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52
제352화
타앙―!
총성.
탄환이 날아든다. 마유현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탄환을 본다. 그의 눈동자는 탄환을 정확히 응시하고 있다.
‘베라카’를 사용한 그의 눈은, 날아드는 탄환마저도 생생하고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탄환을 보는 것과 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푸욱!
“욱……!”
탄환이 박힌다. 심장이나 머리가 아닌, 옆구리에. 그때 하판석은 빙긋 웃는다. 목숨과 맞바꿔 쏘아 올린 탄환이었는데도 즉사시킬 수는 없었다. 가벼운 경상을 입히는 게 전부였다.
심지어 기껏 입힌 총상조차, 로마니카교의 ‘치유’라는 걸 쓰면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버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판석은, 하찮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어 마유현의 옆구리에 총상을 입힐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인내의 호위대장이 하판석의 머리 위로 거대한 바퀴를 들어 올리고, 친절의 호위대장이 휘두른 채찍이 눈앞에 온 순간까지도, 하판석은 그저 무한히 감사하고 있었다.
쩌엉―!!
바퀴가 지면을 강하게 내려쳤다. 하판석은 몸을 비틀어서 피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의 다리가 거대한 바퀴에 찍혀서 부러졌다.
뒤이어 채찍이 날아들었다. 하판석의 옷과 피부가 찢어진다. 그의 피가 눈밭을 적셨다.
“아, 욱……!”
하판석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의 다리는 부러져서 기괴하게 뒤틀려 있었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마유현은 총에 맞은 옆구리를 만지작거렸다.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스쳐 맞은 수준이라, 목숨에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친절의 호위대장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치유진을 그렸다. 치유의 빛이 마유현을 감쌌다. 그러자 총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말끔하게 사라졌다.
치료를 마친 뒤, 두 명의 호위대장과 마유현이 하판석에게 다가갔다.
인내의 호위대장은 바퀴를 다시 들어서 하판석의 숨통을 끊어 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마유현이 제지했다.
“간부인가?”
마유현이 물었다. 하판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이유가 없는 질문이었으므로.
“……대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인데. 호위대장, 이자가 누구인지 압니까?”
마유현이 호위대장들에게 질문했다. 두 호위대장 중, ‘인내’ 쪽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청교단 간부, 하판석입니다. 몇 번 전투에 참가한 이력이 있습니다.”
“역시 간부였군.”
마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호위대장이 들고 있던 채찍과 바퀴를 보았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문을 하죠. 교주의 위치를 말할 때까지. 아니면 이놈이 비명을 지르게 하면, 교주가 그걸 듣고 여기로 와줄 수도 있고.”
“고작 간부 한 명 때문에 교주가 모습을 드러낸단 말입니까?”
친절의 호위대장이 물었다. 마유현이 피식 웃었다.
“안 오면 뭐……. 아쉬운 거죠.”
마유현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쓰러진 하판석을 무미건조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하판석은 몸을 떨었다. 마유현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너는 비명만 지르다가 죽게 될 거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마유현이 물었다. 그건 그가 주는 마지막 기회였다. 지금이라도 교주의 위치를 말한다면, 고문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인내의 호위대장이 가지고 있는 바퀴. 그리고 친절의 호위대장이 가지고 있는 채찍. 이것만 있어도 어지간한 고문은 가능했다.
마유현은 설령 하판석이 지금 입을 열지 않더라도, 고문으로 그의 입을 열 생각이었다. 만일 고문으로도 입을 열 수 없다면, 비명으로 교주를 유인할 생각이었다.
“…….”
하판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눈동자로 마유현을 보았다. ‘별 없는 밤’이 생각났다. 아내를 죽이고, 하수현을 잡아갔던 그놈. 그 놈이 바로 이놈이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그 놈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하판석은, 분노하기보다 두려웠다. 곧 고문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할 말이 없나?”
마유현이 재차 물었다. 한참을 입술을 깨문 채 생각하던 하판석은,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이 눈을 떴다.
지금까지 공포로 바들바들 떨리던 눈동자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흔들림 없이 굳건했다.
“도망가라, 수영아―!!”
하판석이 외쳤다.
파사삭!
수풀이 흔들린다. 두 호위대장과 마유현의 시선이 일제히 같은 곳으로 쏠렸다. 가면과 판초를 쓴 사람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마유현은 신성력으로 그린 둥근 원 너머로, 도망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부두 마력의 흐름으로 보건대, 교주는 아니었다.
마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딸?”
“…….”
“그렇군. 딸을 위해서……. 대단해.”
마유현이 말했다. 그가 친절의 호위대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친절의 호위대장이 마유현에게 채찍을 넘겨주었다.
마유현은 채찍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며 누워 있는 하판석을 내려다보았다.
“왠지 기분이 안 좋네.”
마유현이 중얼거리며 채찍을 들었다. 말과 달리, 마유현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 * *
“읍, 흐읍……!”
하수영은 뛰었다. 숨이 막혔다. 눈물이 났다. 그녀는 문득, 자신이 왜 달리고 있는지를 떠올렸다. 도망치고 있는 이유를 떠올렸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째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들렸다. 아버지의 비명이다. 그 비명은 너무 처절해서,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았다.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
하수영은 걸음을 멈췄다.
분명 싸우려고 했다. 그놈을, 마유현을 죽여 버리려고 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일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막상 눈앞에 마주하니 공포스러웠다.
하판석이 마유현과 호위대장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판석이 죽게 될 것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별 없는 밤’. 그날처럼.
그때 하수영은 어렸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주술을 쓸 줄 알았다. 참수검을 꺼내고, 혼절 주술로 적들의 의식을 빼앗는 것 정도는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도망치고 말았다.
뽀득, 뽀득.
하수영은 발걸음을 돌린다.
자신이 도망쳐 왔던 그 길로. 정신없이 발자국을 남기며 도망쳐 온 그 길의 반대로, 다시 걸었다.
하수영은 부두 마력을 사출하고, 주술진을 그렸다. 참수검을 뽑았다. 검을 쥐고, 하판석의 비명이 들려오는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걸음이 빨라졌다. 뛰었다.
비명이 가까워졌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속이 울렁거렸다. 걸음이 무거웠다. 당장이라도 걸음을 돌려서, 다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하수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도망칠 수는 없으니까. 그녀는 설령 죽더라도 참수검을 휘둘러 볼 생각이었다.
마유현과 두 명의 호위대장은 하판석을 고문하고 있었다. 하판석의 비명은 하수영의 인기척을 조금이나마 가려줄 것이다.
고문하며 채찍과 바퀴를 사용하고 있을 것이므로, 빠른 반격이 어려울 것이다.
운이 좋다면 마유현의 팔이나 다리 정도는 잘라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정말 운이 좋다면 목을 베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고 나서 하수영은 아마도 죽겠지만, 이제 그런 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적어도 한 번 정도는 도망치지 않고 싶었다. 그뿐이다. 하수영은 참수검을 쥐었다.
“하수영.”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하수영은 걸음을 멈췄다. 도선우다.
하수영은 도선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모습이 너무 처참했기 때문이다. 눈과 코, 입, 귀, 얼굴에서 피가 안 흘러나오는 곳이 없었다. 안색은 초췌했다. 금방이라도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끄아아아악―!!
“네 아버지 목소리지.”
그때 다시 하판석의 비명이 들렸다. 도선우는 비명이 들려온 방향을 응시하며 말했다.
하수영은 잠깐 말없이 도선우를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도선우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바데.”
부웅!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도선우와 하수영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바람은 몹시 차고 날카로워서,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깟 고통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던 눈물은, 바람 탓에 멎었다. 다행이었다.
“같이 가냐?”
도선우가 물었다.
하수영은,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 * *
고문 방법은 실로 단순했다. 채찍으로 하판석의 몸을 내리치는 것. 죽지 않을 정도로, 고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힘을 조절해서.
그것만으로 하판석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눈물을 흘렸고 나중에는 입에 거품까지 물었다.
“……끝까지 아무 말도 안 하네.”
하지만, 그럼에도 하판석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교주의 위치에 대해서도. 부두교의 작전에 대해서도. 부두교에게 불리한 정보는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았다.
하판석은 죽음을 직감했다. 이대로라면 고문이 아니더라도, 출혈 때문에 머지않아 죽게 된다.
쿠웅―!!
그때, 그 소리는 울려 퍼졌다. 교주의 지팡이가, 지면을 내리찍는 그 소리가.
그 소리는 가까웠다. 두 명의 호위대장과 마유현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피투성이가 된 도선우가 바람을 타고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의 상태는 끔찍했다. 누가 봐도 곧 죽을 산송장의 모습이었다. 아마 로아의 권능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에, 그 부작용을 견디고 있는 것이리라.
“……역시.”
마유현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마유현의 예상대로였다. 마유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명의 호위대장들은 각자의 무기를 쥐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마유현은 양 엄지를 교차하여 손을 모은 뒤, 기도하듯이 눈을 감았다.
그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너무 빨라서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었다.
직후 그의 주위로 신성력 같은 빛이 흘러나왔다. 신성력과 비슷했지만, 결코 신성력은 아닌. 그보다 더 찬란하고 맑은 빛의 응어리였다.
쏴아아아―!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빛이 마유현의 몸을 감쌌다. 그의 등에 빛의 날개가 돋아났다. 기도하기 위해 모은 손에, 빛의 창이 쥐여졌다.
마유현은 그때 눈을 떴다. 그가 창을 들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마유현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마유현의 눈높이가 비로소 도선우와 맞춰졌다.
“기어이 죽으러 와줬구나. 고맙다.”
마유현은 빛의 창을 도선우 쪽으로 겨누며 웃어 보였다.
“지금 많이 말해 놔.”
도선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죽고 나면 그 주둥아리도 이제는 못 놀릴 테니까.”
그가 지팡이를 하늘 높이 들었다.
“칼푸.”
그리고 말했다.
먹구름 가득하던 하늘이 열린다. 갈라진 구름 틈 사이로, 불길한 빛이 흘러 내려온다. 붉은 빛이다.
피의 빛깔을 닮은 그 빛이 눈으로 뒤덮인 산을 비춘다. 세상이 붉어진다.
마유현이 고개를 든다. 하늘에 붉은 달이 떠 있다. 소름 끼칠 만큼 크고 붉은 달이.
[달이 아름다운 밤이다.]붉은 달빛이 도선우를 비추었다. 도선우는 고개를 들고 달을 보았다. 그리고 달을 향해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달은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입을 열었다.
[네게는 더 가져갈 것이 없군.]그 말에, 도선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유현과 두 호위대장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몰랐다. 그들에게는 그 ‘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하수영과 하판석은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부두교도였던 그들은 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므로.
칼푸의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바쳐야 할 대가.
도선우에게는 이제 대가로 바칠 만한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로아의 권능을 사용하여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을 칼푸는 갖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변덕이었다.
도선우는 당황했지만, 직후 정신을 차렸다. 칼푸의 권능이 없다면, 다른 권능을 쓰면 된다. 주술을 써도 된다. 참수검, 새벽의 검, 뭐든 쓴다면, 마유현을 상대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이길 것이라는 확신을 쉽사리 갖지 못하는 것은, 모든 로아의 권능 중에서 칼푸의 것이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가장 강한 축에 드는 권능이기 때문이다.
칼푸의 권능 없이, 다른 권능만으로 마유현을 상대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울지도 몰랐다.
“나의…….”
그때, 하판석이 입을 열었다.
하판석은 웃고 있었다. 방금까지 고문을 당해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면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주 편안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럼에도 아주 또렷하게 이곳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하판석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는 지난 몇 년간의 일을 떠올렸다.
그는 지하 감옥에 있던 하수현을 다시 만났다. 하수영은 주술의 재능을 인정받아서, 교주의 최측근이 되었다. 방금 자신은 심지어 교황의 옆구리에 탄환을 꽂았다.
기분 나쁜 웃음을 실실 흘리기나 하는 교황의 면상이 찌그러지는 꼴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
이제 하판석은 죽어도 여한이 없었다. 살아서 누리고 싶었던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을 전부 누리고 보았으니까.
만일 이 죽음이 부두교에게 값진 죽음이 된다면. 이 죽음이 부두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먼 옛날, 반란을 모의했던 것에 대한 속죄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하판석은 죽을 수 있었다.
“……가져가 주십시오.”
하판석이 말했다. 하늘에 떠 있던 붉은 달이 그의 결심에 대답하듯이 이지러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