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59
156. 임전무퇴(臨戰無退) (3) >
156.
그 모습을 이한을 비롯한 각 사령관 역시 목격했다. 이한이 심각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코어 포격으로 놈들이 기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한 플라즈마입니다.』
“액체, 고체에 이어 기체라···.”
이한은 홀로 중얼거리다가 워에게 말했다.
“초자원을 먹고 살아가는 생명체라고 했던가?”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워에게 급히 말했다.
“레이져건, 기갑병기의 포격, 코어 포격 세 형태의 공격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공격이 어떤 것이었는지 정밀하게 분석해봐!”
『피해 자체는 코어포격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만 액체괴물은 빛과 열을 흡수하여 에너지로 삼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고로 강한 파괴력에 의해 육체가 바스라졌지만 역으로 더 기묘한 형태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그중에서도 초자원을 활용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
『드러난 정황을 볼 때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한과 워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거대한 플라즈마 구름이 확장기지의 배리어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가타부타 서둘러 명령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빛과 열을 흡수할 수 있는 괴물이라니. 이런 괴물을 무슨 수로 죽이지?”
일단 광학무기와 플라즈마 계열 무기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놈의 에너지원이 되어 놈을 진화시켜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초자원을 이용한 코어 포격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솔직히 그걸 어찌 알았겠는가? 강력한 코어 포격을 역으로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는 괴물이 있다는 걸 말이다.
이한은 그 생각을 하며 워에게 입을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생각은 아니지만 놈의 특성을 기술로 변환할 수 있다면 정말 막강한 배리어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상황이 진정되면 즉시 연구에 착수하겠습니다.』
“하전입자포, 그러니까 이온 캐논 계열의 양성자포나 중성자포라면 놈을 처리할 수 있을까?”
테라의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지만 에스타른의 기술이라면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초자원도 충분하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워도 있었으니까.
『부정적입니다. 하전입자포는 초고속으로 가속된 입자를 목표에 충돌, 입자의 운동에너지에 의한 가열 반응으로 목표를 가열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면서 일대를 플라즈마화 해버리기도 하기에 초자원까지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괴물에게 쓰기엔 적절한 무기가 아닙니다.』
이한은 고개를 내저으며 워에게 말했다.
“그럼 남은 건 한 가지뿐이군.”
『예. 아마 타고르스함의 코스모스를 이용한 반물질포라면 괴물을 제거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반입자포를 날린다면 포스 행성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초자원 함유량이 많은 곳이다 보니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포스 행성 자체가 폭발할 수 있다는 소리다. 아니 포스 행성의 초자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행성 내에 작은 블랙홀이라도 생성된다면 그게 아주 찰나라고 할지라도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이한은 굳은 표정으로 확장기지를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플라즈마 구름을 바라봤다.
“저 구름에 어떤 이지 같은 게 남아 있다고 여기나?”
『물론 그럴 확률도 있지만, 만약 괴물이 저런 형태로도 이지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굳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따라서 이지가 존재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현재는 단순히 플라즈마 현상이 발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하지만 이지를 가지지 않았다고 보기엔 저 플라즈마 구름이 확장기지를 향해 다가오지 않나?”
『에너지원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배리어를 비롯한 컨트롤 타워의 코어를 노리고 있다?”
『그렇습니다.』
“하면 다른 기지들도 안전하지 않겠군. 확장기지라 초자원을 채취하지 못한 상황인데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계산해본 결과 놈들이 액체상태일 경우 총알과 같은 물질 무기가 오히려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초진동검과 같은 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테라의 무기가 발전된 외계종족의 무기보다 더 유용할 것이다?”
『상황이 그러합니다. 아울러 에너지원을 흡수하지 못하면 저 플라즈마 형태도 곧 사그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흡수할 에너지원이 없다면 다시 액체 형태로 변할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액체 상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화할 에너지원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심각하게 파괴된다면 소멸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한은 눈매를 좁히다가 워에게 말했다.
“어쩌면 이건 단순히 토착 생명체가 아니라 무기일지도 모르겠군.”
『엘카힘의 생체병기일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확실히 사령관님께서 언급하신 대로 그 경우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한은 즉시 올란도 사령관에게 통신했다.
“올란도 사령관!”
“즉시 병력을 후퇴시키고 컨트롤 타워 건설을 취소하도록 하십시오. 단 병력이 후퇴할 때까지 임시 배리어의 출력은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시를 내리십시오.”
가타부타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올란도 사령관은 이한의 명령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올란도 사령관은 이한의 명령 그대로 지시를 내렸고 이에 확장기지를 장악한 병력은 즉시 기지를 버리고 후퇴했다. 플라즈마 구름으로 화한 액체괴물은 병력들의 움직임은 아랑곳하지 않고 게걸스럽게 임시 배리어에 달라붙어 배리어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배리어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금세 사라졌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대형 참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거대한 초고열의 플라즈마 구름에 노출되고 살아날 병사는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거의 모든 병사들이 후퇴했지만 몇몇 스펙터는 주변에 남아서 괴물의 관찰하고 있었다. 그들이 관찰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이한과 각 사령관에게 전송되었다.
한참 뒤 모든 것을 불태우고 녹여버리던 플라즈마 구름이 빠르게 사그라지더니 상당히 많은 딱딱한 검은 고체를 지면에 남겼다. 다시 시간이 지나니 그 고체는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다.
그때 스펙터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초진동검을 꺼내들고 검게 변한 부위를 잘라냈다. 그리곤 용기에 그것을 재빨리 담았다. 표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당장에라도 용기를 녹이고 뚫고 나올 수 있을 거라 보였지만 기이하게도 작게 잘린 표본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용기 안에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이한은 스펙터들의 후퇴를 명하면서 워에게는 저 괴물의 성분을 분석하라 명했다.
『예측대로 물리병기는 괴생명체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잘게 나누어진 상태로는 별다른 능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음. 사령관들에게 연결해.”
『연결했습니다.』
“자이언트와 헤라클레스를 생산하도록 하고 그 두 병기에 강화된 초진동검을 달도록 하시오. 배리어를 제거하고 즉시 방벽을 건설하고 초진동검을 달아 괴물의 육체를 갈가리 찢어 놓을 수 있도록 하시오. 놈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폭발형 병기는 최대한 지양하도록 하시오. 병사들 역시 놈들을 상대할 때는 실드를 제거한 채로 기존의 라이플 탄환을 이용해 사격을 하도록 지시하시오. 무엇보다 레일건을 방벽 주위에 건설. 애초에 놈들이 기지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찢어버리십시오.”
이한은 인상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무슨 변수가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곳입니다. 이것이 병기인지 어떤 기묘한 생명체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 또 다른 돌발 상황이 발생할 시엔 기존의 대처법을 맹신하지 말고 최대한 신중하게 대처하도록 하십시오.”
저 액체괴물이 어떤 놈들인지 알 수 없지만, 다행히 놈의 약점을 미흡하게나마 알아낸 상황이니 무작정 철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초자원 채취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 찾아낸 방법 역시 대처법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언제든 후퇴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했다.
다만 기존의 테라 무기가 발전된 무기보다 효과적일 줄이야.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이건가?’
이한은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 때 워의 다급한 보고가 이어졌다.
『사령관님! 급히 보고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칼가로아와 볼테르안의 정보를 분석 중에 특이사항을 발견했습니다.』
‘칼가로아와 볼테르안?’
이한은 안색을 굳히며 되물었다.
“보고해!”
『12종족이 엘카힘의 기술을 탐하려는 이유야 모두 제각각 다르겠지만, 일단 칼가로아와 볼테르안은 모두 공통적으로 에너지의 공간 전이 기술을 탐색하고 있었습니다.』
“에너지의 공간 전이? 이게 무슨 뜻이지?”
『기존의 워프는 강력한 에너지는 워프시킬 수 없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그건 12종족 역시 동일합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는 워프되는 즉시 공간 저편 어디론가 소멸해버린다.
“그러니까 에너지를 워프시킬 수 있는 기술을 원한다? 왜? 음! 설마?”
그런데 만약 에너지를 워프시킬 수 있게 된다면? 이한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예. 사령관님. 이 기술을 얻는다면 굳이 함선이나 함대를 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행성이든 어디든 강력한 포대를 건설해 놓고 에너지를 워프시켜 원하는 지역이나 행성을 초토화시키면 됩니다.』
“미친!”
12종족이라면 당연히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테라 역시 행성을 단번에 파괴하지는 못하더라도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워프 기술을 얻게 된다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기술을 얻는 종족이 곧 우주를 제패하게 될 것이다.
다량의 초자원을 얻어서 많은 무기와 더 강력한 함대를 구축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 모든 함대가 순식간에 쓸려나갈 텐데···.
12종족이 초자원 채취는 아랑곳하지 않고 엘카힘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다시금 깨달은 이한은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이곳 포스 행성에서 토착 생명체인지 무기인지 모를 뭔가와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는 초자원 확보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엘카힘 기술이라는 뜻이었다. 단순히 얻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럴 수 있는 계제가 아니었다.
볼테르안이나 칼가로아가 원하는 것처럼 유적지에 무슨 에너지 공간 전이 기술이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도 그게 뭐든 간에 12종족이 취하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타고르스함은?”
『곧 도착합니다.』
“타고르스함이 도착하는 즉시 이곳은 일은 각 사령관에게 맡기고 나는 엘카힘의 세 번째 유물이 존재하는 행성으로 떠나겠다.”
상당히 위험한 일이 될 것은 너무나도 분명했지만, 이번에는 워 역시 별말 없이 즉시 대답했다. 이일의 중요성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으니까.
『알겠습니다. 다만 급히 보고드릴 일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한은 냉정한 눈빛으로 워에게 말했다.
“말해봐!”
『지금 막 들어온 소식입니다. 젤린도 보르딘 사무총장, 루퍼스 사령관, 에메스토 공작의 행적이 묘연합니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젤린드 보르딘, 루퍼스, 에메스토라면 테라 방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이들이 아닌가?
이한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입을 열었다.
“뭐?”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타고르스함이 이곳으로 향하기 무섭게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라페이드. 라페이드족인가?”
『알 수 없습니다.』
이한은 골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문제가 이렇게 한꺼번에 터진단 말인가?
테라도, 포스 행성도, 엘카힘 유물도 모두 버릴 수 없다. 설혹 모두 취한다고 해도 12종족에 비해 우위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 아닌가?
더욱이 루퍼스, 에메스토는 테라 방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갑자기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이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곳 포스 행성 등의 일은 각 사령관이! 엘카힘의 유물은 내가! 그리고 테라의 일은 시에라와 테라네스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이야.”
『언급하신 대로 마스터 시에라와 테라네스에서 전격적으로 그 일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단지 각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결과는 미래에 맡기는 수밖에.
“그래. 알았다.”
이한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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