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41
제341화
육은형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그는 성전사를 싫어한다. 아니, 단순히 싫어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그들에게 가지고 있다.
육은형 용병단의 거점이 중앙성전사단에 의해 공격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성전사들에 의해, 자신의 단원들이 목숨을 잃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성전사를 적으로 여긴다. 또한 모든 성전사에게 살의를 느낀다.
그러므로 모든 성전사 또한 자신을 적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모든 성전사가 부두교도인 자신을 향해 살의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별동대의 목적은 하나, 인질 탈환.
그러므로 그들은 불필요한 전투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승산이 없는 육은형과의 전투를 굳이 치를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허우희, 던져!”
윤시몬이 외쳤다. 허우희는 재빨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육은형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육은형의 반응은 평소보다 느렸다. 윤시몬이 칼자루에 손을 얹고 있었기 때문이다.
윤시몬은 별동대에서 가장 강한 성직자였다. 그 외, 허우희를 비롯한 다른 성직자들은 육은형의 적수가 못 됐다.
육은형도 그걸 알았고, 그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윤시몬 하나뿐이었다.
자연히 육은형의 시선은 윤시몬의 움직임을 향했다. 그는 당연히 윤시몬이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육은형의 발목을 잡았다.
파앙―!
허우희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던졌다. 그것은 신성력을 담은 일종의 수류탄이었다. 폭발 시 섬광을 내뿜어서 상대의 시야를 빼앗는 무기다.
육은형은 갑자기 터진 섬광에 놀라 주춤, 뒷걸음을 쳤다. 윤시몬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축복해!”
윤시몬이 말했다. 허우희가 재빨리 축복진을 그렸다. 별동대에 있던 다른 사제들도 전부 축복진을 그렸다.
그들 모두가 자아낸 축복의 빛이 윤시몬 한 명에게 집중되었다. 윤시몬은 검을 들었다. 그리고 인질이 보관되어 있는 건물 앞, 보초를 향해 달려갔다.
서걱!
윤시몬이 검을 휘둘렀다. 적을 죽일 생각으로 휘두른 것이 아니었다. 다만 건물에 들어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 휘두른 검이었다.
건물 앞에 서 있던 보초들은 죽지 않았지만, 옆구리와 다리 등의 부위에 부상을 입었다. 윤시몬은 건물 안으로 재빨리 진입했다.
촤르륵!
그는 도중에 신성력을 사출해서, 바알의 아가리에 집어넣었다. 바알의 아가리가 특유의 징그러운 움직임으로 입을 벌렸다. 이제 건물 안에서 인질을 찾아서, 바알의 아가리 안에 인질들을 넣기만 하면 됐다.
파앙!
윤시몬은 땅을 박차면서 달렸다. 재빨리 움직여야 했다. 한시가 급했다. 그는 육은형을 제압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제압하지 못했다.
섬광의 위력이 다하고 육은형의 시야가 돌아오면, 그때는 별동대의 인원들과 윤시몬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 전에 얼른 인질들을 탈환해야만 했다.
“성하연 사제님!”
윤시몬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성하연이었다.
“……아, 당신은―!”
“죄송합니다!”
윤시몬은 성하연이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그녀를 바알의 아가리에 거칠게 집어넣었다.
성하연의 짧은 비명이 바알의 아가리 너머로 들려오는 듯했으나,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지금은 예의를 차릴 때도 아니었고,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부릴 때도 아니었던 것이다.
뒤이어 그는 중앙사제단의 사제들을 구출해 냈다. 사제들은 갑작스러운 윤시몬의 등장에 처음에는 당황했다가, 나중에는 환호했다.
윤시몬은 로마니카교 성직자 복장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보이는 족족 바알의 아가리에 집어넣었다.
윤시몬은 빨랐다. 그는 거의 모든 인질을 구해내고 있었다. 단 두 명만 빼고.
김진서와 ‘교황 대리인’.
그 두 사람은 건물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다른 건물에 있는 건가? 가능성은 있지만, 낮다. 이 건물을 제외한 다른 건물에는 보초가 없었다.
인질을 둔 건물에 보초를 단 한 명도 세워두지 않았을 가능성은 정말 낮았다.
이 건물에 있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윤시몬은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러면서도 발은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김진서 부단장님.”
그랬던 그의 발은, 김진서 앞에서 멈췄다. 식물 줄기에 의해 처참한 꼴로 묶여 있는 그녀의 앞에서.
윤시몬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슬퍼하거나 분노할 틈은 없었다. 윤시몬은 검을 쥐었다.
“베겠습니다.”
서걱!
윤시몬은 김진서의 사지를 옭아매고 있던 식물 줄기만을 정확히 베어냈다. 한 번에 벨 수는 없었다. 식물 줄기는 매우 단단해서, 검을 몇 번씩 휘둘러야 겨우 베어낼 수 있었다.
윤시몬은 가까스로 김진서를 식물 줄기에서 꺼내고, 바알의 아가리에 집어넣었다.
이제 남은 건 ‘교황 대리인’. 이단 심문관 임명식에서, 사회를 맡았던 그 사제만 구하면 됐다.
“으아아아―!”
문제는, 건물 바깥에서 들려오는 포효였다.
윤시몬은 순간 몸이 굳었다. 그 포효는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내지르는 소리와 흡사했다.
그 포효가 육은형의 것임은 자명했다. 육은형의 시야가 차츰 돌아오고 있다는 것도, 예측할 수 있었다.
“…….”
윤시몬은 짧은 고민에 빠졌다. ‘교황 대리인’은 반드시 탈환해야 하는 자였다. 그를 탈환하지 못하면, 별동대는 사실상 임무를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대로 ‘교황 대리인’을 탈환한다고 시간을 썼다가는, 바깥에 있는 별동대의 다른 성직자들이 육은형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윤시몬은 육은형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다. 육은형은 아마 부두교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일 것이다.
윤시몬조차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사내였다. 하물며 다른 별동대의 성직자들이 그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었다. 저항하면서 시간이라도 끌면 다행일 것이었다.
동료를 버리고 ‘교황 대리인’을 탈환할 것이냐. 아니면 ‘교황 대리인’을 버리고 동료를 살릴 것이냐.
스릉!
고민할 것도 없었다. 윤시몬은 검을 뽑아 들고, 육은형의 포효가 들려온 쪽으로 향했다.
‘교황 대리인’을 어찌어찌 찾아서 바알의 아가리에 집어넣는다고 해도, 동료가 없으면 무사히 귀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구출한 인질들이라도 무사히 데리고 귀환하기 위해서는, 동료를 택하는 것이 옳았다.
육은형은 슬슬 시야를 되찾고 있었다. 동료들은 육은형과 다른 부두교도들의 공격을 피해, 흩어진 상태였다.
윤시몬은 검을 들고 육은형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육은형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대로 육은형의 목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검은 육은형의 목에 닿지도 못했다.
꾸우욱…….
“잡았다, 개자식!”
육은형은, 윤시몬이 휘두른 검을 잡았다. 맨손이었다. 그 손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육은형은 아픈 기색조차 없었다. 분노 때문에 통각이 마비되고 만 것인가? 윤시몬은 그 찰나의 순간에 공포를 느꼈다.
이자는 괴물인가?
콰창!
육은형이 손에 힘을 주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윤시몬의 검이 부러졌다. 육은형이 검을 쥐었다. 막을 틈은 없었다.
뻐억!
육은형의 주먹이 윤시몬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몸을 튼 덕분에 그나마 옆구리에 맞은 것이었다.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턱에 맞고 의식을 잃어버렸을 터였다.
윤시몬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강한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살기 위해서는, 이 고통도 어떻게든 견뎌내야만 했다.
“뛰어―!!”
윤시몬이 별동대의 성직자들을 향해 외쳤다. 얼빠진 표정으로 윤시몬과 육은형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그들이 일제히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셈 형제의 가운’을 뒤집어썼다. 윤시몬도 재빨리 가운을 썼다. 신성력을 사출했다. 이것으로 그들의 인기척은 지워졌다.
이대로 숲으로 들어가, 흩어지기만 하면 적들은 별동대를 찾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 이후에는 ‘셈 형제의 가운’을 이용해서, 조심조심 로마니카교 진영으로 귀환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비록 ‘교황 대리인’은 탈환하지 못했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임무를 반 정도는 성공할 수 있었다.
윤시몬을 비롯한 별동대는 가운을 뒤집어쓴 채 재빨리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흩어졌다.
부두교의 추격이 뒤따랐지만, 상관없었다. ‘셈 형제의 가운’이 있었기 때문에, 적들을 잠깐 따돌리기만 해도 별동대는 완전한 도주가 가능했다.
“헉, 헉, 허억……!”
그리고 윤시몬은 여기서 예기치 못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습, 후. 습, 후. 습……!”
육은형을 도저히 따돌릴 수가 없다. 긴장과 공포 탓에 가쁜 숨을 내쉬는 윤시몬과 달리, 육은형은 마치 운동을 하듯이 안정적으로 숨을 내쉬며 그를 추격하고 있었다.
* * *
도선우와 강대만은 대치하고 있었다. 강대만도, 도선우도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강대만이 도선우에게 다가가지 않은 것은, 그에게 빈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선우에게는 주술이 있다. 아무리 주술 방독면을 끼고 있다고 한들, 그의 주술은 위험하다.
더구나 들고 있는 지팡이. 도선우가 그 지팡이로 무슨 권능을 쓸지 몰랐다.
번개? 바람? 불? 어떤 공격이 올까. 로아의 권능에 대처하는 방법은 훈련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공격이 올지 알 수 없었으므로, 강대만은 섣불리 전진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선우는, 어떤 생각으로 강대만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는 걸까. 그 역시, 강대만으로부터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전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적어도 강대만을 얕잡아 보고, 여유를 부리느라 가만히 서 있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강대만은 생각했다.
“이번에도 주먹 대 주먹으로 난타전을 벌여줄까. 네가 좋아하는 걸로.”
도선우가 말했다. 도발일까. 아니면 진심으로, 강대만을 얕보고 하는 말일까. 어떤 쪽이든, 강대만은 도선우의 페이스에 휘말릴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전력으로.”
강대만은 도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나 역시, 그렇게 할 테니.”
도선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지팡이를 쥐었다. 그리고 지팡이로 땅을 가볍게 내리찍었다.
지팡이가 꼿꼿하게 세워진 채로 땅에 박혔다. 도선우가 주먹을 쥐고, 강대만에게 다가왔다.
“보수.”
그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강대만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 찰나에 도선우의 기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몸에 깃든 힘의 크기가 갑자기 너무나 비대해졌다.
그러나 강대만은 겁을 먹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웃었다.
도선우는 강대만을 죽일 각오로 오고 있었다. 지금의 도선우는 결코 강대만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다행이었다.
강대만은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도선우를 향해, 뻗었다. 도선우도 주먹을 뻗었다. 두 사람의 주먹이 교차했다.
콰앙!
그러나 도선우의 주먹이 빨랐다. 그의 주먹은 강대만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강대만의 눈동자에 힘이 풀렸다. 그의 몸은 고꾸라져 날아갔고, 비에 젖은 흙바닥을 굴렀다. 그것으로 승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뚜둑, 뚝.
그때, 쓰러진 강대만이 몸을 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맞을 만하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도선우에게 다시 다가간다. 그리고 주먹을 내지른다. 도선우도 다시 주먹을 내지른다. 그리고 역시나 도선우의 주먹이 더 빠르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강대만은 고꾸라진다. 그러나, 강대만은 다시 일어난다. 그는 어떻게든 일어나서, 언제나 그랬듯 자신만만한 웃음을 입에 머금은 채, 주먹을 쥐고 도선우에게 다시 다가간다.
“…….”
그의 행동은 성전 기사단에 변화를 일으켰다.
적의 압도적인 기세에 겁을 먹고 도망치던 단원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불안과 공포 탓에 신성력을 사출하지 못하던 사제들이 다시 축복진을 그렸다. 전의를 상실하고 총을 내려놓았던 성직자들이 다시 총을 들었다.
강대만의 강인한 정신력이, 그들의 머릿속에 ‘혹시’라는 가능성을 떠오르게 만든 것이었다.
촤아아―!
사제들은 축복을 사용했다. 그들이 자아낸 축복의 빛은 오직 강대만 한 명을 위해 빛나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빠를 거다.”
강대만은 그들의 축복을 몸에 두른 채, 주먹을 쥐었다. 그의 주먹이 선명하게 빛났다. 사제들이 퍼부은 모든 축복의 빛을 가볍게 상회하는 압도적인 빛이었다.
근면의 호위대장에게 주어지는 베라카, ‘우물’.
강대만은 다음 일격에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