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19
116. 침공 (2) >
116.
슝슈슝! 슈슝!
하이모스 행성 주변으로 무수히 많은 함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이모스 행성 주변이 함선으로 뒤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당한 숫자였다.
하지만 테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함선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엠파이어 모행성 주변에 이렇게 많은 함선이 나타났는데 엠파이어가 그것을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위이잉! 위이잉!
따라서 하이모스에서는 온갖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저. 정체불명의 함대 추···. 출현!”
“규모는?”
“테라의 함선이 아니기에 정확한 측정이라 볼 수는 없으나 함선의 크기로 짐작할 때 우주모함급 20척, 순양함급 100척, 구축함급 400척, 호위함급 800척입니다! 엠파이어의 모든 함대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나타난 적의 규모만 생각해도 이는 에메스토 공작 측이 아닙니다.”
“적 함대의 함재기 규모는 11만기에 달합니다! 이는 테라 기준이며 최소 기준입니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11만? 11만기라고?”
심지어 최소 기준이라고 한다. 얼굴에서 핏기가 아예 사라진 지휘관은 급히 소리쳤다.
“하이모스 5함대는?”
“하이모스 5함대는 지난 패배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기에 세라크 4함대와 함께 에메스토 공작의 벨투 6함대와 대치 중입니다! 최전선을 지키는 함대라 함부로 후퇴시킬 수 없습니다.”
“칸, 프로템, 네메시스의 함대는?”
“상시대기 중입니다.”
“당장 하이모스 주변으로 워프 시켜!”
그때 한 사내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송출되었다. 붉은 빛이 감도는 금발을 가진 차가운 인상의 사내, 칼란두를 황제였다.
“하오나 폐하! 이대로는 하이모스 행성이 무방비 상태입니다. 적의 공격을 막을 수단이 전무합니다!”
“알. 알겠습니다.”
그때 하이모스는 물론 엠파이어의 영역권 그 너머까지 통신이 연결되었다.
이윽고 홀로그램에 암석으로 뒤덮인 것 같은 거대한 체구의 외계종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계종족은 뭐라 입을 열었는데 전혀 이해할 수 없던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말에 담긴 의미가 협박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태도로 말했다.
외계종족은 다시 소리쳤는데 기이하게도 조금씩 그 의미가 전달되기 시작했다. 저들이 변환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통신을 받는 인공지능이 변환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저들의 언어는 금세 테라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변환되었다. 통신이 연결된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일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마 저들의 기술이 일궈낸 일로 보였다.
테라인이 처음 만난 문명화된 외계종족은 테라인 모두를 협박하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
지금 노예라고 했나? 어디 버러지 같은 놈들이 나타나서 감히 내가 취해야 할 것을 노리는 것이란 말인가? 심지어 나의 행성을! 나를 협박하다니! 가만두지 않으리라.
칼란두를은 크게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칸 1함대, 프로템 2함대, 네메시스 3함대는 물론 세라크 4함대, 하이모스 5함대도 집결시켜라!”
“알···. 알겠습니다.”
“아울러 엔두카 출격시켜!”
아니 오히려 잘 되었다. 대계는 어그러졌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보낸 자들은 별 힘도 쓰지 못하고 토벌당했다. 그러니 이 일을 도약할 기회로 삼으리라.
한 이드라실이 테라의 영웅이라고? 전 테라를 위협한 외계종족의 함대, 곧 우주모함급 20척, 순양함급 100척, 구축함급 400척, 호위함급 800척을 무찌른다면 테라의 영웅은 자신이 될 것이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리라. 나 칼란두를의 힘을!
*
에메스토 역시 지금의 상황을 알고 있었다.
“세라크 4함대와 하이모스 5함대가 전선에서 물러서고 있습니다. 전하. 어떻게 합니까?”
적이 전선을 무너뜨렸으니 그 틈을 타서 공격한다면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 정도도 분간하지 못할 사내가 아니었다.
“대기한다. 단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알겠습니다.”
우주모함급 20척, 순양함급 100척, 구축함급 400척, 호위함급 800척이라면 엠파이어 모든 함대를 합친 규모보다도 크다. 1함대에서 5함대까지 합친다고 해도 아군과의 전투로 많은 함선을 잃은 상황이니 적의 반절 수준도 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황제와 전투 중이지만 그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흔쾌히 받아들이리라. 정체불명의, 아니 자투족이라는 강력한 외계종족이 전 테라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 아닌가? 거리낌없이 선전포고를 할 정도로 스스로의 힘에 자신이 있다는 소리다. 아마 지금 나타난 함대는 선발대 정도에 지나지 않겠지.
엠파이어, 유니온, 뉴트럴 가릴 것 없이 힘을 합쳐야 할 상황이다. 황제도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기에 4,5함대를 전선에서 후퇴시킨 것이 분명하다.
“모든 함대는 하이모스 주변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쳐라. 아울러 하이모스의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켜봐야 할 때다.
패권이라는 것은 뒤로 물러서면 급격하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황권 역시 비슷한 속성을 지녔다.
따라서 열세라고 해도 황제가 엠파이어의 모행성인 하이모스를 간단히 버릴 수는 없다. 버려짐을 당한 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버려짐을 당할 자들의 충성까지 뒤흔들 테니까. 멀리 보면 황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동이다.
하지만 황제는 교활한 자다. 누가 봐도 열세인 상황에서 대의만으로 전투를 치를 인물이 아니다. 이렇게 민감한 정세속에서 온전한 병력을 소유하고 있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인물이 아니라는 소리다.
시민을 위하는 황제? 그런 허울뿐인 감투를 얻고자 무리한 전투를 치를 인물이 아니다. 이는 다시 말해 대항할 수단이 있기에 전투를 치르고자 하는 게 분명했다.
따라서 그간 의심만 해왔던 황제의 비밀무기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리라. 교활하기만 할까? 알려진 것과 달리 그는 매우 야망이 넘치는 사내다.
에메스토는 그 사실을 알았기에 칩거했다. 황제가 마지막까지 목줄을 움켜쥐려 하지 않았다면 내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황제도 모르지 않았으니 결국 황제가 일으킨 내전이다. 전에는 의중을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 의도를 안다. 엠파이어 모든 함대를 합친 것보다 규모가 큰 함대와 전투하려는 모습을 보니 확신까지 할 수 있었다.
이 전투에서 황제가 이기든 자투족이 이기든 에메스토 자신에게는 이로울 것이 없다. 황제가 이긴다면 극심한 전력 차에 의해 내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이고 자투족이 이긴다면 침략자의 모습이야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러나 에메스토는 일단 황제가 승리하길 바랐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저 엄청난 규모도 자투족에게는 선발대 수준일 테니까.
병력을 준비시킨 것도 황제를 치기 위해서라기보단 그를 돕기 위해서다. 물론 기회를 엿봐서 황제를 도모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전투 결과에 따라 자신의 행동도 달라지겠지.
에메스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황판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뇌리로 기이하게도 스톰의 말이 떠올랐다. 자세한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후에 알게 될 거라는 늬앙스였다. 설마?
“흠.”
에메스토는 침음을 뱉다가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래 뭐든 간에 더 지켜보면 자연히 알게 될 테니까.
*
하이모스의 수도 엔두카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지상도시와 공중도시. 모두 엔두카라 불렸지만 수도 엔두카라고 할 때 그 수도는 바로 공중도시를 가리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투족이라는 외계인의 출몰로 하이모스에 자리한 모든 사람들이 두려운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그때 공중도시가 반으로 나눠지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구조물이 하나 나타났다. 그 크기는 대략 15km에 달했는데 놀랍게도 함선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껏 테라에서 이 정도 규모로 건조된 함선이 없었다. 우주모함의 전장인 4.5~5km가 현 테라 기술로 건조가능한 최대크기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동력원이다.
코어를 여러 개 장착하면 동력을 배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소리다.
다만 각 코어에는 코어권 내지 코어장이 존재하기에 이 코어장 안에서는 함부로 워프를 해서도 안 된다. 더욱이 코어장과 코어장이 얽히면 상당히 불안정해지고 결국엔 끔찍한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단순히 함선이 폭발한다고 해서 코어가 폭발하진 않지만 코어 폭주로 인해 코어가 폭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코어의 폭발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떤 규모로 터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테라의 기술로 이를 폭탄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극도로 비효율적이다. 테라의 모든 행성을 블랙홀 등에 갈아넣고 공멸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피해야 할 기술이기도 했다.
일단 코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려면 정찰함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규모나 성능 및 코어를 제어하기 위한 인공지능 등을 모두 포함한다.
뭐 어떻게든 사용하려면 사용할 수는 있다. 바로 이한처럼 말이다. 다만 초인공지능조차도 폭발시기를 예측하기 어렵기에 코어를 폭발시켜 트롤거함을 격퇴한 이한의 경우엔 여러모로 운이 좋은 경우에 불과했다.
코어가 폭주의 끝에 이르기 전에 파괴하면 될 일이고 그도 아니면 워프하면 된다. 결국 코어 폭발로 파괴할 수 있는 건 각 세력의 행성뿐인데 미치지 않고서야 왜 그런 짓을 하겠는가? 남는 건 공멸뿐인데 말이다.
어쨌든 그런고로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될 전함에 다중코어를 장착한다? 미친짓이다. 그 위험성때문에 수백km가 넘어가는 스테이션조차 대개 코어를 하나만 장착하고 나머지는 핵융합로를 이용하는 형국이다.
함선의 크기만 키우는 건 아무 의미도 없다. 효율적으로 동력을 배분하고 운용할 수 없다면 정찰함에게도 파괴되고 말 것이다.
“퍼스트 코어 양호!”
“세컨드 코어 양호!”
“써드 코어 양호! 다중코어 상태 양호합니다!”
매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 기존이 있던 기술을 잘 엮기만 해도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 다중코어 기술을 완성함으로 기존 동력원의 3배 아니 시너지 효과로 무려 9배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 같은가?
배리어의 지속력과 강도 역시 9배가 되었다는 뜻이고 코어 포격 역시 9배가 되었다는 뜻이다. 터무니없이 전 테라를 아우르겠다고 야욕을 부린 게 아니라는 소리였다. 적의 기함따위는 코어 포격 한 번으로 녹여버릴 테니 여타 함선으로 나머지 적을 쓸어버리면 된다.
그러나 여러모로 상황이 바뀌었다. 하이모스를 둘러싼 놈들의 함대는 아마 선발대일 것이다. 놈들을 격파하고 테라를 이끌 것이다. 그리하여 엠파이어의 황제가 아니라 테라의 황제가 될 것이다.
칼란두를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내 곧 굳은 표정으로 상황판을 바라봤다. 외계종족이 하이모스에 나타난 건 우연이 아니리라. 테라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을 제거하고자 나타난 것일 테지. 그래도 눈은 제대로 박힌 놈들이다. 누가 테라의 황제인지 알아보고 있었으니까.
“어디 나를 협박할 정도로 대단한 놈들인지 확인해볼까? 다중코어 포격 준비!”
“다중코어 포격을 준비합니다.”
우우우우웅!
엠파이어의 모함 엔두카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요동치며 새하얀 빛무리를 함선 위에 형성했다.
“발사!”
“엔두카의 창 포격합니다!”
콰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하늘로 향해 강력한 빛줄기가 발사되었다. 그 충격파에 의해 가까이 있던 구조물들이 순식간에 파괴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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