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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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정석(定石).
정석(定石).
일을 처리함에 있어 어떤 일정한 방식을 뜻한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왕도란 없다. 쉽고 편한 길은 당장엔 좋아 보이고 실제로도 좋지만 결국 그것이 다시 돌아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긴다.
전쟁의 정석? 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강력한 무기가 그 첫 번째가 아니겠는가?
군율이 엄정하고 두려움을 모르는 병사들이라고 해도 칼을 들고 총을 든 병사들과 싸운다면 필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두 번째, 풍부한 자원과 보급이다. 자원이 부족하다면 적과 싸울 무기를 만들 수도 없고 지속적으로 자원을 충당하는 보급이 끊긴다면 일당백의 용사들이라고 해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적보다 뛰어난 무기를 보유했고 풍부한 자원을 상시 활용할 수 있다면 지휘관이 정말 머저리가 아닌 이상 패배하기 힘들다.
포스(fourth) 행성이라 가칭된 이 행성은 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초자원은 그 자체로 전략자원이다.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대다수 기술이 바로 이 초자원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적군은 물리법칙의 한계 아래 놓여 있는데 아군은 물리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언가를 다루고 있다면? 그런 무기의 숫자가 월등히 많다면? 전투 승패야 더 말해 무엇하랴?
더욱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병기 앞에 많은 숫자의 병력은 별 의미가 없다. 엔두카 한 척이 수백 척의 함선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곳 포스 행성에는 엄청난 양의 초자원은 물론 엘카힘의 유물이 모두 존재했다. 유물의 경우엔 확정적이라 할 수 없으나 어쨌든 포스 행성의 초자원을 다량 채취하고 엘카힘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습득할 수 있다면 12종족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군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위험한 일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곳의 초자원 매장량은 앞서 들렸던 세 행성의 초자원을 합친 것보다 월등히 많다. 초자원 확보를 위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온 12종족이 이런 행성을 간과할 리가 없지 않은가?
최악의 경우 12종족 모두 포스 행성에 병력을 파견했을 수도 있다. 파견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이런 상황에 저들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열세인 테라가 끼어든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다 못해 아예 짜부라져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저들끼리 초자원을 두고 싸워서 자멸하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긴 하다. 그야말로 쉽고 편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정말 운이 좋으면 그런 식으로 일이 진행될 수도 있겠지.
그러나 하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혹 저들이 자원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멍청하게 처음부터 함대전을 벌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한둘이라면 경쟁자를 완전히 말살한 뒤 이익을 탐하겠지만 그 경쟁자가 무려 열둘이다.
한 종족이 나머지 11종족을 압도할 수 있다면 또 모를까? ‘스페이스 워’의 설정에 따르면(일단 설정 자체는 얼추 맞아떨어졌으니 참고하자면) 어느 정도의 격차가 있긴 하지만 한 종족이 어떤 종족을 우월하게 압도할 만한 우위를 지닌 종족은 엘더가 유일하다.
그러나 그 엘더조차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한 종족을 말살할 수 있을 테고 위기감을 느낀 다른 종족에게 역으로 말살당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저들끼리 싸워도 서로를 말살시킬 정도의 전투는 벌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단지 초자원을 누가 더 가져가냐 덜 가져가냐의 차이를 낳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라가 뒷짐을 지고 구경만 한다? 안 그래도 기술력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열세에 처한 테라가?
저들이 초자원만 캐고 ‘잘살아라! 우린 간다! 빠빠이!’ 이러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식민지로 삼든 노예로 부리든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테라를 침공할 종족이 한둘 아니다.
그러니 위험하더라도 극심한 피해를 입더라도 막대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열강(列強)들의 다툼에 끼어들어야만 한다. 그리고 반드시 쟁취해야만 한다. 생존권을!
이한은 흔들리는 수송선 안에서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이곳 포스 행성은 인류가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멸망으로 치닫는 서장이 되겠지···.’
임무에 나선 병사의 숫자는 총 530만 명가량, 대략 53만 명씩 퍼스트, 세컨드, 써드 세 행성에 주둔한 병력을 제외하고 현재 포스 행성으로 이동한 병력은 370만 명 정도 된다. 여기서 엔두카 승선 인원인 40만 명까지 합치면 410만 명이다.
이 가운데 행성 내부로 침투하는 인원은 350만 명. 나머지 60만 명은 함대를 이끌고 포스 행성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은신해 있을 것이다.
슈퍼솔져, 곧 워리어는 각 행성에 5천 명씩 그리고 이곳 포스 행성엔 1만 5천명이 함께하고 있었다. 스펙터는 50만명, 나머지 300만 가량은 모두 스페이스 마린이었다.
물론 그 스페이스 마린에는 파일럿이나 엔지니어나 의무병 같은 기타 직종의 병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행성 내에서 비행을 할 수 있는지는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공중전이 벌어질 수 있으니까.
어쨌든 그 모든 병사의 생살여탈권이 이한 자신에게 있었다. 530만 명이나 되는 병사 모두가 자신의 명령에 의해 죽을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전장이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외계종족은 자투, 라페이드가 전부다.
나머지 엘더, 시구르스, 데모스, 다르포스, 타란트라, 칼가로아, 두르둔, 볼테르안, 스타로쉬, 모베르단의 경우엔 이름만 들어봤을 뿐이다.
물론 이한이 자투족에게 얻은 것이라고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긴 했으나 자투, 라페이드의 대응책에 대해서도 전무한 테라인이 여타 외계종족을 맞닥뜨린다면 그 결과는 정말이지 예측할 수 없다. 모두 죽어 나가도 이상하지 않다는 소리다.
이한은 그 무거움에 가슴이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 모두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어깨에는 530만 명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수백억에 달하는 테라인의 생명과 생존권이 달려 있었다.
이한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통신 연결해.”
『연결했습니다.』
이한은 다시 덜커덩 흔들리는 수송선의 움직임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극도로 위험한 전장이다. 우리 모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희의 어깨에 수백억의 테라인의 생명과 생존권이 달려 있다는 것만 기억하라. 우리의 가족과 인류를 위해! 테라를 위해 분투하라! 이상!”
수백억의 짐은 홀로 질 수 없는 무게다.
하지만 530만 함께하는 350만의 병사가 그 무게를 나눠진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감당해야만 한다.’
나약한 마음에 흔들릴 시간은 이제 끝났다.
*
이한이 수송선에서 내리자 그를 마주한 병사들이 군례를 올리며 외쳤다.
척!
“테라를 위해!”
이한은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역시 군례를 하며 동일하게 말했다.
“테라를 위해!”
그런 뒤 성큼성큼 지휘부로 들어섰다.
지휘부에 들어서자 20명의 사령관이 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령관 중 한 명이 일어서며 경례하며 밖에서 외친 병사들과 동일한 말을 뱉었다.
“테라를 위해.”
“테라를 위해.”
역시 군례를 취하며 대답한 이한이 바로 입을 열었다.
“총 21개의 기지를 건설합니다. 임무 목표는 초자원 확보지만 경계 태세에 만반의 준비를 가하도록 하십시오. 이곳 포스 행성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행성에 어떤 위협이 있는지 어떤 적이 도사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니 차근히 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총사령관님. 병력은 어떤 식으로 배분하실 생각입니까?”
“앞서 토의했던 그대로. 변경사항은 없습니다. 외곽지역에 병력을 더 충당하는 것으로 하겠지만 대략 17만 명씩 분배했습니다. 이미 각 병사의 소속이 배정되었으니 즉시 병사들을 이끌고 임무 지역으로 이동하십시오. 단! 이동 중에 특이사항이 발생한다면 즉시 보고하십시오.”
“알겠습니다.”
20명의 사령관은 이한을 바라보며 형형한 눈빛으로 군례를 취했다. 이한 역시 그들에게 군례를 취한 다음 저들이 나가자 즉시 워에게 말했다.
“주변의 초자원을 확보하고 기지를 확장하도록 해!”
20명의 사령관은 이한의 기지를 중앙에 두고 퍼져나가는 형태로 건설될 것이다.
『컨트롤 센터와 더불어 병영과 기갑병기 공장을 동시에 건설하겠습니다.』
“배리어 설치는?”
『이미 설치되었습니다. 컨트롤 센터가 완공되면 보다 안정적으로 기지 전체의 배리어를 강화하고 조율할 수 있습니다.』
“전투기는?”
『상황을 더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포스 행성의 상황이 공중전을 벌일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그렇지만 전투기를 띄우면 아무래도 아군의 위치가 그만큼 빨리 노출될 수 있습니다. 기갑병기 등으로 기지 방어를 더욱 튼튼히 한 후에 생산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중 병기는 지상 병기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편이니 지상 병력보다 발각되기 쉽긴 했다.
“그럼 그건 상황을 보고 생산하도록 하고. 현재 기지의 병력 현황은?”
『슈퍼솔져 715명, 스펙터 23,800명, 스페이스 마린을 비롯한 기타 병력은 145,000명 정도입니다.』
“행성의 환경이나 중력은?”
『테라에 비해 20배나 큰 암석형 행성임에도 불구하고 중력이 테라에 비해 약간 더 강한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한은 빽빽한 수목을 바라보며 워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20배나 거대한 테라 행성이다?”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테라보다 훨씬 다양한 환경이 혼재하고 있는 행성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수목이 자라고 있다는 건 이곳 행성에도 토착 생명체도 있을 수 있겠군.”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수목의 형태로 볼 때 거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거대 생명체라고? 이를테면 공룡 같은? 아 그러고 보니.”
이한은 타카스 행성에서 발견했던 거대한 생명체의 뼈를 떠올렸다.
『존재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다만 그 형태가 테라의 것과 동일하다고는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미간을 좁히며 워에게 반문했다.
“하지만 이 행성은 기존에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행성이다. 갑자기 나타난 행성인데 어떻게 생명체나 이런 식생이 존재할 수 있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행성 자체가 어떤 공간에서 워프된 것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행성 자체가 워프? 그런 게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초자원을 탄생시킨 존재가 엘카힘이 맞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볼 수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소리군.”
『그렇습니다. 통상적인 정보는 포스 행성을 파악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뿐 확실한 정보가 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시 타카스 행성을 떠올린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에게 말했다.
“설마 이곳에도 크락투가 존재하는 건 아니겠지?”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크락투라면 아군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플라즈마 건 같은 무기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레이저 건은 상용화되어 모든 병사에게 지급되었기에(그러니까 이번 임무에 나선 병사들) 제아무리 단단한 껍질을 가진 크락투라고 해도 금세 온몸에 구멍이 뚫린 채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건 다행이군.”
크락투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컸다. 그러니까 초반에 너무 시달렸더니 어떤 트라우마라도 생긴 것 같았다. 이젠 정말 별볼일 없다고 여기면서도 ‘크락투’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오싹한 느낌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풍부한 초자원으로 강화된 크락투라면 안심할 수 없습니다.』
이한은 쓰게 웃으며 워에게 말했다.
“크락투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고 엘카힘의 유물은 어떻게 하고 있지?”
『워리어와 스펙터로 구성된 소규모 병력을 의심 지역으로 보냈습니다. 특이한 파동이 감지되면 즉시 사령관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다만 그건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하는 일이니 우선적으로 알리도록!”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쿠우우웅! 쿠우웅!
그때 기지 전체를 울리는 육중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워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발생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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