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50
147. 재앙의 전조 (3) >
147.
다시 3개월이 흐른 시점에 워가 예측한 대로 대규모 초자원이 나타났다. 다행히 테라의 영역은 아니었고 테라에서 200광년 떨어진 지점에 형성되었다. 광속이동과 워프를 할 수 있으니 결코 먼 거리는 아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금 즉시 병력을 투입할 생각입니다.”
이한은 홀로그램에 뜬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의 주요 인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테라의 전력은 다른 외계 문명에 비해 미약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그건 함대전을 가정했을 때 그런 것이고 지상전이라면 승산이 있습니다.”
“타카스 행성에서 함대를 움직이지 않았던 상황을 기억합니까? 더욱이 초자원이 형성된 행성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함대전을 벌이느니 지상 병력을 파견해 초자원을 탈취하는 일을 우선할 것이란 말입니다. 따라서 함대전은 초자원이 얼추 수거된 이후에나 벌어지게 될 겁니다. 우리 테라는 향후 다가올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에메스토가 입을 열었다.
“전 함대의 절반!”
“초자원 확보가 우선입니다. 그건 저희 테라도 마찬가지고 12종족도 마찬가지겠지요. 가공한 초자원은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니 일단 최대한 초자원을 가공한 형태로 남겨두려고 할 겁니다. 뛰어난 문명을 지닌 저들이 우주를 떠돌며 서로 다투는 이유는 분명 초자원 때문일 겁니다.”
이에 젤린도 보르딘이 입을 열었다.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전 테라를 12종족의 식민지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이한의 단호한 말에 테라의 주요 인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냈다.
이한은 이어지는 저들의 동의를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초자원 확보 작전에 돌입합니다.”
통신을 마친 이한이 입을 열었다.
“작전 지역으로 즉시 워프를 실시하라!”
“워프 실시합니다. 5. 4. 3. 2. 1. 워프!”
잠시 뒤 승무원들이 정신을 차리자 이한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재차 명령을 내렸다.
“초자원 확보 작전 실시!”
“실시!”
이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불모지 행성으로 보이는 곳을 향해 수많은 수송선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장엄하기 그지없었다.
이한은 함교에서 무심한 눈빛으로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퍼스트 행성에 열 명의 사령관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즉시 컨트롤 센터를 건설하고 기지 방어 준비와 더불어 초자원 채취를 시작합니다.』
“좋아. 이곳을 지원할 함선을 남겨두고 우리는 초자원이 발견된 세컨드 행성으로 워프한다.”
이한은 현재 우주모함 20척, 순양함 100척, 구축함 375척, 호위함 750척을 지휘하고 있었다. 초지공지능 마스터는 50명, 이제 남은 건 40명이었다. 에너지 웨폰을 사용할 수 있는 워리어 5,000을 함께 투입했기에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기지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한은 이곳에 주력 함대급 병력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워프했다.
“워프했습니다!”
“세컨드 행성에 병력 투입!”
“투입합니다!”
“컨트롤 센터 건설! 초자원 채취를 시작합니다.”
“다시 워프 준비! 워프!”
다른 행성에 워프한 이한은 또다시 동일한 명령을 하달했다.
“써드 행성에 병력 투입!”
“투입합니다.”
이한은 그런 식으로 초자원이 발견된 세 행성에 30명의 초인공지능 마스터를 비롯한 병력을 투입했다. 이한이 서늘한 눈으로 상황판을 바라볼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령관님! 자투족의 함대를 발견했습니다. 써드 행성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병력수는?”
『우주모함 10척, 순양함 50척, 구축함 100척, 호위함 200척 정도입니다.』
“아군의 위치를 파악했나?”
『써드 행성을 지원하는 함대는 파악했지만 엔두카의 교란전파로 인해 아군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교전 준비!”
『현재 아군의 숫자는 우주모함 17척 순양함 170척, 구축함 255척, 호위함 510척입니다.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주력 함대 셋에 달하는 나머지 병력은 퍼스트, 세컨드. 써드 행성의 지상 병력을 지원하고 있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극심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초자원 확보가 우선이다. 전 병력 교전 준비!”
“전 병력 교전 준비!”
“적 함대! 아군의 함대를 아직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엔두카의 방해전파가 유효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한은 써드 행성을 지키고 있던 함대장에게 통신했다.
“자투 함대가 그쪽으로 이동 중이다. 교전하는 척하면서 아군이 포진한 곳으로 후퇴하라!”
*
“전사장! 테라 함대입니다.”
“가소로운 놈들! 네깟 놈들이 끼어들 전쟁터가 아니다. 놈들을 처리하고 서둘러 이 주변의 초자원을 수거한다! 다른 놈들이 수거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대전사장 이두르카가 테라 놈들에게 당했습니다.”
“흥! 멍청해서 당한 것이다. 기술력도 전투력도 떨어지는 테라놈들에게 당하다니. 그야말로 위대한 자투족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딴 놈을 대전사장이라고 일컫지도 마라!”
“···. 알겠습니다.”
자투 전사장은 그리 말한 뒤 다시 고함을 질렀다.
“전속력으로 놈들을 향해 진격하라! 놈들을 단번에 쓸어버리겠다.”
“하지만 주변 탐사부터 실시 해야!”
“시끄럽다! 그래봐야 테라 놈들일 뿐이다! 모조리 쓸어버려라!”
“알겠습니다!”
*
이윽고 자투 함대와 써드 행성의 테라 함대가 맞붙었다. 당연히 수적으로 불리했기에 이한의 명령대로 함대장은 급히 함대를 이한의 함대가 은신한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적 함대가 아군 함대를 뒤쫓아 옵니다.”
“곧 아군의 유효 포격 범위에 다다릅니다.”
“아군의 유효 포격 범위에 다다랐습니다!”
이한은 서슬 퍼런 표정으로 소리쳤다.
“전 함대 포격 개시!”
이에 모든 함대에서 레이져 포격과 레일건을 동시에 발사했다.
쿠우우웅! 쿠우우웅!
무수히 많은 섬광이 적 함대의 배리어를 부수고 레일건의 탄환은 가차없이 적함의 장갑을 부숴버렸다.
“적함의 배리어를 파괴했습니다! 기습 공격이 유효했습니다!”
“적함에서 함재기가 발진합니다!”
“아군의 함재기 역시 발진합니까?”
이에 이한이 큰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함재기는 내버려 두고 레이져 포격으로 함재기 견제! 순양함급 이상은 코어 포격을 준비한다!”
슈슈슝! 슈슈슝!
우주 공간으로 화려한 빛이 쉴 새 없이 점멸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적아를 가릴 것 없이 배리어와 장갑이 부서진 함선은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먼지로 화했다.
“워! 엔두카 코어 포격 실시!”
『코어 포격 실시합니다.』
우우우우웅!
엔두카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무려 400발에 이르는 코어 포격을 토해냈다.
코어 포격은 자투족의 주력함 대다수 함선의 배리어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적! 적함의 배리어가 완전히 소멸 되었습니다!”
“함재기 발진! 적함을 파괴시켜버려라!”
“전 함대 함재기 발진합니다!”
이에 12만에 달하는 함재기가 일제히 발진했다.
성난 벌떼가 벌집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과 전혀 다를 게 없었다.
*
“테라 함대에서 함재기가 발진 되었습니다!”
자투 전사장은 분통 섞인 표정으로 고함을 쳤다.
“제길! 저 모함은 엔두카가 아닌가? 테라의 주력 병력이 언제 이곳에 다다랐단 말이냐?”
“알 수 없습니다!”
“룬투, 호르투, 라샤, 카네스 모두 위험합니다! 적 함재기의 숫자 역시 아군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아군의 함재기는 이미 적함 가까이 다가간 상황이라 아군 함선을 적절하게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후퇴! 후퇴해야 합니다!”
콰아아앙! 콰아앙!
“아군의 함선이! 아군이 함선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있습니다! 배리어를 생성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테라의 함대가 아닙니다. 우리 자투족의 기술을 얻어서! 크아아악!”
콰아아아앙!
폭발에 휩쓸린 자투족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이에 전사장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강습함을 이용해 놈들의 함선에 강습해라!”
“알겠습니다!”
*
콰아아아앙! 콰아앙!
배리어도 없이 이어진 함재기의 폭격과 코어 포격을 얻어맞은 자투의 함선은 함선 전체가 불꽃으로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곧 굉음과 함께 산산이 터져나갔다.
그런 함선이 한두 척이 아니었다.
“적의 우주모함이 파괴되었습니다!”
“자투의 순양함이 파괴되었습니다!”
“적의 강습함을 포착했습니다!”
자투족이 강습함을 즐겨 사용한다는 건 저번 전투로도 충분히 파악한 사항이다. 같은 전술에 당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미 준비한 방법이 있던 이한은 단호하게 외쳤다.
“다가오지 못하게 벌집으로 만들어버려!”
“알겠습니다!”
이에 엔두카는 물론 거의 모든 함선에서 무수히 많은 레이져 포격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슈슈슝! 슈슈슝!
콰아앙! 콰앙!자투의 강습함은 테라 함선에 도착하기도 전에 거의 모두 박살 났다.
결국 이한의 기습 공격과 집중 포격으로 초토화되다시피 박살 난 자투 함대는 급히 워프해서 이곳을 벗어났다.
“사령관님! 축하드립니다! 대승입니다!”
“대승입니다!”
이한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고 냉정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군의 피해는?”
“구축함 10척, 호위함 20척입니다.”
자투의 우주모함 10척, 순양함 50척, 구축함 100척, 호위함 200척을 패퇴시켰으니 대승인 건 틀림없었으나 아군 역시 상당한 숫자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7만 명에 달하는 승무원이 우주 공간 저편으로 사라졌다는 뜻이니까.
이한은 미간을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주변 정리는 써드 행성 지원 함대에 맡긴다. 서둘러 다음 작전 지역으로 워프한다!”
*
이한은 네 번의 워프로 인해 중첩된 어지로움을 참아내며 눈앞에 펼쳐진 행성을 바라봤다. 상당히 거대한 행성이었다. 상황판을 바라보니 테라의 20배에 달한다는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이한은 자신의 감각을 어지럽히는 강력한 기운을 느꼈다. 놀랍게도 그 기운은 행성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었다. 그 사실에 이한이 슬쩍 눈매를 좁힐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초자원 함유량이 엄청납니다. 앞서 투입한 세 행성을 모두 합쳐도 눈앞의 행성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퍼스트. 세컨드. 써드 행성의 병력은 그곳의 초자원을 확보하고 이곳으로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다.
『초자원 함유량이 워낙 높은 관계로 기존의 물리법칙이 통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행성 외부에서는 행성 내부를 탐색할 수도 없습니다. 행성 외부의 포격이 행성 내부에 다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에 떠오른 행성을 바라봤다.
이한은 우연히 이곳을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하이모스에서 얻은 엘카힘의 생체병기에서 얻은 정보는 이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앞서 들린 세 행성은 이곳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발견하게 된 경유지에 불과했다.
다만 기이한 것은 전에도 이곳의 좌표 등을 확인했지만 그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었다. 타고르스함이 확인한 내용이니 잘못 확인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어쨌든 지금은 테라 20배에 달하는 행성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고 자신은 이곳에서 초자원을 얻든 아니면 엘카힘의 유물을 얻든 뭐든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네 말은 현재 이 행성에 어떤 종족이 착륙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건가?”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또한 행성의 초자원이 함선의 코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함선의 코어가 소실되고 있기에 행성 주변에 계속해서 머무를 경우 함선이 모든 기능을 상실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다른 종족의 함선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추정합니다. 물론 아직 이곳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현재 타고르스함은 테라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1000광년까지는 언제든 워프할 수 있는 함선이 타고르스함이니 상황이 위험할 경우엔 그때 불러도 무방했다.
“아마 그럴 확률은 희박할 것 같군.”
이한은 말없이 저 멀리 위치한 행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