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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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다르포스.
그때 워의 보고가 이어졌다.
『사령관님. 뉴트럴 외곽 지역의 스테이션들의 연결이 모조리 끊어졌습니다.』
“어떻게 된 거지?”
『륭샤오핑이 통신을 연결하길 원합니다.』
륭샤오핑은 뉴트럴에서 여전히 이한의 역할을 대리하고 있었다.
“연결해.”
륭샤오핑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이한은 절도있게 군례를 표했다. 이한 역시 답례한 뒤 륭샤오핑에게 말했다.
“보고부터!”
여차하면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었다.
“나와 직접?”
짧게 반문한 이한은 다시 륭샤오핑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덥수룩한 턱수염을 가진 사내가 홀로그램에 떠올랐다.
“그렇소만?”
이한은 살짝 인상을 찌푸르며 조쉬에게 말했다.
“됐고. 무슨 일을 겪었는지나 말해보시오.”
조쉬는 이한의 단호한 태도에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열었다.
“가짜?”
“괴물이라면 어떤 괴물을 말하는 거지?”
그 말에 헤르삭과 이한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
【다르포스입니다. 다르포스가 확실합니다.】
이한은 헤르삭의 말에 동의를 표하다가 기이한 것을 발견했다.
“당신은 어떻게 살아있는 것이지? 다르포스라면 워리어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상대하지도 못할 텐데?”
에너지 웨폰과 실드도 없는 민간인이 무슨 수로 살아남았단 말인가?
조쉬는 이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칼란두를? 엠파이어의 칼란두를 황제?”
이한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조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생체실험의 생존자인가? 탈주자라고 봐야 하나?”
“칼란두를의 목을 날려버린 건 시에라였. 잠깐만! 놈들이 다르포스인줄은 당연히 몰랐을 테고 생체력을 흡수한다는 사실도 몰랐을 테니 그 사실을 알았다는 건 직접 몸으로 체험해봤다고 봐야겠군.”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유추할 수도 있지만 조쉬의 발언에는 본인이 직접 겪은 종류의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쉬에게 말했다.
“복수를 원하나?”
“자네의 그 저주받을 능력이 수많은 병사를 구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겠군. 륭샤오핑!”
홀로그램에 다시 륭샤오핑이 떠올랐다.
“그를 이곳까지 데려오도록! 또한 스테이션에 침투한 다르포스는 알아서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그때 조쉬가 다시 말했다.
“복수를 원한다고 했으니 기회를 주겠다. 불만인가? 병사?”
“그럼 됐군. 즉시 이동하도록!”
통신을 마친 이한은 워에게 말했다.
“조쉬, 그가 가진 혈청이나 유전자를 확인해서 다르포스의 능력을 견딜 수 있는 특성을 파악하고 캡슐화해서 모든 병력에 나눠주도록!”
『유전자 조작 등으로 인한 능력이라면 한시적인 약물이라 할지라도 상당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한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낫겠지. 시행해!”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그런 뒤 이한은 헤르삭에게 말했다.
“설혹 저항 캡슐이 완성된다고 해도 다르포스 놈들과 일반 병사가, 아니 워리어라고 할지라도 백병전을 치른다면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높은 확률로 패배하겠지요. 에스타른족이 뛰어난 전사들이긴 하나 이능을 사용할 수 없으니 그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번 전투는 함대전으로 시작해서 함대전으로 끝내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타고르스함에 100만의 테라 병력을 탑승해서 함께 이동할 것이오. 나 역시 마찬가지.”
【저희의 생살여탈권은 이미 사령관께 있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이한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입을 열었다.
“일주일. 일주일 뒤 다르포스의 행성을 초토화하겠다.”
*
일주일 뒤. 다르포스 주 행성 로포, 주변에 거대한 함선이 워프해왔다. 바로 타고르스함이었다.
이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워프의 충격을 감내하고 있었다. 이젠 뭐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지 워프를 겪으면 겪을수록 초자원은 이 차원에 존재할 수 없는 물질이라는 생각이 확신에 가까워질 뿐이었다.
만약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초자원이 가진 여러 가지 특성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그 자체만으로는 무의미한 일이지만 말이다.
잠시 뒤 거의 모든 인원이 워프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자 이한은 서슬 퍼런 표정으로 전 병력에 말했다.
“다르포스의 주행성을 초토화한다. 자비는 없다.”
그런 뒤 워에게 다시 명령했다.
“요격기, 폭격기 모두 출격시켜! 적 행성의 포대를 박살 내야만 적 행성을 파괴할 수 있다.”
코스모스 주포를 이용하면 적 행성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배리어가 완전히 소멸된다는 점이었다.
주행성이니만큼 행성 전체에 강력한 배리어가 펼쳐져 있고 무엇보다 다르포스 행성에는 타고르스함의 코스모스 포보다는 위력이 약하나 배리어가 사라진 타고르스함을 먼지로 만들어버릴 위력의 포가 여러 개 존재했다. 그러한 포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행성 파괴를 대가로 우주의 먼지가 되고 말 것이다.
요격기와 폭격기를 출격시키는 이유였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이윽고 타고르스함에서 80만대가 넘는 함재기가 발출되었다. 발전된 기술로 만들어진 요격기라 12종족의 그것에 비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타고르스함에서 출격한 함재기들은 일제히 로포 행성으로 날아갔다.
쐐에에엑!
콰아앙!
콰아아아앙!
함재기가 행성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도 전에 무수히 많이 파괴되었다. 행성 방어가 역시나 강력한 수준이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놈들이 함대를 행성으로 돌리면 행성 파괴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코스모스 포격 준비!”
『포격을 준비하겠습니다. 사령관님. 적 행성에서 요격기가 출현합니다. 그 숫자는 아군의 2배가 넘습니다.』
“EMP 계열의 폭탄으로 무력화 시켜!”
다르포스의 인구수는 결코 많지 않다. 그러니 대다수 전투기는 무인 전투기일 확률이 매우 높았다. 그 말인즉 상대적으로 EMP 공격에 취약하다는 뜻이 된다.
『이미 활용하고 있습니다만 적의 저항이 거셉니다. 아군의 피해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역시 오래 버티긴 어렵습니다.』
【사령관님! 적 행성의 포대로 인해 아군 요격기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상군을 투입해서 적 포대를 파괴해야 합니다.】
그때 에스타른 병사가 급히 이한에게 보고했다. 이에 워가 부연했다.
『적절한 판단입니다. 다르포스는 백병전에서 우위를 가진다는 것을 알기에 상대적으로 지상군은 많이 배치하지 않았을 겁니다. 공략전이라면 강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배치했겠지만, 행성은 방어전의 성격이 강하기에 약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병력을 배치했을 겁니다.』
모행성이 단번에 위험한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두루 방어했을 거라는 뜻이다. 버티기만 하면 자신들의 함대가 복귀해서 도움을 줄 테니까.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캡슐을 지급 받은 워리어와 스펙터들을 모조리 투입시켜!”
조쉬의 유전자를 조사하여 만들어낸 캡슐은 생각보다 훨씬 탁월했다. 물론 부작용이 그만큼 강력하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의 부작용은 없었기에 이한은 그대로 일이 진행했다.
따라서 오늘 다르포스의 강점은 놈들의 약점이 되고 말 것이다. 한시적인 것에 불과하나 지상군은 아군 함재기를 위협하는 포대를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투입합니다.』
20만도 더 되는 지상군이 수송선을 타고 즉시 행성으로 이동했다. 다시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쟁 중에 목숨을 걸지 않는 병사는 없었다. 그것이 전선의 뒤편에서 식사를 담당하는 취사병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행성에 쏟아지는 포화나 적 요격기 등으로 인해 미처 착륙하지도 못하고 폭발하는 수송선도 수십여 척에 달했다.
그러나 아군 함재기의 도움으로 지상군 대다수가 행성에 착륙할 수 있었다. 그 가운데는 빌리와 특수한 능력을 지닌 조쉬 역시 함께 하고 있었다.
“빌리! 부탁한다!”
이한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워에게 말했다.
“놈들 함대가 복귀하기까지 얼마나 남았지?”
『30분! 길어야 30분입니다』
30분 안에 행성 파괴가 이뤄져야만 한다는 뜻이다.
“두르둔 함대는?”
『총사령관님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놈들의 함대가 허겁지겁 워프해서 도착하면 이미 주변에서 대기 중인 두르둔 함대가 다르포스 함대를 초토화시킬 예정이었다.
다만 놈들이 눈치챌 수 없게끔 꽤 먼거리에 은신하고 있었다. 두르둔 함대가 이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확인하면 놈들은 행성을 구원하려 하기 보다 웜홀 게이트를 공략하려 들 것이다.
그도 아니면 데모스, 스타로쉬 함대가 힘을 합쳐 두르둔 함대를 섬멸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두르둔 함대는 은신하고 있다가 다르포스 함대의 움직임에 따라 후퇴할 것인지, 지원할 것인지, 섬멸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놈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이미 놈들은 모습을 감춘 두르둔 함대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다.
‘아군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는 한 놈들은 모행성을 구하러 이동할 것이다. 그럼 놈들의 병력을 박살 내고 그 우위를 바탕으로 승리를 얻는다. 필요하다면 놈들을 절멸시켜서라도···.’
*
실드가 파괴된 스펙터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말라가고 있었다.
“크아아악!”
그러자 옆의 동료가 급히 그의 입에 캡슐을 집어넣었다. 놀랍게도 그 즉시로 다르포스의 흡수 능력이 무효화 되었다.
기괴한 형태를 지닌 다르포스는 당황한 듯 연신 자신의 능력을 사용했지만, 캡슐을 복용한 테라인의 생명력을 조금도 흡수할 수 없었다.
이윽고 다르포스는 에너지 웨폰에 이곳저곳이 찔려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소멸당했다.
생명력을 흡수당하던 스펙터가 헉헉거리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틀렸어. 너무 많은 생명력을 흡수당했다. 이 구역의 포대는 내가 책임지고 폭발시키겠다. 다른 구역으로 이동해!”
“하지만!”
“어서!”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두 번 이상의 복용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했으니 내가 명예로울 수 있는 기회를 줘!”
동료 스펙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 병사들에게 외쳤다.
“제길! 이동한다! 서둘러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맡은 구역을 서둘러 정리하고 시간 내에 수송선을 타고 임무 지역을 벗어나야만 한다.”
시간 내에 벗어나지 못한다면 임무를 성공하고도 다르포스의 모행성과 같이 마지막을 맞이해야만 할 테니 말이다.
이러한 이들이 로포 행성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
『사령관님! 주요 포대가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세 포대 정도입니다.』
아군의 피해가 얼마인지 등은 지금 상황에서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이한은 무심한 표정으로 병사들이 임무를 성공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성공했습니다. 다만 아군 요격기와 수송선이 여전히 복귀 중입니다.』
“남은 시간은?”
『2분 남짓입니다.』
“그럼 대기했다가.”
『사령관님! 적 함대의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다르포스 행성을 파괴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다르포스 놈들은 모행성에 중요한 기술이나 자원을 모아두는 것을 파악되었기에 모행성이 파괴되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비단 다르포스족만이 아니었다.
이에 이한은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지금 즉시 코스모스 주포 사격 준비!”
『준비합니다.』
“발사!”
『5.4.3.2.1. 발사합니다.』
이윽고 타고르스함 전체가 항성처럼 새하얗게 빛나더니 이윽고 엄청난 섬광을 토해냈다.
콰과과과과과!
폭발적인 섬광이 우주 공간을 갈기갈기 찢으면서 로포 행성을 향해 쇄도했다.
번쩍!
콰아아아아아아앙!
섬광은 로포 행성을 사정없이 뚫고 지나갔다.
로포 행성의 표면은 붉은 실선으로 잔뜩 뒤덮임과 동시에 이윽고 엄청난 섬광을 내뿜으며 산산이 박살났다.
그러나 그 잔해마저도 뒤이어 형성된 블랙홀 등으로 인해 모조리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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