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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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황제가 남긴 것.
『사령관님. 코어 포격이 준비되었습니다. 코어 포격으로 배리어를 파괴했던 적 순양함 40척을 향해 다시 포격합니까?』
엔두카는 코어 포격을 두 번 가했다. 가장 먼저 배리어가 파괴된 40척의 순양함은 용감한 폭격기 조종사들로 인해 파괴되었고 남은 40척은 여전히 배리어를 복구중에 있었다.
“우주모함 6척을 향해 집중포화를 가하는 것은?”
『가능하긴 하나 막아낼 겁니다. 별다른 타격을 가하긴 어렵습니다. 차라리 적 순양함 40척에 포격을 가해 끝장내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배리어를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상황이라 이번 포격은 방어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우주모함에 포격을 가하면 워프할 여유가 사라지겠지. 내가 자투족 사령관이라면 이 상황에선 후퇴한다. 그러니 배리어가 파괴된 함선 등은 스톰에게 알려 우선 파괴하도록 명령하고. 우주모함 6척에게 코어 포격을 집중하도록! 더 이상 포격하지 못하거나 배리어를 유지할 동력이 없어도 상관없다. 모든 동력을 코어 포격에 집중시켜!”
다중코어의 모든 동력을 동원해 코어 포격을 가하면 엔두카 역시 파괴된다. 그만한 동력을 버틸만한 시설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는 짧은 경고를 남긴 후 이한의 명령을 즉각 시행했다.
『알겠습니다. 다중코어의 모든 동력을 코어 주포로 돌립니다. 코어 주포 및 엔두카에 폭발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조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코어 포격 실시합니다.』
우우우웅!
이윽고 엔두카의 동체가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함선에 들어온 불마저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워는 그야말로 다중코어의 모든 동력을 코어 주포에 집중하고 있었다.
코어 포격이 가해지면 정말 가공할만한 에너지가 폭사될 것으로 추측되었다. 가공할만한 에너지가 엔두카에서 요동치고 있었기에 당연히 자투 함대의 이두르카에게도 이 소식이 전달되었다.
*
“대전사장 이두르카! 엔두카에서 가공할 만한 에너지를 포착했습니다. 기존 테라 함대 코어 포격의 18배 이상 되는 위력으로 이는 자투의 거대모함이 포격을 가하는 것에 준할 정도입니다.”
“포격 대상은?”
“룬투 6척! 아군의 기함 포함입니다!”
이두르카는 테라의 이름 모를 사령관을 천 갈래로 찢어 죽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고 말리라.
“워프 취소하고 모든 동력 배리어로 돌려!”
자투족의 거대모함이 포격한다고 해도 한 두발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니 테라 놈들의 포격이 얼마나 대단하든 간에 함선이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포격 후다. 당장의 안전이 최선이기에 배리어에 모든 동력을 부여하면 배리어가 모두 소멸되지 않더라도 그 동력을 워프하기 위해 전환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테라의 함대가 자투 함대를 포위할 것이니 그리되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하다.
워프 기능은 우주 함선의 기본 중의 기본이나 매우 세밀한 조정을 필요로 한다. 안정적인 동력과 안정적인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워프 자체가 함선을 공간 저편에 갈아 넣는 행위가 될 수 있었다.
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선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다.
두 달 전 맞닥뜨린 테라의 함대가 맞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다. 이건 숫제 함정에 빠진 격이 아닌가?
“으드득.”
이두르카가 이를 갈 때 다시 보고가 이어졌다.
“대전사장! 적의 포격입니다.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쿠르르릉!
엔두카에서 발생한 푸른 섬광은 룬투 6척을 벼락처럼 관통했다.
파지직!
그러나 룬투를 감싸고 있던 배리어가 둥근 돔 형태를 여실히 드러내며 강력한 코어 포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결국 그 여파로 배리어가 소멸되고 말았다.
제자리에 우뚝 서서 상황을 바라보던 이두르카가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같으니라고! 대체 무엇을 하길래 아직도 적 기함을 점령하지 못했단 말인가? 강습함을 준비시켜라. 상전사들을 데리고 내가 직접 놈들의 기함을 점령하겠다.”
“하오나. 대전사장!”
“시끄럽다! 함대를 지휘해라! 놈들의 기함이 아군의 함대보다도 강력하니 놈들의 함대를 탈취하면 테라 놈들을 역으로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오라 대전사장! 엔두카의 코어 주포가 망가졌습니다. 게다가 거의 모든 동력을 소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엔두카를 점령해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쿠우웅!
부하의 보고에 이두르카는 입을 굳게 다물고 발을 굴렀다. 바닥이 움푹 패이고 이리저리 갈라졌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눈을 감고 분노를 삭이던 이두르카가 차가운 어조로 씹어먹듯이 말을 뱉었다.
“적 기함의 사령관, 그러니까 테라 총사령관의 이름이 무엇이냐? 아직 그 정도도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니겠지?”
“한. 한 이드라실입니다.”
“음. 칼란두를이라는 놈이 아니고?”
“아닙니다. 테라의 영웅이라 불리는 자입니다.”
“으드득. 한. 한 이드라실이라.”
완전히 당했다. 엔두카를 역으로 이용하고자 해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테라는 더 이상 엔두카가 필요없다. 엔두카가 없어도 아군의 함대를 쓸어버릴 수준의 병력이었으니까.
기함 포함 룬투 6척의 워프를 봉쇄하고 엔두카를 역으로 이용하지 못하게끔 아예 봉쇄시켰다. 전투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종일관 적 사령관이 전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한 이드라실이라. 놈은 결단코 곱게 죽이지 않으리라.
“워프가 가능한 함선부터 집결지역으로 워프하라 명하라!”
“알겠습니다.”
*
『코어 포격에 성공했습니다. 적 기함을 비롯한 나머지 다섯 척의 우주모함의 배리어가 소멸되었습니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 함대에 연결!”
『연결합니다.』
“한 이드라실이다. 자투족의 사령관이 어리석은 이가 아니라면 지금 즉시 전장을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전 함대에 명령한다. 모든 함선은 적함 주위에 붙어 적함이 코어의 영향권 안에 놓이게 하라! 한 척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말살하라!”
테라 함선은 일단 코어의 영향권에 놓이면 워프하기 어렵다. 할 수야 있지만 뒤틀림에 의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자투 함대는 발전된 기술로 극복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자투족 역시 초자원을 이용해 워프를 실시하고 있기에 초자원으로 구성된 코어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모든 함선이 도망치는 건 막지 못해도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역으로 테라 함대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겠지. 그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
자투 우측 함대와 싸우며 구축함 30척, 호위함 70척을 잃은 에메스토 공작은 이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슬 퍼런 목소리로 외쳤다.
“전 함대 적함과 총력전을 펼친다!”
마찬가지로 좌측에서 싸우며 구축함 30척 호위함 50척을 잃은 루퍼스 역시 자신이 이끄는 함대에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자투 함선에 붙어라! 총공격을 펼친다!”
“알겠습니다.”
이에 우측의 에메스토 함대 우주모함 6척, 순양함 30척, 구축함 90척, 호위함 170척은 우측 자투 함대 룬투 6척, 라샤 180척 카네스 350척을 상대로 근접전에 돌입했다.
좌측의 루퍼스 함대 우주모함 5척, 순양함 25척, 구축함 70척, 호위함 170척은 좌측 자투 함대 룬투 5척, 라샤 190척, 카네스 350척을 상대로 전투에 돌입했다.
이한이 이끄는 중앙 함대 우주모함 7척, 순양함 35척, 구축함 140척 호위함 280척은 엔두카의 포격으로 배리어를 상실한 룬투 6척과 호르투 60척을 향해 무차별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스톰이 이끌고 온 르넨, 마리카, 아누스, 헬라, 크레이튼 함대들 역시 좌측, 우측, 중앙으로 나뉘어서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좌·우측에 우주모함 5척, 순양함 30척, 구축함 150척, 호위함 250척을 중앙에 우주모함 6척, 순양함 40척, 구축함 100척, 호위함 200척을 지원했다.
이쯤 되면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적 레이져포격입니다!”
“배리어 출력을 높여!”
“보유한 미사일 모조리 퍼부어! 어차피 근거리라 제대로 요격하기도 어려울 거다!”
“모조리 퍼부어! 인류를 건드린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퉁퉁퉁퉁퉁
“죽어라! 이 새끼들아! 모조리 터져버려라!”
가까이 다가간 만큼 레일건의 정확도 역시 높아졌다. 레일건은 육중한 소음을 내며 날아가 적함의 장갑을 부쉈다.
그러나 테라 함대라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온 포격은 매우 강력한 포격이었기에 근거리에서 직통으로 얻어맞은 함선은 배리어를 잃어버리고 금세 불꽃과 함께 격추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라 함선의 숫자가 월등히 많았고 화력 역시 훨씬 월등한 상황이었기에 테라 함선이 격추당하는 것보다 자투 함대가 격추당하는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자투 함대의 숫자가 줄면 줄수록 그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콰아아앙! 콰아앙!
“아군의 우주모함이 격추당했습니다!”
“적 우주모함 역시 격추합니다.”
“아군의 구축함, 호위함이 여러 척이 격추당했습니다.”
“자투족의 순양함 여러 척을 격추시켰습니다.”
이와 같은 보고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단순히 함선 한 척이 아니다. 호위함만 해도 2000명에 달하는 승무원이 탑승하고 있었다. 우주모함은 4.5~5만이다. 그만한 인원이 함선 한 척이 사라질 때마다 같이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한은 냉철한 표정으로 그 모든 보고를 듣고 있었다. 전쟁은 언제나 그렇듯 비극이다. 전쟁의 지휘하는 사령관이 된다는 것은 비극을 지휘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적함이 워프합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서 포격해! 우주 공간에 처박히도록!”
“알겠습니다!”
함선이 폭발하는 소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한이 있는 함교로 누군가 걸어왔다.
저벅저벅.
바로 시에라였다.
시에라는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모습으로 이한에게 나타나 보고했다.
“사령관님. 엔두카에 침투한 3만의 자투족 모두 사살했습니다.”
이한은 그런 시에라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뒤 다시 상황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에라는 이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렴풋이나마 그의 심정을 짐작했다. 뭐라 간단하게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이한의 마음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을 거라는 걸 말이다.
*
전투는 대승으로 끝났다.
물론 많은 함선을 잃었다. 우주모함 2척에 순양함 10척, 구축함 90척에, 호위함 180척을 잃었으니까. 희생자만 88만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였다.
당초 100만에서 200만 이상 죽을 거라는 워의 예상보다는 적은 숫자였지만 88만 명이라는 숫자가 어디 적은 숫자던가?
하지만 대승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자투족은 우주모함 17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400척, 호위함 800척으로 승무원만 510만이 훌쩍 넘는 대병력이었다. 그 엄청난 병력이 워프를 이용해 도망친 우주모함 2척과 순양함 5척을 제외하곤 모조리 박살났다. 근 490만에 달하는 자투족이 이번 전투로 사망했다는 소리다.
아무리 선발대 규모이고 강력한 자투족이라고 해도 이만한 피해는 무시하지 못할 규모다. 선발대 수준이라고는 하나 자투족 기준에서도 괴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전멸당할 규모는 또 아니었으니까.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사령관님.』
“그래.”
이한은 역시 짧게 대답한 다음 워에게 지친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자투족의 기술을 최대한 수거하도록.”
『이미 채집 드론을 이용해 수거중에 있습니다. 권한은 오직 총사령관께 있다고 통보한 상황이며 따르지 않는 함선은 엔두카의 포격에 당할 것이라 확실히 경고했습니다.』
“엔두카의 포격? 그거 이미 망가진 거 아닌가?”
『코어 포격이야 그렇지만 레이져 포격은 남아 있으니 말입니다.』
“뭐 그런가? 가장 중요한 건 적 기함이다.”
『적 기함의 잔해부터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적 사령관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탈주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후우. 앞으로는 더 바빠지겠군. 어쨌든 자투족이 왜 하이모스에 집착했는지 그것부터 알아봐봐. 자투족 기술의 장단점 역시 철저하게 파악하도록 하고.”
『예.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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