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ander of the Space Gamer RAW novel - Chapter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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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도망쳐라!
가라쉬는 폭발적인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는 테라족을 바라봤다.
【누구지?】
“한 이드라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친위대가 가라쉬에게 말했다.
【가라쉬님! 테라의 총사령관입니다.】
【어리석은 놈! 제 발로 눈앞에 나타나 주다니!】
이한은 별다른 대답 없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의 사이오닉 소드를 들어 올려 공격 태세를 취했다.
【테라놈 혼자 무엇을 하겠다고!】
그러자 가라쉬의 친위대 중 하나가 강력한 이능을 발현해 이한의 생명력을 흡수하려고 했다. 타고르스함에 펼쳐진 역장은 다르포스의 능력을 무효화시켰지만, 친위대의 능력까지 봉쇄할 정도는 아니었다.
타고르스함 내에 펼쳐진 대 다르포스 역장으로 약해지기는 했으나 닿는 순간 모든 생기를 흡수해버릴 음습한 기운이 사방을 뒤덮었다.
그 기세가 너무 흉험했기에 이한은 실드를 구축하거나 기운을 방출해 몸에 닿지 않게끔 하려다가 돌연 마음을 바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친위대들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이한을 비웃었다. 눈앞의 테라놈이 제법 강력해 보이기는 하나 흡수 능력에 육체가 그대로 노출된다면 강력한 엘더라고 해도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 저 오만하고 어리석은 테라놈은 강력한 흡수 능력을 목격하고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었으니 자연히 비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르포스의 음습한 기운이 살갗에 닿는 순간 막대한 양의 생기가 음습한 기운에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전에 만났던 다르포스와 비할 수 없는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이한의 피부나 근육조직은 엄청난 속도로 수축하거나 소실되었다. 피부에서부터 시작한 현상은 순식간에 이한의 온몸으로 번져갔다. 그건 마치 산 채로 미라가 되어가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한이 걸치고 있는 슈트는 슈퍼아머를 넘어설 정도의 방호력을 자랑했지만, 다르포스의 음습한 기운을 막을 수 없었다. 실드와 같은 에너지가 아니라면 물리적인 요소로는 어떻게 막을 수조차 없었다.
다르포스 친위대의 생각대로 그동안의 승리로 인해 오만해졌던가? 이한은 다르포스의 능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들과 완전히 비슷한 몰골로 변화했다. 미라가 되었다는 소리다.
이한을 그렇게 만든 다르포스는 의기양양한 소리로 소리치며 더욱 강한 기세를 발했다.
【어리석은 테라놈. 그까짓 기계장치가 우리의 위대함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느냐?】
그 말과 동시에 이한 안에 남아있는 모든 생기를 흡수했다. 실로 막대한 양의 생기였다. 놈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맹렬한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놈은 죽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딱히 방심하지 않았더라도 가라쉬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죽을 수밖에 없겠지만.
이한의 몸에 남은 미약한 생기마저 모조리 흡수한 친위대는 몸속을 타고 흐르는 강력한 생기를 음미하며 가라쉬에게 말했다.
【이만 가시지요.】
하지만 가라쉬는 그를 일별한 뒤 굳은 표정으로 피골이 완전히 상접한 이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라쉬의 시선을 따라 이한을 바라본 친위대는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모든 생체력을 흡수당했을 텐데 왜 아직 육체가 무너지지 않은 것이지?】
【무슨 생각이냐? 놈을 노예로 만들 생각을 품은 것이라면!】
이한을 미라로 만든 친위대는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했다.
【아닙니다. 저는 분명!】
그렇게 말하는 순간 말을 꺼내던 다르포스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이건? 이게 대체!】
그 말을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쪼그라들더니 이내 곧 먼지로 변해 허공에 흩날렸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 수 없던 친위대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서 있던 곳을 바라봤다.
그런 저들에게 죽은 줄 알았던 테라족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대충 이런 식이로군. 후우우우.”
이한은 길게 숨을 뱉은 뒤 차가운 눈으로 대경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다르포스들을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설마 지금?】
정확히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자신들의 예상이 맞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테라족이 역으로 다르포스를 흡수해버렸다고? 그런 일은 기나긴 역사를 통틀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모습을 목격한 모든 다르포스들은 대경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직 가라쉬만이 굳은 표정으로 이한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단 지금뿐만 아니라 친위대가 이한을 비웃을 때조차 그는 시종일관 이한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놈을 죽여!】
대경한 표정을 짓던 친위대는 맹렬한 경각심에 일제히 이한을 향해 짓쳐 들었다. 자신들이 들고 있던 플라즈마 무기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한 한 명에게 자신들의 이능을 집중한 것이다.
저 테라놈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번만은 티끌로 화해 영원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리라.
*
모든 것이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이걸 눈에 보였다라고 표현하기는 상당히 애매했지만, 어쨌든 다르포스가 내뿜은 기운의 흐름이나 그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이한은 그 흐름을 파훼하고 흐름의 방향으로 역으로 뒤틀었다.
【그웨에에에】
【크아아아!】
이한에게 능력을 발현했던 가라쉬 친위대는 모조리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살아남은 친위대는 대경한 표정을 넘어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이한을 바라봤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생체 능력이 아예 통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역으로 흡수하다니···. 심지어 놈을 향해 날아가던 플라즈마마저 허공에서 소멸되었다. 물론 강력한 흡수 능력을 얻으면 에너지체마저도 흡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능력을 지닌 다르포스족은 현재 한 명밖에 없었다. 바로 가라쉬 말이다.
생존한 친위대는 일련의 사실을 상기하고 급히 가라쉬를 바라봤다.
가라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한에게 말을 꺼냈다.
【네놈은 누구냐?】
이한은 냉정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 이드라실.”
가라쉬는 악귀 같은 얼굴을 슬쩍 일그러뜨리며 이한에게 말했다.
【네 이름을 묻는 게 아니란 걸 알 텐데? 혹 엘카힘의 유물을 얻었던가?】
첫말과 다르게 뒷말을 꺼내는 가라쉬의 얼굴에는 미약한 열망 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이한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한의 대답에 가라쉬는 파안대소하며 입을 열었다.
【크하하하하! 드디어 찾았군. 이런 곳에서 찾게 될 줄이야. 너는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토해내야만 할 것이다.】
이한은 역시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가라쉬에게 대답했다.
“오만한 놈들의 종특 중 하나가 뭔 줄 아냐?”
어떤 대답을 기대하고 질문한 게 아니었기에 이한은 다시 말을 이었다.
“마치 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단 말이야. 뭐 나름 으스댈만한 건더기가 없지는 않지. 근데 그게 뭐? 그거 믿고 나대다가 조터지는 거지. 바로 너처럼.”
죽일 놈과 더 대화하는 게 무슨 의미를 지니랴. 이한은 사이오닉 소드를 쥐고 엄청난 속도로 가라쉬에게 쇄도했다.
【어리석은 놈.】
가라쉬는 비릿한 미소 같은 것을 짓더니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가라쉬를 향해 짓쳐 들던 이한은 허공에서 즉시 멈춰서며 사이오닉 소드를 휘둘렀다.
사이오닉 소드가 지나간 자리에는 가라쉬가 만든 이능을 결집해 만든 날카로운 물질이 소멸하고 있었다.
【현명한 판단이군.】
이한이 멈춰 선 것은 가라쉬의 이능은 여타 다르포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음험했기 때문이다. 엘카힘의 유물로 인해 변화된 육체라고 해도 어쩌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가라쉬는 검은 연기로 이뤄진 날카로운 촉수 같은 것을 거의 무한하게 형성해 이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한은 무표정한 얼굴로 촉수를 막아내거나 소멸시켰다.
가라쉬는 그 모습을 비릿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지금껏 지내온 수백 년의 세월을 숫자만 세면서 보낸 게 아니다. 무수히 많은 자의 생명력을 몸에 품었고 앞으로도 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축적된 힘은 상대할 수 없을 것 같던 엘더조차 삼키게 만들었다.
그런데 테라인이 자신을 상대해? 가소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테라인이 엘카힘의 유물을 얻은 것은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엘카힘의 유물에 강력한 모함까지 얻게 했으니 고통스럽게 죽이진 않으마. 단 네가 지키고자 했던 모든 건 우주의 티끌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종이장 한 장도 지나가지 않을 정도의 틈만 남긴 채 가라쉬의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 파훼하고 있던 이한은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가라쉬에 말했다.
“뭐라는 거야? 미친 새끼가.”
이한은 발을 구르며 사이오닉 소드를 현란하게 휘둘러 자신에게 쇄도하는 모든 촉수를 막아냈다. 형상화된 모습이 촉수라 그렇지 그 본질은 다르포스의 흡수 능력이라 닿기만 해도 끔찍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제법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다만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가라쉬의 몸에서 검은 연기 같은 것이 쉴 새 없이 퍼져나오더니 이내 곧 함선 전체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가라쉬는 에스타른족이 자신들 모두를 죽이기 전에는 파훼할 수 없을 거라던 역장을 단번에 소멸시켰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역장을 파훼하려면 에스타른 전사가 장담한 대로 에스타른족 가운데 분산된 핵을 일시에 제거해야만 가능했다.
그 일을 가라쉬는 한 자리에 서서 끝낸 것이다. 함선의 규모가 작기라도 하면 몰라도 타고르스함의 전장은 50km다. 가라쉬의 강력함을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다르포스족은 에스타른족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막강한 종족이었다.
『사령관님. 역장이 파훼되었습니다.』
워의 보고가 이어지기 무섭게 가라쉬가 말했다.
【네놈들이 대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어리석은 것들. 노예가 되길 자청했다면 차라리 멸족하는 건 막을 수 있었을 거다.】
『다르포스족의 능력이 한층 강력해졌습니다. 다시 전황이 아군에게 불리해졌습니다.』
이한은 워의 보고를 들으며 가라쉬를 바라봤다. 모두 눈앞의 이 가라쉬라는 놈이 일으킨 현상이다.
【기회를 주마. 지금이라도 엎드린다면 일말의 자비를 베풀어 네 행성들만 파괴하는 것으로 그치도록 하지.】
이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가라쉬에게 말했다.
“아주 끝까지 개소리를 지껄이는군. 좋아. 지금이라도 항복한다면 네 종족을 멸족할 때까지 처잡지는 않을게. 어때?”
【가소로운 놈. 엘카힘의 유물을 믿고 설치는 것이냐? 엘카힘의 유물이 강력하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그것도 유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연륜도 지식도 지혜도 부족한 테라족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이한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주변의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가라쉬가 펼친 능력은 그 구조가 극도로 복잡했다. 뭐가 뭔지도 알아차리지 못할 지경.
그러나 이한은 어렵지 않게 가라쉬가 펼친 기운의 흐름을 역으로 돌릴 수 있었다.
“이제 알겠군. 이렇게 하는 건가?”
그와 동시에 이한의 주변으로 붉은 기운으로 이뤄진 무수히 많은 검이 형성되었다.
【어떻게?】
가라쉬는 악귀같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웃긴 새끼네. 뭘 어떻게야? 네가 무시하던 테라놈이 엘카힘의 유물인지 유산인지 다루고 있는 거지. 내가 말했지. 존나게 처맞을 거라고. 시에라가 있었다면 네가 역장을 파훼하는 일도 불가능했을 텐데 그건 좀 아쉽군.”
참고로 시에라는 웜홀 게이트 지역에 머물러 있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데모스와 스타로쉬의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서 말이다.
기습 공격을 할 확률이 낮기는 하나 가능성이 없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놈들이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는 하나 테라, 칼가로아, 엘더 연합이 구축한 동맹군처럼 끈끈하지는 않았다. 일단 놈들은 서로 마스터 종족이 되고자 할 테니까.
이를 고려하면 다르포스족의 뒤통수를 치고 데모스와 스타로쉬가 웜홀 게이트로 향할 확률 역시 상당히 높다.
이한은 서늘한 표정으로 가라쉬에게 말했다.
“기나긴 세월을 사셨다고? 그럼 이제 죽을 때도 되셨네. 아주 찰지게 때려줄 테니 처맞으면서 울지는 마라. 네게 보여줄 자비따위는 없으니까.”
이한의 말에 가라쉬가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건방진 테라놈이!】
그와 동시에 가라쉬의 촉수가 더욱 성난 기세로 짓쳐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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