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40
137. 다 내놔! (2) >
137.
『···. 령관. 사령관님. 이제 연결되었군요.』
기묘한 일로 워와도 연결이 얼마간 끊어졌던 모양이다. 이 초인공지능도 대체 무슨 원리로 존재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본체는 마스터의 육체와 연동되어 있다니. 다 좋다. 앞으로는 어떤 장치나 센터가 아니더라도 대화할 수 있다면서 아깐 왜 끊긴 건데?
‘애초에 이게 테라의 기술인 건 맞나? 음?’
엔두카가 애초에 테라의 기술로 이뤄진 게 아니라면 초인공지능 역시 외계 기술이 그 시초였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이거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는데? 일단 그건 나중 일이고.’
이한은 예의 퉁명스러운 어조로 워에게 말했다.
“동굴 안쪽에서 뭘 발견하긴 한 것 같다. 손이 멀쩡하게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지만.”
『사령관님.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일? 방금 내 두 손이 날아갈 뻔 했어! 이 새끼야!”
『송구하지만 어쨌든 사령관님 손이 멀쩡한 관계로 더 중요한 일이 맞습니다. 사령관님 자투족이.』
다시 분노를 터트리려던 이한은 자투족이 거론되자 표정을 굳히며 워에게 되물었다.
“설마 자투족 본대가 벌써 쳐들어온 거냐?”
『그건 아닙니다. 테라에 자투족이 침투했습니다.』
이한은 긴장을 풀면서 다시 워를 타박했다.
“난 또 뭐라고. 자투 잔당이라면 UNC, UNP 함대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규모다.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끼어들 명분도 없고 무엇보다 유니온의 윗대가리들도 자투의 위험성을 알아야 고분고분 나오겠지.”
『사령관님. 간단히 정리 하겠습니다. 자투족은 현재 테라를 인질 삼아 한 사령관님을 잡아오라 협박하고 있습니다.』
“뭐?”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이한은 멍한 눈으로 시에라를 바라봤다. 시에라는 워와의 교신을 따로 듣지 못하고 있기에 그저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 역시 예뻤지만, 아니 지금 이게 아니고.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
슈우우우웅! 슈유융!
올리펀트 500대가 일제히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환경주의자들이 봤다면 그야말로 기겁할 광경이었다. 원시림이라 여겨지는 아마존 열대우림 깊숙한 곳에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가하고 있었으니까.
한두 대도 아니고 500대나 되는 올리펀트가 사격을 가했으니 아마존 열대우림이 초토화되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말이다.
그러나 올리펀트 500대가 사격했음에도 열대우림의 수풀 하나 태우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주의자들이 보면 박수라도 칠지 모르나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 입장에선 가슴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답답할 지경이었다.
“대체 저 배리어는 뭐야? 이만큼 퍼부었으면 부숴져야 정상 아니야?”
“이러다간 아마존 열대우림에 핵폭탄이라도 투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겠습니다.”
“한 사령관은 저런 놈들을 상대로 대체 어떻게 대승을 거둔 거지?”
병사들과 일선 지휘관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뜨거운 기후 때문인지 긴장 때문인지 저들은 모두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올리펀트의 강력한 포격도 통하지 않는 마당에 그보다 약한 위력의 병기가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자투놈들은 앞서 투입된 부대 모두를 전멸시켰다.
그 모습을 막사에 바라보던 정부 관계자가 군인 지휘관에게 답답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적은 소수이니 차라리 놈들의 배리어 펼쳐진 안쪽으로 침투하여 일망타진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미 앞선 부대들이 그런 전략을 펼쳤다가 모조리 몰살 당했습니다. 자투족은 괴물 같은 놈들입니다. 우리의 총알이 놈들의 쉴드를 뚫지도 못할뿐더러 은신화 기능을 자유자재로 이용해 맹수가 먹잇감을 사냥하듯이 병사들을 사냥합니다. 더욱이 놀라울만큼 빠른 속도와 믿을 수 없는 힘은 올리펀트마저도 단번에 고철로 만들 정도란 말입니다. 그런데 놈들과 백병전을?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전원 슈퍼솔져, 아니 슈퍼솔져보다 강력한 병사들로 이뤄진 부대란 말입니다. 슈퍼솔져라도 오지 않는 한.”
그가 그 말을 꺼낼 때 기지 상공 위로 수송선이 나타났다.
쿵! 쿵쿵! 쿵!
저들은 육중한 소음을 내며 바닥에 착지했는데 군 지휘관은 그들이 걸친 아머를 확인하고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슈퍼솔져?”
모모타는 서둘러 저들의 소속을 확인했다. UNP, UNC 소속의 슈퍼솔져들이었다. 저들을 합치니 슈퍼솔져의 숫자가 무려 40명이나 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여러 척의 수송선이 기지에 착륙하더니 4000명 가량의 인원이 내려섰다. 스페이스 마린? 아니다. 모두 스펙터였다. 저들 역시 UNP, UNC 소속이 뒤섞여 있었다.
많지는 않아도 스펙터는 지휘관으로서 맞닥뜨린 적이 몇 번 있지만 슈퍼솔져는 자신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일반 병사들이야 어떻겠는가? 모두 멍한 눈으로 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슈퍼솔져는 거의 만 명에 한 명 꼴로 존재한다. 그게 무슨 민간인에게도 적용된다는 게 아니라 5만 명이 탑승하는 우주모함인 디카르마타에도 슈퍼솔져는 대개 5명 이상 넘지 않을 정도로 고급 병력이라는 소리다.
그러니 승선인원이 만 명이 되지 않는 구축함, 호위함엔 아예 탑승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반적으로 53만 명이 승선하는 주력 함대에도 슈퍼솔져의 숫자는 40명이 채 되지 않으니 일반인은 평생 가도 슈퍼솔져를 볼 일이 없다고 봐야했다.
스펙터 역시 고급병종으로 함선 승무원 기준 천 명에 다섯 꼴로 존재한다. 주력 함대에도 4000명 이하로 존재한다. 그러니 이곳에 온 슈퍼솔져와 스펙터의 숫자는 주력 함대에 승선하는 숫자와 비등하다는 뜻이었다.
그때 슈퍼솔져 하나가 모모타에게 다가왔다. 모모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헬멧을 뒤집어 쓴 사내를 바라봤다.
“UNP, UNC 소속 슈퍼솔져 40명, 스펙터 4000명, 사무총장 젤린도 보르딘의 명에 의해 작전 지역으로 침투합니다. 통신 열어놓고 지원 요청에 즉각 응답하십시오.”
“알. 알겠소.”
모모타의 떨떠름한 대답을 들은 슈퍼솔져는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변 병력을 향해 말했다.
“자투족 사냥 시간이다. 4명 당 400명씩 열 개조로 나뉘어서 놈들을 사냥한다. 무조건 사살하되 생포할 수 있는 놈은 생포하도록. 하지만 놈들이 가진 기술 확보가 우선이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작전을 실행한다. 이상!”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특수전 병력답게 일사불란하게 배리어 안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정부관계자가 퍼렇게 질린 얼굴론 모모타에게 말했다.
“이게. 대체? 어째서 UNP와 UNC 소속 특수부대가 나타났단 말입니까?”
“흥! 이미 우리 손을 떠났습니다. 자세한 건 상부에 물어보도록 하시지요. 나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모모타는 그렇게 말한 뒤 인상을 쓰며 자투족의 배리어를 바라봤다. 슈퍼솔져가 대단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자투족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놈들이다. 한 사령관과 루퍼스 사령관이 유니온의 명령을 무시하고 엠파이어를 도왔다고 했던가? 그들이 유니온의 명령에 불복하고 엠파이어를 도와 자투족에게 승전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치열한 전투에 돌입한 것도 아니고 잠시 대치했을 뿐인데 해결책이 없는 문제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부디 저들로 해결이 되어야 할 텐데···.”
*
수풀 속에 투명화하지도 않은 채 덩그러니 앉아 있던 우툰카는 기척소리에 그쪽을 힐끗 바라봤다. 테라족이 상전사들의 경계를 뚫고 이곳까지 왔을 리는 만무하니 상전사 중 한 명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던 우툰카는 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 음? 대전사장 이두르카?”
예상치 못하게 대전사장 이두르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놀랐던 것도 잠시 우툰카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숲에 침투한 테라족을 고문하면서 기이한 소식을 들었는데 자투 함대와 싸운 테라 함대가 승전했다는 소리였다.
나약한 테라족 가운데서도 전사의 마음을 가진 자들은 죽어가면서 너희들도 곧 그렇게 될 거라고 저주를 퍼붓곤 했었다. 한 이드라실. 한 이드라실이 너희 모두 멸망시킬 거라고 말이다.
죽어가는 마당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지는 않을 테니 헛소리한다고 치부하면서도 그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거슬렸던 우툰카였다.
하지만 이두르카의 모습을 보는 순간 테라족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직감했다. 그러니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나약한 테라족에게 패배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위대한 자투의 대전사라는 자가!
“우툰카.”
“어떻게 된 겁니까? 대 자투족이 어떻게 해야 저 나약한 족속에게 패배할 수 있는 겁니까?”
이두르카는 우툰카의 발언에 표정을 구기면서도 분을 터트리지는 않았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너의 대전사장이다. 맞나?”
이두르카의 눈을 마주한 우툰카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맞다. 비록 패배했어도 그는 여전히 자신보다 강력한 전사다.
“그렇습니다. 대전사장.”
“내가 명령한 일은?”
“행성폭탄이라면 곧 모두 설치될 겁니다.”
이두르카는 서늘한 눈빛으로 우툰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고했다. 우툰카. 우리는 이곳에서 테라의 총사령관을 찢어죽일 것이다.”
우툰카는 눈매를 좁히며 입을 열었다.
“그 한 이드라실이라는 테라족 말입니까?”
“알고 있군.”
“전사의 마음을 가진 테라족은 하나같이 한 이드라실이 와서 우리를 죽일 거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군요. 하지만 일개 테라족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게 대전사장이 직접 움직일 정도로 중한 일입니까?”
“내 함대가 놈의 계략에 의해 갈가리 분쇄되는 그 순간 나는 놈을 찢어죽이기로 맹세했다. 또한 놈은 테라의 총사령관. 이 일을 통해 테라족에게 두려움을 심어주고 말겠다. 네 말대로 한 이드라실이 테라족의 긍지라면 그 긍지를 철저하게 짓밟아주겠다는 말이다.”
“흠. 행성폭탄을 이용해서 말입니까?”
“그래. 그런 뒤 이 미개한 행성을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이두르카의 두 눈에는 광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대전사장! 전사장! 테라 놈들이 배리어 안쪽으로 다시 침입했습니다. 이번엔 놈들의 저항이 제법 거셉니다.”
그 말에 우툰카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육중한 무기를 들었다.
“이제 좀 싸워 볼 만한 적이 나타난 모양이로군. 가자. 내가 직접 놈들을 도륙할 것이다.”
우툰카는 자신의 상전사 200명과 함께 테라의 침입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로 슈퍼솔져 40명과 스펙터 4000명 말이다.
“대전사장 이두르카.”
이두르카의 명을 따르는 400명의 상전사 지휘관 중 하나가 호전적인 눈빛으로 이두르카를 바라봤다. 이에 이두르카는 귀찮다는 듯 말을 뱉었다.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이곳에 발을 디디는 테라족만 없게 하면 될 일이다.”
“알겠습니다.”
*
초진동검이 서늘하게 빛나며 자투족의 가슴을 베어냈다. 섬뜩하게 갈라진 상처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죽어라! 이 괴물 같은 놈!”
【테라족 치고는 제법 쓸만한 놈이로군.】
그렇게 말을 꺼낸 우툰카의 가슴은 언제 갈라졌냐는 듯 순식간에 치유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그러나 너희 미개한 테라족은 우리 위대한 자투족을 넘어설 수 없다.】
우툰카는 초진동검을 들고 두엇의 자투 상전사를 참살한 슈퍼솔져의 머리통을 잡아챘다.
“커헉!”
커다란 손에 잡힌 헬멧이 순식간에 우그러지더니 이내 곧 붉은 피와 뇌수 등을 헬멧 밖으로 품어냈다.
우툰카는 축 늘어진 슈퍼솔져의 머리를 잡고 주변에서 라이플을 사격하는 스펙터 서너 명을 후려쳤다.
“크아아악!”
“아아악!”
어찌나 강하게 휘둘렀는지 죽은 슈퍼솔져의 육체도 육체지만 그 시체에 얻어맞은 스펙터들은 피를 뿌리며 아무렇게 처박혔다. 즉사가 분명했다. 그 스펙터가 말이다.
정말이지 무지막지할 정도로 강맹한 힘이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스펙터는 이를 악물고 사격을 가했지만 이내 곧 가슴이 뻥 뚫린 채로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죽어가는 그의 귓가로 헬멧에 의해 자동 해석되는 자투족의 말이 울려 퍼졌다.
【시시하군. 시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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