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51
제351화
“윤시몬, 괜찮아?”
김진서는 어깨를 부여잡고 쓰러진 윤시몬에게 다가갔다. 상태를 자세히 살피려고 주술 방독면을 잠시 벗었다.
한수련도 방독면을 잠시 벗어 던지고, 윤시몬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살폈다. 한수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치유하면 생명에 지장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제 전투는 못 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확실해.”
한수련이 말했다.
“후우, 후우……! 바, 방법이 없습니까? 부목이라도 대면……!”
윤시몬이 거친 숨을 토하며 말했다. 그는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추위 때문인지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에는 여전히 힘이 가득했다. 윤시몬은 계속 싸우고 싶었다. 끝까지 싸워서, 자신의 손으로 교주를 처치하고 싶었다.
“부목으로 해결될 상처가 아니야. 넌 빠져라.”
하지만 김진서는 그런 윤시몬의 기대를 짓밟으려는 듯이 매몰차게 말했다.
“그런 상태로는 전투에 도움이 안 돼. 여기서 빠져.”
“하지만, 치유를 쓰면……!”
“응급 치유는 지금 내가 할 수 있지만, 그런다고 팔이 움직이지는 않을 거다. 나가서 치유 사제한테 제대로 치유를 받아.”
김진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신성력을 사출했다. 치유진을 그렸다. 치유의 빛이 윤시몬의 어깨를 감쌌다.
금방 출혈이 멎었다. 김진서는 축복뿐만 아니라 치유에도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김진서의 치유로도 상처를 완전히 치료할 수는 없었다.
윤시몬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든 팔을 움직여 보려고 했다. 그리고 검을 쥐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검을 다시 쥘 수는 없었다.
“……그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교주와의 전투에서는 너 같은 부상자를 신경 쓸 여유가 없어.”
김진서가 말했다. 그건 그녀 나름의 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꼭 죽을 때까지 싸울 필요는 없었다. 부상을 입었다면,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전투에서 빠지는 것도 방법이었다.
윤시몬은 김진서의 말을 듣고 고민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싸울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그래도, 조금만 더…….”
윤시몬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싸워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교주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그놈에게 검이라도 한 번 휘둘러 보고 싶습니다…….”
윤시몬은 몸을 떨면서도 꿋꿋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수련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마음인지는 알아. 나도 그러니까. 하지만……. 하, 모르겠다. 뭐라고 말해야 하냐, 이럴 때는…….”
한수련이 착잡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김진서는 윤시몬을 보았다.
도끼로 어깨가 찍혀서, 그 고통으로 여전히 몸을 바들바들 떠는 와중에도, 기어이 싸우겠다고 말하는 윤시몬을 보았다.
도저히 할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들의 증오는 이해한다. 강대만은 도선우에게 죽었다. 강대만과 연인이었던 한수련은, 당연히 도선우를 죽이고 싶을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눈으로 도선우의 죽음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
정작 김진서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다. 이 싸움을 끝내려면, 결국 도선우를 죽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교황인 마유현이 죽어도 로마니카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곧바로 다른 누군가가 교황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며, 성전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선우가 죽는다면, 당장 부두교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성전은 끝날 것이다.
싸움을 끝내고 싶다. 싸움을 끝내려면 도선우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걸까. 뭘 하고 싶은 걸까. 김진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묻겠다. 교주의 위치를 말해. 그럼 살려주지.”
그러는 동안, 소도진은 여전히 육은형을 심문하고 있었다.
“……교주님의 위치는 나도 모른다. 나는 졸개에 불과해. 교주님의 위치를 아는 건 간부들뿐이야.”
소도진의 추궁에, 육은형은 단호하게 말했다. 소도진은 더 강하게 육은형의 손목을 짓밟았다. 육은형의 얼굴이 조금 더 일그러졌다.
소도진은 부러진 검을 육은형의 목에 대고, 살짝 힘을 주었다. 육은형의 두꺼운 목에서 피가 방울방울 흘러나왔다.
“거짓말하지 마. 네가 부두교의 간부라는 건 늙고 병든 성전사인 나도 아는 사실이다.”
소도진이 말했다. 육은형이 피식 웃었다.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나?”
“……질문에 대답이나 해. 정말로 죽여버리기 전에.”
“좆 까고 있네. 그냥 죽여.”
육은형이 말했다. 그는 소도진이 겨눈 칼날에 목을 더 들이밀었다.
방울방울 맺혀 나오던 피가 이제는 철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소도진은 오히려 당황해서 검을 뺐다. 육은형은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소도진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네가 아무리 협박해도 나는 말하지 않을 거다. 너희도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날 죽여라.”
“…….”
“네가 설령 내 눈을 파고, 혀를 자르고, 손톱을 온통 뽑아낸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그깟 고통과 공포에 나는 지지 않아.”
육은형은 말한다. 그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다. 소도진은 그때 직감했다. 이놈은 절대로 교주의 위치를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협박하고, 고문해도, 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
소도진은, 검을 쥐었다. 어차피 육은형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소도진이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육은형은 죽음을 직감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이눔아, 육은형―!!”
그때였다.
쨍그랑―!!
화륵!
어디선가 들려온 구수한 목소리와 함께, 별동대의 앞에 웬 병이 날아들었다. 병이 깨지면서 인근에 불이 붙었다. 화염병이었다.
새까만 연기와 함께, 보랏빛 안개가 너울너울 피었다. 그건 염만근의 공장 술로 만들어진 화염병, 즉 도취 주술이 각인된 특수한 화염병이었던 것이다.
“윽……!”
안개를 맡은 김진서와 한수련의 눈동자가 풀렸다. 그들은 검을 쥐고 전투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도취 주술 탓에 손아귀에 힘이 풀렸다.
힘이 빠지기는 소도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육은형의 목을 찌르기 위해 들고 있던 검을 놓치고 말았다.
“나다, 나! 염만근이가 왔다, 이눔아……!”
그 화염병을 던진 것은 염만근이었다. 그는 도취 주술로 별동대의 전력이 마비된 틈을 타, 재빨리 육은형을 등에 업었다. 그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육은형은 영문도 모른 채 염만근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염만근은 그 통통한 몸으로 잘도 육은형을 업고 달렸다.
“교주님 뜻이다, 이눔아. 내 뜻이 아니여. 다 교주님 뜻이라……!”
염만근은 달리면서 계속 그렇게 중얼거렸다. 염만근은 지금, 육은형을 업고 이 산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그것은 전부, 염만근이 말한 것처럼, ‘교주의 뜻’이었다.
쿠웅―!
어디선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산이 요동쳤다. 지팡이를 내리찍는 소리였다. 바람이 불었다. 내리던 눈이 거친 바람에 어지럽게 휘날렸다.
육은형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사방으로 하얗던 산이,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불길하고 꺼림칙한 붉은 빛이 산을 천천히 잠식했다.
* * *
“…….”
하수영은 자세를 낮춘 채 마유현을 보고 있었다.
“다른 호위대장과는 연락이 안 됩니까?”
마유현이 자신의 옆에 있던 두 호위대장을 보고 말했다. 두 호위대장은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마유현에게 경의를 표하며 입을 열었다.
“예, 성하. 순결, 겸손, 절제의 호위대장은 연락이 두절. 자선의 호위대장과는 잠시 떨기나무로 통신이 되었으나, 이후 전투에 휘말렸는지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렇습니까.”
마유현이 심호흡을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듯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수영은 손가락을 접어가며 기억을 더듬었다.
마유현 옆에 있던 호위대장의 말에 따르면, 순결, 겸손, 절제의 호위대장은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했다. 자선의 호위대장은 방금 하수영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였다.
근면의 호위대장, 강대만은 일전에 도선우가 죽였고. 남은 건 친절, 인내. 즉, 여기에 있는 두 명의 호위대장은 ‘친절’과 ‘인내’였다.
그때, 마유현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수영은 고개를 바짝 숙였다. 혹시라도 마유현이 이쪽을 보면 큰일이었다.
“교주를 잡으려면 지금입니다. 이 정도 규모의 권능을 썼다면 그놈도 멀쩡한 상태일 리가 없습니다. 별동대와 연락은 됩니까?”
마유현이 말했다. 두 호위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별동대 쪽도 두절입니다.”
“젠장, 이럴 거면 떨기나무 가지는 왜 보급한 건지……. 아무튼 알겠습니다. 일단은 여기서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죠.”
마유현이 말했다. 두 호위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기를 꺼내들었다.
‘친절’은 채찍, 그리고 ‘인내’는 거대한 바퀴를 들고 있었다. 둘 다 겉보기에도 아주 흉악해 보이는 무기였다.
그걸 본 하수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유현이 신성력을 사출해서 자신의 눈에 동그란 원을 그렸다. 그의 눈동자가 맑고 찬란하게 빛났다.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는 쥐새끼부터 잡읍시다.”
그리고, 마유현이 말했다. 두 호위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순간 하수영의 숨이 멎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마유현이 하수영 쪽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친절’과 ‘인내’는 각각 채찍과 바퀴를 들고, 마유현의 뒤를 따랐다.
뽀득, 뽀득. 눈 밟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심장이 아까보다 더 가파르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지금 주술진을 사용해야 하나? 지금 당장?
바로 참수검을 뽑아서 공격한다면, 저 셋을 이길 수 있을까. 저 셋을 전부 죽일 수 있을까?
하수영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선의 호위대장과의 1:1 전투조차, 하수영은 겨우겨우 승리했다. 그런데 교황과 두 명의 호위대장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서 죽는 건가? 아무것도 못 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뛰면서, 하수영의 사고는 정지했다. 마유현은 하수영의 어머니를 죽인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분노와 증오를 느껴야 마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하수영은 그 대신, 공포를 느꼈다. ‘별 없는 밤’, 어머니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그때와 같은 끔찍한 공포를.
“……눈깔 하나는 좋아.”
그때, 누군가 말했다.
하수영이 말한 게 아니었다. 마유현이 말한 것도, 하물며 두 호위대장이 말한 것도 아니었다. 하수영이 눈이 커졌다.
마유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판석이었다. 충청교단의 간부, 하수영의 아버지, 하판석.
하판석은 길쭉한 총을 들고 있었다. 전투에서 습득한, 로마니카 교황군의 총이었다.
하판석은 그 총을 마유현에게 겨누고 있었다. 마유현을 지키던 두 호위대장은, 주저하지 않고 하판석에게 달려들었다.
호위대장들은 마유현을 지키는 것이 사명이었다. 그들은 생각과 판단 이전에, 마유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족속들이다.
하지만 하판석도 다르지 않다. 그는, 마유현을 죽이는 것이 평생의 숙원이자 사명이었으므로.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성이 울려 퍼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