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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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추격.
대승을 거뒀다. 북부로 침공해온 타란트라 잔당을 효과적으로 막아냄은 물론 데모스 역시 모조리 말살시켰다.
“병력을 파견해 주변에 잔당이 있는지 확인하고 제1 방어군은 타란트라가 주둔하던 지역에 확장 기지를 건설하시고 제3 방어군은 데모스가 주둔하던 곳에 확장 기지를 건설하십시오.”
“2 방어군과 4 방어군은 정찰을 지속하되 무리한 행동은 지양하시길 바랍니다. 1, 3 방어군의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나머지 기지는 지원군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20 명의 사령관들과 통신을 마친 이한은 워에게 말했다.
“데모스나 타란트라를 처리하며 얻은 기술은?”
『데모스들로부터는 전에 얻은 기술을 제외하면 특별히 얻은 것이 없습니다.』
데모스 역시 테라보다 뛰어난 기술을 보유했다.
하지만 데모스는 종족의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되었기에 기술의 효용성이 타종족의 문명을 얻었을 때보다 크지 않았다.
게다가 그간 자투나 라페이드, 칼가로아, 볼테르안 등과 조우하며 얻은 기술로 인해 테라의 전반적인 기술력 자체는 12종족에 비할 정도로 상승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얻은 기술이 모든 병력에 적용되었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었고 12종족의 고차원적인 기술까지 얻었냐고 묻는다면 역시 아니었지만 테라에게는 에스타른족이 있었다.
“타란트라에게서는 얻을 것이 있었다?”
『역시 기술적인 측면에서 특별히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저들의 기술 역시 테라에 비해 발전되긴 했으나 테라의 특성과 결합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되었기에 참고할 정도에 불과하고 저들의 기술을 테라에 녹여내기보다는 에스타른족의 기술을 테라의 상황에 맞게 녹여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사령관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미 그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 타란트라의 어떤 점이 아군에게 유익하다는 것이지?”
『타란트라의 사체를 조사하면서 몇몇 개체에서 방적 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추정이지만 타란트라 상위 개체는 방적 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방적 기관이라고 해봐야 끈적한 실을 쏘는 것이 전부일 테고 그런 건 플라즈마까지 갈 것도 없이 레이저 수준에서 처리될 텐데 말이다.
『초자원을 활용하는 방적 기관입니다.』
“음?”
『타란트라가 방적 기관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초자원을 미세 가공하여 만든 배리어는 기존의 배리어보다 훨씬 강력할 겁니다.』
“그러니까 타란트라의 생체조직을 이용해 인공적인 방적 기관을 만들겠다?”
『모든 타란트라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타란트라 중에서도 상위 개체의 고유 특성인만큼 기술로 그것을 완벽히 재현하긴 어렵습니다.』
“참고는 할 수 있다?”
『예. 방적 기관의 원리를 연구하면 배리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당장 시행해.”
『다만 표본이 너무 적습니다. 기존에 얻은 방적 기관 역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라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어떤 성과도 얻기 어렵습니다.』
이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워에게 말했다.
“저들에게 큰 피해 없이 대승을 거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뜻이로군. 물론 그것이 가장 값진 것이지만 말이야. 지형 분석이나 대기층 분석 등 상세하게 주변 지역을 분쇄해서 아군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안전이 확보된 지역에서는 초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병력을 증강시키고 강화하도록.”
『알겠습니다.』
*
이한은 순조롭게 기지를 확장시키며 병력을 증강시켰다. 병사 개개인의 실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개인 화기의 위력도 증강시켰고 앞서 만난 여러 종족에 대비하기 위한 대비책도 나름 준비했다.
자투, 시구르스, 볼테르안 등은 일반적인 전투 준비를 통해, 그러니까 실드나 개인화기 강화 등으로 대비할 수 있지만 데모스나 나메시르(아직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같은 존재는 특별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를 테면 프로젤과 세라메틱, 통칭해서 초자원 자체를 활용하는 에너지 웨폰 등과 같은 무기가 없이는 저들에게 대항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워는 현재 초자원이 풍부하다는 상황을 이용해 비효율적인 방어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초자원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실드나 배리어, 개인용 탄환 등을 강화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 효율이 극도로 좋지 않아서 초자원을 그냥 허공에 뿌리는 수준에 가까웠다. 여러 기술을 더 얻으면 더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딱 그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한은 초자원을 아끼지 않고 모든 병력에 투자했다. 초자원은 중요한 전략자원이지만 게이트 행성에서만큼은 그 우선 순위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노리던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봤나?”
『부서진 기지에서 판독해봤지만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사령관님. 데모스, 타란트라 두 종족이 노리던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위치가 북서쪽 방면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워에게 말했다.
“어째서?”
『두 종족은 저희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전투를 치렀습니다. 다만 두 종족 기지의 위치가 애매합니다. 적대적인 종족이 상대적으로 너무 가까운 거리에 기지를 두고 있었습니다. 타란트라의 기지는 북쪽, 데모스의 기지는 서쪽 방면이었습니다.』
“저들이 어떤 지점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로 기지를 삼은 것이라면 저들의 목표는 북서쪽에 있을 거라는 뜻이군.”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다만 데모스는 이미 타란트라의 기지를 파괴한 상황이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타란트라 소굴의 여왕을 처리한 셈이지만 어쨌든 그렇기에 북서쪽 방향으로 나아가면 데모스를 다시 조우할 수도 있습니다.』
이한은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남쪽의 비앙카 사령관이 이끄는 제 2방어군과 동쪽의 크리스토퍼 사령관이 이끄는 제 4방어군 방면에서는 어떤 징후도 발견할 수 없었다.
행성이 워낙 거대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북쪽과 서쪽에서 두 종족을 조우했고 두 기지의 위치가 그리 멀지도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워의 말대로 북서쪽에 뭔가 존재할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데모스뿐만 아니라 다른 종족들도 만날 수 있겠군.”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초자원을 채취하고 병력을 더 강화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저들이 이미 목표를 행해 이동하고 있다면 무의미한 행동에 불과합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워에게 말했다.
“북서쪽 방면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다른 종족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대로라면 게이트 행성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라도 움직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이토록 거대한 행성을 병사들이 일일이 파악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위험하더라도 저들의 흔적을 쫓아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인 판단이겠지.”
게이트 행성에 감지계통 기계는 먹통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선 해당 지역에 병력을 일일이 파견해야 한다는 뜻인데 테라의 수십 배도 족히 넘는 행성을 무슨 수로 파악하겠는가?
지표면 조사만 해도 불가능한 일인데 만약 저들이 찾는 뭔가가 지하에 존재한다면? 그도 아니면 어떤 초능력을 가진 존재들만 감지할 수 있다면? 평생을 찾아도 찾지 못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방어군 사령관들과 통신 연결해.”
『연결합니다.』
“각 기지 상황은 어떠합니까?”
이에 제1 방어군 사령관인 오토가 대답했다.
현재 기갑병기는 자이언트나 헤라클레스 위주로만 생산하고 있었다. 칼가로아가 행성에 존재할 수 있었기에 초인공지능의 영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기갑병을 운용했다간 그 병력 전체를 칼가로아에게 넘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이언트는 물론 헤라클레스도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이한 자신이 함께 움직인다면 워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테니 칼가로아에게 허무하게 병력을 빼앗기는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적을 특정할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전략도 수립할 수 있겠지만 데모스, 타란트라를 제외하고는 또 어떤 종족이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못해도 2 종족 이상은 존재할 것이다. 워의 예측대로 12 종족이 세 게이트 행성에 대략 4 종족씩 분할된 것이라면 말이다.
이한은 홀로그램에 뜬 사령관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1, 3 방어군을 베이스 기지로 두고 2, 4 방어군과 함께 북서쪽으로 이동합니다.”
이한 기지의 병력 포함이니 약 185만에 달하는 병력이 북서쪽 방향으로 진군한다는 뜻이었다. 이에 제2방어군 사령관 중 한 명인 드레이크가 입을 열었다.
제3방어군에 소속된 카라토스가 그의 말을 받았다.
이한은 그들의 우려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하지만 이 상황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적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저희는 현재 어떤 점령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서둘러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자 제4방어군의 사스키아가 말했다.
“게이트 행성이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본 사령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을 얻지 못할 경우엔 게이트 행성에 존재하는 아군 모두가 말살당할 수도 있습니다.”
4방어군 지휘관 크리스토퍼가 안색을 굳히며 반문했다.
“엘카힘. 그들은 초자원이라는 물질을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그런 존재가 남긴 유산이 게이트 행성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유산이 얼마나 막강할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만 비단 엘카힘의 유산이 아니더라도 12종족이 초자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취하고자 것이니 그보다 더한 일을 행할 수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이한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말했다.
“행성 자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우주 공간으로 이동한 것은 인지하셨을 겁니다. 이것만 해도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일입니다. 저들이 취하고자 하는 뭔가를 손에 넣는 순간 저들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위험부담이 높지만 지금은 북서쪽을 향해 진격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한은 굳은 표정의 사령관들을 훑어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비앙카, 크리스토퍼 사령관! 언급했던 대로 2, 4 방어군은 본 사령관의 지휘를 받아 북서쪽으로 이동합니다.”
이한은 재차 명령을 하달했다.
“오토, 조나스 사령관! 1, 3 방어군은 2, 4 방어군이 구축해놓은 기지를 전초기지로 삼되 병력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기 보다는 1, 3 기지에 집중시키고 꾸준히 병력을 확충해서 행여라도 아군이 후퇴해야 할 때 아군의 요람이 될 수 있게끔 방어에 전념하십시오.”
이한은 다시 단호하게 외쳤다.
“지금 즉시 시행합니다.”
*
이한의 명령에 따라 대규모 병력이 북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정찰된 지역까지는 거침없이 진격했지만 정찰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빠르게 이동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임시 거점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머물며 척후와 정찰을 맡은 병력들이 정보를 전달해오면 즉각 이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지휘부 안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이한은 전방으로 탐사를 나갔던 워리어들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았다.
바다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주를 항해하는 기술력을 가진 이들이 바다를 항해하지 못할 리가 없으니까. 마린들만 해도 스틸아머를 걸친 채 바다에 들어서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한과 홀로그램에 뜬 사령관들은 거의 동시에 굳은 표정을 지었다. 바닷속에 어떤 위험이 존재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각 사령관은 모두 따로 떨어져 있었다. 편의상 그렇게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략적으로도 직접 만난 것처럼 통신할 수 있는데 굳이 한 자리에 함께 모이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이한은 워에게 말했다.
“흔적이 저 방향으로 이어진 것이 확실하나?”
『사령관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한은 인상을 슬쩍 찌푸리다가 잠시 진격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일단 바다를 앞에 임시 거점을 마련하겠습니다. 주변 정황을 살펴본 뒤 향방을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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