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20
117. 침공 (3) >
117.
엔두카에서 발사된 빛무리는 하나의 빛무리로 보였지만 실상은 여러 줄기의 빛무리가 한데 어울려 날아가고 있었기에 그리 보였을 뿐이다.
그 빛무리는 우주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스무 갈래로 나눠졌는데 스무 갈래의 빛무리는 자투족의 우주모함을 노리고 날아갔다.
코어 포격이 광학병기는 아니라 빛보다는 느리다고는 하나 대비하지 않은 이상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포격은 결코 아니었다.
따라서 엔두카의 포격은 정확하게 20척의 우주모함을 적중시켰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화면으로 그곳을 지켜보고 있던 칼란두를은 승무원들의 보고를 들었다.
“엔두카의 창 포격 완료! 모든 포격 적중했습니다!”
“적 우주모함은 모두 제거···. 아닙니다. 적 모함이 건재합니다!”
나눠졌다고는 해도 기존 코어 포격의 3배는 달하는 포격이었을 거다. 그런데도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고?
칼란두를의 표정은 자연히 찡그려질 수밖에 없다.
“뭐라?”
“적. 적 함선이 움직입니다. 적의 함재기가 발진했습니다. 확. 확인된 숫자만 12만기입니다!”
칼란두를은 당황한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외쳤다.
“다중코어 포격 다시 준비하고! 엔두카는 아군의 함대가 워프할 지점으로 즉시 이동해서 합류한다!”
“알겠습니다.”
우우우웅!
엔두카가 기동하기 무섭게 하이모스 상공에 자투족의 함재기가 출몰했다. 폭격기였다.
“폐하! 하이모스 상공에 적함의 폭격기가 출몰했습니다. 요격기를 발진합니까?”
“내버려 두고 우선적으로 아군의 함대와 합류한다!”
“아. 알겠습니다.”
칼란두를이 탑승한 엔두카는 엔두카를 내버려 두고 우주공간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게 사라진 수도 엔두카에는 자투족의 성난 보복이 이뤄졌다. 하이모스 상공을 빼곡이 메운 자투족의 폭격기가 일제히 폭격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웅! 콰아앙! 슈우웅 콰앙!
“아아아악!”
“엄마!”
“으아아앙!”
“아가! 아가야!”
“내 아들! 내 아들이!”
“크아악!”
콰아아앙!
엠파이어 시민들이 처절하게 울부짖었지만 그들의 황제는 유유히 상공을 날아 사라진지 오래였다. 엠파이어의 수도 엔두카는 물론이거니와 하이모스 전역이 자투족으로 인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
하이모스의 상황을 지켜보던 에메스토 공작은 황제의 비밀무기를 보는 순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매우 강력한 포격이었다. 비록 적의 배리어에 막힌 듯 무마되긴 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배리어가 큰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성난 벌집을 건드린 것마냥 적함에서 함재기가 쏟아져 나오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황제는 도망쳤다. 전선을 가다듬기 위해. 전략상 후퇴라고 말하겠지만 에메스토 공작은 그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적이 자신의 예상보다 강력하니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 내뺀 것이다. 자신을 황제라 부르던 시민들을 처참하게 죽게끔 내버려 두고.
에메스토 공작은 칼란두를 황제에게 즉시 연락했다.
“에메스토 공작이오. 참전할 것이니 놈들을 격퇴합시다.”
“당신은 엠파이어의 황제다. 이번 내전도 당신이 원해서 일으킨 것이 아닌가? 당신이 황제라면!”
“칼란두를!”
에메스토가 소리치거나 말거나 칼란두를 황제는 통신을 끊어버렸다. 놈은 자투족과 싸울 마음이 없다. 겁을 집어먹은 것이리라. 저런 함선을 지니고 있다면 얼마든지 대항해서 싸울 수 있다. 에메스토 자신에게 저런 함선이 있다면!
에메스토는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하이모스 행성에서는 처절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들은 칼란두를을 믿었다.
자신은 행성을 직접 공격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걸 알고 있는 칼란두를은 별도의 병력을 행성 자체에 주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은 저 엔두카라는 함선에 탑승해 칼란두를과 함께 도망치고 있겠지. 전략상의 후퇴? 자신의 피해를 줄이고 기회를 노리기 위한 비겁하고 잔혹한 후퇴일 뿐이다.
으드득!
“애초에 인정한 적도 없지만 너 따위는 엠파이어의 황제가 아니다. 네놈 의도대로 테라를 장악하게끔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야!”
이를 갈며 소리치던 에메스토는 눈빛을 달리하며 부관에게 소리쳤다.
“루퍼스! 유니온의 루퍼스 사령관에게 연결해라. 루퍼스 사령관도 이 상황을 알고 있을 터!”
“아. 알겠습니다. 공작 전하!”
*
루퍼스 사령관의 모습이 홀로그램에 떠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습니다. 하이모스가 초토화되었다는 내용 밖에는.”
“에메스토 공작이 유니온에 도움을 요청했단 말입니까?”
“정확히 무슨 일이 발생한 겁니까?”
‘자투!’
이한은 자투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드디어 시작이라는 생각에 자연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이한의 대답에 루퍼스 사령관은 이한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키는 싸움을 해야 정신이 그나마 온전할 테니 그렇게 보실 건 없습니다. 그래서 놈들의 규모는 어떻게 됩니까?”
“유니온의 함대를 모두 끌어모아야만 얼추 비슷한 상황이 되겠군요.”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저들을 수월히 상대할 수 있는 함대를 구축할 수 있었다.
뉴트럴의 스톰 쪽도 마찬가지거니와 유니온은 아직 스톰의 기술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니 이한은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타고르스함으로 쓸어버려야 하나.’
문제는 타고르스함도 모든 준비를 마치려면 멀었다는 점이었다.
“예.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매우 애매한 상황입니다. 유니온의 누구라도 유니온의 모든 병력으로 엠파이어를 구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엠파이어의 함대가 적과 싸우다가 초토화된 것도 아니고 보아하니 칼란두를 황제가 자신의 병력을 보존하기 위해 후퇴한 상황 아닙니까? 유니온의 누구도 이 일에 찬성하지 않을 겁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사령관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현실이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더욱이 우주모함 20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400척, 호위함 800척이라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신뢰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등을 맡길 리가 없다는 건 사령관님께서도 잘 아시는 사실 아닙니까?”
이한은 다소 답답하다는 듯이 말을 뱉었다.
유니온에 도움을 요청한 에메스토 공작도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유니온에서 도움을 줘봐야 기껏해야 함대 한둘을 내어줄 것이다.
에메스토 공작의 함대까지 합쳐도 자투 함대의 절반도 되지 않으니 당연히 승산이 없다. 문제는 기술력도 자투족에 비해 떨어지는 상황이 아닌가?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정말 타고르스함이라도 출격시켜야 하나.’
자투족의 함대가 유니온이든 엠파이어든 전력을 다해야 상대할 수준인데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건 태평한 게 아니라 멍청한 거라 해야겠지.
“그거야 그렇겠지만 권력자들의 속성이야 사령관님께서 저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손해보는 건 절대로 안 된다. 뭐 딱히 권력자들만의 속성이라 말하긴 어렵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대답하던 이한은 루퍼스 사령관의 저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자신에게 타고르스함과 에스타른족이 있다는 걸 알고 연락했을 리는 만무할 테고 자신에게 있는 것이라곤 새턴 7함대, 넵튠 8함대가 전부다. 그마저도 현시점에서는 확정적인 게 아니었다.
“사령관님. 엠파이어를 구원하고자 애먼 병사들을 죽음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따져봐도 승산이 없는 전투입니다. 엠파이어를 구하고자 하는 것도 좋지만 이 방법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칼란두를 황제가 거슬렸다. 놈은 자신의 욕망을 우선하는 놈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놈이고 자신이 얻을 수 없다면 부숴버리는 악독한 심성의 소유자다. 그런 놈이 건재한 상황에서 유니온의 전력을 낭비하는 건 넓게 봤을 때 극도로 어리석은 일이다.
물론 자투족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사람들을 구해야겠지만 칼란두를 이자를 내버려두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령관님. 다른 통신이 들어옵니다.”
병사의 보고에 이한은 루퍼스를 바라봤다. 루퍼스의 표정에서 연결될 자가 누구일지 이한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연결해.”
이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늘한 눈빛을 가진 사내가 홀로그램에 나타났다.
“한 이드라실 사령관입니다.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물론 이한은 이번에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었지만 내색할 이유가 없었다.
“적대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예. 상황이 개판이라는 건 잘 알겠더군요.”
“말씀하십시오.”
자투족이 아니라 칼란두를을 친다고? 이한은 멈칫거리며 입을 열었다.
“칼란두를 황제를 말입니까? 설마?”
확실히 난 사람은 난 사람이란 말인가?
“엔두카라는 비밀 병기를 탈취할 생각이시군요.”
그렇게만 된다면 확실히 공작의 말대로 승산이 있긴 하다.
그러나 자투족이 언제까지고 하이모스만 폭격하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이모스에 이어 엠파이어 모든 행성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더욱이 행성을 지켜야 할 함대가 서로 격돌한다면···.
“그야말로 허점투성인 계획이로군요. 자투족과 싸워보기도 전에 공멸할 수도 있습니다.”
이한은 허탈한 웃음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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