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56
153. 쟁탈전 (3) >
153.
우우웅!
이한을 은밀하게 낚아채려던 라페이드는 갑자기 이한의 몸에서 터져 나온 강력한 파장에 의해 뒤로 붕 떠서 날아가 버렸다.
그 파장은 이한 주위에 있던 거의 모든 라페이드족을 휩쓸었다.
다만 이한으로부터 멀리 있던 라페이드족은 움찔거리며 뒤로 밀려났을 뿐 이한을 낚아채려던 라페이드족처럼 뒤로 날아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이한은 이능의 힘으로 땅바닥에 손도 짚지 않고 바로 서면서 주변을 바라봤다.
이한을 향해 달려오던 120명의 워리어들은 이한의 건재함을 보고 곧바로 은신했다. 워의 상황 설명이 있었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었다.
이한은 워리어들의 은신을 위해 외계종족의 이목을 끌기 위해 거센 파장을 방출한 부분도 있었다. 실제로 세 외계종족 가운데 워리어들의 존재를 파악한 존재가 없으니 상당히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다만 볼테르안이나 칼가로아 모두 최정예 병사는 대부분 유적지 안으로 이동했기에 라페이드나 워리어 등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한, 자신으로 인해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가 되자 주변을 둘러보며 이죽거렸다.
“12종족이라고 해서 대단하게 생각했는데 라페이드족에게 놀아나는 꼴이라니 한심한 종족들이군.”
【나약한 테라족 따위가 뭐라고 나불거리는 것이냐?】
5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를 가진 볼테르안이 천둥이 치는 것처럼 우렁찬 목소리로 이한에게 소리쳤다. 번역되지 않는 원래의 음성은 이한에게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들릴 뿐이었다.
“자신들이 누구에게 어떻게 당하는지도 모르고 있으면서 큰소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라페이드. 아 랏샤라고 했던가?”
지목당한 칼가로아는 무심한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다른 칼가로아가 랏샤라고 지칭된 칼가로아를 바라보며 이한에게 말했다.
【설명하라. 테라족.】
“이미 상황을 이해한 것 아닌가? 너희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라페이드족이 너희 가운데 숨어들었다는 것을. 라페이드의 고유특성인 변신술까지 내가 마음대로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내가 이래 봐도 초능력자라 라페이드족이 어떤 놈들인지는 표시해 줄 수 있지.”
그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파장에 휩싸인 라페이드족의 머리 위로 붉은빛의 표식의 감돌았다.
“저놈들이 라페이드족이야. 아마 지금의 상황을 만든 주범들이 아닐까 싶은데.”
【라페이드! 이 쥐새끼들이! 감히!】
【이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군요.】
상황을 파악한 볼테르안과 칼가로아가 즉각적으로 라페이드족을 둘러쌌다. 물론 라페이드 안쪽에는 이한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이한 역시 둘러싸인 셈이었다.
【한 이드라실!】
칼가로아의 모습을 한 랏샤가 사나운 눈빛으로 이한의 이름을 불렀다.
“뒤통수를 후려갈기고 다니다보면 자기 뒤통수가 깨지는 날도 오는 법이야.”
【네놈! 결단코 살려두지 않겠다.】
“네가 지금 그럴 정신이 있는지 모르겠네. 오월동주라는 말을 아는지 모르겠다만 우리가 적이긴 해도 어쨌든 지금 우리는 한 배에 탄 입장이야. 서로 힘을 합쳐서 칼가로아와 볼테르안을 처리한 후에 우리 문제를 거론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랏샤는 사납게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놈을 죽여라! 그리고 이곳을 서둘러 벗어난다.】
랏샤의 명령을 받은 라페이드족이 짓쳐 들자 이한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자신을 향해 짓쳐 들던 볼테르안의 모습을 한 라페이드족이 형편없이 뒤로 밀려났다.
“이건 경고. 나와 협력하지 않겠다면 나도 나쁠 건 없어. 대신 너흰 안팎으로 적을 맞이해야 할 테니 라페이드족은 여기서 모두 죽겠지.”
칼가로아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랏샤의 감정이 매우 들끓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랏샤는 이한은 잡아먹을 것처럼 매섭게 노려보다가 볼테르안과 칼가로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볼테르안과 칼가로아부터 처리한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이한의 말소리가 매우 거슬렸지만 강력한 이능을 가진 놈을 죽이려면 꽤 많은 병력을 투입해야 할 텐데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했다간 볼테르안과 칼가로아의 병력을 어떻게 막아설 수도 없다.
이에 랏샤는 지금은 이한의 존재를 무시하기로 했다. 놈들의 공세를 막아내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이한을 족치면 될 일이었다. 그게 수순이었다.
슈슈슝! 슈슝!
플라즈마건에서 고열의 플라즈마가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러나 랏샤는 두 종족의 합동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볼테르안과 칼가로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족들에게 대단위 배리어를 은밀히 설치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황이었다.
【배리어 발동시켜!】
랏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푸르고 투명한 막이 빠르게 하늘로 솟구치더니 돔형의 거대한 막을 형성했다.
초고열의 플라즈마는 배리어에 충돌했으나 불꽃처럼 일렁이며 배리어를 타고 위로 솟구쳤을 뿐, 배리어를 뚫지는 못했다.
볼테르안과 칼가로아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플라즈마건을 계속 쏘며 배리어의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이한은 기존의 실드와 더불어 사이오닉 실드를 몸 주위에 형성해 방비를 철저하게 했다. 두 번은 없다.
플라즈마가 실드를 뚫으면 그게 곧 삶의 마지막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사이오닉 소드로 플라즈마를 쳐내거나 소멸시킬 수 있겠지만 지금 전방에서 날아드는 플라즈마의 숫자는 최소 수백 발이 넘는다.
숫자를 헤아려보니 칼가로아, 볼테르안의 숫자는 1,500에 달했고 라페이드는 800에 달했다.
다만 칼가로아와 볼테르안의 정예는 이미 유적지에 진입한 상황이니 상대적으로 병력의 질은 라페이드쪽이 더 높았기에 전황 자체는 비등한 상황이었다.
이한은 서늘한 눈빛으로 상황을 주시했다.
‘저들을 상잔시키고 일망타진한다.’
이한은 세 종족 모두 살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병력 수가 얼마 없어서 테라와의 교전을 꺼리던 이들이다. 이들이 여기서 모두 죽는다면 당분간 테라는 안정적으로 자원을 채취할 수 있고 발전을 꾀할 수 있었다.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기회를 허망하게 날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워! 지원 병력은?”
『곧 도착합니다.』
“좋아. 올리펀트나 트리탄의 포격 좌표도 설정해 놓도록!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포격하게끔!”
테라가 합병된 셈이니 엠파이어, 유니온, 뉴트럴 가릴 것 없이 모든 병종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테라는 기존의 테라보다 더 강해졌다. 물론 아직 12종족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한은 워에게 은밀하게 지시를 내릴 때 랏샤가 플라즈마건을 쏘아내며 이한에게 다가왔다.
【무엇을 얻었지?】
이한은 랏샤가 무엇을 묻는 것인지 모르지 않았지만 모른 척하며 입을 열었다.
“뭘 말이지?”
【모른 척 하겠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아군의 피해가 얼마나 되든지 네놈을 먼저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호오. 그럴 자신은 있고?”
【네놈. 뭔가를 얻긴 얻었군.】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 사실을 확인시켜 줄 필요도 없었다. 이한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랏샤에게 말했다.
“지금 그런 걸 확인할 정신이 있나?”
그 순간 라페이드가 생성한 배리어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그 허물어진 공간으로 육중한 체구의 볼테르안과 날렵한 칼가로아가 함께 쏟아져 들어왔다.
볼테르안, 칼가로아의 모습을 한 라페이드족이 플라즈마와 레이져를 난사하며 저들을 막아섰지만 중과부적이라 금세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극히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놈!】
랏샤는 이한을 노려보다가 즉시 병력을 이끌고 무너진 전선을 향해 이동했다.
파츠츠
이한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플라즈마를 사이오닉 소드를 이용해 쳐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기예였다. 일반적인 총알보다 빠른 것을 쳐낸다는 건 예지에 가까운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한은 그 일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었다. 그냥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에 불과했다.
유적지의 드론이 쏘아낸 레이져마저도 모조리 걷어낸 이한이었다. 이건 이한이 무슨 빛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적이 포격하려는 순간을 모두 예측하고 이미 그곳을 방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이한은 그 모든 것을 예지하고 포격하려는 드론의 궤적을 틀어서 다른 드론을 폭파시키기까지 했다.
이한은 자신의 전투능력이 이젠 어떤 미지의 영역으로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엘카힘의 생체병기 다섯 파트 중 두 파트를 얻었다. 남은 건 셋.’
자신에게 짓쳐 드는 플라즈마를 대수롭지 않게 모조리 휙휙 쳐낸 이한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엘카힘은 이러한 생체병기를 왜 만들었던 것일까? 게다가 고련을 거듭하지 않는다면 내가 죽게될 것이라고?’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레이져건마저도 쳐내는 자신이다. 심지어 이 모든 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런데 자신이 죽게될 것이라고? 대체 무엇을 상대하기 위해 이러한 생체병기를 준비해둔 것이란 말인가? 저 엘카힘마저 경고할 존재란 대체 어떤 괴물이란 말인가?
이한이 그런 생각을 품으며 휘휘 사이오닉 소드를 휘두르고 있을 때 거대한 체구를 지닌 볼테르안이 이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쿵쿵!
【여기 알량한 초능력을 믿고 나대는 존재가 또 있었군. 네놈의 초능력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처절하게 깨닫게 만들어 주마.】
볼테르안은 그 말과 함께 이한에게 플라즈마를 쏟아부었다. 양 어깨에 달린 터렛처럼 달린 곳에서 플라즈마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슈슈슝! 슈슝!
이한은 무심한 표정으로 플라즈마를 소멸시키며 오히려 볼테르안을 향해 나아갔다.
【제법이로군! 사냥할 맛이 나겠어! 크르르르.】
맹수의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볼테르안의 양손에 거대한 망치 같은 것이 생성되었다. 바로 에너지 웨폰이었다.
【쥐방울만한 새끼를 상대로 에너지 웨폰까지 사용하게 될 줄 몰랐는데 영광으로 알아라!】
“호오. 에너지 웨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여기 또 있었구나.”
테라도 에너지 웨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놈들을 죽이면 이 에너지 웨폰을 테라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아낌없이? 이 건방진 테라놈!】
쿵쿵! 부웅!
거대한 체구치고는 엄청난 속도로 쇄도한 볼테르안이 양손 워해머를 이한을 휘둘렀다.
어찌나 강력한지 이한의 사이오닉 소드는 저 거대한 망치와 부딪치면 수수깡처럼 부러질 것 같았다.
이한은 이능으로 충격을 완화하고 무기를 맞댄다면 충분히 맞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전투를 치를 필요가 없었다. 비효율적이니까.
압도적인 체구와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힘이 놈의 가진 우위라면 이한 자신이 가진 우위는 놈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이한은 이능을 끈끈한 형태로 만들어 망치의 이동경로에 형성해 속도와 위력을 늦추게 하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가속해서 사이오닉 소드로 놈의 육중한 다리를 베어냈다.
서걱!
거의 모든 것을 잘라내고 소멸시킬 수 있는 사이오닉 소드는 볼테르안의 두꺼운 다리를 말끔하게 갈라버렸고 그로 인해 볼테르안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 순간 이한은 망치에게 저항력을 부과하던 이능에 더 강한 힘을 부여하여 망치를 역방향으로 밀어쳤다.
균형을 잃은 볼테르안은 강한 힘을 부여하던 지지대를 잃어버린 상황이었기에 이한의 이능에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망치에 얼굴을 얻어맞았다.
콰직!
금속으로 이뤄진 망치라고 해도 멀쩡하지 못할 강력한 충격인데 심지어 불테르안의 망치는 단순히 어떤 금속으로 이뤄진 망치가 아니라 에너지 웨폰이었다.
따라서 망치가 제 주인의 얼굴을 후려치는 순간 볼테르안의 머리통은 섬광과 함께 말끔하게 사라져버렸다.
쿠우웅!
머리를 잃은 볼테르안의 육체는 사지가 경직된 채로 육중한 소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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