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50
제350화
육은형과 별동대가 대치했다. 총을 들고 있던 한수련은 재빨리 육은형과 거리를 벌렸다. 육은형에게서 위험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별동대를 바라보는 육은형의 눈동자는 섬뜩할 만큼 차갑고 날카로웠다.
“…….”
육은형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단순한 적의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곳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끔찍한 증오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육은형은 별동대를 향해 지독한 증오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는 오른손에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건 분명 평범한 손도끼에 불과했지만, 기이할 만큼 위험한 무기처럼 보였다.
위험을 느낀 것은 한수련뿐만이 아니었다. 윤시몬은 물론, 김진서와 소도진도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그들은 검을 굳게 쥐고 육은형을 보았다.
육은형은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윤시몬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육은형입니다.”
윤시몬이 말했다. 소도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용병단의 그 육은형을 말하는 거냐?”
“예, 미친놈입니다. 4:1이니, 어떻게든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윤시몬이 말했다. 소도진과 육은형,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육은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소도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두 사람은 구면이었다.
육은형 용병단 진압 작전. 소도진이 속한 ‘트리니타스 성전사단’은 그 작전에 참여했다.
작전 도중 육은형과 직접 마주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끝까지 성전사단에게 저항했던 육은형의 악명은, 소도진도 알고 있었다.
“트리니타스의 소도진.”
육은형이 소도진을 보고 중얼거렸다. 검을 쥔 소도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육은형은 손목을 돌리며 소도진에게 다가갔다. 눈발이 거셌다. 살갗을 에는 칼바람은 차고 날카로웠다. 소도진은 검 끝을 육은형에게 겨눈 채, 차분히 입을 열었다.
“육은형, 교주의 위치를 말한다면 널 그냥 보내주겠다. 교주의 위치만 말해주면 돼.”
소도진은 협상을 해보기로 했다.
소도진이 생각하기에, 육은형과는 굳이 싸울 필요가 없었다. 별동대의 목적은 교주를 제거, 혹은 제압하는 것.
교주와의 전투 외에, 다른 부두교도와 싸워서 체력을 소비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육은형은 혼자였고, 별동대는 넷이었다. 잘만 하면 협상으로 싸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누가 누굴 보내준다는 거지?”
하지만, 육은형은 협상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소도진은 쯧,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소도진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축복의 빛이었다. 축복진을 그리지 않고도 축복을 사용할 수 있는, 오직 소도진만이 가능한 기예.
촤악!
소도진이 땅을 박차며, 육은형을 향해 돌진했다. 쌓여 있던 눈이 소도진의 발돋움에 휘날렸다. 소도진은 육은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목을 노린 정확한 공격이었다. 분명히 베는 느낌은 났다. 원래라면 육은형의 목은 눈 쌓인 지면에 떨어져 있어야 할 터였다.
콰창!
그런데 어째서인지, 지면에 떨어진 것은 육은형의 목이 아니라 소도진의 칼날이었다.
육은형은 소도진의 검이 목전에 들어온 순간, 주저하지 않고 맨손으로 검을 쥐었다. 그러고는 소도진의 검을 그대로 부숴버렸다.
“늙었군.”
육은형은 부러진 검을 쥐고 당황한 소도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맨손으로 검날을 쥔 탓에 손바닥에서 피가 줄줄 흘렀지만, 육은형은 개의치 않았다. 그 정도 고통은 육은형에게 익숙한 것이었으니.
하지만 육은형에게는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아직 윤시몬과 김진서의 검은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육은형의 신경이 소도진에게 쏠린 틈을 타서 축복진을 그렸다. 그리고 축복의 빛에 힘입어 육은형에게 도약했다.
부웅!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육은형은 고개를 뒤로 젖혀서 그것을 피했다. 윤시몬과 김진서의 검이 육은형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윤시몬과 김진서는 곧바로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김진서는 곧바로 축복을 썼다. 그녀의 몸이 축복의 빛에 휘감겼다.
윤시몬도 축복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틈은 없었다.
콰직!
육은형의 도끼가 윤시몬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커, 억……!”
윤시몬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검을 쥐고 있던 그의 손아귀에 힘이 풀렸다.
그럼에도 윤시몬은 검을 놓지 않았다. 악착같이 정신을 차려서, 어떻게든 검을 쥐었다.
하지만 다시 검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고통으로 정신이 아득했다.
육은형은 이어서 김진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녀에게까지 도끼를 휘두를 틈은 없었다. 김진서의 검은 이미 육은형의 목전에 와 있었다.
서걱!
육은형은 그 검을 피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목이 떨어지는 것만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육은형은 손을 뻗어서 김진서의 검을 막았다. 궤도를 틀어서 목을 건사한 대가로, 육은형은 손목을 내어주어야 했다.
육은형의 얼굴이 아주 약간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정신을 다잡고 도끼를 쥐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도끼를 들었다.
타앙―!
그 순간, 총성이 울려 퍼졌다.
소도진, 김진서, 그리고 윤시몬이 검을 들고 싸우는 동안, 홀로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한수련이었다.
손목이 잘려서 잠시 육은형의 움직임이 멈춘 틈을 놓치지 않고, 한수련은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는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푸욱!
탄환에 맞기 직전, 육은형은 재빨리 걸음을 뒤로 옮겨서 탄환을 피했다. 그러나 완벽히 피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 탄환이 심장에 박히는 것만 가까스로 피해냈을 뿐이었다.
탄환은 육은형의 무릎에 박혔다. 육은형이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아직 전투는 끝이 아니었다. 육은형의 눈은 아직 살아 있었다.
육은형은 나무 위에서 총을 들고 있는 한수련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리고 도끼를 강하게 쥐었다. 그는 손도끼를 던져서 한수련을 맞출 생각이었다.
콰악!
그때, 소도진이 육은형의 손목을 짓밟았다. 그렇게 육은형의 마지막 저항은 무산되었다.
“크윽……!”
육은형은 악에 받친 신음을 내지르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소도진을 응시했다.
왼쪽 손을 잃은 데다가, 무릎에 총상을 입어 더 이상의 저항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독기가 차 있었다.
“교주가 어디 있는지 말해.”
꾸욱.
소도진은 육은형의 손을 더욱 강하게 짓밟으며 말했다. 육은형이 굳게 쥐고 있던 손도끼가 눈밭에 떨어졌다. 소도진은 부러진 검을 육은형의 목에 겨눴다.
아무리 부러진 검이라고 해도, 완전히 제압한 상대의 숨통을 끊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널 죽일 수밖에 없다. 선택해.”
소도진이 말했다.
* * *
성직자들은 당황했다.
갑작스럽게 지형이 바뀌어서, 대열이 뿔뿔이 흩어져 버린 까닭이었다. 더구나 하늘은 먹구름에 덮여 어두웠고, 눈이 오는 탓에 사방이 하얘서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었다.
성직자들은 다급한 마음에 떨기나무 가지를 들었다. 신성력을 주입하는 것으로, 다른 성직자들과 통신을 가능케 하는 성물이었다.
그들은 신성력을 사출하여 떨기나무 가지에 불어넣었다.
화륵!
떨기나무 가지에 불이 붙었다. 성직자들은 그 불꽃에 입을 가져다 댔다.
콰악!
부두교는 그 틈을 노렸다.
“욱, 큭. 크륵……!”
성직자가 신성력을 사출하고 떨기나무 가지에 불어넣는 그 순간, 그들의 목에 노끈이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성직자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몸을 버둥거리다가 이내 의식을 잃었다. 축 처진 성직자들의 몸이 눈밭에 놓였다.
“흩어지고 나니 별거 없군, 이놈들.”
하수현은 쓰러진 성직자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성직자들은 갑작스럽게 뒤바뀐 지형에 당황해서 허둥지둥 떨기나무 가지를 꺼내 들거나, 혹은 신성력을 사출했다.
그러면 부두교도들은 신성력이 내뿜는 빛 덕분에 성직자들의 위치를 쉽사리 파악할 수 있었다.
하수현과 까마귀 용병단은 그 빛을 따라 성직자들을 찾아낸 뒤, 노끈으로 그들의 목을 졸라서 죽였다. 그렇게 해서 처치한 성직자들만 벌써 수십 명이었다.
“……다른 쪽도 순조로웠으면 좋겠는데.”
하수현이 고개를 들고 중얼거렸다. 눈 덮인 산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건 멀리서 보았기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눈으로 하얗게 칠해진 이 산의 곳곳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부두교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교주, 도선우의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몰랐다. 지금까지는 부두교에게 유리하다고 한들, 어느 사건을 기점으로 로마니카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세가 확 기울어 버릴지도 모를 일.
“…….”
하수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럴 시간에 더 많은 성직자들을 제압해야 한다.
그것이 부두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지금은 그저 해야 할 일을 한다.
해야 할 일을 한다.
그것은 하수현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신념이자,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행동 양식이었다.
‘별 없는 밤’ 당시 레위단의 단장을 죽인 것도. 그로 하여금 지하 감옥에 수감된 것도. 3대 교주인 도선우의 도움을 받아 탈옥한 뒤, 부두교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도.
지금 이 순간, 노끈으로 성직자들의 목을 졸라 죽이고 있는 것도.
전부 그 신념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죽더라도, 하수현 간부는 해야 할 일을 하세요.’
하수현은 도선우의 말을 떠올렸고, 잡다한 생각을 지웠다. 그리고 빛이 보이는 방향으로 다시금 걸었다.
* * *
하수영은 참수검을 들었다. 그리고 휘둘렀다.
서걱!
아까까지 하수영과 전투를 치르고 있던 자선의 호위대장. 그의 머리가 눈밭에 떨어진다. 하얀 눈이 새빨간 피로 적셔진다.
“하아, 하아……!”
하수영은 거친 숨을 토하며, 그 앞에 주저앉았다. 살을 베는 섬뜩한 감각이 아직도 선명했다. 검을 쥔 손바닥이 저릿저릿했다.
참수검은 부두 마력으로 이루어진 무기였다. 진검에 비하면 베는 느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참수검만 있으면 너무나 가볍게 사람의 목을 벨 수 있었다. 너무나 가볍게,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죽인 이후의 감각까지 가벼워지는 건 아니었다.
“…….”
하수영은 사람을 죽이는 이 감각에는 영영 익숙해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목이 베여서 죽어버린 호위대장의 몸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응어리지던 그 빛은, 이윽고 하늘로 떠오르며 사라졌다.
아마도 저것이 도선우가 말한 ‘베라카’일 것이었다.
“자선의 호위대장을 죽였어. 베라카가 사라지는 모습도 확인했고.”
하수영은 지면을 뚫고 올라와서 꾸물거리고 있는 나무뿌리에 대고 말했다.
이렇게 산 어딘가에 있는 나무뿌리에 대고 말하면, 그 말은 전부 도선우에게 전달될 것이었다.
―잘했다.
나무뿌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조된 것처럼 기괴하게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히 도선우의 것이었다.
“……그래, 다른 호위대장은 어디 있어?”
하수영은 주저하지 않고 물었다. 그녀의 역할은, 도선우의 권능으로 고립된 호위대장을 찾아내고, 사살하는 것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하수영이 그러한 역할을 받게 된 이유는 자명하다. 도선우 외에, 그녀보다 주술을 잘 사용하는 부두교도가 없기 때문이다.
혼절, 도취 등의 환혹 주술은 물론, 참수검과 새벽의 검 등의 재현 주술까지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부두교도는 그녀뿐이었다.
교황, 마유현에게 ‘베라카’라는 특별한 힘을 하사받은 호위대장들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참수검 같은 강력한 주술을 사용할 줄 아는 하수영이 유일했다.
―잠깐 기다려. 일…… 를 벗어나……. 게 좋…….
그때 나무뿌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하수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선명하게 잘 들리던 도선우의 목소리가 지금은 잘 들리지 않았다.
“뭐? 잘 안 들려!”
―일단……. 자리……. 를…….
“뭐라는 거야. 똑바로……!”
추욱.
도선우의 목소리를 전달하던 나무뿌리가 검게 썩어 들어가며 시들었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도선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도선우는 지금까지 로아의 권능을 몇 번이나 사용했다. 슬슬 부작용이 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씨발, 잔꾀를 부리고 있어. 개새끼가……!”
그때, 하수영의 귓가에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
“…….”
적이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부두교도 중에서는 저렇게 불쾌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하수영은 근처에 있는 수풀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뽀득, 뽀득.
눈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로 어림했을 때, 적의 수는 최소 3명. 최대 4명이었다.
하수영은 부두 마력을 사출하고, 주술진을 그릴 준비를 했다.
주술을 사용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하수영은 수풀 위로 고개를 빼꼼 들어서 적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
그 얼굴을 보자마자 하수영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냈다.
노란 머리. 까무잡잡한 피부. 날카롭게 찢어진 두 눈. 여타 성직자는 물론, 호위대장과도 궤를 달리하는 화려한 복장까지.
교황, 마유현.
‘별 없는 밤’, 하수영의 어머니를 죽이고, 하수현을 지하 감옥에 처넣은 장본인.
하수영에게는 몇 번을 죽여도 시원찮을 숙적이었다. 그 숙적이 지금 바로 그녀의 눈앞에 있었다.
하수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마유현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주술진을 그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