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46
143. 까불면 뒈진다 (2) >
143.
날카로운 에너지 소드가 초능력으로 형성한 두꺼운 쉴드를 단번에 부숴버렸다. 쉴드를 형성하고 있던 가르디움은 그 충격으로 피를 뿜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스터 가르디움!”
전사장 우툰카는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가르디움에게 다가섰다. 그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서면 가르디움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하이마스터 라하르와 함께 우툰카를 상대하던 마스터 올레만과 포가 우툰카의 왼편과 오른편을 맡아 봉쇄했다. 가르디움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던 우툰카는 그로 인해 잠시나마 우뚝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저항이 없는 공기를 통과하다가 갑자기 강력한 저항력을 가진 공간에 들어섰으니 둔탁한 공간에 몸통박치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이 육체에 가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우툰카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을 뿐, 어떤 고통도 표정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가 잠시 멈칫한 사이 라하르가 성난 표정으로 우툰카를 향해 강렬한 뇌전을 쏘아냈다. 생명체라면 닿기만 해도 새까만 재가 되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뇌전이었다.
순식간에 전사장 우툰카에게 다다른 뇌전은 그대로 우툰카를 후려쳤다.
파지지직!
그러나 뇌전은 우툰카에게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했다. 그 찰나의 순간 우툰카는 에너지 소드를 교차했고 뇌전은 에너지 소드에 흡수되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귀찮은 놈들.】
우툰카는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시에라를 바라본 뒤 네 명의 마스터들에게 말했다.
【재미있긴 하다만 더 놀아줄 시간이 없군. 이제 죽여주마.】
라하르, 가르디움, 올레만, 포는 테라네스 마스터 가운데서 가장 전투경험이 뛰어난 마스터들이었다.
그러나 네 명의 마스터 모두 지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우툰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툰카는 번번이 자신들의 모든 공격을 무위로 만들었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 공격은 거의 마지막 이능을 토해낸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상대할 여력이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우툰카는 저들을 향해 짓쳐 들다가 절망에 빠져 있어야 할 저들의 눈빛에 격렬한 생기가 감도는 것을 확인했다. 우툰카는 네 명의 마스터를 향해 달려가다 말고 대전사장 이두르카를 바라봤다.
아예 확인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라 신경조차 쓰지 않았는데 이두르카가 한 이드라실이라는 테라족에게 무참하게 난도질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네 명의 테라 초능력자에게 짓쳐 들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이란 말인가?
우툰카는 강하게 땅을 박차 네 명의 마스터를 향해 달려가던 것을 이한에게 돌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저 테라놈을 죽이는 것이 우선이었다.
*
이두르카의 잘린 육체가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분노한 표정의 자투족이 자신에게 짓쳐 들었다.
그놈이 그놈처럼 보여서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풍기는 기세와 몸집을 기억할 때 자신을 우툰카라 밝힌 전사장이 분명했다.
이한은 몸을 빙글 돌리며 횡으로 에너지 소드를 휘둘렀다. 붉은빛이 허공에 붉은 비단을 깔 듯이 화려하게 잔상을 남겼다.
콰아앙!
그러나 그 잔상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에 충격파가 주변에 형성되었다. 우툰카의 에너지 소드와 부딪쳤기 때문이다.
이한의 에너지 소드와 양팔의 에너지 소드를 맞댄 우툰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짓을 했길래 대전사장 이두르카를 벨 수 있던 것이지? 네놈이 에너지 소드는 무슨 수로 사용 할 수 있는 것이고?】
이한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에너지 소드와 함께 붙어 있는 우툰카를 털어내며 입을 열었다.
부우웅!
“대화가 통한다고 다 대화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네놈들은 무슨 생각으로 테라에 행성폭탄이라는 걸 설치했냐? 대체 이런 류의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지?”
우툰카는 호전적인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흥! 네놈이 어떻게 대전사장을 이길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네놈이 얻은 명예는 내 것이 될 것이다.】
“명예?”
【대전사장에게 승리한 명예 말이다!】
우툰카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이한에게 다시 짓쳐 들었다. 지척까지 다가온 우툰카는 양팔의 에너지 소드를 엄청난 속도로 내지르며 이한을 공격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네 명의 마스터 라하르, 가르디움, 올레만, 포는 이한이 그대로 분쇄 될 것이라 판단하고 급히 이능을 발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탈진한 상황이라 이능이 제때 제대로 발현되지도 않았고 저들이 온전한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이한은 도움이 필요 없었다.
참고로 저들을 제외한 나머지 마스터들은 자투 상전사의 파상공격에 다른 곳에 정신을 둘 여유조차 없었다. 물론 상황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한은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두 개의 에너지를 바라봤다. 이한은 그것을 피하고자 과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역시나 강한 힘으로 대항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활용해 슬쩍슬쩍 우툰카의 에너지 소드를 모조리 빗겨치며 역으로 그의 팔다리를 깊게 베었다.
극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치열한 것은 우툰카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고 이한은 그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목검이나 가볍게 휘두르는 정도에 불과해보였다. 누가봐도 이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해 보였다.
【크흑!】
팔다리에 깊은 자상을 남기고 뒤로 비척거리며 물러선 우툰카가 사나운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봤다.
【네까짓 놈에게!】
이한은 냉정한 눈으로 우툰카를 바라봤다. 그런 뒤 자신의 쥐고 있는 에너지 소드를 바라봤다. 그러자 지금까지 겪어왔던 전투가 주마등처럼 가볍게 스쳐 갔다.
“인생이란 정말 뭘 던져줄지 모르는 거야. 이 새끼야! 자생? 자투생? 뭐라고 해야 하지? 대충 알아듣고 이만 죽자. 테라가 폭발하면 일단 내가 제 명에 못살 것 같으니까.”
분통 터져서 말이다.
이한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그림처럼 우툰카에게 날아들었다. 우툰카는 몸을 움직여 이한을 막아서려고 했지만 이한에게 얻은 상처로 인해 아주 미세할 정도로 반응이 늦었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한의 에너지 소드가 지나갈 길을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한은 그 모든 것을 직감적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쯤되면 실로 놀라운 전투 감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한의 에너지 소드는 그 길을 따라 우툰카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푸아아악!
털썩!
우툰카의 머리가 떠오르고 붉은 피가 솟구치고 육중한 체구가 넘어가는 일 모두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하이마스터 라하르 등은 이한의 놀라운 전투능력에 감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들 네 명이 감당하지 못한 괴물을 아무렇지 않게 베어 넘기는 실력자라니···.
그러나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이한이 우툰카를 베어 넘기는 것과 동시에 주변의 공간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요동치는 것이 강력한 이능 때문이라는 걸 아는 자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시에라를 바라봤다.
【무슨? 엘더족도 아니고!】
【엘더족이라고 해도! 이건!】
바이저에 뜬 이능의 흐름을 읽은 자투족 역시 기겁하며 시에라 곁에서 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자투족이 자리한 공간이 모조리 왜곡되기 시작하더니 게걸스럽게 저들 모두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크아악!】
수백에 달하는 자투족을 삼킨 왜곡된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상복구되었다. 공간 너머에 휩쓸린 자투족은 그야말로 시체 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졌다.
모두가, 특히 테라네스 마스터들이 경악한 눈으로 시에라를 바라봤다. 이러한 일을 행할 수 있으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ESP 능력을 보유해야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격차가 너무 크다 보니 무슨 시기할 마음 같은 건 들지도 않았다.
시에라는 명상으로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이한에게 걸어갔다.
오직 이한만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시에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여준 광경은 놀라운 광경이지만 이마저도 그녀가 가진 모든 능력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이한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보다 더한 능력을 보여주더라도 딱히 놀랄 것 같진 않지만.
“수고했어.”
“사령관님도요.”
시에라와 짧게 대화를 나눈 이한은 워의 보고를 들었다.
『사령관님. 수고하셨습니다. 다만 즉시 행성폭탄이 설치된 지역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두르카의 명령이 사라진 것이 아니기에 자칫하면 행성폭탄이 활성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행성이 폭발하는 경우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이한은 군말없이 행성폭탄이 설치된 지역으로 향했다. 테라네스 12인의 마스터들에게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말이다.
이에 12인의 마스터는 멀뚱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투족이 사라진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라하르는 이능의 흔적을 가늠해보다가 다시 혀를 내눌렀다.
“실로 엄청난 능력이로군. 실로 엄청난 능력이야.”
라하르의 말에 말할 기운도 없이 탈진한 마스터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웅웅웅웅!
육중한 파공음이 울려 퍼지는 공간에 도착한 이한은 워에게 급히 말했다.
“워!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해?”
시에라는 말없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앞서 싸운 자투족은 모조리 죽였지만 남은 잔당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놈들이 행성폭탄 제거하는 일을 방해하게 된다면 천추의 한이 될 수 있었다. 행성폭탄 제거의 중요성은 너무나 명확했기에 시에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능을 펼쳐 주변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
그런 시에라를 믿었기에 이한은 마음 놓고 워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중앙처리장치에 손을 가져가십시오.』
“그게 어딘데?”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보량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는 장치는 사령관님 앞쪽에 있습니다.』
“좋아!”
이한은 거침없이 거대한 기계장치에 손을 올렸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런 일은 저로서도 아니 테라 역사상 처음입니다. 따라서 제가 앞서 경고했던 부분에 대해 유의하지 않으신다면 저 역시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제가 기능하는 중 정보의 바다에 결코 의식을 던지지 마십시오. 뇌가 과부화 되어 뇌세포가 타버리거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령관님께서 사망에 이르실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초인공지능 워가 이곳에 접속할 수 있는 장치를 완성해서 해제하는 방식을 사용했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자신이 워의 매개체가 되어 행성폭탄을 해제하는 방법이었다.
비활성화된 상황이기에 그리 급박하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할 수도 있지만 핵 가까이에 초자원으로 이뤄진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꼭 행성폭발이 아니더라도 기괴한 현상이 테라에 발생할 수 있기에 최대한 빨리 해체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시끄럽고 빨리 해체하기나 해!”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모두 들었고 이미 감수하기로 결정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미지의 고대 문명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생체병기도 얻은 마당에 이런 일로 죽을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체재라도 있다면 자신이 이런 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별수 없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파지지직! 파지직!
그와 동시에 기계장치 전체가 전기로 뒤덮이더니 이내 그 전기는 이한의 몸 역시 관통했다.
“한!”
시에라가 급히 이한의 이름을 부를 때 이한은 찡그린 표정으로 말없이 손을 들었다.
그런 이한의 머릿속으로는 수많은 정보와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 언어 등이 빛의 속도에 준할 정도로 빠르게 스쳐 가고 있었다.
‘이게 초인공지능이 보는 세상인가?’
모든 것이 정보였다. 그러니까 기묘한 형태의 기호와 숫자와 함께 기존에 보던 광경이 겹쳐 보였다. 물론 자신이 바라본 형태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다.
『사령관님. 행성폭탄을 해제하는 것에는 성공했습니다. 다만 핵 깊숙이 자리한 행성폭탄을 이곳까지 끌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거대한 굴착기 등을 밀어 넣는 방법은 그것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 이미 어느정도 불안정하게 변한 핵을 자극할 수 있기에 행하기 어렵습니다.』
“잠깐! 잠깐 있어 봐.”
이한은 워가 그렇게 말할 때 머릿속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되겠네.’
이한은 여전히 전기로 뒤덮여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전신에 빛이 흐르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부 하나 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원리로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 이한과 시에라는 물론 초인공지능인 워 역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한은 눈에서 빛을 발하며 정보의 바다속으로 의식을 던졌다.
『사령관님! 그렇게 하면 사령관님의 의식이 분해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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