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29
126. 워의 귀환 (3) >
126.
이한은 워에게 엔두카의 개조 상황과 네메시스, 세라크, 하이모스 함대의 상황에 대해 듣고 있다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세 행성의 반응은 어떻지?”
『사령관님도 예상하셨겠지만 가장 열렬히 환영하는 행성은 하이모스 행성입니다.』
칼란두를 황제는 하이모스를 버렸다. 엔두카라는 강력한 병기만 날름 삼킨 뒤 말이다.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하이모스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그게 더 황당한 일일 것이다.
더욱이 자투족에 대한 증오심은 테라 그 어떤 곳보다 맹렬하다. 유일하게 그리고 처참하게 유린당한 행성이니까.
이한은 증오하는 황제를 죽였고 증오하는 자투족과 싸우려는 사람이다. 예전에도 이한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좋은 상황이었으니 하이모스 행성은 이한으로 일치단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이모스 행성이 자투족의 공격으로 상당수 파괴되긴 했으나 엠파이어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파괴되었다고 해도 아직 무수히 많은 기반시설이 남아 있는 상황이니 이곳을 복구한다면 여러모로 그 어떤 곳보다 확실한 거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이모스를 거점으로 삼는다?”
『예. 사령관님. 심지어 황제가 건재하던 시절보다 사령관님에 대한 충성도가 월등히 높을 정도입니다. 어차피 사령관께서는 기반과 지지세력이 필요합니다. 유니온은 사령관님을 배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겁니다. 루퍼스 사령관 역시 개인적인 호의와 상관없이 사령관님에게 힘을 더 실어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음.”
『일단 하이모스를 시작으로 세라크, 네메시스 행성만 안정시켜도 향후 전투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습니다.』
“인적 자원을 충당할 수 있다라···.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군.”
『사령관님께서 지금 무슨 자선사업을 하고 계신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자투족과 승리 후에 하셔도 무방합니다.』
이한은 눈매를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전쟁준비나 착실히 해라? 그래서 정확히 뭘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하이모스 행성에 일어난 일은 비극이지만 어떤 부분에선 이로운 점이 있습니다.』
그 말에 이한은 인상을 쓰며 워에게 말했다.
“이로운 점? 대량학살이 일어났는데 거기에도 이로운 점이 있나? 자투족에 대한 원한과 황제에 대한 원한이 내게 이득이 되었다는 헛소리는 일절로 충분해.”
하지만 워는 언제나 그렇듯 차분한 어조로 이한에게 설명했다.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행성의 시설물이 상당수 파괴됨에 따라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시설물을 대량 건축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물론 자원도 시간도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한에게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시간이다. 한 이드라실에겐 자원이 없지만 타고르스함엔 자원이 상당히 많았으니까. 자원이야 어떻게 은밀하게 공급할 수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가 없다. 워는 바로 그 점을 언급한 것이었다.
“음.”
『스톰의 기술을 적용하면 하이모스 행성 자체를 요새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쳐들어온 자투 함대의 공격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럴만한 여유가 있나?”
『없습니다. 현재 저희는 함대를 개조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각 행성은 각 행성의 거주민이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의 말을 곰곰이 곱씹었다.
“으흠. 그러니까 네 말은 하이모스가 지금 모습과 다르게 가장 큰 발전성을 가진 행성이다?”
『그렇습니다. 투자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워가 말하는 투자는 타고르스함을 은밀히 개조하듯이 훗날을 위해 하이모스의 여러 분야에 투자하라는 뜻이었다. 당연히 은밀하게 말이다.
“네 판단이 그렇다면 시행해.”
『알겠습니다. 모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투자는 결국 하이모스를 요새화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것이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닐 터, 방위에 대해 매우 큰 경각심을 가진 상황이니 외부 자원이 어디서 들어오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일단 개발과 발전에만 집중할 것이다.
“세라크와 네메시스는?”
『하이모스처럼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령관님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을 테니 사령관님께 협조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일이 된다는 사실만 알려주면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문제는 자투족이로군. 엔두카의 성능은 어디까지 개선되었나?”
『코어는 사령관님의 능력으로 더욱 안정되고 강화되었기에 다중코어를 이용하면 기존 코어의 10배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아예 코스모스로 변환하면 좋겠지만 타고르스함과 달리 엔두카함은 코스모스의 강력한 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함선이 아닙니다. 코스모스를 제작하는 일이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아군이 자투 함대와 맞붙는다면?”
『70%입니다.』
이한은 눈을 빛내며 다시 질문했다.
“설마 승전할 확률인가?”
『아닙니다. 패전할 확률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함선의 숫자는 비등해졌지만 함선에 적용된 기술은 자투 함대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스톰의 기술을 적용해 차차 그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이에 이한은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워에게 대답했다.
“후우. 아직 갈 길이 멀었군.”
그래도 많이 올라왔다. 패전 확률 100%에서 70%까지 올라왔다는 건 정말 많이 올라온 거다.
칼란두를 황제와 전투 후 대략 3주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
능력이 강해질수록 책임이 막중해질수록 수양을 필요성을 느낀 이한은 거의 반강제적으로 자신을 명상의 자리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이게 예상 외로 상당한 이로움을 줬다.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음은 물론 자신의 이능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대다수 실무는 워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기에 커다란 결정만 내릴 뿐 세부적인 문제는 워가 알아서 하게끔 내버려 뒀다.
주먹만한 초자원 결정을 허공에 띄워 결합했다가 부수길 반복하던 이한은 자투족을 어떤 식으로 상대할 지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죽임을 당하겠지. 최악의 경우엔 자신도 죽을 수 있었다. 전장에서 생사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단지 자신은 생존할 확률이 여타 다른 군인들에 비해 더 높을 뿐이다.
『사령관님.』
이한은 워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투 함대가 다시 출몰했다는 보고는 벌써 전에 들은 상황이었기에 워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불렀는지 짐작했기 때문이다.
“자투족인가?”
『예. 사령관님.』
“2개월인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 끌었군. 그간 정신이 없었기에 이제 묻는다만 정확히 어떻게 한 거냐? 초반엔 타고르스함의 흔적으로 유인했다손 치더라도 이렇게까지 오랜기간 동안 추격할 것 같진 않은 데 말이야.”
물론 끈기가 대단한 족속이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알기로 자투족은 시구르스족만큼이나 탐욕스럽고 포악한 족속이다. 포악한 성품을 가진 존재가 끈기를 가진 경우가 뭐 얼마나 있을까?
한 가지 더, 2개월이란 대부분의 시간을 명상으로 보냈다면 정신이 없을 일도 없을 텐데 무슨 말인지 당장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초자원 부스러기로 유인했습니다.』
“초자원 부스러기?”
이놈들 아주 제대로 농락당했군.
부스러기라고 해도 초자원이라면 자투족에게도 상당히 귀한 자원이니 테라를 침공하는 일보다 우선시 되었을 것이다. 부스러기라고 해도 당연히 자투 함대가 움직일 정도의 양을 뿌렸을 테니 상당한 양이었을 거다.
초자원이 아깝긴 하나 타고르스함이 수거한 양의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고 초자원보다 시간이 더 귀한 상황이니 별수 없었다. 자투족 역시 귀한 초자원을 일부러 뿌리고 다닌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확보한 2개월 동안 엔두카함을 비롯한 모든 함대가 완벽하진 않더라도 스톰의 기술을 함선에 적용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유니온과 뉴트럴 사이의 관계도 상당히 달라졌다.
워의 대답에 혀를 내두르던 이한은 워에게 다시 질문했다.
“그래서 승률은?”
『이 상태라면 반반입니다. 단 엔두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놈들이 진격하는 곳은?”
『하이모스입니다.』
“하이모스라고?”
왜 또 하이모스란 말인가?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그래 지금 상황에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겠지.”
고개를 끄덕이던 이한은 워에게 다시 말했다.
“루퍼스 사령관과 에메스토 공작은?”
『집결한다는 통신을 보내왔습니다.』
“유니온이나 뉴트럴은 아직인가?”
『유니온은 참전을 거부했고 사령관님의 계책이 성공적이었다면 뉴트럴은 참전할 겁니다.』
뉴트럴은 총 다섯 함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뉴트럴이 참전한다면 얼마나 참전할 것 같고 그리된다면 승률은?”
『뉴트럴의 함대가 얼마나 참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뉴트럴이 참전한다면 70%에 육박합니다.』
“이번엔 승전확률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2개월의 시간을 떠올렸다.
이한은 한 이드라실로서 네메시스, 세라크, 하이모스의 유력 인사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초반에 잠깐이었을 뿐, 대다수 일을 워에게 일임하고 훈련실에 처박혔다.
그러나 이것 역시 대외적인 시선을 인식해 그리 행동했을 뿐이다. 실제로는 다시 스톰이 되어 뉴트럴로 향했다.
당시 워의 계산에 의하면 최대한 시간을 끌고 발전을 꾀하더라도 승률이 40%를 조금 넘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초인공지능이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니 실제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결국 워가 말한대로 200만 명 이상이 이번 전투로 갈려나갈지도 모른다는 뜻이 된다.
그게 싫다면 타고르스함이 개입시키면 될 일이나 그러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그럼 이대로 희생을 받아들여야 하나? 그럴 이유가 없었다.
별다른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나 더 있었다. 뉴트럴의 함대를 끌어오거나 유니온의 함대를 끌어온다면 얼마든지 큰 피해없이 자투 놈들을 역관광시킬 수 있었다.
자투 함대는 스톰 기술이 적용되기 전의 테라 함대를 기억하고 다소 안이하게 다가올 테고 그점을 이용하면 대승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
물론 타고르스함에 대한 경계야 하겠지만 기술 차이가 너무나 극심하니 처음부터 테라의 함선일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거다. 워가 그 흔적을 은하 밖으로 이어지게 만들었으니 어떤 외계종족이 자신들의 함선을 공격했다고 결론을 내리겠지.
먼저 유니온부터 살펴보면 유니온의 함대를 끌어오는 건 매우 어렵다. 각 섹터는 자투족의 역량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루퍼스와 이한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오히려 큰 피해를 입기를 바랄 테니 말이다. 협조는커녕 6,7,8함대의 지휘권을 도로 회수하려고 들 것이다.
게다가 엠파이어의 모든 함대가 이번 전투에 참여하니 그간 적대해왔던 유니온이 그런 결과를 바라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자투족이라는 외계인으로 에메스토, 루퍼스, 이한을 한꺼번에 치워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어리석은 일이지만 야욕에 눈이 멀어 적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뭘 바라겠는가?
그나마 시간이라도 넉넉하다면 여러 방도를 통해 협조를 구해보겠지만 언제 다시 자투 함대가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사실상 유니온의 협조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이한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뉴트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뉴트럴은 적절한 보상만 제시한다면 병력을 움직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물론 이들은 안전한 것을 선호하기에 불리한 전장에 서려고 하지 않겠지만 승리할 것이 확고한 전장에서 확실한 이득을 취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저들에게 확신시킬 수만 있다면 뉴트럴의 참전을 이끌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 판단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겐 이들을 움직일만한 미끼가 상당히 많았다. 이한은 뉴트럴과의 협상을 떠올렸다. 한 이드라실이 아니라 뉴트럴의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스톰의 주인으로서 협상했던 그 내용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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