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31
128. 토끼와 거북이 (2) >
128.
“자네가 뉴트럴을 삼킬 야욕을 가졌다는 건 우리도 모르지 않아. 그런데 이제 와 협조 요청이라니? 대체 무슨 꿍꿍이지? 우리를 농락하려는 건가? 그럼 큰 실수를 한 것이라 말해주고 싶군.”
이한은 가브리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맞다. 이 부패할대로 부패한 뉴트럴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스톰이라는 세력으로 재편할 생각이었다.”
그러자 침묵에 잠겼던 회담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당연히 이한을 바라보는 눈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
잠시 뒤 소란이 다소 가라앉자 가브리엘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그러기엔 시간이 없다. 의미도 없고.”
가브리엘이 인상을 찌푸릴 때 아만다가 입을 열었다.
“설마 시간이 없어서 기존의 계획을 철회했다는 그런 헛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겠지? 우리를 무슨 멍청이로 아는 건가? 참으로 오만한 작자로군.”
무슨 시간이 없단 말인가? 자투 함대의 습격? 엠파이어와 유니온이 연합해서 자투 함대를 막을 테고 뉴트럴은 언제나 그랬듯이 기회를 엿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주워 먹으면 될 일 아닌가?
고로 자투 함대의 위협 때문에 뉴트럴을 삼키려던 야욕을 철회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따라서 대다수 기업 총수들이 아만다의 말에 동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오만한 건 바로 너희다.”
“으흥. 어째서 그렇죠?”
사라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이한에게 물었다.
“미지의 세계로 탐사를 보내는데 전병력을 동원하는 세력을 본 적이 있나? 테라는 지금껏 자투 함대와 맞닥뜨린 적이 없다. 정말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나? 놈들은 선발대다. 유니온의 모든 함대를 합친 것보다 많은 병력이 선발대에 불과하단 소리다.”
“흠.”
“으흠.”
여기저기서 헛기침이 터져나올 때 리암이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이한에게 반문했다.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결국 유니온과 엠파이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너희의 계산을 말해볼까? 루퍼스, 에메스토, 한 이드라실이라면 어떻게든 적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있겠지. 뭐 아니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줄 테니 유니온이 마무리할 것이라 판단할 테고. 거기까진 좋다. 100만이 죽든 200만이 죽든 500만이 죽든 너희가 죽는 건 아니니까.”
이한은 잠시 말을 끊은 뒤 다시 말했다.
“그러나 그 다음은? 자투족이 머저리가 아니라면 승기를 잡았을 때 몰아붙일 것이다. 두 배, 세 배가 넘는 함대를 보내면 그땐 어떻게 막을 생각이지? 그때도 남의 집에 불난 것처럼 구경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이건 유니온만의 문제도, 엠파이어만의 문제도, 뉴트럴만의 문제도 아닌 모두의 문제다. 자투족은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놈들이다.”
그러자 알폰소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 자투족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데? 너를 그걸 어떻게 아는 것이고? 모두 추측일 뿐이지 않나. 고작 그런 추측성 발언 따위로 우리를 흔들려는 것이냐?”
이한은 그 문제에 대해 간단하게 대답했다. 약간의 진실을 밝힘으로 말이다.
“테라를 넘어선 기술을 내가 어디서 얻었다고 생각하나? 개발과 연구? 연구와 개발을 등한시하는 세력도 있었던가? 그도 아니면 시대를 초월한 무슨 천재라서? 그게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초인공지능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그중 하나가 기술 개발의 영역이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나 제약이 많았고 기존의 한계점을 넘어설 정도로 탁월한 기술은 초인공지능을 이용한다고 해도 단번에 얻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톰은 초인공지능의 마스터도 아니었다. 뛰어난 전투 능력을 지닌 것을 볼 때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가 무슨 연구자나 과학자가 아니라는 건 자명했다.
그럼 남는 건 한 가지다. 어떤 외계문명의 기술을 우연찮게 얻은 경우 말이다. 그전까지는 의심이었지만 자투족이라는 외계문명이 출현한 이상 확신에 가까워졌다.
“설마 정말로 외계문명의 잔재를 얻은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게 정말이었을 줄이야. 알폰소는 멍한 눈으로 이한에게 말을 꺼냈다.
이한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회담장 전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내가 말한 자투족의 위협은 거짓이 아니다. 차라리 거짓이라면 다행이겠지. 그러니 힘을 합쳐야만 한다.”
그러자 가브리엘이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음. 유니온이 나서지 않는데 왜 하필 우리지?”
“그래도 너희는 이득을 보장하면 움직이니까. 기본적으로 너희는 장사치이지 정치꾼들은 아니지 않나? 내 판단이 틀린 건가?”
이한이 서늘한 어조로 반문하자 아만다가 대답했다.
“뭐 뉴트럴에서 권력이라는 건 별 의미가 없으니까. 그것보다 외계의 기술이라면 누구라도!”
아만다는 눈을 빛내며 이한을 바라봤다.
“너희가 아무 이득 없이 움직일 자들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다. 참전한다면 너희가 그토록 원하는 스톰의 기술을 전수하도록 하겠다.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하는 다섯 기업에게 우선적으로 기술을 나눠주되 여타 기업에게도 배분할 생각이다.”
“으흐흥! 이렇게 신사적인 분을 우리는 왜 그동안 배척했던 걸까요?”
사라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그때 리암이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 네가 얻는 건 뭐지?”
리암에 말에 다시 모든 이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이렇게 한다고 스톰이 얻는 건 뭐란 말인가?
이한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뉴트럴은 너무 작군.”
“뭐?”
리암이 반문하자 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하지 않았나?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 가릴 것 없이 힘을 합쳐야만 한다고.”
그 말에 가브리엘이 미미하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당신은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군.”
“맞아. 너희와 아웅다웅 다투느라 시간을 사용하느니 당신들에게 내 이익을 배분하고 나는 그것을 토대로 더 큰 것을 노릴 생각이지.”
가브리엘은 미간을 좁히며 입을 열었다.
“에메스토 공작에게 지급한 기술 외에도 더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군. 그러니 우리에게도 자신만만하게 기술을 제공한다고 하는 것이고.”
“그게 뭐 어쨌단 말이지? 그래서 당신은 거부하는 건가?”
가브리엘을 바라보던 이한은 다시 좌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야. 함대의 규모 자체는 비등한 수준이다. 에메스토 공작이 저들에게 기술을 전수했으니 내가 전해준 기술을 얼마나 적용했느냐에 따라 승률이 더 높아질 수도 있겠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이어서 말했다.
“일단 나는 참전할 것이다. 아울러 참전의사를 밝히는 자들에겐 제한적으로 기술을 선제공하도록 하지. 단 나의 방침과 나의 명령을 따른다는 협약이 필요해. 아울러 나의 이름을 걸고 싸우려면 그건 당연한 거니까. 거짓인지 아닌지는 이어질 행동을 보고 직접 판단하도록 하지. 거짓이라 판명날 경우엔 즉각 보복할 테니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리퍼 쓸어버리듯 쓸어버려도 나를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한은 주변을 돌아본 뒤 다시 말했다.
“기억해. 다섯 기업이야. 궁금하군. 새로운 초거대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지 궁금해. 내가 제공하는 걸 받기 싫다면 리퍼놈들처럼 뺏으려 해도 좋아. 대신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주지.”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나가던 이한은 잠시 걸음을 멈춰세운 뒤 검지를 들고 허공에 두어 번 흔들며 입을 열었다.
“아아. 한 가지 빠뜨렸군. 자투족의 기술도 테라의 기술보단 뛰어나지. 그 기술이 누구에게 제공될지 궁금하지 않나? 안전제일주의 좋지. 머물러 있는 그곳이 계속 안전할 수만 있다면 말이야. 그럼 즐거운 선택들 하시라고.”
*
이한은 지난 대화를 머릿속에서 털어내며 워에게 말했다.
“뉴트럴은 참전할 거다.”
『다섯 함대와 더불어 스톰이 보유한 두 함대까지 고려하면 7함대입니다.』
우주모함 14척, 순양함 70척, 구축함 280척, 호위함 560척이 합류한다는 소리. 그냥도 무시할 수 없는 숫자지만 스톰의 기술을 부분적용된 함대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병력이다.
한, 루퍼스, 에메스토가 보유한 우주모함 18척, 순양함 90척, 구축함 360척, 호위함 720척에 엔두카까지 합치면 자투 함대인 우주모함 17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400척, 호위함 800척의 배에 달하는 규모가 된다.
‘어디 올 테면 와봐라. 이 새끼들아.’
“워.”
『예. 사령관님.』
“너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아냐? 하긴 조사하면 다 나오는데 모를 리가 없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자투족이 토끼꼴이 됐다고 말씀하시고 싶은 겁니까?』
“그래. 조금 빠르다고 안심하고 누워 처자면 훨씬 느린 거북이한테도 개발리는 거야. 어디 열나게 개발려봐라.”
『뉴트럴의 참전 사실을 루퍼스와 에메스토 함대에도 알립니까?』
“내가 그걸 알고 있어도 우스운 일이 아니냐? 안 그래? 그건 말 그대로 스톰의 공적이 되어야 하는 거야.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 내버려 둬. 자 이제 내 계획대로 모두 이뤄질 경우 승률은?”
『99%입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1%는 왜?”
『사령관님이 실수할 경우도 포함된 겁니다.』
“뭐?”
이한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다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실수하지 말아야지. 그 실수 한 번에 10만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으니까.”
100만, 200만에 비하면 월등히 적은 숫자지만 어디 10만이 적은 숫자던가? 그게 사람 목숨이라면 더더욱.
이한은 엔두카로 이동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유니온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뭘 어떻게 해? 여기 유니온 소속 있잖아! 루퍼스 사령관도 유니온 소속이고 쥬피터 6함대, 새턴 7함대, 넵튠 8함대도 유니온 소속이다. 이 함선 저 함선 다중제어하다보니 뭐 오류라도 생긴 모양인데.”
깐죽거리는 이한의 말에도 워는 동일하게 반응했다.
『확실히 긴장하신 모양입니다.』
이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솔직히 말하면. 자투족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놈들이 정말 토끼처럼 처잔 것도 아니고 초자원을 수거하러 다녔으니 놈들 역시 뭘 만들어도 만들었겠지. 그게 뭘 것 같냐?”
『아마 강력한 에너지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두카를 박살 내기 위한?”
『그럴 확률이 높긴 하나 알 수 없습니다.』
“으흠.”
이한은 침음을 뱉다가 워에게 대답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떤데?”
『유니온 말입니까?』
“그래. 그 유니온.”
『사령관님께서 전쟁에서 승리하면 각 섹터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기술력에서 완전히 밀린 상황이니 앞으로 독립은 운도 떼지 못할 겁니다.』
“결국 네 질문은 저들을 쳐낼 것인지 물어본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한 사령관님에 대한 암살 시도가 훨씬 빈번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바엔.』
“그건 일단 승리한 후에 생각하는 게 좋겠군.”
*
이한이 엔두카에 오르자 병사들이 절도있게 그에게 경례했다. 역시 병사들에게 경례한 이한은 함교에 들어섰다.
모든 승무원이 이한이 들어서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한은 냉정한 눈빛으로 승무원들을 빠르게 훑어본 뒤 짧게 말했다.
“착석하고 임무에 집중하도록!”
“알겠습니다.”
이한은 바로 워에게 명령을 내렸다.
“루퍼스, 에메스토 기함에 연결!”
『연결합니다.』
이한은 홀로그램으로 생성되는 루퍼스와 에메스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시작하십시오.”
루퍼스에 이어 에메스토 역시 짧게 대답했다.
바로 통신이 끊어지고 승무원의 보고가 이어졌다.
“루퍼스, 에메스토 함대 자투 함대 지역으로 광속 이동합니다.”
이한은 큰소리로 우렁차게 외쳤다.
“전 함대 발진하라!”
“전 함대 발진합니다!”
자투족과의 전투가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정말 힘겹게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개박살을 내주마.’
이한은 긴장된 표정으로 주먹을 와락 움켜쥐고 상황판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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