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18
115. 침공 (1) >
115. 침공.
초진동검은 륭샤오핑의 목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왔다. 피하던가 아니면 막아야만 한다. 슈퍼아머라고 해도 초진동검의 절삭력을 막아낼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륭샤오핑은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오히려 중화기를 들어 기스모토 히데키를 향해 쏟아부었다.
퉁퉁퉁퉁!
육중한 소음이 울려 퍼졌고 기스모토 히데키의 검은 어느새 륭샤오핑의 목 언저리까지 다다랐다.
파지직!
그러는 중에도 륭샤오핑의 중화기는 연신 불을 내뿜었고 이윽고 기스모토 히데키의 쉴드를 박살 내고 그가 걸친 아머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히데키는 제물로 삼기에 꽤 훌륭한 전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의 검이 놈의 중화기보다 빠를 것이다. 놈의 탄환은 아머를 부수기 전에 멈출 테고 자신이 먼저 그전에 몸을 피할 테니까. 그러니까 나의 승리다.
기스모토 히데키는 서늘한 눈빛으로 더욱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 역시 육체계 초능력자에 속했기에 그 속도는 그 어떤 슈퍼솔져가 휘두르는 것보다 강력했고 신속했다.
그렇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대항하는 적의 목을 베어내려는 찰나의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파지직!
강력한 전류가 검을 타고 흐르며 자신의 움직임을 잠시나마 멈칫거리게 만든 것이다.
투투퉁!
콰직! 콰직!
하지만 적의 중화기는 멈추지 않았다. 무자비하게 아머를 부수고 자신의 가슴을 모조리 헤집어버렸다.
“커허헉!”
히데키는 화끈한 불덩이가 가슴에 내려앉는 고통에 눈을 부릅뜨며 아주 잠깐동안 멈칫했던 검을 다시 거세게 휘둘렀다.
터억!
그러나 검은 적의 목을 베기도 전에 슈퍼솔져의 팔에 붙잡혔다. 육체가 멀쩡했다면 아무리 놈이 슈퍼솔져라고 해도 자신의 팔을 붙잡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중화기의 탄환이 가슴을 헤집으며 자신의 능력을 약화시킨 모양이었다.
우두둑!
히데키의 팔을 잡은 륭샤오핑은 그대로 팔을 으스러뜨림과 동시에 놈의 가슴을 사정없이 발로 걷어찼다.
콰지직!
어찌나 세게 걷어찼는지 그 여파로 중화기에 의해 너덜거리던 아머가 모조리 박살 나버렸다.
팽팽해 보이던 아니 기스모토 히데키가 우세해 보이던 전투가 그렇게 한순간에 결정지어졌다.
운 따위가 아니다. 이 전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순간을 곱씹고 곱씹었던가? 다른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놈을 쳐죽일 수 있게끔 대비하고 또 대비했다. 바로 그 결과였다.
“커헉!”
히데키가 뒤로 날아가기 무섭게 륭샤오핑은 땅을 박차고 다시 짓쳐 들었다.
히데키는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능력을 발휘해 어떻게든 륭샤오핑을 저지하려고 했지만, 육체 능력을 극대화했다고 여겨지는 슈퍼솔져의 진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상이라면 막을 수 있었겠지만, 히데키는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륭샤오핑은 날아가던 히데키에게 다다르기 무섭게 그의 얼굴을 손에 쥐고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지지직!
뒤통수부터 내리꽂힌 히데키는 그 충격에 완전히 정신을 잃어버렸다. 어찌나 강하게 내리꽂았는지 머리가 떨어진 곳의 바닥이 이리저리 깨져 있었다. 사람이라면 이런 충격을 버티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륭샤오핑은 기스모토 히데키를 힐끗 바라본 뒤 오른발을 들어 그의 머리통을 강하게 밟았다.
콰직! 푸아아악!
구구절절 내가 너에게 복수하느니 마느니 그딴 소리를 뱉을 필요도 없었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 륭샤오핑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복수가 아니라 보호였다. 여동생을 이 버러지보다 못한 새끼에게서 보호했어야 했다.
륭샤오핑은 땅에 떨어진 중화기를 집고 히데키를 향해 난사를 가했다.
퉁투둥! 투두둥!
히데키의 뼈가 산산이 부서지고 갈가리 찢어졌고 이내 곧 륭샤오핑은 추가된 플라즈마 기능을 이용해 놈의 시체를 아예 소각해버렸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죽을 놈이 죽었을 뿐. 공허함은 여전했다. 륭샤오핑은 전과 다르게 감정이 뒤섞인 거친 어조로 소리쳤다.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라! 모조리!”
*
퉁퉁퉁퉁!
총탄이 빗발친다. 무수히 많은 총탄이 내 목숨을 끊어버리기 위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그딴 총알로 나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 총알은 마지막 순간에 방향을 바꿔 바닥에 박히거나 한없이 허공을 향해 나아가거나 다른 이의 몸에 처박혔으니까.
총알에 눈이 달려서 이한을 피해갔을 리는 없고 당연히 이한이 슬쩍슬쩍 행한 일이었다. 어차피 이 정도는 걸리지도 않는다. 이능을 사용할 수 없어? 물론 스톰이라면 예전처럼 초진동검을 날려서 적을 모조리 베어버렸겠지.
요점은 초능력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니라 걸리면 안 되는 거다. 걸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왜 사용하지 않겠는가?
총알이 몸에 닿을 것 같으면 뒤틀고 놈들의 초진동무기가 닿을 것 같아도 뒤튼다. 쉴드가 만들어준 아주 작은 간극만으로도 놈들의 모든 공격을 막고 역으로 참살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쉴드가 업그레이드되지 않은 유니온의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한이 지나간 자리엔 거친 폭풍이 지나간 것처럼 팔다리가 잘린 적들이 즐비했다.
퉁투두둥!
적들의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빌리가 고전하고 있긴 했지만, 그간 운으로 살아남은 게 아니라는 듯 딱히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이한은 양쪽에 짓쳐 드는 클론 군단의 몸을 무참하게 갈라버린 뒤 클라크에게 말했다.
“넌 안 오냐?”
“한 이드라실···.”
“네놈들이 품고 있는 원한이 뭐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놈들이 품고 있는 원한보다 내가 품고 있는 뜻이 더 커. 이걸 대의라고 부를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놈들의 원한에 휩쓸릴 정도로 하찮은 건 또 아니니까.”
이한은 그 말을 끝으로 클라크에게 검을 내던졌다. 초진동검은 풍차처럼 돌아가며 클라크에게 매섭게 쇄도했다.
그러나 이한이 던진 초진동검은 클라크의 능력에 의해 공중에 우뚝 섰다.
“한 이드라실!”
다시 이한의 이름을 소리치던 클라크는 멈춰세운 초진동검을 이한에게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한은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웬걸? 이한은 어느새 클라크에게 다가와 남은 초진동검으로 그의 허리를 가르고 있었다.
촤아아악!
이윽고 다량의 핏물이 튀어오르고 클라크는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던 것과 달리 너무나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하···. 하아아아.”
정신을 집중해야지만 막을 수 있는 거력이 초진동검에 담겨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듯 허망하게 한 이드라실의 움직임을 놓치지도 않았을 터, 속은 것이다. 한 이드라실은 수준급의, 아니 강력한 초능력자였다.
그러나 이제 그 사실을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클론 군단은 자신이 마지막인 것을···. 정말 모든 게 끝이다. 한 이드라실 모든 증오를 담아도 그 증오가 부족한 존재. 동족이 말살당하더라도 이 작자만은 죽였어야···.
하체와 상체가 나눠진 클라크는 허망한 눈빛으로 이한의 이름을 부르다가 두눈을 부릅뜬 채 죽음을 맞이했다.
이한은 그런 클라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놈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놈들은 인류에 대한 원한이 뿌리까지 박혀 있는 놈들이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었다. 그러니 더 깊게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이한은 고군분투하고 있는 빌리를 도와 짓쳐드는 모든 적들을 빠르게 베어넘겼다.
특별한 이능따위는 없어도 그만이다. 대다수 물질을 베어버릴 수 있는 절삭력을 가진 초진동검 한 자루면 어지간한 적은 쓸어버릴 수 있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이능은 전보다 강력해졌고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
이번 습격을 계획한 자는 두 가지 변수를 간과했을 것이다. 먼저는 내가 쉽게 죽을 놈이 아니라는 거, 그보다 큰 변수는 다름이 아니라 시에라다.
시에라는 지금도 어떻게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ESP 능력자다. 그런 여인이 나를 지키고 있는데 나를 암살해? 아주 대차게 비웃어주마.
테라네스에 침투한 적들은 결국 시에라와 그녀가 이끄는 스펙터에 의해(엄밀히는 시에라 홀로) 모든 적들을 격멸했다. 나도 한몫하긴 했지만 어떻게 시에라 앞에 명함을 내밀 수준이 아니다.
시에라는 침투한 모든 적을 꽉꽉 눌러 순식간에 공으로 만들어버렸다. 무슨 공인지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유니온의 정신나간 작자들도 이참에 잘 알았을 거다. 시에라가 얼마나 막강한 초능력자인지를 말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아예 대비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이제 이 상황을 이용해 반격을 가해야지.
‘사무총장은 일단 내버려 두고 각 섹터에게 책임을 물어 저들의 실권을 뜯어내야겠다.’
나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싸게 먹히지 않을 거다. 평화를 위해 싸우는 나를 감히 암살하려고 들어? 이 머저리 같은 새끼들이. 내가 죽으면 니들도 다 죽는 거야.
군례를 표하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이한은 시에라에게 말했다.
“테라네스 의회와 대화가 필요할 것 같군. 무엇보다 네 능력에 걸맞은 위치를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이한은 피가 묻은 슈트를 걸친 채로 사무총장 젤린도 보르딘과 대화하고 있었다.
“유니온의 심처라고 할 수 있는 테라네스에서 습격을 당한 일을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 침공이 이뤄지기 전에 테라네스의 병력이 각 섹터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당연히 이 일에 대해 세심한 조사가 필요한 바 보르딘 사무총장께 이 일에 대한 전권을 요청합니다.”
관련자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도 관련자잖아. 새끼야.
하지만 이한은 아무것도 내색하지 않고 보르딘 사무총장에게 대답했다.
“사무총장께서 책임을 지신다면 좋습니다. 어쨌든 유니온의 방어체계가 뚫렸다는 건 너무나 명확한 바, 이런 곳에서는 제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새턴 7함대와 넵튠 8함대의 지휘권을 사무총장의 권한으로 즉시 승인해주신다면 이 일은 사무총장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본래 7함대를 지휘하던 루퍼스 사령관께서 제게 지휘권을 인계하길 원하는 상황이니 문제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사무총장님의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젤린도 보르딘은 이한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통신을 끊었다.
권력은 언제나 물리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다. 권력의 핵심은 ‘내 말 듣지 않으면 네놈 새끼 죽여버린다.’였으니까. 당연히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권력이 성립된다.
7함대와 8함대의 지휘권은 물론 유니온 대다수 병력의 마음을 얻은 상황이다. 나는 더 이상 유니온의 일개 지휘관 따위가 아니다. 그걸 아니까 암살하려고 든 것이겠지. 엠파이어라는 방패를 내세워서.
‘아주 좋은 명분이다.’
유니온은 한 이드라실로 뉴트럴은 스톰으로 한 발씩 걸쳤다. 아니 한 발 수준이 아니라 각 세력의 중추가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엠파이어다. 일단 엠파이어가 먼저 쳐들어온 이상 놈들을 공격할 명분이 생겼다.
다만 그렇게 한다면 각 섹터가 다른 마음을 품을 여유가 생기니 엠파이어의 내전이 마무리되길 기다리는 게 좋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칼란두를 황제···. 유약한 게 아니라 그런 척을 했던 건가?’
극악한 생체실험을 하는 자가 군단을 강화시키려는 노력인들 하지 않았을까? 에메스토 공작이 신기술을 듣자마자 달려온 이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직접 싸우는 공작은 황제군의 역량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 위기감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일 테지. 물론 추측이다.
‘무슨 꿍꿍이인 줄은 모르지만 상황이 상황인 이상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겠어. 7함대 8함대를 정비하고 스톰과 함께 칼란두를을 친다.’
이한은 주먹을 움켜쥐며 결정을 내렸다.
그때 통신을 담당하던 병사가 급히 이한에게 소리쳤다.
“한. 한 사령관님! 하이모스가! 하이모스 행성이!”
하이모스라면 엠파이어의 수도가 아닌가? 이한은 고개를 돌려 보고를 한 병사에게 말했다.
“하이모스 행성이 왜?”
“정체불명 세력의 공격으로 하이모스가 초토화되었다고 합니다!”
“정···. 정체불명 세력?”
이한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정체불명 세력의 공격으로 하이모스가 초토화되었다고?
“확실한가? 에메스토 공작의 반격이 아니고?”
“그. 그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엠파이어군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러모로 에메스토 공작의 공격은 아닌 것으로 판단 됩.”
“사령관님! 루퍼스 사령관님의 통신입니다.”
“바로 연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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