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45
제345화
“…….”
정윤아는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호송 차량은 조용하다. 이따금 차가 덜컹거리면, 정윤아의 양손을 묶은 수갑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정윤아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세세히 눈에 담았다. 어쩌면 바깥세상을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심문실과 지하 감옥에는 창문도 뭣도 없으니까.
정윤아를 싣고 있는 호송 차량에는 이단 심문관이 두 명 타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심문실로 데려가고 있다. 심문실에서 정윤아는 취조를 받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이단 심문관들은 많은 것을 물을 것이다. 언제부터 부두교와 내통을 하게 되었는지. 로마니카교 내에 다른 내통자는 없는지. 내통을 하면서 정확히 어떤 정보를 흘렸는지.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들을, 그들은 지루하게 해댈 것이다. 정윤아는 당연히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어쩌면, 고문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다. 각오한 일이니까.
“내려.”
이단 심문관이 말한다. 정윤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다.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이곳이 어디인지, 정윤아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이단 심문관에게 이끌려서, 어느 어둡고 냄새나는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퍼억!
“욱……!”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이단 심문관은 정윤아의 배를 걷어찼다. 정윤아의 가녀린 몸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정윤아의 입에서 위액인지 뭔지 모를 액체가 나오려고 했다.
정윤아는, 그것을 삼켰다. 지금은 토하면 안 된다. 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콜록, 콜록! 으, 으흑……!”
어찌어찌 구토를 하는 건 참았지만, 기침이 나오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힘없는 신음을 토했다.
정윤아를 심문실까지 데려온 이단 심문관은, 쓰러진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담배를 빼물었다.
치직.
그는 불을 붙이고 연기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정윤아의 얼굴에 뱉었다. 정윤아는 지독한 역겨움을 느꼈다.
“내가 너 같은 애를 잘 알아.”
이단 심문관이 말했다.
“고문 같은 건 애초에 각오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
“…….”
“내가 그런 애들을 한 백 명 정도 봤는데…… 처음 각오 지키는 애들 한 명도 없었어. 끝에 가서는 다 말하긴 하더라고.”
이단 심문관이 담배 연기를 연거푸 내뿜었다. 심문실이 어느덧 담배 연기로 가득 찼다. 사방이 뿌옜다.
정윤아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계속 기침을 했다. 눈, 목, 그리고 아까 걷어차인 배까지. 안 아픈 구석이 없었다.
“내 얘기는, 그러니까, 쉽게쉽게 가자는 거야.”
이단 심문관이 말했다. 그는 물고 있던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그리고 불씨를 정윤아 쪽으로 내밀었다.
“뭐든 말해. 다른 내통자는 없는지, 부두교에 어떤 정보를 흘렸는지, 그런 거 있잖아.”
이단 심문관은 위협적으로 담뱃불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 열기가 피부에 조금이지만 느껴졌다.
몸이 덜덜 떨렸다. 의지나 생각, 각오와는 상관없이 떨리는 몸이었다. 정윤아는 입을 다문 채 이단 심문관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단 심문관의 심문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고, 각오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심문이었다.
퉤.
정윤아는, 이단 심문관의 역겨운 얼굴에 침을 뱉었다.
“나도 너 같은 애들을 잘 알아.”
정윤아는 딱딱하게 굳은 이단 심문관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꽁꽁 묶인 수감자들, 피의자들 패면서 우월감 느끼는 버러지들. 그것 말고는 우월감을 느낄 곳이 없거든. 아무래도 잘하는 게 이런 비열한 짓밖에 없으니까?”
정윤아는 이단 심문관을 향해 여유로운 웃음마저 지어 보이고 있었다. 굳은 얼굴로 정윤아를 응시하던 이단 심문관은, 곧 웃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다가, 나중에는 미친 듯이 웃었다. 배를 잡고 깔깔대면서. 그러더니 어디선가 팔뚝만 한 집게를 가져왔다.
“일단은 이부터 어떻게 해야겠네.”
절그럭, 절그럭.
이단 심문관은 그 거대한 집게를 들고, 몇 번 흔들면서 말을 이었다.
“너 같은 애들도 이를 뽑고 나면 발음이 귀여워져. 그럼 어떤 말을 해도 들을 만은 하거든.”
이단 심문관이 정윤아의 입에 집게를 집어넣으려고 했다.
“으읍……!”
이단 심문관은 그 거대한 집게를 정윤아의 입안에 집어넣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정윤아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개구기를 쓰면 그만이었지만, 이단 심문관은 개구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저항하다가 끝내 체념하고, 포기한 듯 입을 여는 그 표정을 보는 것을 이단 심문관은 즐겼다.
“흐, 흐흐……!”
이단 심문관은 더럽고 추악한 욕망이 담긴 웃음을 흘렸다. 이단 심문관은 저항하는 정윤아의 목을 발로 짓밟아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머리를 고정했다.
정윤아가 눈물을 흘리며 버둥거렸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빨개지고 있었다.
숨이 막히자, 정윤아는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버티겠다고 다짐했어도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의지로도 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단 심문관은 마침내 정윤아의 입에 집게를 집어넣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집게로 이 하나를 집어서 뽑기만 하면 됐다.
똑똑.
그 절정의 순간에, 문 너머로 들려온 노크 소리가 흐름을 끊었다.
이단 심문관은 인상을 구기며, 하던 일을 멈추고 문 쪽으로 갔다. 그러다가 문득 든 불길한 기운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왜, 개자식아!”
이단 심문관은 잠긴 문을 열지 않고, 문 너머로 외쳤다. 혹시라도 문 너머에 있는 것이, 부하 이단 심문관이 아니라 ‘적’일 가능성을 상정한 것이었다.
“이단 심문관님, 잠깐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울려서 긴가민가하기는 한데, 부하의 목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그러니까, 왜?”
“건물 앞에 중앙성기사단 복장의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데,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는 데다가 암구호도 모릅니다.”
“중앙성기사단이면……. 네가 아는 얼굴이어야 하는 거 아니냐?”
“저는 일단 모르는 얼굴입니다. ‘적’인 것 같습니다.”
문 너머에서 말했다. 이단 심문관은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또 한 번 주저했다.
아직도 불길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그는 몇 번 고민하다가,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문 너머를 향해 입을 뗐다.
“박쥐.”
“…….”
“인마, 박쥐.”
이단 심문관이 말했다. 암구호였다. 답어는 지갑. 그러나 문 너머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답어를 모른다. 그건 즉, 문 너머에 있는 것이 부하 이단 심문관이 아니라 적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깨달은 순간에는 이미 늦었다.
콰앙!
상처가 가득한 팔이 철문을 뚫었다.
문을 뚫고 들어온 팔은 이단 심문관의 목을 잡아서 들었다. 이단 심문관은 그 팔을 손톱으로 긁고, 주먹으로 때리며 어떻게든 저항했다. 하지만 팔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힘이 어찌나 센지, 목이 졸려 질식하는 게 아니라, 악력에 목이 잘려서 죽어버릴 것 같은 지경이었다.
“커헉, 커허억……!”
털썩.
팔은 곧 이단 심문관의 목을 놓아주었다. 이단 심문관은 제 목을 어루만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당장 도망치거나, 혹은 무기를 들고 적에게 저항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콰직!
그때, 심문실의 문이 부서졌다. 문 너머에 있던 남자가 기이한 괴력으로 철문을 부숴버린 것이었다.
“좀 놀아주려고 했는데, 아쉽네.”
남자는 상처가 가득한 팔을 만지며 심문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단 심문관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숨을 가다듬고 있었다.
누워 있던 정윤아는, 심문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보았다. 독기와 살의로 가득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비로소 이채가 돌았다.
“잘했어, 정윤아.”
도선우가 정윤아를 향해 자그맣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
도선우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에도, 정윤아는 몇 번 도선우를 만났다. 그녀는 세상이 그의 정체를 알게 되기 이전부터, 그의 정체를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좀비가 되었던 그녀를 도선우가 구해준 때부터, 그녀는 이미 부두교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부여된 역할은, 로마니카교 사제단의 주축이 되어 정보를 빼돌리는 것.
부두 마력 대신 신성력을, 주술 대신 축복을 다루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윤아는 도선우, 혹은 다른 간부들과 접선하여 정보를 빼돌렸다. 빛의 제전에 대한 정보는 물론, 로마니카교 권력의 근간과 부두교 토벌을 위해 조직된 기사단의 정보까지.
그녀는 최선을 다해 부두교를 도왔다. 어느 날, 정윤아는 여느 때처럼 정보 조달을 위해 부두교도를 만나기로 했다. 그 날은 평소와 달리, 부두교 간부가 아니라 도선우가 직접 왔다.
“이게 뭐죠?”
그때 도선우는 정윤아에게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자그마한 기계 장치를 건네주었다.
“위치 추적기.”
도선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때까지 정윤아는, 이 위치 추적기를 목표물에게 부착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도선우가 건넨 기계 장치의 용도는 정윤아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만약 네가 내통자라는 사실이 들통 나면, 그때 이걸 삼켜.”
“…….”
“그래야 그때 내가 널 찾을 수 있으니까.”
도선우가 말했다. 정윤아는 도선우에게 받은 기계 장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말없이 한참 응시했다.
정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계 장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도선우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독약 같은 건 없어요?”
“그건 왜?”
“혹시 모르니까요.”
그녀는 만일 정체가 들통 나서, 이단 심문관에 의해 심문실로 끌려가게 됐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리 각오를 단단히 해도 고통 앞에 인간은 무력하기 마련이었다.
고문으로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되고, 그래서 결국 이단 심문관에게 부두교에 대해 실토하게 될 것 같으면, 그때 정윤아는 독약을 삼켜서 자결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좀비가 되었을 때, 이미 한 번 죽었다. 그리고 도선우 덕분에 새 삶을 얻었다.
그러므로 새롭게 얻어낸 삶을 부두교와 도선우를 위해 바친다 한들,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었다.
“필요 없어.”
그러나, 도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늦지 않게 갈게.”
도선우는 정윤아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건지 알고 있었다. 정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필요 없겠네요.”
정윤아는, 도선우를 믿었다.
그리고 도선우는 그 믿음에 부응했다. 도선우는 자신이 말한 대로, 정윤아를 찾아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너희는 왜 수법이 항상 똑같을까.”
도선우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정윤아와, 그녀의 입에 들어가 있는 집게를 보며 말했다.
그는 그런 직후 숨을 고르며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이단 심문관의 머리통을 걷어찼다. 이단 심문관의 몸이 심문실의 벽까지 날아갔다.
“오군.”
도선우가 주머니에서 기다란 쇠못 세 개를 꺼내며 말했다. 못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공중에 뜨더니, 벽에 내몰린 이단 심문관을 향해 쇄도했다.
푹, 푹, 푹!
세 개의 못은 이단 심문관의 양 손목과 다리에 깊이 꽂혔다. 이단 심문관의 몸이 못에 의해 벽에 고정되었다.
도선우는 벽에 단단히 고정된 이단 심문관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우직!
도선우의 주먹은 이단 심문관의 벌어진 입을 가격했다. 부러진 이가 바닥에 우수수 쏟아졌다.
이단 심문관이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가 곧 그는 눈물을 흘리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이단 심문관의 입에서는 걸쭉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흐, 아흐……. 교, 교후. 그흐……!”
이단 심문관이 뭐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가 다 부러져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실히 이가 없으니 귀엽게 들리긴 하네.”
도선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그러고 나서 이단 심문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러던 도선우의 시선이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이단 심문관의 아랫도리 부근이었다.
도선우는 결정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죄의 근원이 어디인지 알았다. 앞으로 죄를 못 짓게 해주지.”
도선우는 그렇게 말하며 부두 마력을 사출했다. 그리고 주술진을 그렸다. 재현 주술, 새벽의 검이었다.
도선우는 단검을 들고, 이단 심문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단검을 좌우로 흔들면서 입을 열었다.
“자, 이게 바로 네 죄를 씻을 정화의 칼이다.”
“으, 으흐읍, 쿨럭……!”
이단 심문관이 그걸 보고 발버둥 쳤다. 도선우가 저 단검으로 뭘 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양 손목과 다리가 못에 의해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이단 심문관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을 꿈틀거리기만 했다.
“죄를 씻을 생각에 기뻐서 몸 둘 바를 모르는군.”
도선우는 그런 이단 심문관을 보며 말했다. 그는 영롱한 보랏빛 광채가 도는 새벽의 검을 이단 심문관의 ‘몸’에 가져다 댔다.
재현 주술, 새벽의 검. 참수검을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울 때, 투척용 단검으로 그가 종종 사용하고는 했던 무기였다.
하지만 새벽의 검의 원래 용도는, 의식에 필요한 동물의 사체를 깔끔하게 손질하는 것이다.
서걱!
도선우가 새벽의 검을 휘둘렀다. 도선우는 지금 거의 처음으로, 새벽의 검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었다. 섬뜩한 소리와 이단 심문관의 비명이 심문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