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12
109. 폭풍 (1) >
109. 폭풍.
위이이잉! 치이익!
1.5km에 달하는 거체에 온갖 기계들이 달라붙어 수리 및 개조를 진행하고 있었다. 바로 쿤에게 압수한 순양함이었다. 순양함의 이름 역시 ‘쿤’이었다.
순양함의 거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상당한 거리에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이한이 륭샤오핑에게 말했다.
“현재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지?”
“순조롭습니다. 스테이션의 시설을 개조했기에 스톰함급의 함선은 건조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점차 함선의 숫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찰함이라고 해도 군함이다. 그런 군함을 뉴트럴의 중추도 아닌 곳에서 건조하게끔 내버려 두지도 않고 스테이션 역시 그런 함선을 건조할 이유도, 그만한 기반시설과 기술도 없다.
따라서 함선을 건조하는 스테이션이라고 해도 정찰함보다 작은 쾌속정이나 소형 함선이나 개인용 우주선을 건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렇기에 이한 등은 스테이션의 조선소를 업그레이드한 후 스톰함급 함선을 건조하고 있었다.
“하긴 그것까지 고려해서 스톰함을 건조한 것이었으니까. 그만하면 순조로운 셈이지. 차차 규모를 늘려가면 되는 일이고. 탑승할 승무원들은 선별하고 있나?”
“리퍼에 원한을 가진 이들부터 차근히 선별해서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그래.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이야. 당분간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도록. 각 스테이션의 책임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별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시 보고드리겠습니다.”
이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륭샤오핑에게 말했다.
“그래서 외부의 반응은?”
“많은 이들이 사령관님과 접견하길 원하고 있습니다만 눈여겨볼 자는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아울러 불법 경로로 침투하려는 자들은 모조리 사살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전투가 끝나고 스톰이라는 세력이 첫발을 뗀 시점이니 특별할 것도 없었다. 접선하고자 하는 의도야 명확하겠지만 무턱대고 움직일 수도 없겠지.
그때 바이저 위로 어떤 문구가 떠올랐다. 륭샤오핑 역시 확인했는지 이한을 급히 바라봤다.
이한은 눈매를 좁히며 입을 열었다.
“에메스토? 에메스토 공작이라···. 지금껏 얻은 명성이 허명은 아니라는 소리로군.”
유니온, 뉴트럴은 그렇다쳐도 엠파이어는 외부 소식에 둔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칼란두를 황제든 에메스토 공작이든 모든 정보력을 상대를 파악하는 데 사용해야 하니까.
물론 이번 전투 결과에 모든 세력이 놀라고 ‘스톰’이라는 집단과 교류하길 원하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스톰이 쿤을 무찔렀기에 발생한 결과물이다.
외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리퍼의 상위조직 중 하나인 쿤에 고작 정찰함 한 척을 가진 신생조직이 대항한 일에 불과하다. 그 결과야 너무나 뻔하니 여유가 없는 엠파이어로서는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유니온, 뉴트럴 역시 전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살펴보는 수준에 불과했을 터.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발 빠르게 접선해 온 곳이 엠파이어의 에메스토 공작이었다. 심지어 에메스토 공작이 직접 말이다. 이한으로서도 의외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연결해.”
이한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이저 위로 한 사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검은 바탕에 붉은 선과 금색 문양이 들어간 제복을 걸친 에메스토 공작은 헬멧에 얼굴이 가려진 이한을 차분한 눈빛으로 주시하다가 대뜸 입을 열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꺼내는 발언에 이한이 입을 열었다.
“규모는?”
대가로 스톰함을 넘기라는 뜻이었다.
“상당한 규모군요. 하지만 공작 전하. 황제 측의 제안도 들어봐야겠습니다.”
“천문학적인 액수랄 것까지야. 우주에 비하면 먼지 같은 금액 아닙니까? 더욱이 저희 기술을 이용하면 공작 전하는 제게 제공한 수백 배에 달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욕심이 과한 건 공작 나리 아니십니까?”
“재밌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공작 전하께서도 그럴 여유만 있다면 그렇게 하실 분 아니십니까? 그리고 저희가 가진 기술을 엠파이어만 원하는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에메스토는 눈매를 좁히며 이한을 바라봤다.
“분에 넘치는 보물이라. 확실히 그렇습니다. 분에 넘치는 보물은 화를 부르는 법이지요. 하지만 공작 전하. 왜 저희에게 함선이 한척뿐이라고 단정하시는 겁니까?”
에메스토는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뜨며 침음을 뱉었다.
“전하. 저희는 저희가 가진 무기를 시연한 겁니다. 리퍼라는 적절한 제물이 있고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되었으니 스톰함이라는 젊은 배우를 내세웠을 뿐이지요. 전하의 공조가 없더라도 불법으로 저희를 점거하려는 자들은 리퍼의 절차를 밟을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전하 다시 제안하시지요.”
“예. 다시 말입니다.”
에메스토는 침묵을 지키며 이한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엠파이어의 주력함대라면 우주모함 2척, 헬시온 10척, 구축함 40척, 호위함 80척에 달하는 규모다. 과거 이한이 지휘했던 넵튠 8함대는 반절에 불과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였는데 그 두 배에 달하는 규모라면 강력한 힘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왜 하나가 아니라 셋이란 말인가?
“전하께는 하나의 함대를 구축할 수 있는 자원을 받을 뿐입니다마는.”
이한의 말에 에메스토는 눈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이한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메스토에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과한 욕심 역시 화를 부르는 법이지요. 전하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아울러 건승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염려마십시오. 저희의 것을 탐하는 하이에나 같은 작자들은 모조리 박멸할 테니 말입니다. 테라의 골칫거리인 리퍼를 처리하는 일도 그 일의 일환입니다.”
“저희를 그런 식으로 매도하신다니 가슴이 아프군요. 좋습니다. 저희가 리퍼와는 다른 족속이라는 증거를 드리지요. 첫 거래에 대한 대가로 승전하신다면 리퍼와 연관을 맺어왔던 엠파이어 인사들의 명부를 전하께 넘기겠습니다. 이만하면 전하께서도 만족하실만한 거래 아니겠습니까?”
이를 잘 이용한다면 수많은 이득을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런데 첫 거래에 대한 대가로 넘긴다고? 그러니 이건 그저 아무렇게나 붙인 이유에 불과하다. 따라서 에메스토는 이마에 주름을 새기며 되물었다.
“염려마시지요. 공작 전하께서 염려하시는 전 테라를 삼키려는 허황된 야욕같은 건 없으니 말입니다. 그랬다면 기술을 이런 식으로 공개할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저는 평화를 원할 뿐입니다.”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한들 신뢰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지켜보시지요. 훗날 모두 알게 되실 겁니다.”
에메스토는 이한을 노려보다가 짧게 말을 맺었다.
이한은 통신이 끊어진 후 륭사오핑을 바라봤다.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한 이드라실도 얼른 부활해야 한다.
“륭샤오핑.”
“예. 말씀하십시오.”
“리퍼를 토벌하고 저들과 거래하는 일체를 륭샤오핑 네게 맡길 거다. 당분간 네가 스톰의 역할을 감당하라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리퍼에 대한 관용은 없다. 박멸시켜라. 거래의 일 순위는 초자원. 초자원에 준하는 기술이나 물자가 아니고는 거래하지 않으며 그 규모는 삼대 세력의 주력 함대에 기준을 둔다. 아울러 스테이션의 공조를 이끌어내고 그들의 연합체를 구성해라. 필요하다면 전쟁도 허가한다. 필요하다면 타고르스함의 지원도 있을 것이다.”
륭샤오핑은 타고르스함에 감찰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에 륭샤오핑은 이한에게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염려 마십시오. 여러모로 타고르스함이 활약할 일은 없을 겁니다.”
*
이마에 구불구불한 주름이 새겨진 백발의 사내가 굳은 표정으로 보고를 듣고 있었다. 바로 루퍼스 사령관이었다. 보고 내용은 에메스토가 주력 함대 규모를 구축할 수 있는 자원과 물자를 주고 스톰과 거래했다는 내용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행동력 하나는 일품이로군.”
“어찌해야 합니까? 각 섹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염려할 것 없네.”
“어째서 그렇습니까?”
“현재 내가 쥬피터 6함대와 새턴 7함대를 이끌고 있긴 하나 내게 주력 함대를 구축할 수 있는 물자와 자원을 제공할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 그건!”
어찌 불가능하다고 대답하겠는가? 자연히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루퍼스는 부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불가능하지. 에메스토 공작 역시 처한 상황이 특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각 섹터라고 해도 그만한 물자를 지급할 여유는 없다. 그러니 불법으로 탈취하려고 들겠지.”
“그럼 위험한 것 아닙니까?”
“불법으로 탈취? 글쎄. 리퍼가 바로 그 불법행위를 조력하고 있는 자들인데 스톰이라는 세력은 저들과 정면으로 싸워서 이긴 자들이 아닌가? 최소 순양함 두세 척으로 이뤄진 함대를 구성해야 한다는 뜻인데 그만한 규모의 병력을 움직이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지. 유니온에서도 그것을 간과할 리가 없고.”
그러자 루퍼스의 부관 예르코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열었다.
“설마 사령관님께서는 스톰이라는 자가 이 일을 계획했다고 보시는 겁니까?”
“내가 그 스톰이라는 자가 아닌데 어찌 알겠나? 다만 스톰 그자는 신기술을 주력 함대 규모의 자원과 물자로 고정했어. 공교롭게도 그 규모는 삼대 세력 정도가 아니면 지급하기 어려운 금액이지. 그렇다고 삼대 세력이 지급하기 어려운 금액도 아니고.”
“확실히. 신기술을 함대 전체에 적용할 수 있다면. 더욱이 내전 중이라고는 하나 엠파이어가 기술을 얻은 상황이라면···. 함부로 무력행사하기도 어렵겠습니다. 이미 엠파이어가 얻은 상황이니. 실로 영활한 작자가 아닙니까?”
그러자 또다른 장교 앤드류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그자가 의도했든 아니든 어쨌든 스톰이라는 세력이 부상하겠군요. 저들이 얻은 것을, 얻게 될 것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뉴트럴이 강해지는 셈입니다.”
루퍼스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리퍼를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저들을 처리하고 세력을 불리고 있으니 어떻게 저지할 방법도 없다. 리퍼에게 자치 방위권을 허가했던 뉴트럴도 명분이 없어 건드리지 못하는 상황인데다가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할 만큼 날카로운 가시를 품고 있었다.
‘스톰’이 이끄는 ‘스톰’이라는 새로운 세력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대세다. 기존 삼대 세력도 하지 못했던(실상은 하지 않았던) 리퍼 토벌을 거침없이 행하고 있으니 대중들은 이미 스톰이라는 자를 영웅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리퍼의 악명이 드높았고 대중들이 저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한 이드라실과 더불어 스톰이라는 이름이 함께 언급될 정도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톰을 친다고? 무슨 명분과 무슨 힘으로? 불가능하다.
루퍼스 사령관이 미간을 좁히며 향후 어떤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 때 승무원의 보고가 이어졌다.
“미확인! 미… 확. 음? 유니온의 수송선입니다! 아군 함대의 것은 아닙니다만 유니온의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그 말에 예르코가 입을 열었다.
“유니온의 수송선? 이 주변에 유니온의 함대가 이동한다고 보고 들은 것이 있나?”
“없습니다.”
그때 루퍼스 사령관이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수송선과 연결해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여기는 쥬피터 6함대와 새턴 7함대를 이끄는 사령관 루퍼스의 기함이다. 소속과 신원을 밝혀라.”
이윽고 수송선과 통신이 연결되고 그 수송선에 탑승한 인물을 확인하는 순간 루퍼스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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