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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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임전무퇴(臨戰無退).
볼테르안이 바닥에 쓰러지기 무섭게 이번에는 칼가로아가 매서운 눈빛으로 두손 두발 모두에 에너지 소드를 형성해 이한에게 짓쳐 들었다.
회오리처럼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짓쳐 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나 다름없었다. 무려 에너지 소드로 형성된 회오리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한은 서늘한 눈빛을 발하며 사이오닉 소드를 위에서 아래로 슬쩍 그었을 뿐이었다. 그게 끝이었다.
눈으로 미처 확인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짓쳐 들던 에너지 소드의 회오리는 두 갈래로 나누어지자마자 소멸해버렸다. 강철 육체의 칼가로아는 자신이 만든 에너지 회오리에 휘말려 그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
그 모든 일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일어났다.
“허.”
워리어들은 여차하면 달려들 기세로 두 눈을 부릅뜨고 이한과 볼테르안의 전투를 주시했지만 나타난 결과는 번쩍! 쿵이었다. 말 그대로 뭔가 번쩍하더니 볼테르안이 머리를 잃고 쓰러졌다는 말이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볼테르안이 쓰러지기 전에 발생한 회오리가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지더니 볼테르안이 쓰러지는 순간 소멸해버렸다. 자신들이 워리어가 아니었다면 도무지 무슨 일인지 영문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뭐 어떻게 따라 하지도 못하겠군.”
“저들이 약한 건가?”
볼테르안과 칼가로아가 약한 존재라서? 그렇지 않다는 건 느껴지는 기세와 목격한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전투를 치른다면 상당한 희생을 치러야만 놈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볼테르안도 그렇고 칼가로아 역시 매우 강력한 적이었다.
그런데 한 이드라실 총사령관은 순식간에 저들을 베어 넘겼다. 뭘 어떻게 한 건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한은 두 자루의 사이오닉 소드를 들고 무시무시한 플라즈마가 빗발치는 전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슈슈슝! 슈슝!
이한은 바람처럼 유유히 날면서 폭풍처럼 적을 몰아쳤다. 불테르안, 칼가로아, 라페이드도 가리지 않았다.
초고열의 플라즈마도 이한 앞에선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사라졌고 볼테르안의 강력한 힘과 칼가로아의 날렵함, 라페이드의 변화무쌍함도 이한 앞에서는 모두 빛을 잃었다.
두 자루의 붉은 검이 요사스럽게 요동치면 그 반경에 있던 적은 그게 누구든 쓸려나갔다. 이한이 손을 내밀면 땅이 뒤집어졌고 공중을 날던 것들조차 엄청난 속도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미친! 엘카힘의 유적을 이 테라족이 얻기라도 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날뛰는 이한을 죽일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엘카힘의 유물로 추정되는 뭔가를 테라족이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름은 한 이드라실.】
그 가운데 칼가로아는 모든 것을 냉철히 분석하고 기록하고 있었다. 이한은 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붉게 타오르는 두 자루의 사이오닉 소드를 휘두르며 적을 참살하고 또 참살했다.
부붕! 부우우웅!
【크르르륵! 크륵! 놈은 어떻게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후퇴. 일단 후퇴한다.】
【정보는 얻었다. 우리도 후퇴해야겠습니다.】
칼가로아와 볼테르안이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기색을 보이자 이한은 몸을 돌려서 이번에는 라페이드족을 향해 쇄도했다.
그 모습에 랏샤는 급히 동족들에게 명령했다.
【서둘러 이 자리를 회피한다. 현재 한 저 미친 테라족을 막을 방법이 없다. 물러서라!】
이한은 이능을 마음껏 분출해서 지표면을 갈라지게 만들고 후퇴하는 라페이드의 육체를 들어 올려 반으로 찢어버렸다. 그런 이한의 두 눈에는 붉은 광망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한은 오른손에 든 사이오닉 소드를 전방으로 향해 날렸다. 오른손의 사이오닉 소드는 횡으로 누운 채로 풍차처럼 붕붕 돌며 날아가 궤적에 걸쳐 있는 모든 적을 처참하게 갈라버렸다.
라페이드의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쿠우웅!
하늘에 붕붕 떠 있던 이한이 바닥에 착지하자 땅이 이리저리 갈라지며 다시 엄청난 충격파를 형성했다. 충격파에 휩쓸린 외계종족은 내장이 터져 죽거나 갈라진 지표면에 찢겨 죽었다.
【크아아악!】
【아아악!】
이한은 마치 지난 모든 울분을 털어버리겠다는 듯 자신의 모든 이능을 방출했다. 이윽고 이한의 주위로 붉은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한의 몸에서 발현된 붉은 기류는 하늘과 땅 곳곳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세 종족 모두 기겁하며 물러서고 있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
이한은 두 눈에서 시뻘건 빛을 발하며 양팔을 아래로 휘둘렀다. 그러자 실로 거대한 폭발이 하늘과 땅 모두에서 발생했다.
쾅! 콰과과광! 콰광! 콰과과과광!
땅이 찢기고 하늘이 폭발하는 것 같은 굉음이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폭발에 휩쓸린 존재는 그 시체도 온전히 남기지 못하고 모조리 소멸해버렸다.
이한은 기운을 갈무리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사살하라!”
*
“미친!”
“허어.”
워리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홀로 2,000이 넘는 적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저 강대한 외계인들이 한 사령관이 이동할 때마다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분분히 물러서고 있었고 어떻게 막아서지도 못했다.
그 모습에 워리어들은 뜨거운 마음이 타올랐다. 한 이드라실과 함께라면 어떤 전장에서도 승리할 수 있겠다는 확신과 함께 자신도 함께 싸우고 싶다는 뜨거움 말이다.
그때 한 사령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사살하라!”
“우와와와와!”
“으아아아!”
한 점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120명의 워리어는 물론 막 합류한 500명의 워리어 모두가 에너지 소드를 발현해 뿔뿔이 흩어진 볼테르안, 칼가로아, 라페이드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포성이 울려 퍼졌고 땅에서는 세 외계종족의 처절한 비명만이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
매캐한 연기가 전장 곳곳에 피어오르고 있었다. 주위의 땅은 올리펀트와 트리탄의 포격 등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곳곳에 외계인의 살점과 잔해로 보이는 것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한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빛나는 문양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러나 문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결국 문양 안으로 침투했던 칼가로아와 볼테르안은 복귀하지 못했다. 하긴 나노입자로 이뤄진 전투병기를 계속해서 맞닥뜨린다면 그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저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한이 문양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을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칼가로아, 볼테르안, 라페이드 종족의 성분을 분석하고 저들의 기술을 수집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웨폰에 대한 정보를 다수 습득함에 따라 플라즈마건을 상용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들의 배리어 기술은?”
『배리어 기술은 에스타른족의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다른 형태로 발전했기에 참고한다면 개선될 여지는 있습니다.』
“기지 확장은 계획대로 진행하고 최대한 초자원 확보에 힘쓴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다만 엘카힘의 유물을 사령관님께서 얻으신 것이 맞습니까?』
“맞아. 다만 테라 기술에 혁신을 가져올 만한 자료는 얻지 못했다.”
나노입자로 이뤄진 드론에 대한 기술을 얻었다면 다수의 병력이 필요하지도 않다. 어떤 기술과 어떤 조건 등이 갖춰져야 그런 병기를 생산하고 운용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매우 강력한 병기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주변을 묵묵히 살펴보던 이한은 심한 탈력감과 피로를 느꼈다. 쉼이 필요했다. 이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이능에 거의 휘둘린 꼴이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의 힘이 빠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순간 아찔해졌다.
‘고련. 고련이라···.’
내가 가진 힘도 다스리지 못해서야 그건 나의 힘이라고 할 수 없다. 이한은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다가 워에게 말했다.
“기지로 복귀해야겠다.”
『수송선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이한은 짧은 대답과 함께 수송선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이한을 향해 워리어들이 경외 어린 눈빛으로 군례를 표했다. 이한은 가볍게 그들의 군례를 받으며 수송선에 올라탔다.
“출발해.”
이한의 허락이 떨어지자 수송선은 그 즉시 하늘로 떠올라 기지로 향했다.
*
기지로 돌아온 이한은 컨트롤 센터 안에 위치한 샤워실에서 샤워한 뒤 숙면을 깊게 취했다.
부스스한 몰골로 깨어난 이한은 일어나자마자 워에게 상황에 대해 말했다.
“워. 현재 상황은?”
『초자원 수급 및 기지 확장, 병력 생산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기갑병기는 위험하다. 지난 전투에 칼가로아가 활용할 수 있는 기갑병기 등이 있었다면 위험한 지경에 처하는 건 우리였을 테니 말이야. 초인공지능의 영역을 벗어나는 기갑병 생산은 금하도록!”
『이미 각 사령관께 그 사실에 대해 공지했습니다.』
이한은 옷을 벗고 다시 샤워실로 들어서며 워에게 말했다.
“칼가로아나 볼테르안의 기지는?”
『저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그 지점을 탐사했으나 그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음?”
이한은 샤워기의 물줄기를 틀려다가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에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신음을 뱉었다.
“크흑!”
『사령관님!』
그러나 그 고통은 순간적이었기에 이한은 머리를 붙잡은 채로 워에게 대답했다.
“흠. 괜찮아. 그나저나 이거 참. 곤란하게 되었군.”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세 번째 엘카힘의 유적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방금의 고통은 그 정보에 대한 반작용 때문으로 보이고.”
『세 번째 엘카힘의 유적지 말입니까?』
“아무래도 12종족은 초자원 확보보다 엘카힘의 유적을 확보하려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사령관님의 예측대로라면 그 유적지에도 다른 12종족의 외계종족이 자리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워에게 대답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저들과 달리 테라는 초자원이 필요합니다. 이곳 포스 행성은 물론 퍼스트, 세컨드, 써드 행성의 초자원도 모두 채취하지 못한 상황이니 가용한 병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테라의 방어 병력을 활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일견하기엔 이한의 총사령관 직위가 확고한 것처럼 보이나 무릇 사람 일이라는 건 파고들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이한의 총사령관 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의 위치가 확고한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나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여긴다면 총사령관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 이는 향후 전투를 고려해도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여기서 병력을 더 나누는 것 역시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지금도 아슬아슬하다. 그렇다고 외계종족이 엘카힘의 유물을 탈취하게끔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인데···.’
이렇게 된다면 최대한 빨리 초자원을 채취하고 다가올 전투를 대비하는 수밖에. 이건 어찌 보면 테라에게 기회였다. 놈들이 엘카힘 유적에 정신이 팔려있다면 확실히 기회가 맞았다.
‘초자원 확보가 수월함은 물론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어도 엘카힘의 유적의 적법한 계승자는 바로 나니까.’
이한은 단호한 표정으로 워에게 명령을 내렸다.
“워! 타고르스함을 포스 행성으로 보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초자원을 채취하고 업그레이드하도록. 코스모스는 고농축의 초자원 결정이 확보되는 대로 다시 생산하도록 하지.”
코스모스를 생산하는 일도 별로 어렵지 않게 여겨졌다. 이미 한 번 성공한 적이 있었고 그간 이능을 다루는 능력이 매우 강화되었으니 말이다. 충분한 양의 고농축의 초자원 결정만 확보된다면 남은 코스모스 두 개를 모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령관님께서는 어쩔 생각입니까?』
“엘카힘의 유물을 탈취해야겠어.”
『엘카힘의 유물을 말입니까? 사령관님도 알다시피 현재 그럴만한 병력이 없습니다.』
“타고르스함에 은신과 은폐에 최적화된 최신 정찰함이 있지 않나?”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위험한 계획입니다.』
“그렇다고 외계종족에게 엘카힘의 유물을 넘겨주는 건 훨씬 더 위험하다. 엘카힘의 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걸 넘겨줄 수는 없어. 그러니 12종족도 유적지 탐사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겠지.”
『하지만 사령관님. 그런 것치고는 저들의 병력 숫자가 적었다는 걸 고려해주시길 바랍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의 조언을 곱씹었다.
“음. 물론 네 예측대로 놈들이 유적지 탐사에만 집중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들은 엘카힘의 유적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다면? 그래서 전 병력을 이 주변 모든 행성 등에 파견한 것이라면? 병력수가 적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합니다.』
“맞아. 하지만 어차피 그것을 확인할 시간은 없다. 무엇보다 내 예상대로라면 오히려 테라의 병력을 이끌고 놈들을 자극하는 것보다 이편이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이야. 12종족은 테라가 이곳에서 초자원이나 열심히 캐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 실제로도 그러하고. 위험하긴 하나 시도해볼 가능성은 충분해. 어차피 저들과 전면전을 치르는 건 아니니까.”
『사령관님의 뜻이 확고하다면 알겠습니다. 명령하신 대로 수행하겠습니다.』
이한은 워의 대답을 들으며 물줄기를 틀었다.
쏴아아!
‘초자원도 엘카힘의 유적도 둘 다 놓칠 수 없다. 상황이 여유롭다고 여유나 부릴 때가 아니야.’
이한은 뜨거운 물로 얼굴을 씻어낸 뒤 서늘한 눈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봤다.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다. 무조건 나아가야 한다.”
설혹 어떤 위험이 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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