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356
제356화
한수련은 나무 위에서 숨을 골랐다. 도선우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도선우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 서서, 들어오는 공격에 대응하기만 했다. 덕분에 조준하기가 편했다.
방아쇠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숨을 참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성과 함께 탄환이 날아간다. 탄환은 이번에도 도선우에게 닿지 못한다. 그의 눈앞에서 멈춘 탄환은,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진다. 또다시 도선우는 피를 토한다.
도선우의 입에서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저 덩어리들이 정말로 피가 맞는 건지도 이제는 잘 모르겠다.
소도진은 검을 휘둘렀다. 도선우는 그걸 피했다. 하지만 아까처럼 반격을 할 여력은 없었는지, 주먹을 쥐지 않고 피하기만 했다.
한수련은 다시금 도선우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고,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여전히 도선우에게 닿지 않는다. 탄환은 그의 눈앞에서 멈출 뿐이다.
하지만 도선우는 피를 흘린다. 마치 탄환에 맞은 것처럼. 검에 베인 것처럼.
그는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었지만, 결코 죽지는 않았다.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처럼 보였지만, 결코 주저앉지는 않았다.
“그만 죽어, 제발…….”
한수련이 방아쇠를 당기다 말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도선우의 의지가 슬슬 꺾이기를 바랐다. 더는 저항하지 않아 주었으면 했다.
한수련은 도선우가 죽기를 바랐다. 도선우는 강대만을 죽인 원수였다. 강대만의 복수를 위해서는 도선우가 죽어야 한다. 아니, 교주를 죽여야 한다.
“…….”
그러나, 한수련은 더는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도선우를 향한 증오와 복수심이 희미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피를 줄줄 흘리며 죽어가는 도선우를 보고 있으니,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죽어가는 도선우가 부두교의 교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피렌체의 도선우가 자꾸만 떠올랐다.
한수련은 고개를 털었다. 그때의 기억을 어떻게든 잊으려고 했다.
피렌체에서 봤던 도선우는 잊어야 했다. 지금 눈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건, 사악한 부두교의 교주였다. 그러니 죽어 마땅하다고, 그렇게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그건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는 기억이 아니었다. 쉽게 잊을 수 있었다면, 한수련은 진작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하자, 이제.”
소도진이 중얼거렸다. 그는 이제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선우는 이제 저항할 힘이 없었다. 저항한다고 해도 의미없는 저항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대로 두면 그는 알아서 죽는다. 살기 위해서 로아의 권능을 쓰다가, 끝내 몸 안의 모든 피를 토해내면서 죽게 될 것이다. 그건 아주 고통스럽고 참혹한 죽음이 될 것이었다.
“치유를 받으면…… 살 수 있을 거다.”
소도진이 말했다.
“늦지 않았다, 도선우.”
그리고 그게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라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소도진은 눈을 질끈 감았다.
도선우는 죽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성전은 결코 끝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도선우가 죽지 않고 어찌어찌 살았다고 한들, 그는 교황청에게 처형당할 것이다. 치유를 받는다고 해도 죽음을 미룰 뿐이지, 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도선우가 죽는다고 한들, 처형식은 열릴 것이다. 도선우의 시체를 광장에 매달고, 시체를 태우는 의식은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교주의 죽음이 모두에게 알려지고, 성전은 비로소 로마니카교의 승리로 끝나게 될 테니.
지금 죽는다면, 적어도 산 채로 불에 타서 죽는 끔찍한 고통을 느낄 필요는 없어진다.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 죽는 것이 도선우에게는 편한 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도진은 도선우의 목숨을 끊을 각오가 없었다. 도선우를 위해, 기꺼이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결심이 없었다.
도선우를 위하는 척하며, 무책임하게 위선을 떠는 것이 소도진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래, 아직 늦지는 않았지.”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도선우는 그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끔찍하게 갈라져 있었다.
그가 눈을 부릅떴다. 피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눈에서 흘러나온 피를 바닥에 흩뿌렸다. 그러고는 작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란브와.”
쿠구구구―!
그의 말과 함께, 바닥에 흩뿌려져 있던 피가 빛났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면이 요동쳤다. 땅에 박혀 있던 나무뿌리가 지면 위로 흐느적거리면서 올라왔다.
그 나무뿌리에서 난 나뭇잎이 도선우를 감쌌다. 산줄기가 뒤엉키고, 산의 모습이 또 다시 변하기 시작한다. 쌓여 있던 눈이 쏟아졌다. 눈사태의 조짐이 보였다.
“이런 미친놈이……!”
소도진이 경악했다. 그 와중에도 도선우는 로아의 권능을 썼다. 그건 아마, 마지막 남은 생명력까지 전부 쥐어짜서 쓴 권능일 것이다.
최후의 저항.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죽음을 앞당길 뿐인 저항이었다.
도선우는 다시금 피를 토했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눈보다 피가 더 많이 쌓여 있었다.
저 멀리, 눈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도진과 윤시몬, 한수련은 도망칠 준비를 했다.
이대로 교주와 싸울 이유가 없었다. 교주는 눈사태에 휘말리든, 아니면 과다출혈로 졸도하든 어차피 죽게 될 것이었다.
일단 후퇴한 다음, 나중에 도선우의 시체를 회수하러 오면 된다. 지금 당장은 눈사태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
그때, 김진서는 조용히 검을 쥐고 도선우에게 다가갔다.
“김진서 부단장님……?”
“야! 김진서, 뭐 해!”
윤시몬과 한수련이 말했다. 다른 별동대원들은 이미 눈사태를 짐작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김진서는 홀로 도선우에게 다가갔다. 단단해진 나뭇잎이 그녀의 살갗을 베고 지나갔지만, 김진서는 개의치 않았다.
그때에 비하면,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 도선우와 처음 만났던 때. 정확히는, 도선우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때.
그때 김진서는 병원 앞에서 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픈 걸 티 낼 수가 없어서, 고통을 삼키며 홀로 울고 있었다.
도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더는 그녀가 아프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그때 병원 앞에서 도선우가 김진서를 찾아낸 것은 우연이었다. 도선우가 김진서를 도와준 것도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진 것도, 어쩌면 그저 우연에 불과할 것이다.
우연만 아니었다면, 김진서가 지금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어가는 도선우를 보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눈사태를 무릅쓰고, 도선우에게 다가갈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고마워.”
그렇기에 김진서는, 그 수많은 우연들이 고마웠다.
푹.
김진서는 도선우의 가슴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가 더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면서.
도망치던 윤시몬과 한수련, 소도진은 그 모습을 보았다. 도선우의 심장에 검이 꽂히는 모습을,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도선우는 심장에 검이 꽂히고 나서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김진서는 주저앉은 도선우를 끌어안았다.
쿠구구구―!
눈이 쏟아졌다. 두 사람의 모습이 눈 너머로 자취를 감췄다.
* * *
“하아, 하……! 씨발, 하, 하하. 하하하……!”
마유현은 눈밭에 대자로 누웠다. 그리고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그리고 도선우는 죽게 될 것이다. 별동대가 그의 숨통을 알아서 끊어놓을 것이다.
‘넷째 인’을 쓸 필요까지도 없었다. 그러니까, 도선우는 딱 그 정도의 적수였던 것이다.
마유현은 계속 웃었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저 멀리,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가 났다. 몇 번인가 총성도 울려 퍼졌다. 아마 별동대와 교주가 전투하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은 멈추었다. 번개가 내리치는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끝내 도선우가 죽어버린 것이리라. 마유현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하, 하하하! 성하연……!”
네 예언은 틀렸다.
네가 뭐라고 그랬지? 두 눈이 뽑히고, 사지가 토막 나서 죽게 될 것이라고 했나? 아쉽겠지만 그렇게 죽은 건 도선우다.
그놈은 몸에 있는 모든 피가 사라질 때까지 피눈물과 코피를 질질 흘리고, 피구토를 하면서 죽었다.
비록 도선우와 전투하는 과정에서 한쪽 다리를 잃기는 했지만, 얻어낸 성과에 비하면 값싼 대가다.
그리고 너의 최후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화의 일족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으로 멸족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성하연을 비롯한 정화의 피를 가진 몇몇 일족들은, 평생을 교황청 아래에서 피 주머니로 살게 되리라. 차라리 죽는 게 나은 삶일 테지. 그러나 죽여 달라고 발악을 해도, 그 요구를 들어줄 생각은 없다.
마유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
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야, 씹……!”
그건 분명 로아의 권능이었다. 그란브와, 온갖 식물을 다루는 사기적인 권능. 그 권능에 의해 산은 진동하면서, 또 한 번 지형을 바꿔가고 있었다.
아직 죽은 게 아니었다.
죽었다고 생각한 교주가 아직 죽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이 정도의 권능을 사용할 여력까지 남아 있었다.
마유현은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교주로부터 멀어져야 했다. 그놈이 로아의 권능으로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털썩!
“윽!”
마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한쪽 다리가 없는 채로 일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일어날 때마다 번번이 넘어져서 눈밭을 굴렀다.
4번 정도 일어났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했을 때, 마유현의 얼굴에는 여유가 사라졌다.
쿠구구구―!
저 멀리, 눈사태가 덮쳐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유현은 급한 대로 기어서 도망치기로 했다. 교황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 도망 방법이었지만,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체면 같은 걸 따질 수는 없었다.
마유현은 눈밭을 기어서 눈사태로부터 도망쳤다. 그의 배와 턱에 흙 섞인 눈이 치덕치덕 묻었다.
하지만 고작 기어서 도망치는 것으로 눈사태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읍, 욱……!”
마유현은 끝내 눈사태에 휘말렸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고 숨이 막혔다. 몸은 여기저기 부딪혀서 까무러칠 만큼 아팠다.
눈사태에 휩쓸리면서 몇 번이나 나무에 부딪히며 나동그라지기를 반복하던 마유현이 뒤늦게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눈사태에 휘말려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산 깊숙한 어딘가에 와버린 것 같았다.
“…….”
그러나, 어쨌든 그는 또 한 번 살았다.
눈사태의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았다. 말이 눈사태지, 그냥 눈이 조금 많이 쏟아져 내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운이 나빠서 눈사태에 휘말리는 도중 바위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하면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운이 좋다면 살 수도 있는 규모.
그리고 마유현은 거기서 또 한 번 살아남았다.
지독한 운이었다. 마유현은 하늘이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하늘은 내 편이다. 평소에 기도를 열심히 해두길 잘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야겠다. 전보다 더 진심을 담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찾았다, 마유현.”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마유현이 휙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이 마유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유현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 두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부두교의 간부이자, 유능한 전투원.
하수영과 하수현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