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55
152. 쟁탈전 (2) >
152.
현재 이한의 명령에 의해 추가로 500명의 워리어가 이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저들이 도착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저들을 기다린답시고 총사령관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외계 종족에게 생포되거나 사살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따라서 이한의 명령을 받아 몸을 숨기고 있던 워리어 120명은 문양 위에 모습을 드러낸 이한을 발견하기 무섭게 행동에 옮기려고 했다.
그러나 워의 권고로 여전히 은신한 채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자 워의 권고문이 워리어의 바이저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워리어는 차분한 눈빛으로 상황을 주시하며 적절한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는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고 여기면서도 전투에 나선다면 건 그야말로 천운이 따르지 않는 한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한 사령관을 외계종족의 손에 넘겨줄 수 없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계획도 없이 그 일을 수행하고자 한다면 구출 임무를 달성하기는커녕 한 사령관에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두 외계종족, 아니 세 외계종족의 합동공격에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워리어들이 워의 권고를 무시하지 않고 따르기로 결정한 것은 이한과 워로 인해 칼가로아와 볼테르안 두 종족 사이에 라페이드족이 숨어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볼테르안과 칼가로아가 이한을 노린다면 라페이드 역시 마찬가지일 터, ESP 능력이 없어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정황을 살펴볼 때 공격명령도 없이 서로를 공격한 주체는 분명 라페이드일 것이다.
라페이드가 어부지리의 어부가 되고자 한다면 도적이 되어 그 어부를 죽이고 어부가 잡은 도요새와 조개를 빼앗으면 될 일이다.
*
라페이드의 랏샤는 문양 위에 모습을 드러낸 테라족을 보는 순간 그 테라족이 누구인지 즉시 알아차렸다. 모를 수가 없었다. 랏샤 자신이 이용하려고 했던 테라족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기억장애를 앓고 있다는 소리밖엔 되지 않으니까.
저런 모습을 가진 테라족이 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저 테라족은 테라의 총사령관, 한 이드라실이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한 이드라실이라는 테라족은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 존재가 문양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어떻게 문양 안에 들어섰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저 테라족은 뭔가를 얻었을 확률이 제법 높았다.
서둘러 선택을 해야 한다. 이대로 몸을 숨긴 채 칼가로아나 볼테르안이 나타나길 더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두 종족을 이간질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볼테르안이든 칼가로아든 저들이 얻은 유물을 자신들이 탈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볼테르안, 칼가로아도 아닌 테라족이 문양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볼테르안, 칼가로아는 문양 위에 모습을 드러낸 테라족을 확인할 필요는 느끼지만 서로 싸우면서까지 확인할 필요를 느끼진 않을 것이다. 자신들도 얻지 못한 유적을 테라족이 얻었다고 판단하긴 어려울 테니까.
솔직히 자신도 긴가민가하긴 마찬가지다. 한 이드라실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존재인 건 알지만 천 명이 넘는 두 종족을 제치고 저 혼자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예상대로 한 이드라실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본래 계획대로 칼가로아 등이 유물을 가지고 나오면 두 종족의 전쟁에 숨어 유물을 탈취하면 된다.
그러나 한 이드라실이 유물을 얻은 상황이라면? 유물의 형태는 특정할 수 없다.
다만 대개 기술을 담은 정보에 해당된다. 한 이드라실 역시 별다른 장치 없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뭔가를 얻은 게 확실하다면 정보 계열에 속할 것이다.
만약 볼테르안, 칼가로아가 한 이드라실의 뇌를 뜯어 사이좋게 정보를 확인하는데 그곳에 획기적인 기술이 담겨 있다면? 두 종족과 달리 라페이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서로 원하는 것을 사이좋게 얻은 두 종족은 구태여 싸울 이유가 없고 정보는 기밀로 취급될 테니 두 종족으로 위장한 라페이드족이라고 해도 탈취는커녕 확인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라페이드라고 해도 두 종족의 상위 계급을 가장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특히 칼가로아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나마 두 종족으로 위장하고도 아직까지 발각당하지 않은 건 두 종족 모두 초능력과는 무관한 종족이라 할 수 있고 이곳이 놈들의 기지가 아니기 때문일 뿐이다.
따라서 지금 역시 안전하지 않다. 언제든 발각당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질 터,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랏샤는 잠시 한 이드라실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과 함께 침투한 라페이드족 모두를 사살한 장본인이다. 자신들에 대한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했을 텐데도 거의 완벽하게 자신들의 계략을 분쇄한 자다.
물론 자신과 침투한 라페이드족은 낮은 등급에 속했다. 지금 볼테르안이나 칼가로아로 위장한 동족처럼 높은 등급에 속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뛰어난 수완을 가진 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런 자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더욱이 저런 무방비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뭔가를 얻었고 그 여파로 정신을 잃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더 타당한 추측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칼가로아, 볼테르안 두 종족 모두 의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니 이간질하기에 이만한 조건도 드물다. 설혹 한 이드라실에게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이대로 두 종족을 상잔시킨다면 후에 나타날 놈들을 처리하고 얻으면 된다.
빠르게 계산을 마친 랏샤는 숨은 동족들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곧 두 종족 가운데 전투가 벌어졌고 랏샤는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었다.
*
대다수 외계종족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총기는 레이져건이나 플라즈마건이다.
먼저 레이져건에 대해 살펴보자면 생산단가가 저렴하고 탄속이 빠르다.
레이져건의 정확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인용 화기를 들고 싸우는 존재들이 무슨 광년에 이르는 거리에서 전투할 리도 없으니 일단 쏘면 맞는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사격을 했다면 말이다.
다만 위력이 약하다. 12종족 기준으로 수십 발을 맞춰야만 실드를 뚫을 수 있을 테니까.
플라즈마건은 위력이 강력하다. 플라즈마건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단번에 실드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졌다. 레이져건처럼 정확도가 높진 않으나 플라즈마건을 피할 수 있으려면 그야말로 초능력을 가진 존재나 가능할 테니 이걸 단점이라 보긴 어려웠다.
당연히 레이져건보다 생산단가가 월등하게 높았고 탄속이 느렸다.
참고로 플라즈마는 원자로 이뤄진 구름 형태로 흔히 불꽃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물질은 기체, 고체, 액체의 세 가지 형태를 띄지만 강력한 자기장이나 열원으로 가열되면 기체상태를 뛰어넘어 전자, 중성입자, 이온 등 입자들로 나누어진 상태가 되는데 이를 제4의 물질 상태, 플라즈마라고 한다.
플라즈마의 특성상 레일건과 비슷하게 전자기로 유도할 수 있기에 레일건과 마찬가지로 플라즈마로 전자기로 유도해 발사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강력한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고 그것을 고속으로 쏘아내는 건 기술은 물론 비용적인 문제도 있어서 개인용 화기로는 테라에서 상용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볼테르안과 칼가로아의 병력이 든 화기는 대개 플라즈마건 계열로 보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테라보다 발전된 문명을 지녔다는 걸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고온의 플라즈마는 칼가로아의 금속 몸을 단번에 뚫어버렸다. 제아무리 단단한 육체라고 해도 극고온의 상태인 플라즈마의 열기를 버텨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따라서 플라즈마에 타격 당한 칼가로아의 몸은 이리저리 녹아 내렸다.
볼테르안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강력한 기술 앞에 육체의 크기나 강력한 힘은 별 의미가 없었다. 플라즈마건에 얻어맞으면 죽기는 매한가지니까.
다만 강력한 육체와 힘은 더 많은 장비 등을 보유할 수 있게 했고 이를 토대로 실드 등의 내구성이나 지속력을 높일 수 있었다.
볼테르안의 숫자가 칼가로아에 비하면 확연하게 적었음에도 비등하게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슈슝! 슈슈슈슝! 슈슝!
무시무시한 플라즈마탄이 대기를 달구며 실드를 꿰뚫었다.
【이 깡통 새끼들! 모조리 녹여주마!】
볼테르안이 플라즈마 캐논 같은 것을 들고 주변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슈슈슝! 슈슈슈슈슈슝!
그러자 칼가로아가 펼쳐놓은 실드를 삽시간에 녹여버리더니 저들을 금세 쇳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칼가로아라고 무작정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칼가로아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연신 사격을 가하고있는 볼테르안에게 플라즈마를 퍼부었고 볼테르안 역시 플라즈마에 끔찍한 비명과 함께 온몸에 불타오르며 죽음을 맞이 했기 때문이다.
워리어들은 그 모습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실드가 기존에 비해 매우 강력해지긴 했지만 저렇게 강력한 사격이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뚫리고 말 것이다.
에너지 소드를 사용한다면 플라즈마도 쳐낼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결국 플라즈마가 온몸을 불태우고 뼈까지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워리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다가 이한의 주변으로 몰려든 투명한 존재를 확인하기 무섭게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전투는 최대한 배제하고 한 이드라실 총사령관을 노리는 놈들을 베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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랏샤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이한 앞에 도달하자 주변의 동족들에게 그를 챙기라고 명령했다. 일단 이 테라족이 무엇을 가졌는지 은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랏샤가 이한 주변에 다가왔을 때는 이미 볼테르안과 칼가로아가 주변에 득실거렸는데 사실 이들은 모두 라페이드가 변화한 이들이었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것으로 보이긴 하나 실상은 다른 종족으로 변화한 라페이드족과는 싸우는 척만(실드가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만 총격) 하고 이한 주변으로 다가오는 볼테르안, 칼가로아 두 종족을 사살하고 있었다.
분쟁의 씨앗이 된 테라족을 라페이드족이 슬쩍 챙기더라도 눈치채지 못할 상황을 꾸민 랏샤는 그대로 테라족을 챙겨 사라지려고 했다.
확인해 보고 한 이드라실에게 아무것도 없다면 두 종족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놓아야 했으니 은밀함이 생명이었다. 행여라도 발각된다면 두 종족 모두의 분노를 직면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없었다. 오늘 누가 무엇을 얻든지 간에 그 모든 것은 라페이드족이 취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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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주변의 요란한 소음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짓쳐 드는 존재들의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끔찍한 고통으로 정신을 잃었었기에 여전히 정신이 혼미하긴 했지만 이한은 워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
“워. 워리어들의 움직임을!”
워 역시 상황의 급박함을 모르지 않았기에 안부 같은 건 묻지 않고 즉시 이한에게 현 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염려마십시오. 이미 봉쇄했습니다. 하지만 주의하십시오. 라페이드족이 사령관님을 노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라페이드족이 이한 주위로 몰려든 상황이었지만, 워는 라페이드족을 특정할 수 없기에 하는 소리였다.
“그건 염려하지 말도록. 놈들에게 사기꾼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줄 참이니까. 나를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
라페이드의 변신술은 강력한 초능력자에겐 통하지 않는다.
라페이드족은 초능력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자신하고 있겠지만 여기 강력한 초능력자 한 명 있었다. 어떤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초능력 탐지 기계엔 탐지되지도 않는 이능을 가진 한 이드라실 말이다.
이한은 이능을 펼쳐 주변의 라페이드가 어디 숨어있는지 확인했다. 근데 웬걸? 거의 모든 라페이드족이 속속들이 자신의 주위로 모이는 것이 아닌가?
‘감히 내게 빅엿을 먹이려고 했겠다? 어디 역으로 거하게 처먹어봐라!’
이한은 자신을 덮치는 손길을 감지하기 무섭게 즉시 이능을 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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