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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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용은 그렸다.
“테라 함대에서 함재기를 발진시켰습니다. 목표는 아군의 배리어 생성장치로 추정됩니다.”
이두르카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함재기 발진시켜! 단! 놈들이 배리어 생성장치 근처에 도달했을 때 교전한다. 카네스 역시 움직인다. 목표는 배리어 생성장치 보호! 배리어 생성장치가 파괴되기 전까지 모든 적 함재기를 파괴하도록!”
카네스는 자투족의 호위함급 함선을 말했다. 자투족의 함재기는 13만기에 달했고 호위함은 800척이었다.
“알겠습니다.”
“배리어가 파괴되면 라샤는 카네스를 비롯한 함재기와 합류하여 적 함선 사냥을 시작한다. 테라인은 우리 위대한 자투에게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강습포트를 적절히 활용하도록.”
“알겠습니다.”
“룬투, 호르투는 적함 엔두카를 처리하는 데 주력한다.”
룬투는 우주모함, 호르투는 순양함, 라샤는 구축함을 이르는 단어였다.
“준비시키겠습니다. 함재기 발진합니다.”
이두르카는 자투 함대에서 발진되는 수많은 함재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배리어 생성장치를 부수지 않고 집중포화를 통해 배리어를 파괴하려 해도 상관없다.
적함이 배리어 생성장치를 파괴하지 않고 배리어를 파괴하기 위해선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하니 역습으로 적의 함선을 박살내면 될 일이니까. 놈들이 어떤 식으로 나오든 대응할 수 있었다.
눈앞의 테라의 함대를 쳐부수고 행성폭탄을 테라에 설치하면 이 미개한 종족을 정복하는 일은 사실상 끝이다.
승전 후 이들을 착취하여 더 거대한 함대를 구축하고 그렇게 구축한 함대를 기반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수도 있겠지. 미개하고 나약한 놈들이긴 하나 세뇌 칩만 머리에 박아넣으면 제법 훌륭한 노예가 될 테니까.
상황판을 바라보는 이두르카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
12만기의 함재기가 일사분란하게 퍼져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13만기의 함재기가 적 함대에서 퍼져나오자 그건 그것대로 두려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함재기의 숫자만 도함 25만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 이렇게 많은 숫자의 병력을 일일이 통제하는 건 초인공지능이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이들이 무슨 기계는 아니니까.
임무 목표를 하달하고 각 사람들을 신뢰하는 수밖에 없었다.
명확하고 적절한 임무를 내리는 일이 바로 이한이 해야 할 일이자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적이 산 너머에 있다고 산을 파서 옮길 이유는 없지 않은가? 지휘관이 그런 명령을 하달하면 설혹 병사들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도 그 전쟁은 질 수밖에 없다. 적 지휘관이 더 대단한 병신이 아닌 이상에야···.
올바른 목표 설정은 모든 일의 기본이다. 전쟁도 다르지 않다. 현재 처한 상황에 적합한 목표를 설정해 줄 수 있는 자가 곧 뛰어난 지휘관이다.
아군 함재기는 적함과 적함재기를 동시에 상대해야만 한다. 심지어 함재기의 숫자도 적군이 더 많은 상황. 에메스토 공작의 말대로 배리어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곤 해도 이게 과연 적절한 명령인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2만명에 달하는 파일럿에게 ‘승리를 위해 죽어라’ 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물론 승리할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그들의 희생을 짊어지고 강행해야 한다. 반드시 승전해야만 하니까.
그러나 과연 그런가? 다행히 그렇지 않았다.
이한은 함재기가 퍼져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 명령을 내렸다.
“전 함재기 연결!”
“연결합니다.”
“전 함재기는 배리어 생성장치를 향해 발진할 준비를 갖춰라.”
이한의 명령은 실시간으로 모든 함재기의 조종사에게 하달되었다. 그와 동시에 모든 함재기가 수천 개에 달하는 배리어 생성장치를 구역별로 나눠 자연스럽게 포진했다.
자투족의 함재기 역시 그런 테라 함재기의 움직임에 맞춰 분화했다. 그 모습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던 이한이 워에게 말했다.
“준비는?”
『완벽합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전 함재기는 엔두카의 이동 후 자율적으로 배리어 생성장치를 파괴한다. 이상!”
통신을 끊은 이한은 다시 외쳤다.
“코어 포격 실시!”
『발사합니다!』
워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엔두카의 동체가 흔들리며 즉각 포격을 시행했다.
우우웅!
엔두카의 동체 표면으로 지렁이같은 푸른 뇌전이 흐르더니 이윽고 환한 섬광과 함께 강렬한 빛을 토해냈다.
콰아아아앙!
제아무리 배리어라고 해도 기존 코어 포격의 10배 이상 되는 포격을 얻어맞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포격이 가해진 지점의 배리어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
“엔두카에서 플라즈마 포격을 가했습니다. 포격 지점의 배리어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두르카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고 플라즈마 포격을 가했다? 제법이군. 서둘러 복구해라. 어차피 복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알겠습. 이두르카 대전사장!”
급박한 어조에 이두르카가 인상을 쓰자 재차 보고가 이어졌다.
“엔두카! 엔두카가 배리어가 부서진 지점을 향해 광속이동을 실시했습니다! 배리어가 생성되기 전에 통과됩니다.”
“흥! 알아서 함선을 바치겠다는 뜻인가? 엔두카가 도착할 지점으로 호르투를 배치하고 강습선을 준비해라! 오만한 짓거리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알겠습니다.”
*
“감속합니다. 배리어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적 배리어가 빠르게 생성됩니다.”
에메스토 공작이었다. 질책하는 어조가 강하게 담겨있었지만 더는 말을 뱉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랴.
홀로그램에는 에메스토 공작뿐만 아니라 루퍼스 사령관도 떠올라 있었다.
“두 분께는 외부의 함재기들을 부탁하겠습니다.”
역시 굳은 표정의 루퍼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에메스토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통신이 끝나기 무섭게 승무원의 보고가 들어왔다.
“순양함급 함선 100척이 엔두카 주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더불어 강습선으로 보이는 다수의 함선을 확인했습니다!”
다급한 상황이다. 엔두카가 15km에 달하는 거대모함이라고 하나 순양함 100척을 상대로 이길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이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함내 파일럿에게 연결!”
“연결 되었습니다.”
“제군들. 복수할 시간이다. 다만 집으로 돌아갈 티켓은 본인이 직접 구해야 할 것이다. 이상!”
통신을 끊은 이한은 워에게 말했다.
“함내 모든 우주선을 발진시켜!”
『격납고 열었습니다. 함내에 수송중은 7만기에 달하는 모든 함선과 함재기 발진합니다.』
자투족의 습격이 늦어지긴 했으나 그래봐야 두 달이다. 두 달 동안 없던 함재기를 7만기나 만들어낼 수는 없다. 우주선, 특히 전투기라는 게 판으로 찍어내듯 찍어낼 수 있는 계제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함선이나 우주선이라면 말이 다르다. 민간 함선이나 우주선은 충분히 많았으니까. 이한은 그것을 개조하여 방어력을 높이고 폭탄을 실어 폭격기로 재활용했다.
자살공격에 가까운 민간 함선을 이끌 사람? 자투족에 대한 원한이 투철한 하이모스 사람들은 기꺼이 그 일에 참여했다.
물론 이들을 개죽음 당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에 따른 대비도 철저하게 했으니까.
“워! 레이져캐논 준비!”
『레이져캐논 500문 가동 준비합니다.』
이한이 다중코어를 안정시킴에 따라 기존 동력의 배나 더 되는 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최대 기존 코어 포격의 18배 위력에 가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더욱이 에스타른족의 기술, 곧 스톰의 기술을 이용해 레이져캐논을 장착했다. 레이져캐논은 강한 동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기에 에메스토는 스톰의 기술을 얻고도 레이져캐논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플라즈마포 계열인 코어 주포와 배리어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벅찬 상황이니 그보다 위력이 약한 레이져포를 운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레이져포가 유용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동력에 여유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동력원이 강화된 엔두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 워는 즉시 레이져캐논을 엔두카 곳곳에 설치했고 그 결과 엔두카에는 500문에 달하는 레이져캐논이 장착되어 있었다. 물론 엔두카 이외의 함선은 동력 문제로 레이져캐논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레이져캐논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어지간해선 피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레이져캐논은 말 그대로 광학병기라 빛의 속도로 나아가 적을 타격한다. 타격을 당하는 목표 역시 무슨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한 포격을 가하는 즉시 적중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투를 치르는 두 함대가 무슨 몇 광년씩 떨어진 거리에서 전투를 치르는 게 아니지 않은가?
‘이건 몰랐겠지. 그동안 초자원 처묵처묵하면서 잘 잤냐? 결승전 통과는 내가 먼저 한다. 이 토끼 새끼들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500문에 달하는 광학병기를 상시 동원할 수 있는 함선을 보유하고 있을 줄은 말이다. 비단 엔두카의 레이져포뿐이랴? 여러모로 강화된 여타 함선들의 공격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준비란 준비는 다했다. 남은 건 그동안 언제 처들어올까 밤낮으로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자투족에게 빅엿을 날려주는 일 뿐이다.
“녹여버려!”
『명령대로 수행합니다.』
워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엔두카의 표면이 열리며 레이져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곤 다가오는 강습선을 향해 그야말로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우우웅! 슈슝! 슝슝슝슝!
붉은빛의 레이져광선이 마치 축제의 밤하늘을 요란하게 밝히는 빛처럼 엔두카 주변으로 현란하게 터져나왔다.
*
“광. 광학병기 입니다!”
광학병기라고? 하긴 플라즈마포를 사용할 수 있는 놈들이니 광학병기라고 사용하지 못할까? 그러나 아군 함대에 유효한 타격을 줄만한 광학병기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분석을 통해 테라 함선의 장단점을 상당수 파악한 상황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기술적인 부분이니 고작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변동될 사항이 아니었기에 이두르카는 자신있게 말했다.
“흥 그래봐야 아군 함선에는 타격을 줄 수 없을.”
비웃으며 말을 뱉던 이두르카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순양함급인 호르투야 광학병기따위야 타격을 입을 이유가 없지만 강습선이 엔두카의 레이져포격에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산산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쾅! 콰과과광! 콰광!
“엔두카로 향하던 모. 모든 강습선이 파괴되었습니다.”
“배리어! 배리어 생성장치가 레이져 포격에 의해 빠르게 박살나고 있습니다. 서둘러 막지 않으면 아군의 전술적 우위가 사라집니다!”
“함재기를 보내서!”
“무슨 소리! 함재기를 보낼 수 없습니다! 광학병기를 상시 사용할 수 있는 거대모함은 함재기로 상대할 수 있는 함선이 아닙니다!”
함재기만으로는 적함의 레이져포격을 막아낼 수 없다. 거대모함을 상대로 함재기를 운용하고자 한다면 적함이 동력원을 아끼게끔 만드는 강력한 함선이 버티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테라의 함재기가 움직입니다. 테라의 함선도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목표는 아군의 배리어 생성기. 엔두카를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배리어 생성장치는 완전히 무력화 됩니다.”
“엔두카에서 발진한 5만기의 함재기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잘 것 없는 것들이지만 하나같이 강력한 폭탄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요격기는 몰라도 폭격기는 함선에도 상당한 위협입니다. 배리어가 없는 상황에서 폭격을 당하면 단 한척의 폭격기에도 함선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두르카는 성난 표정으로 발을 굴렀다.
쿠우웅!
“이게 무슨!”
그러나 이두르카는 빠르게 감정을 추스르며 다음 전략에 대해 생각했다. 거대 배리어로 인한 전술 우위는 엔두카라는 거대 모함의 돌진으로 인해 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당한 상황이다. 테라가 이만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도 아니면 역시나···.
어쨌든 그렇다고 위대한 자투 함대가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이대로 전면전을 펼쳐 놈들을 섬멸하는 수밖에.
“배리어 생성장치는 버린다. 지금부터 전면전에 돌입한다.”
“알겠습니다.”
“아군의 영역에 멋대로 침입한 엔두카라는 적의 기함부터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흐른투는 모든 포문을 열어 포격을 실시! 적함을 격추시켜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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