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ric Academy's Shaman RAW novel - Chapter 47
제47화
“감독 교사가 없었다고?”
“그렇죠. 말이 수업이지 사실상 생활 지도였으니까…….”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고 학생을 불러? 걔네들이 뭘 안다고?”
회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나, 회의실은 벌써부터 시끌벅적했다.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교사들을 보며 소도진이 미간을 한껏 좁힌 채 입을 열었다.
“말이 참 많네. 교무실에서 잠이나 자고 있던 새─”
“씁! 말조심.”
옆에 있던 하예진이 소도진에게 주의를 줬다. 소도진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토했다.
“내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잖아.”
“맞는 말만 하면 오래 못 살아요.”
소도진은 다소 못마땅한 기색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김복동도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하예진의 말에 수긍했다.
벌컥.
그 순간, 문이 열리고 교감이 들어왔다. 시끄러웠던 회의실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교감 뒤를 따라온 백발의 노인 탓이었다.
피렌체 장로회, 세 명의 ‘장로’ 중 하나로, 교황에게 ‘가브리엘’이라는 세례명을 받은 그. 이사장과 더불어 피렌체의 실권자 중 하나였다.
“오늘 회의는 가브리엘 장로님께서 진행하시겠습니다.”
교감이 말했다. 가브리엘이 손을 들어 보이며 인사를 하자, 교사들은 엄숙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한참이나 묵념이 이어졌고, 가브리엘은 하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입을 열었다.
“빠르게, 진행하지. ‘시체의 탑’ 조사 및 학생들을, 구조했던 교수 세 명은 어딨나.”
김복동, 하예진, 소도진이 차례로 손을 들었다. 가브리엘이 재빠른 눈동자로 그들 셋의 얼굴을 훑었다.
그는 말과 행동이 느렸으나, 오직 눈동자의 움직임만은 빨랐다.
“탑 주위로, 흑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가브리엘은 한 문장을 반드시 두 번에 나누어 말했다. 습관이거나, 혹은 늙어서 숨이 달리거나. 둘 중 하나이거나 혹은 둘 다였다.
“예, 맞습니다.”
대답은 김복동이 했다.
“흑마법진의 소재는, 파악이 되었나.”
“6개의 흑마법진 중 2개는 대략적으로 파악 마쳤습니다. ‘마수화’, ‘계약’입니다.”
“나머지, 4개는?”
“‘계약’ 흑마법이 아직도 발동 중이라 접근이 불가하여,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계약’ 흑마법에 당한 자는 인간형 마수나 악마종이 된다. 때문에 일부 특별한 피를 지닌 혈족을 제외하면 해당 흑마법진에 다가갈 수조차 없다.
김복동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일단은 성유다 추기, 아니 전(前) 이단 심문관님을 불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오신다고, 하던가.”
“응답 없으십니다.”
“그 작자는 언제나, 응답이 늦지.”
가브리엘이 미간을 좁힌 채 중얼거리며 서류를 뒤적거렸다. 그러다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마수 22마리 중 7마리가, 낙뢰에 의한 감전사?”
“예.”
“낙뢰는, ‘자연적인’ 낙뢰였나.”
“잘 못 들었,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교의 마귀가 일으킨 낙뢰일, 가능성은 없냐는 이야기일세.”
김복동이 침을 꿀꺽 삼켰다.
사교의 마귀.
부두교의 선지자가 ‘로아’라는 마귀를 이용하여, 번개의 힘을 부린 것이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7년 전 성전, 부두교 선지자는 번개의 힘을 부려 수많은 성직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아직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번개만 치면 공황으로 혼절하는 성직자들이 수도 없이 많다.
잠시 고민하던 김복동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그때에 비하면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김복동은 문득 그때를 떠올렸다.
삭월(朔月)의 밤. 마침 몰려온 먹구름이 별빛마저 가려, 그저 한없이 어둠만이 가득했던 그날. 선지자는 낙뢰를 일으켜 하늘을 갈랐다.
아니, 갈랐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낙뢰의 섬광으로 하늘을 ‘메웠다’라는 표현이 적합했다. 천지가 무너지고 재앙이 도래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때의 낙뢰가 범이라면, 오늘의 낙뢰는 다만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부두교의 선지자가 일으킨 낙뢰일 가능성은 낮았다.
“또한, 부두교의 교주가 피렌체의 학생들을 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군.”
가브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두교 3대 교주. 그는 2대 교주의 피와 선지자의 권능을 물려받았다.
간악하고 교활하기로는 악마에 빗대어도 모자람이 없으며, 로마니카교를 전복시키기 위해 사악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설도 있다. 적어도 세간에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피렌체의 학생들을 구해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낙뢰라고 하기엔…….”
가브리엘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만일 사교의 마술, 즉 로아의 권능이 아니라면, 자연적으로 발생한 낙뢰가 마수를 7마리나 처치하였다는 말이 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따졌을 때 가능성이 너무 낮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건 아닌 것 같구요. 기적의 재현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요.”
이번 대답은 하예진이었다. 듣고 있던 몇몇 교직원들이 고개를 갸웃댔다.
“아이덴 동산에 있던 건 1학년 학생들 아닌가요? 그런데 기적의 재현이라니.”
“현장에 있던 아이들 중에 김진서 학생이 있었거든요.”
그 이름이 언급되자, 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서는 일전에 기적을 재현한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그녀의 공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아직은 추측일 뿐이에요. 아이들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판단해야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 김진서의 공일 가능성이 높을 뿐, 김진서의 공이라는 확증은 없었다.
그 외에도 이번 사건에는 확실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이는 곧 회의실에 찾아올 학생 네 명의 발언을 종합하여, 차근차근 추측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불렀다던 아이들은, 언제쯤 오나.”
가브리엘이 새끼손가락으로 눈썹을 갉작거리며 말했다. 하예진은 시계를 확인했다.
“곧 오겠네요.”
* * *
부른 아이들은 총 넷. 구준혁, 여민서, 도선우, 김진서. 각각 3시, 3시 30분, 4시, 4시 30분에 오도록 연락을 돌렸다.
가장 먼저 온 것은 구준혁. 그는 3시 15분에 왔다. 무려 15분을 지각한 셈이었다.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구준혁은 건성으로 인사를 돌리며 회의실로 들어왔다. 몇몇 교사들이 못마땅하다는 듯 혀를 찼다.
“구준혁. 내가 3시에 오라고 했잖아요.”
“하하…… 제가 분명 알람을 맞추고 잤는데. 알람이 안 울리더라구요? 휴대폰을 바꿀 때가 됐나.”
“얼른 앉기나 해요.”
하예진이 매몰차게 말했다. 구준혁은 죄송스러운 듯 떨떠름한 얼굴로, 제 뒷목을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어깨가 빳빳하게 굳어 있었다. 회의장 분위기가 너무나도 살벌해서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해버린 탓이었다.
구준혁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거 혹시 조사받는 건가요. 저 잘못한 거 없는, 없을 텐데?”
“네~ 잘못한 거 없어요. 질문 두 개만 하고 바로 보내줄 거예요.”
하예진이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구준혁은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예진은 질문 목록이 담긴 서류를 의미 없이 뒤적거리다 입을 열었다.
“구준혁 학생은 사건 당시에 마수 9마리에게 포위됐었죠?”
“네. 죽을 뻔했죠.”
“그중 7마리가 낙뢰에 의한 감전사였는데, 혹시 짐작 가는 게 있나요?”
“짐작이요? 뭘 짐작해요?”
구준혁이 순진하다 못해 멍청한 얼굴로 되물었다.
질문의 의도는 낙뢰의 원인을 묻는 것이었으나, 구준혁은 그 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누군가 ‘기적 재현’을 통해 낙뢰를 일으킨 건 아닌지를 묻는 거예요.”
“아~ 아아. 네! 이해했어요. 음……. 아!”
구준혁이 무릎을 탁 치며 탄성을 내질렀다. 뭔가 아는 게 있는 듯 자신에 찬 얼굴.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어진 대답에는 전혀 영양가가 없었다. 구준혁은 머쓱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 네.”
하예진은 다소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며, 곧바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녀는 탁상 위에 정체불명의 자그마한 기계를 올려놓았다.
박제 마수의 머리통에서 나온 그 기계였다.
“이게 뭐일 것 같아요?”
구준혁은 눈을 가느다랗게 좁힌 채, 한참이고 그 기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정체를 짐작할 수는 없었는지, 구준혁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음. 카메라인가?”
“네~ 수고했어요. 이제 가셔도 돼요.”
“엥. 끝났어요? 벌써?”
“네. 성실하게 답변해줘서 고마워요~”
구준혁은 떨떠름하다는 듯 뒷목을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회의실을 나갔다.
이윽고 3시 30분이 되었고, 기다렸다는 듯 여민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네. 물어보실 게 있다고?”
그녀는 아무 빈자리에나 가 앉은 뒤, 다소 불친절한 투로 입을 열었다. 하예진의 미간이 약간 좁아졌다.
그러나 학생 앞에서 대놓고 얼굴을 찌푸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민서 학생은 사건 당시, 마수 9마리에게─”
질문은 구준혁에게 한 것과 같았다. 첫 번째 질문은 ‘마수의 사인’에 대한 물음이었고, 두 번째 질문은 ‘마수의 머리에서 나온 기계’에 대한 물음이었다.
곧 올 도선우와 김진서도 같은 질문을 받게 될 것이었다.
첫 번째 질문을 들은 여민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회의실에 들어찬 교사들의 면면을 훑었다.
이윽고 그녀가 아이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장로님이 계시네요?”
“여민서 학생, 질문에 대답을 먼저─”
“아, 네. 근데 질문을 좀 빙빙 돌려서 하시네요. 낙뢰를 누가 일으켰냐, 그냥 그렇게 물으시면 되는 거 아닌가요?”
여민서가 태연하게 물었다. 그녀는 눈치가 무척 빨랐다.
하예진은 불쾌함과 동시에 오싹함을 느꼈다. 여민서의 평평하고 텅 빈 눈동자가 자신의 얼굴을 뜯어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뭐…… 낙뢰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바가 없습니다.”
한참 동안 하예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여민서가 입을 열었다. 듣고 있던 김복동이 고개를 갸웃댔다.
여민서는 ‘낙뢰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바가 없다고 했다. 낙뢰가 아닌 다른 것에 대해서는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잠깐, 질문 하나만 더 하지. 심장에 관통상을 입은 마수가 둘 있었다. 총상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김복동이 곧장 여민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민서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잠시 고개를 갸웃대더니, 이내 미친 듯이 깔깔 웃었다. 김복동은 괜히 등골이 섬뜩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참 동안이나 웃던 여민서가 겨우겨우 웃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아, 죄송합니다. 웃긴 게 생각나서.”
“질문에 대답부터.”
김복동이 엄숙하게 말했다. 여민서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뺐다. 그러곤 목을 가볍게 가다듬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도선우가 했습니다.”
“뭐? 더 자세히 말해라. 도선우가 뭘 어떻게 했다는 거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차라리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세요.”
그녀는 모호한 대답으로 질문을 어물쩍 넘겼다.
아까는 뭐든 다 아는 것처럼 말하더니, 이제 와서 기억이 안 난다?
그녀는 분명 뭔가를 아는 것 같았지만, 그걸 교사들에게 말해줄 마음은 전혀 없는 듯했다.
어차피 더 물어봐야 대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예진은 체념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탁.
하예진이 탁상 위에 기계를 올려놓았다.
“이게 뭐일 것 같아요?”
“생긴 게 아주 흉흉하게 생겼네요. 사탄교의 물건인가요?”
여민서는 고민하지도 않고 곧장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하예진이 할 말을 잊고 머뭇거렸다. 이에 김복동이 그녀를 대신하여 질문을 이었다.
“너, 그게 지금 무슨─”
“우리를 사탄교도라고 의심하고 있나요?”
여민서는 김복동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김복동은 얼빠진 표정으로 잠시 여민서를 응시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이나 두려움의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기계 장치가 뭔가 사탄교도와 관련된, 그런 물건이고. 그 물건이 우리가 있던 장소에서 나왔고. 그래서 우리 중 사탄교도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신 거겠지요?”
“…….”
“죄송한 이야기지만 사탄교도가 그렇게 멍청하지만은 않을걸요. 이런 옛날 방식으로는 못 잡아요.”
여민서가 단언하듯 말했다.
박제 마수의 머리통에서 나온 기계.
그것은 간헐적으로 섬광을 내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떤 ‘신호’를 받으면 그에 반응하여 빛을 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즉, 사탄교도는 아이덴 동산의 상황을 지켜보며 기계에 ‘신호’를 전달하였고, 그것으로 마수들을 조종한 것이다.
따라서 사탄교도는 사건 당시 아이덴 동산에 있던 자선, 인내, 친절반에 속한 학생이다.
그중에도 특히, 기계가 부착된 박제 마수와 가까이 있던 넷. 구준혁, 여민서, 도선우, 김진서 중 하나가 사탄교도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교사들의 추측이었으나, 여민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선생들, 아니 선생님들이 우리를 의심할 수밖에 없도록. 그 기계를 일부러 우리가 있던 자리에 놔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소도진이 날카롭게 반문했다. 바라보는 눈매가 서늘했다. 그럼에도 여민서는 겁먹은 기색 하나 없이 말을 이었다.
“선생님들을 교란하기 위한 사탄교도의 수작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보아, 사탄교도는 제법 똑똑한 놈이다. 수 싸움에 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놈이 뒤처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했을 리가 없었다. 뒤처리가 허술한 것처럼 보이게 해서, 역으로 교사들을 교란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글쎄. 내 눈에는 네가 사탄교도처럼 보이는데.”
소도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여민서는 방긋 웃었다.
“제가 사탄교도면 이런 걸 말하겠어요? 그냥 병, 바보처럼 헤헤 웃고 있었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사탄교도가 우리를 교란하기 위해 기계를 ‘일부러’ 그 자리에 둔 거야. 그게 이중 교란일 가능성은?”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데 낮죠. 이중 교란은 리스크가 크니까. 그리고 거기까지 가면 끝도 없어요.”
“흠.”
소도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타당한 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도진은 여민서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민서는 너무 태연했다. 다른 증거는 없었으나, 그 태도가 수상했다.
무엇보다 여민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증거를 ‘사탄교도의 교란’이라는 말로 전부 무마시키려는 것 같았다.
허나 의심은 의심일 뿐이다. 확증이 없으니 무엇 하나 확신할 수가 없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도움드린 것 같은데, 슬슬 가도 되나요? 제가 시간이 많이 없어서.”
“네…… 얼른 가주세요.”
여민서는 발랄한 웃음을 입에 머금은 채, 교사들을 향해 힘차게 인사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한참 동안이나 회의실에 싸늘한 적막이 감돌았다.
“뭐 저런 애가 다 있지.”
소도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머리는 좋은 거 같은데. 뭔가 짜증 나…….”
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도진의 말에 수긍했다.
똑똑.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김복동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4시 2분. 도선우가 올 시간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