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77
174. 추격 (3) >
174.
임시거점을 방어하고 있는 4 방어군의 스테판 사령관을 제외하고 2, 4 방어군에 소속된 9 사령관의 병력이 일제히 해저로 하강하고 있었다.
콰르르르. 쿵! 쿠웅!
130만에 달하는 스페이스 마린들이 수없이 많은 물방울을 피어 올리며 해저의 지면에 급히 내려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페이스 마린이니 해병인 셈이지만 사실상 방위가 정해지지 않아 전후좌우를 분간하기도 어려운 수중에서 전투를 치르는 것보다야 땅을 중심점 삼아 적을 요격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수중전을 치를 수 없는 건 아니나 당연히 수중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나가족의 움직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지상전이라면 몰라도 수중전에서는 스펙터들도 나가족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이니 놈들과 같은 전술로 대항하는 건 극도로 어리석은 판단이다.
적어도 발을 지면에 대고 있으면 지면만큼은 그나마 안전한 방위가 될 테니 공군과 공군이 싸우는 방식이 아니라 육군이 공군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변화시켰다. 물론 여전히 나가족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중전을 치르듯 수중전을 치르는 것보다야 훨씬 피해를 감소시킬 것이다. 강력한 방어력과 화력을 바탕으로 적들을 요격한다면 방어력이 약한 적들은 미처 다가오지도 못하고 아군의 포화에 녹아버릴 테니까.
스틸아머의 육중한 다리가 해저를 파고들자 진흙인지 뭔지 모를 것이 주변의 물을 잔뜩 흐리게 만들었다. 그 위로 나가족이 사격한 무수히 많은 플라즈마탄이 매섭게 쇄도하고 있었다.
“놈들의 공격입니다!”
그러나 지휘관은 눈 하나 깜작하지 않고 외쳤다.
“배리어는?”
“전개했습니다!”
투명한 막이 빠르게 상공을 덮어가는 것을 힐끗 바라본 지휘관은 냉정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서둘러 자리 잡아! 날파리떼를 쓸어버릴 화망을 형성하란 말이다!”
“알겠습니다.”
쿠우우웅! 쿠우웅!
이윽고 육중한 소음이 배리어 전체를 뒤흔들었다.
“피해 보고!”
“별다른 피해는 없습니다만 오래 버티긴 어렵습니다.”
“버틸 생각을 하지 말고 적을 죽일 생각을 해라! 놈들 위치 확인했으면 사격 개시!”
“사격 개시!”
슈슈슝! 슈숭!
플라즈마탄이 날아온 방향을 역으로 추적해서 저들의 위치를 파악한 마린들은 일제히 플라즈마를 날리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파괴광선이 번쩍이며 해저를 수놓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장관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강력한 파괴력은 모든 것을 말살시킬 정도로 흉험했다.
나가족 역시 플라즈마 기술을 사용하긴 하나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진 않은 모양이었다.
이한군이 사격한 플라즈마는 나가족의 실드로 보이는 얇은 막을 몇 번 두들기더니 이내 곧 갈가리 찢어버리고 나가족을 푸른 불꽃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푸른 불꽃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나가족의 온몸을 불살랐고 저들을 삽시간에 잿가루로 만들어버렸다.
“뱀대가리 주제에 어딜!”
“올리펀트, 트리탄 역시 지면에 안착했습니다. 직사포로 변경해서 포격 실시합니다!”
기갑부대에서 통신이 이어짐과 동시에 플라즈마건으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없는 강력한 포격이 상공을 향해 쉴 새 없이 퍼부어졌다.
퍼엉! 퍼어엉!
플라즈마포에 의해 발사된 플라즈마는 그야말로 주변 일대를 푸른 불꽃으로 물들이며 그 일대의 나가족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 광경은 마치 푸른 불꽃이 심해의 물까지 불사르는 광경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나가족의 병력은 이한의 병력을 압도했지만 똘똘 뭉친 이한군의 조직력과 압도적인 화력에 의해 불꽃을 향해 짓쳐 드는 부나방처럼 덧없이 말살당했다.
그러나 나가족이라고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거대! 거대 가물치 떼가 일제히 아군에게 짓쳐 듭니다!”
“포격을 집중시켜!”
“이미 집중시켰지만, 이번에는 포격조차 견디고 아군의 위치로 돌격해옵니다. 무작정 돌격해서 아군의 방어선을 무너뜨리려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전황이 아군에게 유리하다지만 방어선이 무너지면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놈들의 돌격을 막아야 한다! 포격 계속해서 집중하고 자이언트와 헤라클레스에게 지원 요청해서 놈들을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
이한군은 어떻게든 놈들을 막으려고 했지만 계속된 공격으로 지속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의 물량전에 방어선이 점점 더 뒤로 밀리기 시작했고 곧 붕괴될 위험한 지경까지 이르렀다.
콰아아앙! 콰드득!
“크아아악!”
몸 이곳저곳이 불타오르는 거대 가물치가 성난 표정으로 스페이스 마린과 기갑병기를 거대한 입으로 물어뜯었다.
“방어! 방어선이!”
“놈들을 막아!”
그 순간 전투를 관망하듯 주시만 하고 있던 22만에 달하는 스펙터들이 에너지 소드를 발현하며 일제히 전장에 투입되었다. 2, 4 방어군 소속의 아홉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 그러니까 기지 하나 당 23,800명씩 된 스펙터들이었다.
스펙터들은 자이언트와 헤라클레스와 협조하여 거대 가물치와 함께 돌격해오는 나가족과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방어선은 다시 회복되었지만 누가 봐도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나가족은 심연 속의 어둠처럼 심해 속에서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끝이 없다고 해야 할까? 전황은 여전히 이한군에게 유리했지만, 감히 승리는 생각할 수 없었고 간신히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다만 스펙터에 이어 워리어들이 돌발상황을 대비하고 있었으니 단번에 무너지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
『길이 열렸습니다. 공격이 집중되면서 심해로 향하는 길이 열리긴 했지만, 여전히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수송선 안에서 그 모든 광경을 보고받고 또 주시하고 있던 이한은 워의 짧은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출진한다.”
이한의 말이 마치기 무섭게 워리어 700여명, 스펙터 2만 명, 그리고 시에라와 천 명의 사이킥 나이트들이 일제히 워가 파악한 경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한은 눈을 감고 푸른 기운을 올올이 뿜어내는 시에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현재 심해로 침투하는 아군의 주위를 배리어로 감싸고 있었다. 시에라의 능력은 거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마 최고위급 엘더라고 해도 그녀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을 것이다.
나가족이나 거대 가물치 등이 배리어에 접근했지만 배리어를 건드는 순간 잿가루가 되어 물속에 흩어졌으니 그 강력함은 뭐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자신과 임무를 함께하고 있는 병력들, 곧 145만의 스페이스 마린, 24만의 스펙터, 7200여 명의 워리어보다 시에라 그녀 한 사람이 더 든든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
게다가 이한 자신 역시 그 어떤 워리어보다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저 심해에 무엇이 있든 간에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만약 그럼에도 문제가 된다면 테라로서는 어떤 병력을 얼마나 더 투입하더라도 이곳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12종족이 오버테크놀러지를 취하게 둘 수 없다.’
다행히 에스타른 기술과 풍부하게 채취한 프로젤과 세라메텍으로 인해 테라의 최첨단 기술과 산업은 12종족에 비할 수 있을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야말로 그건 국소적인 부분만 그러할 뿐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12종족에 비하면 기반시설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냐면 테라가 12종족을 뛰어넘는 문명의 기술을 얻는다고 해도 그 차이는 단번에 좁히기 어려운 상황.
‘빼앗기면 필패, 습득하면 승산이 올라가는 정도다. 오버테크놀러지를 얻는다면 12종족의 집중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차라리 그 위험이 훨씬 낫다.’
아무리 험난한 상황이 펼쳐진다고 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니까.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뙤약볕에 비쩍 말라 비틀어지는 식물처럼 어떤 희망도 없이 고사하고 말 것이다.
‘무조건 취하되 그럼에도 얻지 못한다면 아예 파괴시켜야 한다.’
이한은 서늘한 눈빛으로 빛 한점 새어 나오지 않은 깊은 심해를 바라봤다.
나가족과 거대 가물치 등은 계속해서 이한의 침투를 막아서려고 했지만 애초에 그 숫자가 그리 많지도 않았을뿐더러 시에라의 강력한 능력 앞에 순식간에 녹아버렸기에 이한은 신속하게 더 깊은 심해에 다다를 수 있었다.
빛 하나 없는 공간이지만 워는 음파와 같은 파장을 이용해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이한 등이 알아볼 수 있도록 시각화해서 홀로그램에 띄웠다.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한이 워에게 말했다.
“이건 마치 거대하게 갈라진 틈이라고 할 수 있군.”
거대하게 갈라진 틈 주변으로 나가족의 도시들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그 도시의 크기를 보건대 도시 하나당 수백만은 더 넘는 나가족이 존재할 것 같았다.
전에도 느꼈지만, 아군은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저들 전부 아군을 죽이려고 나선다면 그땐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몰살당할 것이다.
뭐 핵폭탄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둘째치고 이미 성난 벌집에 의해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벌집을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나가족의 도시들이 이 주변에 펼쳐져 있습니다. 다만 특이점이 있습니다.』
“뭔데?”
『플라즈마 기술을 사용하는 종족치고는 전투 방법이나 뒷받침하는 기술이 뭔가 미약하다고 판단했는데 정작 도시는 매우 뛰어난 기술로 완성된 도시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이들 나가족이 가진 기술은 나가족의 기술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이들은 그저 있는 기술을 사용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고 그러면서 기술을 습득한 것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제가 인지한 부조화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됩니다.』
“흠.”
이한인 침음을 뱉을 때 워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나가족 도시 사이에 자리한 거대한 균열 사이에는 나가족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특이점입니다. 물론 균열 초입에는 나가족 병력이 존재했지만, 그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았었고 사령관님께서도 알다시피 지금은 아예 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아군은 여전히 나가족의 거센 공격에 맞서 치열하게 전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가족이 갑자기 전투 의지를 잃고 후퇴한 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한은 여전히 눈을 감고 배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시에라를 힐끗 바라본 뒤 워에게 말했다.
“균열은 얼마나 깊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방해 전파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워는 대답을 하던 중에 급히 다른 보고를 올렸다.
『사령관님! 감지계통 장치가 과부하로 인해 망가졌습니다.』
이한이 표정을 슬쩍 일그러뜨릴 때 워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나가족은 자신들의 신체 외에 별도의 기계장치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곳까지 다다를 경우 신체의 감지 기관이 망가지기에 접근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한은 워에게 다시 말했다.
“주변 지형은 안전한가?”
『알 수 없습니다. 시험 삼아 드론을 발출해보겠습니다.』
“드론을? 강화된 수송선 등의 감지계통 장치가 모조리 박살 났는데 일반 수송선에 비해도 내구력이 미약하기 그지없는 드론이 그걸 무슨 수로 버틴다고?”
『균열 주변의 지형에 어떤 특이점이 있는지 간단히 파악하기엔 충분합니다. 아무 의미 없는 정보라도 한데 모으면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파악한 곳을 향해 드론을 사출합니다.』
“실시해.”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워에게 말했다.
일단 모든 드론을 잃어버리더라도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어차피 드론을 쓸 일도 없다고 봐야 했다. 자신이 보유한 드론이 무슨 엘카힘의 유적에서 만난 나노 입자 기술로 만들어진 드론도 아니고.
퓨슈웃! 퓨슈웃!
이한의 수송선단에서 무수히 많은 드론이 주변으로 사출되어 균열이 일어난 벽에 파고들었다. 감지계통 장치가 먹통이 되긴 했으나 그 전에 파악한 지형과 수송선의 움직임을 계산하면 거의 완벽하게 현재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기에 워는 원하는 위치에 드론을 정확하게 박아넣었다.
다만 장치가 박살 난 이상 더 깊은 심해를 탐사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였다. 당연히 워 역시 적절한 하드웨어가 없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었다.
『모든 드론을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무의미한 행동은 아니었다. 원하던 대로 간략하게나마 균열의 지형에 대해 알아냈으니까.
『어떤 작용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균열의 벽에 닿으면 먼지처럼 으스러집니다.』
“위험한 상황이군. 동력기관에는 문제가 없나?”
『문제없습니다만 현 상황에서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동력기관이 무사하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목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대로 하강하다가 벽면에 닿기라도 한다면 수송선은 물론 그 안에 타고 있는 병사들까지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릴 것이다.
‘물론 시에라가 펼친 배리어가 어느 정도는 그것을 막아주겠지만···.’
그러니 시에라는 계속해서 배리어를 유지해야 한다.
이한은 단호한 표정으로 워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조종한다. 나머지 선단의 움직임을 나의 조종에 맞춰 조정해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한은 즉시 조종석으로 이동해 수동 조작을 시행했다. 그리곤 모든 기운을 주변에 빠르게 퍼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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