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10
107. 비극이다 (2) >
107.
부우우웅!
거대한 톱날을 들이미는 매드솔져의 목을 초진동검을 쳐버린 이한은 다시 라이플을 들어 왼편에서 달려오는 매드솔져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타아앙!
풀썩!
호위함 이상 급의 함선에서 주요구역으로의 이동은 정해진 통로로만 이동할 수 있도록 보안설계되었다.
여기서 정해진 통로라는 건 환기구 등을 통해 주요구역으로 이동할 수 없게끔 원천봉쇄 되었다는 뜻이다.
보안체계를 무너뜨리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환기구 자체가 없다는 게 아니라 전류 등을 흐르게 함으로 침입자를 차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알파 팀의 슈퍼솔져가 그 통로 중 하나를 점거하긴 했지만 함선이 거대한 만큼 통로 역시 그 숫자가 제법 많았다. 지금 이한의 앞을 가로막는 매드솔져들은 그런 통로를 경유해 나타난 놈들이었다.
이한은 왼편 통로에서 짓쳐 드는 매드솔져들에게 초진동검을 날린 뒤 자신에게 달려온 매드솔져의 목을 초진동검으로 쳐냈다.
촤아아악!
아머 안에 붉은 단면이 보임과 동시에 붉은 피를 세차게 뿜어냈다. 이한은 그런 매드솔져의 시체를 중화기를 사격하는 놈에게 걷어찼다.
콰아앙!
매드솔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간 시체는 중화기의 탄환에 움푹움푹 패이며 이한의 방패 역할을 감당했고 아울러 둔기 역할도 병행했다.
쿠당탕탕탕!
두 매드솔져가 바닥에 쓰러지기 무섭게 초진동검이 날아가 아직 머리를 가진 매드솔져의 목을 베어냈다.
서걱!
데구르르르.
지독한 놈들이다. 적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제목숨도 아랑곳하지 않는 놈들이라 이한이라고 방심할 수 없었다. 매드솔져 하나하나가 크락투에 비견될 정도였고 무기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니 아차 하는 순간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한은 방심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
“배리어 잔량 2%! 머잖아 곧 소멸합니다.”
적의 코앞으로 이동한 스톰함은 치열한 공방을 치르며 다시 수십 척의 함선을 파괴했지만 그 여파로 스톰함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배리어의 잔량이 치열했던 전투를 방증하고 있었다.
“적 함재기가 너무 많습니다. 일일이 격추할 수 없습니다. 배리어가 곧 소진될 상황이라 요격기는 둘째치고 폭격기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적함에서 다시 대함미사일이 발사됩니다.”
그때 또다른 승무원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함재기는 내버려 두고 미사일부터 레일건으로 요격해!”
시에라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아···. 알겠습니다.”
“남은 배리어 최대한으로 펼치고 EMP탄을 스톰함 주위에 터트려!”
“함선 주위에서 EMP탄이 터지면 배리어가 버티지 못할 겁니다!”
“실시!”
“EMP탄! 발사했습니다.”
스톰함에서 이윽고 대여섯 발의 둥근 미사일이 발사되고 그 미사일을 발사되자마자 폭발했다. 다만 그 폭발은 강력한 전자파 등을 일으켰을 뿐 함선의 장갑 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파지지지직! 파지직!
스톰함이 터트린 EMP탄은 파문을 일으키며 날파리 떼처럼 날아다니던 함재기 등을 휩쓸었다.
*
“E. EMP 탄입니다. EMP탄 반경에 있던 모든 함재기가 작동을 멈췄습니다!”
“켈자인 님! 적함의 배리어가 소멸했습니다!”
켈자인은 되었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준비된 함선부터 코어 포격 실시!”
켈자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코어 포격을 준비 중이던 열 척의 함선에서 일제히 코어 포격이 가해졌다. 켈자인은 굳은 표정으로 스톰함을 향해 빠르게 쇄도하는 플라즈마 빛줄기를 바라봤다.
*
“EMP탄의 충격으로 배리어가 소멸했습니다.”
배리어 소멸도 위험한 소식인데 그보다도 위험한 소식이 함내에 울려 퍼졌다.
“코···. 코어 포격입니다!!”
시에라는 스톰함을 향해 다가오는 코어 포격의 신호를 바라봤다. 배리어가 소멸된 이상 10발의 코어 포격을 얻어맞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떻게 버틸 수도 없다.
사방이 함선으로 둘러싸인 격이라 회피기동한다면 적함과 충돌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그것만이 활로였다. 시에라는 지체하지 않고 륭샤오핑에게 말했다.
“적 기함을 향해 돌진!”
시에라의 명령에 륭샤오핑은 가타부타 대답도 없이 바로 함선을 가속시켰다.
우우우우웅!
스톰함이 급속 가속을 할 때 시에라가 명령했다.
“전 승무원 충격에 대비!”
*
“적함이. 적함이 기함을 향해 돌진하고 있습니다.”
“배리어가 소멸되지 않은 건가?”
“배. 배리어는 소멸되었습니다.”
켈자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상황이 어려우니 기함이라도 파괴하겠다? 10발의 코어 포격 역시 적함이 움직일 방향을 예측해서 날렸다.
다만 10발이 많은 숫자는 아니기에 모든 방면을 방어하지는 못했다. 대신 놈들이 코어 포격을 피할 방향에는 함선을 배치해 대함미사일이나 레일건 포대로 대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곳을 대비할 수는 없었는데 그중 하나가 적함이 기함으로 돌진하는 경우였다.
“이런 미친 놈들이? 같이 죽자는 소리냐? 그렇게 내버려 둘 것 같으냐?”
상관없다. 적함을 무적함으로 만들어주던 배리어도 사라진 이상 충돌하기 전에 박살 내면 될 일.
“함선의 대공포를 적함의 선수에 집중시켜라! 충돌하기 전에 파괴시켜라. 그렇지 못해도 저들 스스로 부딪쳐 자멸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함선의 다른 곳보다 단단할 수밖에 없는 선수의 장갑을 믿고 달려드는 모양인데 선수의 장갑을 약화시키면 아군의 배에 부딪치는 순간 선수부터 으스러지며 폭발할 것이다.
백전을 겪으며 이 자리까지 올라 온 자신이다. 제법이긴 하다만 개싸움이라면 이골이 나 있었다. 지금까지는 놈들의 배리어에 의해 별수 없이 당했지만 동등한 상황이라면 결코 지지 않는다. 아주 박살을 내주마. 켈자인은 서늘한 눈빛으로 짓쳐 드는 스톰함을 바라봤다.
그런 스톰함 주변으로는 10발의 빛줄기가 당장에라도 스톰함을 꿰뚫을 것처럼 쇄도하고 있었다.
*
전방으로 빠르게 가속하는 가운데 시에라가 소리쳤다.
“핵미사일 발사! 포격 지점은 적함과 스톰함의 중간 지점!”
“발사합니다.”
핵미사일은 함선의 속도보다 빠르게 날아가 시에라의 명령대로 중간 지점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그로 인해 켈자인의 구축함에서 발사한 미사일도 휘말려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코어 포격입니다! 선미 쪽이 위험합니다! 곧! 곧 닿습니다.”
빛줄기처럼 보이긴 하나 코어 주포는 플라즈마포에 가깝기에 레이져처럼 무슨 빛의 속도로 적을 타격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미처 피하지 못할 엄청난 속도이긴 하지만 코어 포격을 준비 중이던 함선이 혹시 모를 스톰함의 공격을 피해 멀찌감치 물러났기에 짧게나마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유예기간도 이제 끝난 모양이다. 승무원의 보고대로 코어 포격이 스톰함의 후미를 삼키기 일보직전이었다.
배리어가 없는 이상 스톰함의 장갑 수준으로는 결코 코어 포격을 견딜 수 없다. 코어 포격이 닿는 순간 선미를 비롯해 모든 것이 폭발할 것이다.
일촉즉발의 순간! 시에라가 다시 명령했다.
“광속이동! 적 기함을 스치고 지나간다!”
륭샤오핑은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고 급히 계기판을 조작한 뒤 조종간을 힘껏 잡아 당겼다.
“광속이동 실시!”
스톰함은 빛살처럼 늘어지더니 핵폭발과 함께 대함미사일이 폭발한 지점을 통과했다.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그곳을 향해 광속이동한 것에 가까웠다.
코어 포격은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스톰함을 스쳐 갔고 몇 발은 서로 부딪쳐 다시 주변에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EMP 공격에 의해 기체가 먹통이 된 리퍼의 함재기들이 그 폭발에 휘말렸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
“적···. 적함이 아군의 함선을 향해 광속이동을!”
“미친! 좌현으로 틀어! 당장!”
“좌현으로! 틉니다!”
켈자인의 다급한 명령에 조타수가 급히 함선의 선수를 뒤틀었다.
그와 동시에 빛줄기 하나가 함선의 옆구리와 후미를 강하게 강타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켈자인은 절망어린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안···. 안돼! 내가 어떻게 이 자리에!”
콰아아아앙!
*
함선에 거대한 충격이 가해지자 시에라는 급히 균형부터 잡았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이윽고 저편에서 코어 포격끼리 폭발하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보고!”
콰아아아앙!
시에라가 말을 꺼낼 때 다시 거센 진동을 느꼈다.
“적 기함이 폭발했습니다.”
“우측면의 장갑이 크게 손실되었습니다. 손상률은 70%입니다. 다행히 주요기관은 멀쩡합니다.”
그때 승무원의 들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적함대가 물러섭니다!”
그러나 시에라는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긴급수리하도록!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
콰아아앙!
“켈···. 켈자인 님의 구축함이 폭발했습니다.”
“남은 함선은?”
“구축함 10척 호위함 7척 쾌속정은 전멸입니다.”
“최초 함선의 숫자는?”
“쾌. 쾌속정 70척, 호위함 30척, 구축함 20척, 순양함 1척이었습니다···.”
극도로 두려워하며 입을 열었다. 이 보고 하나로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보고를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죽을 테니 두려움 가운데서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런가?”
하지만 의외로 사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콰아아앙!
그때 함교의 문이 폭발을 일으키며 저편으로 날아갔다. 재수없게도 하필 문이 날아간 자리에 앉아있던 리퍼는 머리통이 으스러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저벅저벅!
그 가운데 특이한 아머를 걸친 사내가 함교에 들어섰다. 별로 특별할 건 없었지만 사내가 보기엔 특이한 아머가 맞았다. 테라의 주요 삼대 세력 어디서도 본적이 없는 형태였으니까.
그러나 아예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이 사태를 일으킨 놈들이 걸친 아머와 꼭 닮은 아머였으니 말이다.
“네놈이 스톰이냐?”
이한은 얼굴에 엑스자 검상을 입은 사내를 바라봤다. 구릿빛 피부를 지닌 우람한 덩치를 가진 사내였다. 아마도 ‘쿤’이라는 조직의 보스로 보였다. ‘마쿤’ 말이다.
“그러는 네놈은 마쿤이고?”
마쿤은 눈매를 좁히며 이한을 바라보다가 찌그러진 함교의 문을 향해 손을 내민 뒤 이한을 후려치듯 휘둘렀다.
그러자 방금 리퍼의 머리를 깨부순 문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이한을 향해 쇄도했다.
훙훙훙!
매우 강력한 ESP 능력자였다. 이한 자신과 비등할 정도로 말이다.
이한도 회전하는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맹렬하게 회전하던 그것이 우뚝 멈춰섰다.
하지만 그것에 가해지는 마쿤의 힘은 여전했다. 문을 멈춰 세운 이한의 힘도 여전했다. 두 힘의 충돌로 인해 금속문은 이리저리 우그러지더니 이내 곧 갈가리 찢겨나갔다.
콰드드득!
쿵!
마쿤은 무심한 눈으로 문짝을 바라보다가 이한을 바라봤다.
“제법이로군. 어디서 너 같은 놈이 나타난 것이지?”
“그 정도 능력이면 이런 쓰레기짓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텐데 왜 그러고 사냐? 나로선 참 이해가 안 되네.”
마쿤은 이한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한 역시 그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뭐. 새끼야? 어디 쓰레기짓이나 하는 새끼가 무게를 잡고 지랄이야.”
이한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마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주먹으로 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망치를 후려친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고 그 충격파로 주변에 있던 리퍼들은 모조리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마쿤은 이한의 주먹을 손으로 막고 있었는데 마쿤의 서 있는 주변으로는 거대한 주먹이 후려친 것처럼 움푹 패여 있었다.
“흠.”
마쿤은 눈매를 슬쩍 일그러뜨리더니 오른손의 주먹을 이한에게 휘둘렀다. 이한 역시 그의 오른주먹을 향해 왼주먹을 날렸고 둘의 주먹은 다시 부딪쳐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함교 곳곳이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었음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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