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41
제41화
“오늘도 인아는 아파서 쉰다고 연락이 왔어요. 곧 시험 기간이니까 건강 관리 잘하고, 절대 아프지 말고, 납치! 납치 사건. 언제나 말하지만 조심해요. 이번에 또 한 명이 납치로 실종됐다고 하니까─”
오늘따라 하예진의 조회가 길었다. ‘오늘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정인아는 지난 이틀간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문자도 보내보고 어제는 심지어 전화까지 했으나, 그녀는 그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
하예진과는 연락이 되는 것으로 보아, 연락을 못 받는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우리 연락을 피하고 있는 거였다. 왜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들 아시다시피 불미스러운 일로 자선의 성호가 공석이 돼서, 곧 재선출 시험이 있을 예정입니다! 시험 내용과 평소 행실을 고려하여 선출할 예정이에요. 아직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염두에 두고는 있으세요. 그럼 좋은 하루~”
하예진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교실을 나갔다. 구준혁은 조회 내내 자다가, 하예진이 나갈 무렵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그리고 힘없는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쌤이 뭐라고 함? 자느라 못 들었는데.”
구준혁은 항상 자느라 조회를 못 듣는다.
“납치 사건이랑 자선의 성호 재선출.”
“재선출했다고? 아니면 한다고?”
“한다고. 시험 내용이랑 평소 행실 고려해서 뽑는다는데.”
“아하. 어?”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하품을 하던 구준혁이, 갑자기 의아하다는 듯 탄식을 했다.
“평소 행실도 본다고? 왜?”
“배성현 때문이겠지. 인성 문제로 퇴학당했으니까.”
“와, 아니 배성현 개X끼야…….”
그러곤 제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구준혁은 매 수업마다 자고, 과제도 안 해 오고, 선생님이 꾸짖으면 농담조로 말대꾸를 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기로 유명하다.
평소 행실로 점수를 매긴다면 구준혁은 아마 최하점이나 차하점을 받게 될 거다.
“그냥 포기할까. 가능성이 없는 거 같은데.”
“그래라. 내가 볼 때도 넌 답이 없다.”
“이 새끼야. 빈말로라도 위로를 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빈말로라도 위로할 말이 없을 만큼 구준혁의 평소 행실은 안 좋았다. 시험을 어지간히 잘 보는 게 아니고서야 구준혁이 자선의 성호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
물론 시험을 정말 잘 보면 평소 행실이고 자시고 다 의미가 없겠지만 말이다. 피렌체는 원래 인성보다는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니까.
평소 행실을 보겠다는 말도, 선출 과정에서 교사의 주관을 첨가하려는 빌미가 아닌가 싶다. 확실한 건 아니고, 그냥 추측이지만.
[기이하구나.]한창 재선출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렉바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뭐가 기이하다는 걸까. 신앙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피렌체의 구조가 기이하다는 거면, 나도 동의한다.
기이함을 넘어 기형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피렌체는 신앙심을 터부시했다.
[그거 말고. 왜 실종자가 또 나왔지?]“아.”
“뭐야, 갑자기.”
구준혁이 의아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으나, 나는 구준혁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렉바의 말을 이해해버린 까닭이었다.
짭두교는 신도들을 모으기 위해 납치를 일삼았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납치 사건의 범인도 짭두교였다. 이는 한수엽 본인이 실토한 사실이므로 확실하다.
그렇다면, 더 이상 실종자가 나오지 않아야 정상이다. 납치의 주범이었던 짭두교는 몰락했고, 교주 한수엽은 좀비 심부름꾼이 되어 버렸으니까.
근데 실종자가 또 나왔다.
왜?
─짝!
“아, 깜짝. 뭐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생각이 뚝 끊겼다. 구준혁이 내 얼굴 코앞에다 대고 박수를 친 까닭이었다. 구준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을 오지게 때리고 있네. 나가자니까?”
“왜 나가. 오늘 실습 있어?”
“아니? 수업인데 야외 수업. 아이덴 동산에서 한대. 등산이라도 하나.”
구준혁이 나를 잡아끌다시피 하며 교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딸려가듯 그를 뒤따랐다.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정인아는 왜 학교를 안 나올까. 실종자는 왜 또 나왔지? 수업은 갑자기 왜 또 산에서 해. 도대체 뭔 수업이길래.
이런저런 생각과 의문들이 머릿속을 하염없이 떠다녔다. 정신이 혼탁하게 흐려지고 멀어졌다. 이미 떠나간 정신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그렇게 한참, 멍하니 구준혁을 따라 걷기만 한 것 같다.
[생각하지 말고 흐름에 그저 몸을 맡겨라. 오늘도, 그리고 언제나, 불조심!]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풍경이 낯설었다. 어느덧 아이덴 동산에 도착해 있었다.
곁에서 보랏빛 안개가 너풀너풀, 인사를 하듯 춤을 췄다. 안개는 이윽고 바람을 타고 하늘로 실려 갔다.
* * *
“이런 망할. 졸려. 졸려서 죽을 것 같아.”
소도진이 한 손에 아메리카노를 든 채 말했다. 그 곁에 김복동과 하예진이 나란히 함께였다. 각 과의 교수가 전부 모인 셈이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어딘가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잠을 덜 자니까 그런 거다. 수면부족은 근손실로 이어진다. 카페인도 줄여. 과하면 독이다.”
김복동이 소도진을 타박했다. 그의 손에는 단백질 셰이크가 들려 있었다.
“냅둬요. 자기가 금방 죽고 싶다는데 뭐.”
하예진이 싱긋싱긋 웃으며 말했다. 온화한 인상에 비해 말버릇이 조금 험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코코아를 이따금 홀짝거리며 너풀너풀 걸었다.
소도진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김복동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왜 이런 걸 우리한테 시키는 거야. 인력 낭비 같은데.”
“장로들이 이런 잡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잡일을 왜 우리한테 시키냐고. 애초에 이게 셋이나 필요한 일인가?”
“큰 뜻이 있을 거다.”
“큰 뜻은 얼어 죽을.”
소도진이 아메리카노를 단번에 마신 뒤, 빈 컵을 대충 찌그려 바닥에 버렸다. 텅, 하고 건조한 소리가 부근에 가득 울려 퍼졌다.
하예진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워요! 이거 불법 투기예요.”
“귀찮아…….”
“귀찮기는! 빨리 주워요!”
소도진이 마지못해 버린 컵을 다시 주웠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그제야 하예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요. 교사씩이나 됐는데 모범을 보여야죠!”
“떽떽거리지 마. 머리 아프니까.”
소도진이 관자놀이를 손으로 짚어 꾹꾹 눌렀다. 수면 부족에 의한 두통이었다.
어제도 2시간밖에 못 잤다. 안 그래도 졸려 죽겠는데, 하예진은 옆에서 계속 떽떽거리며 신경을 긁었다. 하예진은 어째 고등학교 시절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셋이 있으니 피렌체적 생각이 나는군.”
한참 걷던 중 김복동이 난데없이 감상에 젖었다. 소도진이 혐오스럽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좀, 회상은 혼자 해.”
“어허, 추억은 나눌수록 즐거운 거야.”
“덩치는 곰같이 커 가지고, 쓸데없이 감성적이야. 안 그래요?”
하예진도 질색하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내 말이.”
소도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세 사람은 모두 피렌체 졸업생으로, 동기 사이였다. 셋은 학창 시절에 죽고 못 살 정도로 친했으나, 졸업 이후 잠시 멀어졌고, 곧 피렌체 교사가 되어 다시 만났다. 정말 기적에 가까운 우연이었다.
“김복동.”
소도진은 한참이나 멍하니 회상에 잠긴 김복동을 향해 말했다. 멀었던 김복동의 눈동자가 차츰 초점을 되찾았다.
“그래. 왜.”
“그거 아직도 하냐. 특수 조건인가 뭔가……. 그 말도 안 되는 그거.”
“체력 시험을 말하는 거라면, 당연히 한다. 특수 조건도 그대로 있지.”
“그거 한 놈이 있기는 있냐?”
“강대만 하나. 그 외에는 도전조차 안 하더군. 아, 도선우는 성공할 뻔하긴 했다만.”
김복동이 까끌까끌한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소도진이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도선우도 도전을 하긴 했어?”
“그렇지. 방금 라임은 일부러 맞춘 건가?”
김복동이 호쾌하게 웃었다. 소도진이 얼굴을 찌푸렸다. 김복동의 농담에는 여전히 어울리기가 힘들었다.
듣고 있던 하예진이 코코아를 홀짝이며 입을 열었다.
“도선우 걔, 좀 특이한 거 같아요.”
“뭐가?”
“얘가 축복진을 거의 못 다루는데, 가끔 이상한 데에서 두각을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군. 독특한 면이 있지.”
김복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도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소도진이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도선우라. 저들 말대로 독특한 구석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유달리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서, 도선우 정도의 재능은 그리 특출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이를테면.
“한수련이나 김진서. 아니면 뭐, 구준혁? 이런 애들이 훨씬 낫지.”
“그러면서 저번에 회의할 때는 엄청 편들어 주지 않았어요?”
하예진이 피식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소도진의 눈썹이 불쾌하다는 듯 일그러졌다.
“편을 들어준 게 아니라, 교사 놈들이 자꾸 되도 않는 소리를 하길래 지적을 한 거지.”
“교사 놈이라뇨! 우리도 교산데.”
“우리랑 그놈들은 달라. 같은 교사라는 게 부끄럽다.”
소도진이 날카로운 말투로 투덜거렸다. 피곤해서 그런지 날이 바짝 서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느릿느릿 걸었다.
멀찍이 제1축사 건물이 얼핏 보이기 시작했다. 하예진이 미간을 좁히며 킁킁 냄새를 맡았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냄새?”
김복동도 덩달아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냄새도 맡지 못했다.
하예진은 어느덧 미소를 잃은 얼굴로 계속해서 냄새를 맡았다. 맡으면 맡을수록, 하예진의 눈빛에 깃든 공포가 깊어졌다.
“……시체?”
하예진이 말했다. 하예진은 코가 밝았고, 특히 냄새 분간을 잘했다. 그녀가 시체 냄새를 맡았다는 건 근처에 반드시 시체가 있다는 뜻이었다.
소도진과 김복동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은 제1축사를 향해 걸음을 서둘렀다. 그동안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이윽고 축사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욱. 죄송해요, 잠시만……!”
하예진은 차마 그것을 마주하지 못하고, 등을 돌려 구토를 했다. 기껏 먹은 코코아를 전부 게워내고 나서야 하예진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숨을 고르는 와중에도 계속 구역감이 밀려왔다.
“저런.”
김복동이 짧게 탄식했다. 두려움을 모르는 그조차 눈앞의 광경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이런 X발……. 이래서 우리를 보냈구나. 큰 뜻이 있기는 있었네.”
소도진이 욕지거리를 하며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지난 밤, 제1축사를 비추던 CCTV가 전부 망가졌다. 그와 함께 제1축사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여 장로진들은 회의를 통해 소도진, 하예진, 김복동에게 임무를 전달했다. CCTV의 상태를 점검할 겸, 제1축사에서 일어난 ‘어떤 현상’에 대해 조사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그 ‘어떤 현상’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2년 전에 일어났던 박제 사건이랑 상당히 흡사한데.”
“규모가 다르잖아. 그때는 기껏해야 하나, 두 개였고. 지금은…….”
소도진이 말끝을 흐렸다.
‘어떤 현상’이란 마수화였다. 그것도 집단 마수화. 축사의 모든 가축들이 마수가 되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마수들이 울타리를 뚫고 나오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만 충격적인 것은 저 ‘탑’이었다. 제1축사의 중앙, 인간의 시체로 쌓인 탑. 헐벗은 시체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 마치 곡예단처럼 인간 탑을 형성하고 있었다.
탑은 남쪽 방향으로 아주 조금 기울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했다.
탑 주위로는 흑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흑마법진은 시체의 피와 살점을 양분 삼아 흑색 마기(魔氣)를 내뿜고 있었다. 흑마법은 여전히 발동되고 있었다.
“저거 설마…… 피사의 사탑이냐? 어이가 없네.”
소도진이 기울어진 탑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곧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고, 고개를 푹 숙였다. 도약을 위한 준비였다.
그는 저 시체의 탑을 무너뜨려 흑마법의 발동을 멈출 생각이었다.
“안 돼.”
곧바로 뛰쳐나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김복동이 그를 막았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직 흑마법이 발동 중이야. 섣불리 접근하면 인간형 마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럼 저걸 저대로 두자고?”
“아니지. 전문가한테 맡기라는 거다.”
김복동이 하예진을 쳐다보았다. 하예진은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기도문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의 몸에서 신성력이 꿀렁꿀렁 쏟아져 나왔다. 신성력은 구름이 되어 시체의 탑 위로 두둥실 날았다.
기적의 재현이었다.
툭, 툭.
구름에서 야구공만 한 우박이 하나둘 떨어져 탑을 때렸다.
콰과과과곽─!
곧, 수십 수백의 우박이 몰아쳤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우박들이 탑을 쉴 새 없이 후려쳤다.
안 그래도 기울어져 있던 탑이 우박에 맞아 차츰 무너져 가고 있었다. 나중에는 우박에 가려 탑이 무너졌는지 어떤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우박이 멎었다. 자욱이 핀 먼지가 안개처럼 축사를 휘감고 있었다.
마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곧 안개가 걷혔다.
“엑. 안 되넹.”
그러나 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하예진이 낙담한 듯 고개를 떨궜다.
소도진은 검을 쥐고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마수가 되든 말든, 일단 흑마법진을 부순다. 운 좋게 마수가 안 되면 다행인 거고, 만약 마수가 되면 너희가 나를 죽이면 돼.”
“안 된다.”
소도진을 막은 것은 이번에도 김복동이었다.
“왜? 우정이고 나발이고, 감성팔이 할 거면─”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다. 너는 현역 성전사고 나는 은퇴한 퇴물이야. 나는 너를 이길 수 없고, 제압할 수도 없다. 하예진과 힘을 합쳐도 결과를 장담할 수가 없어.”
소도진이 할 말을 잃고 멀뚱멀뚱 김복동을 쳐다보았다.
“자존심 세우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라. 하예진의 기적으로도 무너트리는 게 불가능했어. 지금은 후퇴하고 보고하는 게 옳다.”
“…….”
소도진이 검을 집어넣었다. 김복동의 말이 맞았다.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었다.
급박하고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했다.
소도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르며 찬찬히 주위를 살폈다. 무엇이든 단서나 열쇠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했다.
한창 움직이던 소도진의 눈이 한 점에 멈췄다. 그의 눈동자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복동아. 저거, 뭐냐.”
“뭘 말하는, 아.”
소도진과 김복동의 시선이 한 점에 겹쳤다.
축사의 구석, 새장.
앵무새나 핀치 따위의 관상조를 기르던 공간. 기껏해야 주먹만 한 크기의 새들을 기르던 곳이기에, 울타리 대신 얇은 쇠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얇은 쇠망이, 마수가 되어버린 새들에 의해 갈기갈기 찢기고 있었다.
새 마수들은 날개를 푸드덕거리더니, 이윽고 균열 틈으로 쏜살같이 탈출했다.
독수리, 아니 그 이상으로 거대해진 새들은 아이덴 동산 방향으로 비상했다.
파사삭─
새들의 날갯짓이 자아낸 바람이 나뭇가지에 스쳤다.
하예진은 멍한 얼굴로 흩어지는 나뭇잎을 바라보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 오늘 아이덴 동산에서 수업 있는데. 오전에. 우리 반도, 있어요. 연합 수업.”
목소리가 드문드문 끊겼고 말에는 두서가 없었다.
“뭐? 실습도 아니고 뭔 수업을 동산에서 해?”
“학교에서 애들 멘탈 관리하라고, 조경 관람 수업이랬나, 뭐 그런 이상한…….”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소도진의 얼굴이 팍 찡그려졌다.
학생들은 아이덴 동산으로 조경 관람이라는 되도 않는 수업을 들으러 갔다. 마수가 되어버린 새들은 바람을 타고 아이덴 동산으로 날아갔다.
학생들과 마수들이 같은 장소에 있다.
새 마수들은 덩치가 컸다. 흑마법에 오랜 시간 노출된 탓이었다. 아무리 작아도 매였고, 큰 것은 독수리에 버금갈 정도였다. 학생들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마수가 아니었다.
“아, 진짜 개씹. 하아…….”
소도진이 욕지거리를 하며 눈을 감았다. 곧 축복의 빛이 소도진의 전신을 감쌌다.
이윽고 소도진은 아이덴 동산으로 튀어 나갔다. 말 그대로 튀어 나갔다는 표현이 적합했다. 그 속도가 대포알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김복동도 그 뒤를 따랐다. 소도진에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어? 잠깐만요. 지금 들어가면 안 되는데. 야! 기다리라고─!”
둘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인간이라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하예진의 외침은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남기고 간 잔상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에이 씨, 진짜! 이 멍청이들이!”
그녀는 한바탕 투정을 부리며 그들이 달린 방향 반대편으로 달렸다.
아이덴 동산 위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