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80
177. 패러다임 (3) >
177.
테라 삼대 세력으로 구분되었던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강력한 외계문명을 인지했고 자투족 함대와 연합해서 싸운 그 순간 세 세력을 통칭하는 표현은 어떤 지역을 구분하는 정도로 변했다.
물론 여전히 세력 간에 알력이 있긴 하나 그것이 전쟁으로 번질 위험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러 일들을 맞닥뜨리며 새롭게 관계를 정립한 세 세력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는 곳에 거대한 구조물이 연신 건설되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건설을 위한 스테이션이 크게 세 군데 존재했는데 바로 유니온, 엠파이어, 뉴트럴의 것이었다. 세 세력에서 만든 거대한 스테이션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스테이션보다 훨씬 거대한 구조물을 증축해나갔다.
이들이 합심해서 건설하고 있는 구조물은 세 스테이션이 작아보일 정도로 매우 거대한 구조물이었는데 링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초월구조체로 향하는 게이트였다.
이한은 무심한 표정으로 건설의 진척 속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얼마나 진행되었지?”
『10%에 불과합니다.』
“상관없다. 기초만 이룬다면 나머지는 게이트가 자가건설하게 될 테니까. 중요한 것은 초자원이다. 필요한 양은 모두 확보했나?”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완공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각 세력의 수뇌부들끼리 회합을 가진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사령관님 축출을 위한 회합이 아닐까 예상됩니다. 함대가 각 세력으로 귀환했으니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사료 됩니다.』
“내버려 둬.”
『하지만 사령관님의 신변에 위협을 가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해. 역으로 개박살을 내줄 테니까. 하지만 저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
『선수 필승입니다. 당한 후에 움직이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저들과 드잡이질을 할 이유가 없다. 저들도 생각이란 게 있다면 저번처럼 경거망동하지는 않겠지. 적어도 지금껏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자들은 그 정도 판단은 할 수 있는 자들일 테니까. 어차피 모두를 내 편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내가 독재자가 된다고 해도 나를 반대하는 사람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들이 선을 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초월구조체 이후의 일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래. 내가 얻게 된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재편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게이트 완공에만 집중하는 게 좋다. 다만 이미 명령을 내렸지만 게이트 완공을 방해하려는 세력은 이유 불문 모조리 제거해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너무 거대해서 구조물의 단편적인 모습밖에 볼 수 없었지만, 이한은 무심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온갖 드론과 기계 장치, 수많은 사람들이 게이트 건설에 여념이 없었다.
‘게이트 건설이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곳이 테라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이한이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워의 보고가 전달되었다.
『사령관님. 루퍼스 사령관입니다.』
루퍼스 사령관과 에메스토 공작은 완치되어서 다시 유니온, 엠파이어 양측에서 함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후유증이 없는 것은 아니나 저들이 당한 피해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한은 여전히 게이트 건설을 주시하며 짤막하게 말했다.
“연결해.”
곧 루퍼스 사령관과 통신이 연결되었다. 루퍼스 사령관은 거두절미가 자신의 용건부터 밝혔다.
갑작스러운 보고였지만 이한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두르둔에 대해 상기했다.
두르둔은 네 개의 손과 네 개의 발을 가진 종족으로 그들의 눈과 귀 역시 전후좌우에 모두 배치되어 있어 모든 방향을 한꺼번에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특수능력은 사고 가속에 이은 육체 가속 능력이다. 가속 능력이 펼쳐진 순간에는 생명체 같지 않은 엄청난 연산능력과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들의 전투능력은 12종족 가운데서도 매우 뛰어난 편이기에 호전적인 자투, 시구르스, 볼테르안 등도 이들과의 전투를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호전적이지 않은 종족 중 하나였지.’
이한은 홀로그램 위에 뜬 루퍼스 사령관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루퍼스는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이한에게 말했다.
“접촉해올 것은 예상했습니다만 그게 두르둔족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 역시 잘 알지 못하기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게이트를 완공시키면 알 수 있겠지요.”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 그 파도를 타지 못하면 휩쓸려 가라앉는 법이겠지요.”
“죄송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그리고 직위상 제가 위인데 자유로워져도 제가 먼저여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제가 총사령관위도 양보하겠습니다.”
루퍼스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끔찍합니다.”
“예.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거야 항상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루퍼스는 이한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예를 표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십시오.”
*
두르둔 특유의 우주복을 걸친 두르둔족이 이한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테라의 한 이드라실. 그 명성을 잘 들었습니다. 저는 두르둔의 우툰타라고 합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을 수행하던 두르둔이 말을 이었다.
【우툰타님은 두르둔을 대표하는 분이십니다.】
우툰타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물러서라.】
그 눈빛을 받은 두르둔은 급히 물러섰다.
이한은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우툰타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맞잡았다.
“테라의 총사령관 한 이드라실입니다. 무슨 일로 이곳까지 행차하셨습니까?”
【긴말하지 않고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저희 두르둔족은 테라와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동맹 관계 말입니까? 어째서?”
【저희를 시험하려고 하시는군요. 게이트의 중요성은 한 총사령관께서도 잘 아시는 내용 아닙니까? 게이트를 확보하고 초월구조체를 이용할 수 없느냐에 따라 향후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초월구조체의 마스터키는 총 세 개였습니다. 저희 테라족이 운 좋게 그중 하나를 얻었지만 나머지 두 개는 아마 12종족 가운데 두 종족에게 돌아갔겠지요.”
【저들에 비해 미약하고 부족한 테라와 왜 동맹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냐고 질문하고자 하시는 겁니까? 제 대답은 바로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한이 우툰타를 말없이 바라보자 우툰타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운 좋게라는 표현을 하셨지만 테라의 문명과 기술로는 운 좋게라도 초월구조체를 얻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단 테라를 경시하고자 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언급하고 싶군요.】
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우툰타가 계속 말을 이었다.
【테라는 12종족을 제치고, 정확히는 데모스, 타란트라, 스타로쉬를 제치고 초월구조체 거주권을 획득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종족은 저희도 경시할 수 없는 이들입니다. 심지어 테라는 초월구조체의 심사를 통과하고 거주권을 얻어냈습니다.】
이한은 악수한 손을 놓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저희와 동맹하기로 결정한 이유치고는 부족하군요.”
우툰타는 심유한 눈빛으로 이한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초월구조체 거주권을 얻은 나머지 두 종족이 어떤 종족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이한은 좌우로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모릅니다.”
【엘더! 그리고 칼가로아!】
엘더는 예상했었다. 12종족 중 가장 강대한 종족이었으니까.
“으흠.”
이한이 짧게 침음을 흘리자 우툰타가 다시 말했다.
【그럼 저들이 누구와 동맹 관계를 구축했는지도 모르시겠군요.】
이한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자 우툰타의 설명이 이어졌다.
【엘더는 모베르단, 나메시르와 동맹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고 칼가로아는 자투, 볼테르안, 시구르스와 동맹 관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아십니까?】
이한은 자신이 얻게 된 정보를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거주권을 얻은 종족은 자신을 제외하고 세 종족까지 거주권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도 이유가 됩니다만 거주권을 얻은 종족, 곧 마스터 종족이 모조리 말살된다면 거주권이 무효화 됩니다. 그렇게 무효화 된다면 그 종족과 함께 혜택을 누리던 종족들의 권한 역시 소멸되지요. 칼가로아쪽은 정원이 다 찼으니 그렇다쳐도 엘더를 내버려 두고 왜 테라족을 택하냐고 묻는다면 저희 두르둔은 양쪽 모두와 적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말씀해보시지요.”
【동맹 관계를 제안하는 자리에서 저희의 입장만 설명하는 건 의미가 없겠지요. 하니 테라의 입장에서 언급해보겠습니다. 테라는 동맹이 필요합니다. 그건 사령관께서도 절실하게 인지하고 계실 겁니다. 일단 그건 차치하고 나머지 두 마스터 종족에 대해 떠올려보지요. 엘더와는 접점이 없으니 역시 차치하고 칼가로아족과 그 동맹들에 대해 상기해보록 하지요.】
우툰타는 말을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칼가로아, 자투, 볼테르안, 시구르스. 자투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나머지 종족 모두 테라와 적대적인 관계를 형성한 종족들 아닙니까? 현재 초월구조체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마스터 종족이 셋이라는 건 어쩌면 진정한 마스터를 가리기 위한 안배일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건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한은 미간을 좁히며 우툰타를 바라보자 우툰타가 다시 말했다.
【엘더는 강력한 종족입니다. 그들과 함께하는 모베르단, 나메시르 역시 강력한 종족이지요. 물론 테라가 이들과는 별다른 적대관계를 형성하지 않았으나 테라족이 마스터 종족이라는 점에서 저들과는 대치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할 겁니다.】
“두르둔은 엘더와 칼가로아 양쪽 모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고?”
【그것보다 확실한 근거가 있겠습니까? 필요하다면 증거 자료를 얼마든지, 아니 전송해드릴 테니 지금 당장 확인해보시지요.】
우툰타는 수행원에게 짧게 말했고 수행원은 즉시 그에 관련된 정보를 전송했다. 그와 동시에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실입니다. 다만 엘더의 경우에는 엘더가 아니라 나메시르, 모베르단과 적대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조작된 정보가 아닙니다.』
이한이 우툰타를 바라보자 우툰타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이한에게 말했다.
【확인해보셨으니 그 사실은 믿을 수 있겠지요. 동맹을 제안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테라는 어쨌든 엘카힘의 기술을 일정부분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2종족에 버금가는 기술마저 습득하는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초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저희 두르둔족이 동맹관계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동맹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툰타는 이한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동맹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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