 못해 아팠다.
교주는 헌금함을 들고 수금을 했던 여자들에게 귓속말로 지시를 내렸다. 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어디선가 기괴한 물건들을 가져왔다.
목줄, 밧줄과 같은 포박용 도구. 은은한 보랏빛 액체가 든 정체불명의 물통.
그리고, 제단.
물건들이 단상 위에 전부 올라가자, 교주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무척 불쾌하고 어두운 미소였다.
이윽고 교주는 로봇처럼, 또는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았다.
“형제님께서는 우리를 의심하고 계시지요?”
교주가 이진성 삼촌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삼촌은 당황한 기색조차 없이, 그저 짝다리를 짚은 채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셨을까요?”
“기껏 모은 돈을 태우는 게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삼촌의 말투는 은근히 상대의 심기를 긁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교주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이윽고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하하하. 우리 ‘부두재림교’의 의식을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자매님들?”
교주가 단상 아래 신도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네, 네! 교주님!! 교주님!!”
“뚜르보작! 교주님!!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오오옥─!!!”
신도들이 교주를 향해 손을 내뻗으며 소리를 질렀다. 교주는 입꼬리만 올린 채 빙긋 웃었다.
“자매님들께 묻겠습니다. 우리 ‘부두재림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 우인(愚人)들을 구제해 주어야 할까요?”
“아닙니다아아악!! 지금 당장 죽여야 합니드아아아악!!”
“불에 태워 하늘로 보내주어야 합니, 컥, 쿨럭!”
교주의 물음에, 신도들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당장 우리를 죽이거나, 불에 태워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교주는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피식 조소를 흘렸다.
“자, 자. 그만. 우리 ‘부두재림교’는 이렇게 우매하고 어리석은 종자들마저 포용합니다. 그것이 ‘봉디예’ 님이 우리에게 가르치신 ‘자비’라는 덕목입니다!”
“우와아아아아!!”
신도들이 함성을 퍼부었다. 귀가 먹먹할 만큼 거대한 함성이었다. 교주는 이윽고 우리에게 손을 내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보랏빛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두 마력이었다.
“부두재림교의 주문, ‘뚜르보작’! 제가 뚜르보작이라고 외치는 순간, 이 어리석은 종자들은 구원을 받고 우리의 자매가 될 것입니다!”
“워어어어어─!”
신도들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저 함성만 질렀다. 그 소리가 꼭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이성을 잃고 쾌락과 본능에 몸을 내맡긴 인간들은 그 자체로 짐승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 그만. 정숙.”
평생토록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함성은 곧 교주의 말 한마디로 멎었다. 예배당이 정적에 찼다. 까마득한 침묵 너머 신도들의 함성이 메아리로 남아 울렸다.
교주의 주술진은 어느덧 완성된 뒤였다.
“뚜르보작!”
의미를 알 수 없는 외침과 함께, 교주의 주술진에서 흘러나온 스산한 안개가 우리를 덮쳤다. 단상 위가 안개로 자욱하여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삼촌과 강지아의 실루엣만이 너머로 흐릿하게 비칠 뿐이었다.
안개는 얼마 안 가 걷혔다. 차츰 앞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교주의 목소리가 강당에 가득 울리기 시작했다.
“자, 보이십니까? 방금까지만 해도 의심 가득하던 저들의 얼굴에 피어난,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교주가 간악한 웃음을 머금은 채, 단상 아래 신도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신도들의 반응이 어쩐지 시원찮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함성을 질렀어야 마땅할 타이밍에, 신도들은 멀뚱멀뚱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매님들? 지금은 박수를 치셔야 할 타이밍인데.”
교주가 떨떠름하게 웃었다. 그럼에도 신도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윽고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본 교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물론, 삼촌과 강지아까지. 어느 누구도 웃고 있지 않았다. 그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교주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교주는 우리에게 ‘도취 주술’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닿지 않았다.
내가 교주의 부두 마력에 간섭하여 주술의 ‘맥’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교주인 내게 가짜 교주의 주술이 통할 리가 없었다.
“어, 라?”
교주가 나지막이 탄식을 내뱉었다.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툭.
그때, 누군가 내 등을 떠밀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진성 삼촌이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가라. 도선우몬! 교주의 위엄이 뭔지 보여줘!”
“뭐? 처음부터 이러려고─”
“얼른! 빨리! 제단도 바로 앞에 있잖아!”
삼촌이 나를 재촉했다. 이러려고 축도 내내 중얼거리면서 교주 심기를 건드린 거였구만. 그제야 삼촌의 계획이 이해가 갔다.
나를 무슨 소환수나 기물 따위로 생각하는 것 같아 괜히 불쾌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 내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
나는 한숨을 푹 쉬며, 짭두교 교주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