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14
111. 폭풍 (3) >
111.
아메리카 섹터의 해리 윙크스는 ‘스톰’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다가 다시 들어온 보고에 안색이 급변하며 말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군. 한 이드라실이 생존했다고? 상임이사회에 소속된 섹터에 급히 연락해라.”
“알···. 알겠습니다.”
이윽고 해리 윙크스 주변으로 홀로그램으로 이뤄진 사람들이 저마다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식은 접하셨을 겁니다.”
그러자 프랑스의 대사 라파엘 나달이 입을 열었다.
러시아의 알란 카라에프가 소리치자 잉글랜드의 윌리엄 린튼도 그 말을 받았다.
“보상이 문제가 아니오. 한 사령관 그는 탁월한 지휘관입니다. 그가 이끄는 함대는 가히 무적의 함대나 다름없을 겁니다.”
해리 윙크스가 입을 열자 차이나 섹터의 장청위가 입을 열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섹터에서도 동의를 표하자 해리 윙크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상의하고자 한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 사령관의 귀환은 이 사실을 앞당긴 셈이지요.”
알란 카라에프의 퉁명스런 발언에 해리 윙크스가 재차 말했다.
“모두 내키지 않으시다는 걸 알겠지만 ‘스톰’의 기술을 무력으로 빼오기 어렵다는 건 이미 확인하셨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UNA는 젤린도 보르딘 사무총장과 루퍼스 사령관으로 나눠진 상황입니다. 사무총장 젤린도 보르딘은 죽은 영웅인줄 알았던 한 이드라실의 명성을 이용해 루퍼스 사령관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추세였지요. 그런데 사령관 한 이드라실이 생환했고 공교롭게도 그 사실을 확인한 사람이 루퍼스 사령관입니다. 대략 무슨 일 발생할지는 알고 계시겠지요.”
각 섹터는 한 이드라실의 공적을 깎아내렸다. 유니온이 한 이드라실을 마스코트로 내세워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 건 각 섹터도 잘 알았다. 사실 크게 신경 쓰지도 않았다. 이런 추세라면 각 섹터가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했으니까.
UNC, UNP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UNA에 소속된 지휘관들에게도 은밀히 접촉해 물밑교섭을 활발히 진행하는 중이었다. 사무총장 역시 어떻게든 그 일을 막으려고 대중들을 선동하고 통합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대세를 거스르는 건 불가능하다.
엠파이어가 내전에 휩싸이고 뉴트럴이 그것에 동조한 이상 테라의 모든 세력이 재편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고일 대로 고인 물이다. 야망을 가진 이들이 모두 전쟁을 원하는데 이걸 무슨 수로 막을까?
불꽃만 터지면 곧 뿔뿔이 갈라질 그때 스톰이라는 세력이 들고온 기술이 그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독자적인 세력을 구가하기 위해선 반드시 ‘스톰’이 가진 기술력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라면 설혹 천하를 얻더라도 삼일천하에 불과할 것이다. 그 정도도 판단하지 못할 이들이 아니었다.
문제는 엠파이어의 에메스토 공작. 스톰과 먼저 교섭한 것은 둘째치고 그자가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스톰의 기술을 구매했다는 점이다.
주력 함대를 구축할 수 있는 자원과 물자라니. 그런 물자와 자원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들이다. 그런 것을 주고 기술을 구매한다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위다.
결국 이들은 은밀히 요원을 파견해 스톰의 기술을 탈취하기로 결정했다. 스펙터는 물론이거나와 슈퍼솔져 역시 파견했다.
그러나 그 어떤 세력도 성공하지 못했다. 특수전으로 탈취가 어렵다면 토벌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정찰함 한 척으로 쿤의 함대를 상대한 저들이다. 더욱이 에메스토 공작으로부터 주력 함대를 구축할 수 있는 물자와 자원을 인수받은 상황이다. 토벌 가능성이 희박하고 애초에 그런 함대를 구축할 수도 없고 구축한다고 해도 자의대로 움직일 수 없다.
사무총장 젤린도 보르딘은 물론 유니온이 그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일단 대중은 통합을 원하지 분열을 원하지 않는다. 분열이 일어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약자인 대중들이니까.
젤린도 보르딘은 이런 점을 이용해 유니온의 상황을 매우 잘 조정하고 있었다. 정치적인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사내였다. 그러니 유니온의 사무총장이라는 자리에 올라 있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이라 각 섹터는 기술을 어떻게 얻을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웬걸? 이 시점에 죽은 줄 알았던 한 이드라실이 나타난 것이다. 유니온의 영웅이자 젤린도 보르딘의 공작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한 이드라실이 말이다.
한 사령관의 공적이야 어떻게 폄하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 8함대 지휘권 이상을 보상해줘야 한다. 폄하라고 해봤자 타카스 행성을 폭파했다는 사실인데 그걸 아쉬워하는 대중은 거의 없다.
대중들은 안전을 원하지 모험을 원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모험을 원하긴 하지만 자신이 모험하는 건 즐기지 않는다는 소리다.
최소 8함대를 이끄는 지휘관이 대중의 지지까지 한몸에 얻었다? 심지어 그 지지는 유니온에 국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각 섹터의 독자적인 세력 구축? 대중의 지지가 핵심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윤활유 역할을 위해서라도.
고로 한 이드라실이라는 존재는 모든 계획을 삐그덕거리게 만들 것이다.
자리에 참석한 누군가 중얼거리자 라파엘 나달이 손끝으로 미간을 매만지며 골치 아프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대중에는 당연히 군인들도 포함된다. 당연히 마냥 무시할 수가 없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인지하셨을 테니 무엇을 제안할지도 파악하셨을 겁니다.”
그러자 장청위가 눈매를 좁히며 해리 윙크스에게 말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습니다. 더욱이 이미 에메스토 공작이 기술을 얻은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듣기로 뉴트럴 역시 스톰과 교섭 중이라고 하더군요.”
“칼란두를 황제가 뭔가를 나눠줄 사람으로 보입니까? 설혹 조력하려고 해도 그 일은 루퍼스 사령관이 막아설 테니 불가능합니다. 직접 나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 결과가 좋지 못할 거라는 건 장담드리지요.”
그때 알란 카라에프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나 그건 나중 문제입니다. UNA 주도로 이 일이 일어난다면 저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그때부턴 매우 돌이키기 어렵다는 걸 모르실 분들은 아니지 않습니까?”
“UNA에는 물자와 자원이 없을지 모르나 모든 섹터가 동등한 기회를 얻기를 원하지 않는 섹터들이 UNA와 협상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나쁘지 않습니다. 저 역시 생각하지 않은 내용이 아니고 말입니다. 그러나 한 사령관이 귀환했습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숙고하시길 바랍니다.”
알란 카라에프가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UNC는 아메리카 섹터의 영향이 진한 곳이었다.
“오해하셨군요. 제 생각도 동일합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젤린도 보르딘 사무총장도 UNP 주도로 스톰과 거래하는 것을 원할 겁니다. 그럼 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하도록 하지요. 사령관 한 이드라실은 차후에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방법도 없다. 암살자를 보내서 제거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나서서 해주겠다면 박수치면서 그렇게 하라고 격려하겠지만 당연히 그런 미친짓을 감수하려는 세력은 없을 거다.
이윽고 모든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회의장에는 해리 윙크스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그는 텅빈 회의장에 앉아 지난날 만났던 한 이드라실을 떠올렸다.
“모두를 위해 죽어줬어도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
금의환향. 그야말로 엄청난 인파가 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한은 하선하기 전에 그것을 발견하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곧 문이 열립니다. 한 사령관님. 준비가 완료되는대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이한은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영웅이라 불린다는 걸 모르지 않기에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 이건 자신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얼추 파악한 경계병력만 2만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모두 이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이었다.
수많은 꽃과 귀환을 축하는 장식과 문구가 가득했고 하늘 위로는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이한 자신이 활약한 전투들이 홀로그램으로 재생되고 있었는데 그 전투를 설명하는 리포터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한 입장에선 똥통보다 지독한 전장을 구르고 구르다가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셈이다.
따라서 그 모습을 확인한 이한은 발가락과 손가락이 오글거려서 미칠 지경이었다. 자연히 이한은 루퍼스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적성에 맞든 안 맞든 자네 정치질 좀 해야 할 걸세. 나와 한배를 탄 이상 그 정도는 해줘야겠네. 클클클.”
루퍼스 사령관의 웃음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그 영감은 이 사태를 인지하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아니 루퍼스 영감의 계획이 분명했다. 내가 이곳에 나타날 거란 걸 아주 널리 알린 장본인이니까.
이한 주위로 슈퍼솔져들이 붙었다. 그들은 저마다 통신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격지점은 모두 확인했나?”
“습격루트를 파악하고 인파가 매우 많기에 암살시도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각별히 주의해라.”
“길목마다 배리어를 설치하긴 했지만 안심할 수 없으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한편에서는 자신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었고 한편에서는 자신이 암살당할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아이러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열렬한 환대이긴 하지만 그만큼 나를 죽이려는 시도도 열렬할 거라는 소리겠지.’
복과 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다닌다. 해가 높게 뜨면 그림자도 짙어진다.
이한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이런 상황에서 암살시도가 일어날 거라 보긴 어렵지만, 가능성이 또 없는 건 아니었다.
‘엠파이어 측에서 암살했다고 하고 엠파이어의 내전에 개입을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는 노릇. 이건 숫제 환영 인사로 이뤄진 또 하나의 전장이나 다름없군.’
이한이 가볍게 한숨을 내쉴 때 곁에 있던 슈퍼솔져가 말했다.
“한 사령관님.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문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호위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뜻이었다. 이한은 이 상황 자체가 매우 어색했지만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래.”
이한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한을 수송한 수송선의 문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피슈웃! 퓨우우.
아니 사실 그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엄청난 함성에 의해 순식간에 모든 것이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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